북한상식백과

입력 2008.11.03 (14:12) 수정 2008.11.0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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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결혼문화

옷깃을 파고드는 차가운 바람에 성큼 다가온 겨울을 느끼는 11월입니다. 손을 꼭 붙잡고 걷는 연인들의 모습에 새삼 질투어린 시선을 보내게 되는데요.

북한에서 11월은 곱게 단장한 신랑 신부의 모습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결혼시즌'입니다.

4월부터 10월까지는 수시로 농촌동원이 이루어질 만큼 농사일에 바쁘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주로 3월과 11월에 결혼식을 치르는데요. 결혼문화에서 최근 젊은이들의 달라진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고 합니다.

북한 청춘남녀의 연애와 결혼. 오늘 북한 상식백과에서 알아보겠습니다.

1) 북한의 가족법 제 9조에 의하면 남자는 18세, 여자는 17세부터 결혼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결혼을 하는데 있어 정치적, 사회적인 제약이 상당한데요. 예를 들어 간부나 당원의 신분을 가진 남자가 출신성분이 좋지 않은 여자와 결혼할 수 없고, 도시 남자가 농촌 여자와 결혼하는 경우 남자가 농촌으로 이주해야 하는 불이익이 따릅니다.

북한 당국에서는 만혼을 장려하고 있는데요. 남자들의 군복무와 여자들의 직장생활을 의무화해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실제로 남자는 서른 살 전후, 여자는 스무 살 후반이 되어서야 결혼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북한에서 노처녀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불이익을 받았었는데요. 최근에는 대학을 졸업한 전문직 여성의 경우, 결혼이 늦어지더라도 수동적으로 집안에서 정해준 상대를 만나는 일은 드물다고 합니다.

<자료화면> 텔레비전 무대 - 달라진 결혼 조건 -

"학사라고 눈은 잔뜩 높아가지고. 야, 너 이쪽 옥실이를 좀 봐라. 한 날 한 시에 같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한 직장에 온 두 옥실이가 하나는 모성영웅, 하나는 시집못간 너. 이거 비극이야."
"직장장 동지 정말 약을 올리겠어요? 서른 살이 뭐가 많다고 그래요?"
"오냐. 안 많다. 안 많아."

2) 북한사회는 연애와 결혼에 비교적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중매결혼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는데요. 최근에는 맞결혼, 즉 연애결혼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 평양 시내의 유희장, 볼링장, 청년회관 등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결혼상대를 고르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요즘은 외국에 드나들며 장사를 하거나 외화벌이 기관에서 일하는 남자, 부모가 외국에 나가있는 남자가 손꼽히는 일등 신랑감입니다.

남자의 경우에도 부모가 권력이 있거나 돈이 많은 여자을 만나 처가 덕을 보려는 것이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고 하는데요. 대학을 졸업해서 돈벌이를 할 수 있거나 장사능력이 좋은 여성 역시 선호한다고 합니다. 안타깝지만 결혼 상대의 경제적 조건을 중시하는 풍조는 남과 북이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요. 북한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청춘남녀의 사랑이야기에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장면이 등장합니다.

<자료화면> 북한예술영화 - 내 고향의 처녀들 -

"어머니, 요즘 도시처녀들이 어떤 남자를 고르는지 알아요?"
"가문이겠지. 아니면 제대군인."
"하하하. 그건 다 옛날이에요. 지금은 외국을 나다니면서 재산을 모으는 사람이나 다른 나라에 부모들이 가 있는 총각, 하다못해 외화를 쓸 수 있는 연줄이라도 있으면 선도 보지 않고 간답니다."
"아이고, 그런 사람이 한둘이겠지, 설마."
"아이고, 속상해라. 어머니, 이게 바로 지금 추세라지 않아요."

3) 결혼을 하고 싶은 북한의 연인들은 부모의 허락을 받은 다음 대개 소속 직장이나 협동농장의 당 책임비서, 또는 청년동맹 비서에게 승인을 받습니다.

법적으로 정해진 절차는 아니지만 결혼사실을 알리고 휴가조치를 받는 하나의 과정인데요. 최근에는 결혼식 전에 야외촬영을 하는 것도 빼놓지 않습니다.

결혼식은 보통 집에서 전통혼례식으로 치르는데, 남한에 비해 상당히 간소한 편입니다. 신부는 전통한복을, 신랑은 정장차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최근에는 평양의 '경흥 결혼식 전문식당'을 비롯해 최고급 식당으로 알려진 청류관, 옥류관, 청춘관 등에서도 결혼식장을 운영하고 있어 서양식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신부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마순희(새터민) : "일반적으로 일반 서민들이나 농촌 지역 같은 데서는 결혼식을 크게 하지 않아요. 도시나 그런 데서는 결혼식들을 굉장히 화려하게 한다는 소리는 들었어요."

4) 하지만 거창한 결혼식을 치르는 것은 일부 부유층에 한정되어 있는데요. 일반 주민들의 경우 식량난이 심해지면서 아예 결혼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생계가 어려운 노동자나 농민들은 음식을 넉넉하게 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장마당에서 돈을 주고 결혼상을 빌려 사진만 찍은 뒤 돌려주는 방법까지 쓴다고 하는데요. 경제적 조건을 중요시하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남한과 마찬가지로 농촌지역 총각들이 신붓감을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마순희(새터민) : "딸들이 어렸을 때부터 할 수 있는 이불 등이라든가 이불안이라든가 솜 같은 거 참 구하기 힘들거든요. 지금은 경제적 여건이 많이 어려워가지고 정말 첫날 입을 옷도 다른 자기 친척이나 언니가 입던 거 빌려서 가는 그런 거 있고 그래요."

올 해 초 금강산 관광특구에 남남북녀의 사랑이야기가 화제가 됐습니다. 금강산에 머무르던 남한의 리조트 회사 직원과, 남한사람이 운영하는 전통음식점에서 일하는 북한 아가씨의 사연이었는데요.

남한사람과의 '개별접촉'을 철저히 금지하는 북한당국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생겨난 이 사랑이야기 역시 북한 젊은이들의 달리진 가치관을 보여주는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남한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연애와 결혼 문화를 갖고 있는 북한의 젊은이들을 보니, 남과 북의 청춘남녀가 자유롭게 만나는 그날이 더욱 기대되지 않으세요?

오늘 북한상식백과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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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11-03 09:58:51
    • 수정2008-11-03 14:24:05
    남북의 창
북한의 결혼문화 옷깃을 파고드는 차가운 바람에 성큼 다가온 겨울을 느끼는 11월입니다. 손을 꼭 붙잡고 걷는 연인들의 모습에 새삼 질투어린 시선을 보내게 되는데요. 북한에서 11월은 곱게 단장한 신랑 신부의 모습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결혼시즌'입니다. 4월부터 10월까지는 수시로 농촌동원이 이루어질 만큼 농사일에 바쁘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주로 3월과 11월에 결혼식을 치르는데요. 결혼문화에서 최근 젊은이들의 달라진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고 합니다. 북한 청춘남녀의 연애와 결혼. 오늘 북한 상식백과에서 알아보겠습니다. 1) 북한의 가족법 제 9조에 의하면 남자는 18세, 여자는 17세부터 결혼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결혼을 하는데 있어 정치적, 사회적인 제약이 상당한데요. 예를 들어 간부나 당원의 신분을 가진 남자가 출신성분이 좋지 않은 여자와 결혼할 수 없고, 도시 남자가 농촌 여자와 결혼하는 경우 남자가 농촌으로 이주해야 하는 불이익이 따릅니다. 북한 당국에서는 만혼을 장려하고 있는데요. 남자들의 군복무와 여자들의 직장생활을 의무화해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실제로 남자는 서른 살 전후, 여자는 스무 살 후반이 되어서야 결혼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북한에서 노처녀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불이익을 받았었는데요. 최근에는 대학을 졸업한 전문직 여성의 경우, 결혼이 늦어지더라도 수동적으로 집안에서 정해준 상대를 만나는 일은 드물다고 합니다. <자료화면> 텔레비전 무대 - 달라진 결혼 조건 - "학사라고 눈은 잔뜩 높아가지고. 야, 너 이쪽 옥실이를 좀 봐라. 한 날 한 시에 같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한 직장에 온 두 옥실이가 하나는 모성영웅, 하나는 시집못간 너. 이거 비극이야." "직장장 동지 정말 약을 올리겠어요? 서른 살이 뭐가 많다고 그래요?" "오냐. 안 많다. 안 많아." 2) 북한사회는 연애와 결혼에 비교적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중매결혼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는데요. 최근에는 맞결혼, 즉 연애결혼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 평양 시내의 유희장, 볼링장, 청년회관 등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결혼상대를 고르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요즘은 외국에 드나들며 장사를 하거나 외화벌이 기관에서 일하는 남자, 부모가 외국에 나가있는 남자가 손꼽히는 일등 신랑감입니다. 남자의 경우에도 부모가 권력이 있거나 돈이 많은 여자을 만나 처가 덕을 보려는 것이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고 하는데요. 대학을 졸업해서 돈벌이를 할 수 있거나 장사능력이 좋은 여성 역시 선호한다고 합니다. 안타깝지만 결혼 상대의 경제적 조건을 중시하는 풍조는 남과 북이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요. 북한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청춘남녀의 사랑이야기에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장면이 등장합니다. <자료화면> 북한예술영화 - 내 고향의 처녀들 - "어머니, 요즘 도시처녀들이 어떤 남자를 고르는지 알아요?" "가문이겠지. 아니면 제대군인." "하하하. 그건 다 옛날이에요. 지금은 외국을 나다니면서 재산을 모으는 사람이나 다른 나라에 부모들이 가 있는 총각, 하다못해 외화를 쓸 수 있는 연줄이라도 있으면 선도 보지 않고 간답니다." "아이고, 그런 사람이 한둘이겠지, 설마." "아이고, 속상해라. 어머니, 이게 바로 지금 추세라지 않아요." 3) 결혼을 하고 싶은 북한의 연인들은 부모의 허락을 받은 다음 대개 소속 직장이나 협동농장의 당 책임비서, 또는 청년동맹 비서에게 승인을 받습니다. 법적으로 정해진 절차는 아니지만 결혼사실을 알리고 휴가조치를 받는 하나의 과정인데요. 최근에는 결혼식 전에 야외촬영을 하는 것도 빼놓지 않습니다. 결혼식은 보통 집에서 전통혼례식으로 치르는데, 남한에 비해 상당히 간소한 편입니다. 신부는 전통한복을, 신랑은 정장차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최근에는 평양의 '경흥 결혼식 전문식당'을 비롯해 최고급 식당으로 알려진 청류관, 옥류관, 청춘관 등에서도 결혼식장을 운영하고 있어 서양식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신부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마순희(새터민) : "일반적으로 일반 서민들이나 농촌 지역 같은 데서는 결혼식을 크게 하지 않아요. 도시나 그런 데서는 결혼식들을 굉장히 화려하게 한다는 소리는 들었어요." 4) 하지만 거창한 결혼식을 치르는 것은 일부 부유층에 한정되어 있는데요. 일반 주민들의 경우 식량난이 심해지면서 아예 결혼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생계가 어려운 노동자나 농민들은 음식을 넉넉하게 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장마당에서 돈을 주고 결혼상을 빌려 사진만 찍은 뒤 돌려주는 방법까지 쓴다고 하는데요. 경제적 조건을 중요시하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남한과 마찬가지로 농촌지역 총각들이 신붓감을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마순희(새터민) : "딸들이 어렸을 때부터 할 수 있는 이불 등이라든가 이불안이라든가 솜 같은 거 참 구하기 힘들거든요. 지금은 경제적 여건이 많이 어려워가지고 정말 첫날 입을 옷도 다른 자기 친척이나 언니가 입던 거 빌려서 가는 그런 거 있고 그래요." 올 해 초 금강산 관광특구에 남남북녀의 사랑이야기가 화제가 됐습니다. 금강산에 머무르던 남한의 리조트 회사 직원과, 남한사람이 운영하는 전통음식점에서 일하는 북한 아가씨의 사연이었는데요. 남한사람과의 '개별접촉'을 철저히 금지하는 북한당국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생겨난 이 사랑이야기 역시 북한 젊은이들의 달리진 가치관을 보여주는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남한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연애와 결혼 문화를 갖고 있는 북한의 젊은이들을 보니, 남과 북의 청춘남녀가 자유롭게 만나는 그날이 더욱 기대되지 않으세요? 오늘 북한상식백과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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