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싸도 안 사요…‘눈물의 세일’

입력 2008.11.24 (08:49) 수정 2008.11.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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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겨울 추위처럼 서민들 주머니 사정도 꽁꽁 얼어붙었다고 하죠..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국내 산업 곳곳에서도 불황의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데요.

어느 곳이고 어렵긴 마찬가지겠지만 불황에는 외식비, 의류비부터 아끼잖아요. 그러다 보니 한 때는 호황이던 의류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들다고요.

이동환 기자... 요즘 의류업계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죠?

예 그렇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어렵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의류업계는 특히나 더욱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그나마 마진이 있는 겨울옷이 좀 팔려야 내년을 기약할 수 있는데 아무리 싸게 내 놓아도 사가는 사람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최근 IMF 때나 횡횡하던 속칭 ‘땡처리’가 등장했지만 요즘에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데요, 근근이 버티고는 있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르고, 부도설이 끊이지 않는 업체도 많습니다.

탄탄했던 국내 중소 의류업체마저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인데요 게다가 내년은 더 어려울 거라는 어두운 전망마저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의류업계에 불어 닥친 한파,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각종 니트와 스웨터 등이 무조건 2천원, 혹은 오늘만 5천원. 두툼한 겨울 바지도 두 장에 7천원. 가격을 내리고 또 내렸지만 거들떠보는 손님은 거의 없습니다.

옷 한 벌을 사는데 보고 또 보고, 한참을 꼼꼼히 살펴보다 결국 발길을 돌리니 상인들은 그야말로 울상인데요.

<인터뷰> 김영숙(의류판매업자) : "옛날 같으면 진짜 하루 종일 손님들이 여기 밀려다니고 떠밀고 다니고 그랬는데 개시도 못할 때도 있고요. 상가에 2천개 점포가 절반은 개시를 못하고..."

예전 같으면 한창 북적대야 할 오후시간. 하지만 최근에는 옷을 고르는 손님보다 자리를 지키는 상인들이 더 많습니다.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이 많다보니 아예 자리를 펴고 낮잠을 청하기도 합니다. 불황에 가장 먼저 지갑을 닫는 항목이 의류비다 보니 직격탄을 맞은 것입니다.

여성복 판매만 30년 째. 동대문에서 잔뼈가 굵은 이용자 씨도 요즘 같이 손님이 없기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이용자(의류판매업자) : "이런 게(세금계산서) 100장 이상 있어야 되잖아요. 근데 이게 다예요 이렇게... 이런 악조건의 불경기는 아주 30년 동안에 처음이에요."

하루도 빠짐없이 점포를 지키지만 월 40여만 원의 임대료 내기에도 빠듯한 형편인데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두 달 전에는 함께 일하던 직원도 내보냈습니다.

요즘에는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식사도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대신합니다.

새벽이면 물건을 떼러 온 지방 상인들로 불야성을 이루던 동대문도 옛 말입니다.

경남 마산에서 작은 옷가게를 운영하는 박명자 씨는 매주 한 번씩 동대문을 찾던 횟수를 한 달에 두어 번으로 줄였습니다.

<인터뷰> 박명자(의류판매업자) : "장사가 안 되니까 자주 못 오죠. 옛날에는 한 일주일에 한 번씩 왔는데 요즘에는 보름에 아니면 20일. 한 달 이렇게 들리고요."

의류업계에서 가장 매출이 많고 바쁘다는 겨울. 다른 계절 의류에 비해 마진이 커 이맘때 번 수입으로 내년을 준비해야 하지만 올해 상황은 최악입니다.

의류업계의 경기를 한눈에 알 수 있다는 서울 명동. 불황의 여파로 최근 속칭 ‘땡처리’가 늘어났지만 이마저도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기 어렵습니다.

두어 달 전만해도 제법 잘 나가는 옷가게였던 이 점포도 폐업정리한 후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비어 있습니다.

<인터뷰> 김지연(의류매장 직원) : "단돈 천원이라도 만원이라도 자기가 생각하고 계획하지 않은 것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해서 아니다 싶은 그건 절대 안사더라고요."

국내 중견 의류 제조업체들도 잇따라 무너지고 있습니다. 주요 백화점에 3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제법 탄탄했던 이 의류 업체도 10여일 전, 결국 이번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부도처리 됐습니다.

<녹취> 의류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디자인 패션에서는 선두브랜드였는데 역사도 제일 오래됐고. 이렇게 타격을 입으니까 너무나 지금 힘들어요."

지난 9월부터 불과 두 달 동안 중견 여성복업체와 남성 신사복 제조업체. 그리고 유명 유아 출산 브렌드 등 너댓 군데가 부도처리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 대형 백화점에 입점해 있던 해외 명품 의류 업체 몇몇도 최근 들어 사업을 접고 한국을 떠났습니다.

이처럼 의류업계가 어려워진 것은 금융시장 불안으로 소비 심리가 꽁꽁 얼었을 뿐만 아니라 환율 상승으로 중국 등 해외에서의 생산 비용이 급등하고 유럽과 일본에 의존하는 원단 값도 30%이상 올랐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원단을 수입해 국내 백화점에 납품하는 이 회사도 현재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지난 7월 계약 당시에 비해 50%이상 환율이 급등하면서 손해액만 2억이 넘었습니다.

<인터뷰> 유선희(의류 원단 수입 업체 대표) : "환차로 3~4개월 만에 2억이 마이너스가 된다 그러면요. 눈앞이 캄캄해요. 하고 싶은 생각 아무것도 없어요."

수입하는 업체나 수출하는 업체 모두 환율 때문에 힘든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경기 북부지역 2천 5백여 개 원단 수출업체의 기계 가동률은 현재 약 20%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주문은 줄고 환율은 오르는 이중고를 겪으며 일거리가 뚝 끊겼다고 합니다.

불황이 언제 끝날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지만 내년에는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어 더 큰 고민이라고 합니다.

<녹취> 의류 원단 수출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내년에도 계획이 없는 거지 결론적으로 수출 계획이. 지금 내년에 수출할 작업을 준비가 돼야 하는데 현재 준비상태가 없으니까 내년에도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고 봐야죠."

영업중단에 부도까지... 의류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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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싸도 안 사요…‘눈물의 세일’
    • 입력 2008-11-24 08:05:41
    • 수정2008-11-24 09: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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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겨울 추위처럼 서민들 주머니 사정도 꽁꽁 얼어붙었다고 하죠..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국내 산업 곳곳에서도 불황의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데요. 어느 곳이고 어렵긴 마찬가지겠지만 불황에는 외식비, 의류비부터 아끼잖아요. 그러다 보니 한 때는 호황이던 의류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들다고요. 이동환 기자... 요즘 의류업계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죠? 예 그렇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어렵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의류업계는 특히나 더욱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그나마 마진이 있는 겨울옷이 좀 팔려야 내년을 기약할 수 있는데 아무리 싸게 내 놓아도 사가는 사람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최근 IMF 때나 횡횡하던 속칭 ‘땡처리’가 등장했지만 요즘에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데요, 근근이 버티고는 있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르고, 부도설이 끊이지 않는 업체도 많습니다. 탄탄했던 국내 중소 의류업체마저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인데요 게다가 내년은 더 어려울 거라는 어두운 전망마저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의류업계에 불어 닥친 한파,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각종 니트와 스웨터 등이 무조건 2천원, 혹은 오늘만 5천원. 두툼한 겨울 바지도 두 장에 7천원. 가격을 내리고 또 내렸지만 거들떠보는 손님은 거의 없습니다. 옷 한 벌을 사는데 보고 또 보고, 한참을 꼼꼼히 살펴보다 결국 발길을 돌리니 상인들은 그야말로 울상인데요. <인터뷰> 김영숙(의류판매업자) : "옛날 같으면 진짜 하루 종일 손님들이 여기 밀려다니고 떠밀고 다니고 그랬는데 개시도 못할 때도 있고요. 상가에 2천개 점포가 절반은 개시를 못하고..." 예전 같으면 한창 북적대야 할 오후시간. 하지만 최근에는 옷을 고르는 손님보다 자리를 지키는 상인들이 더 많습니다.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이 많다보니 아예 자리를 펴고 낮잠을 청하기도 합니다. 불황에 가장 먼저 지갑을 닫는 항목이 의류비다 보니 직격탄을 맞은 것입니다. 여성복 판매만 30년 째. 동대문에서 잔뼈가 굵은 이용자 씨도 요즘 같이 손님이 없기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이용자(의류판매업자) : "이런 게(세금계산서) 100장 이상 있어야 되잖아요. 근데 이게 다예요 이렇게... 이런 악조건의 불경기는 아주 30년 동안에 처음이에요." 하루도 빠짐없이 점포를 지키지만 월 40여만 원의 임대료 내기에도 빠듯한 형편인데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두 달 전에는 함께 일하던 직원도 내보냈습니다. 요즘에는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식사도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대신합니다. 새벽이면 물건을 떼러 온 지방 상인들로 불야성을 이루던 동대문도 옛 말입니다. 경남 마산에서 작은 옷가게를 운영하는 박명자 씨는 매주 한 번씩 동대문을 찾던 횟수를 한 달에 두어 번으로 줄였습니다. <인터뷰> 박명자(의류판매업자) : "장사가 안 되니까 자주 못 오죠. 옛날에는 한 일주일에 한 번씩 왔는데 요즘에는 보름에 아니면 20일. 한 달 이렇게 들리고요." 의류업계에서 가장 매출이 많고 바쁘다는 겨울. 다른 계절 의류에 비해 마진이 커 이맘때 번 수입으로 내년을 준비해야 하지만 올해 상황은 최악입니다. 의류업계의 경기를 한눈에 알 수 있다는 서울 명동. 불황의 여파로 최근 속칭 ‘땡처리’가 늘어났지만 이마저도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기 어렵습니다. 두어 달 전만해도 제법 잘 나가는 옷가게였던 이 점포도 폐업정리한 후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비어 있습니다. <인터뷰> 김지연(의류매장 직원) : "단돈 천원이라도 만원이라도 자기가 생각하고 계획하지 않은 것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해서 아니다 싶은 그건 절대 안사더라고요." 국내 중견 의류 제조업체들도 잇따라 무너지고 있습니다. 주요 백화점에 3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제법 탄탄했던 이 의류 업체도 10여일 전, 결국 이번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부도처리 됐습니다. <녹취> 의류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디자인 패션에서는 선두브랜드였는데 역사도 제일 오래됐고. 이렇게 타격을 입으니까 너무나 지금 힘들어요." 지난 9월부터 불과 두 달 동안 중견 여성복업체와 남성 신사복 제조업체. 그리고 유명 유아 출산 브렌드 등 너댓 군데가 부도처리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 대형 백화점에 입점해 있던 해외 명품 의류 업체 몇몇도 최근 들어 사업을 접고 한국을 떠났습니다. 이처럼 의류업계가 어려워진 것은 금융시장 불안으로 소비 심리가 꽁꽁 얼었을 뿐만 아니라 환율 상승으로 중국 등 해외에서의 생산 비용이 급등하고 유럽과 일본에 의존하는 원단 값도 30%이상 올랐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원단을 수입해 국내 백화점에 납품하는 이 회사도 현재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지난 7월 계약 당시에 비해 50%이상 환율이 급등하면서 손해액만 2억이 넘었습니다. <인터뷰> 유선희(의류 원단 수입 업체 대표) : "환차로 3~4개월 만에 2억이 마이너스가 된다 그러면요. 눈앞이 캄캄해요. 하고 싶은 생각 아무것도 없어요." 수입하는 업체나 수출하는 업체 모두 환율 때문에 힘든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경기 북부지역 2천 5백여 개 원단 수출업체의 기계 가동률은 현재 약 20%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주문은 줄고 환율은 오르는 이중고를 겪으며 일거리가 뚝 끊겼다고 합니다. 불황이 언제 끝날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지만 내년에는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어 더 큰 고민이라고 합니다. <녹취> 의류 원단 수출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내년에도 계획이 없는 거지 결론적으로 수출 계획이. 지금 내년에 수출할 작업을 준비가 돼야 하는데 현재 준비상태가 없으니까 내년에도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고 봐야죠." 영업중단에 부도까지... 의류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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