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빼기 황소, ‘칡소’의 귀환

입력 2008.11.2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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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지용 시인의 '향수'라는 시가 있습니다.

이 시에 얼룩빼기 황소라는 구절이 나오는데요.

이 얼룩빼기 황소의 주인공이 우리 재래종 칡소라고 합니다.

칡덩쿨을 닮은 줄무늬가 있어서 칡소라고 하는데 수입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사라진 재래종 칡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승철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하얀색의 외국소와 맞붙은 검붉은 줄무늬의 소.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뿔로 밀어붙이며 싸움을 벌입니다.

마치 미국 들소를 연상시키지만 우리 재래종 칡소입니다.

칠성이라는 이름의 이 소는 전국 소싸움 대회에서 3번이나 우승한 1톤 짜리 무제한 급의 제왕.

결국 사람을 받은 적도 있다는 사나운 외국소도 10분을 견디지 못하고 줄행랑을 놓습니다.

얼룩무늬 칡소의 용맹함은 소싸움 판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로 호랑이를 물리치는 소로도 유명합니다.

<인터뷰> 변승영(청도공영사업공사 반장) : "칡소가 호랑이를 주인을 보호한다고 소 밑으로 들어간단 말이야. 이렇게 보호를 해서 호랑이가 못 달려들도록 하고, 사람을 요 새에 딱 넣어서 호랑이를 이겨가지고 그래가지고 주인하고 집에 왔다는 전설이..."



칠성이는 평소엔 이렇게 사람이 타도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로 온순합니다.

하지만 싸움판에만 가면 적수가 없을 정도로 용맹한 소로 변합니다.

칡소는 고구려 벽화에 검은소와 누런소와 함께 얼룩소로 표현될 정도로 우리 민족과 오랜 세월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지난 38년 한우 심사표준을 정하면서 조선은 적색, 지금의 황색 한우로 털 색깔을 통일하면서 잡소 취급을 받으면서 우리 곁에서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칡소 7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이 농가는 지난해 주변 농가 7곳과 함께 영농조합을 만들어 칡소 복원에 본격 나서고 있습니다.

일반 한우보다 힘이 좋은데다, 고기 맛에서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아 특화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인터뷰> 이기호(칡소 사육농장 주인) : "평상시 때 한우하고 칡소하고 같이 넣어두지만 한우가 칡소에 져요. 힘에서 밀리고 밥을 먹어도 먼저 칡소 흑소가 먹고 나머지가 순번에서 한우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전국에 남아있는 칡소는 고작 4~500마리로 두수로만 보면 멸종 위기 동물 수준입니다.

마리 수를 늘리는 일이 시급합니다.

동물 자원 확보라는 측면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재래종.

인간의 장기와 가장 비슷해 주목받고 있는 한국 재래종 돼지.

비슷하게 생겼지만 통영, 당진, 장수 등 3개 품종으로 분화돼 복원된 우리 흑염소.

여기에 색깔별로 6개 품종이 확립돼 농가 보급까지 진행되고 있는 재래닭까지.

<인터뷰> 손동수(농촌진흥청 가축유전자원시험장장) : "우리 조사결과 우리나라 재래가축의 한 31%가 멸종위기에 있습니다. 상당히 심각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죠. 칡소라든지 재래돼지라든지 이것 빨리 증식시켜서 멸종위기를 막아야."

더 늦기 전에 사라져가는 것을 막고 그 중요성에 눈을 떠야할 시기라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이승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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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룩빼기 황소, ‘칡소’의 귀환
    • 입력 2008-11-24 08: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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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지용 시인의 '향수'라는 시가 있습니다. 이 시에 얼룩빼기 황소라는 구절이 나오는데요. 이 얼룩빼기 황소의 주인공이 우리 재래종 칡소라고 합니다. 칡덩쿨을 닮은 줄무늬가 있어서 칡소라고 하는데 수입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사라진 재래종 칡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승철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하얀색의 외국소와 맞붙은 검붉은 줄무늬의 소.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뿔로 밀어붙이며 싸움을 벌입니다. 마치 미국 들소를 연상시키지만 우리 재래종 칡소입니다. 칠성이라는 이름의 이 소는 전국 소싸움 대회에서 3번이나 우승한 1톤 짜리 무제한 급의 제왕. 결국 사람을 받은 적도 있다는 사나운 외국소도 10분을 견디지 못하고 줄행랑을 놓습니다. 얼룩무늬 칡소의 용맹함은 소싸움 판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로 호랑이를 물리치는 소로도 유명합니다. <인터뷰> 변승영(청도공영사업공사 반장) : "칡소가 호랑이를 주인을 보호한다고 소 밑으로 들어간단 말이야. 이렇게 보호를 해서 호랑이가 못 달려들도록 하고, 사람을 요 새에 딱 넣어서 호랑이를 이겨가지고 그래가지고 주인하고 집에 왔다는 전설이..." 칠성이는 평소엔 이렇게 사람이 타도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로 온순합니다. 하지만 싸움판에만 가면 적수가 없을 정도로 용맹한 소로 변합니다. 칡소는 고구려 벽화에 검은소와 누런소와 함께 얼룩소로 표현될 정도로 우리 민족과 오랜 세월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지난 38년 한우 심사표준을 정하면서 조선은 적색, 지금의 황색 한우로 털 색깔을 통일하면서 잡소 취급을 받으면서 우리 곁에서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칡소 7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이 농가는 지난해 주변 농가 7곳과 함께 영농조합을 만들어 칡소 복원에 본격 나서고 있습니다. 일반 한우보다 힘이 좋은데다, 고기 맛에서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아 특화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인터뷰> 이기호(칡소 사육농장 주인) : "평상시 때 한우하고 칡소하고 같이 넣어두지만 한우가 칡소에 져요. 힘에서 밀리고 밥을 먹어도 먼저 칡소 흑소가 먹고 나머지가 순번에서 한우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전국에 남아있는 칡소는 고작 4~500마리로 두수로만 보면 멸종 위기 동물 수준입니다. 마리 수를 늘리는 일이 시급합니다. 동물 자원 확보라는 측면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재래종. 인간의 장기와 가장 비슷해 주목받고 있는 한국 재래종 돼지. 비슷하게 생겼지만 통영, 당진, 장수 등 3개 품종으로 분화돼 복원된 우리 흑염소. 여기에 색깔별로 6개 품종이 확립돼 농가 보급까지 진행되고 있는 재래닭까지. <인터뷰> 손동수(농촌진흥청 가축유전자원시험장장) : "우리 조사결과 우리나라 재래가축의 한 31%가 멸종위기에 있습니다. 상당히 심각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죠. 칡소라든지 재래돼지라든지 이것 빨리 증식시켜서 멸종위기를 막아야." 더 늦기 전에 사라져가는 것을 막고 그 중요성에 눈을 떠야할 시기라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이승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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