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중국산 돼지 내장, 미국산 둔갑…먹을거리 불안

입력 2008.12.22 (08:50) 수정 2008.12.22 (09:1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지난해 구제역으로 수입이 전면 금지됐던 중국산 돼지 내장가공품이 대량유통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네. 유통된 중국산 돼지 내장가공품은 국내 소시지, 햄 등 제조에 사용됐습니다. 아이들이 즐겨먹는 음식인 만큼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이 더 높아졌는데요.

이동환 기자. 금지 품목이 어떻게 유통된 거죠?

네. 바로 국적 세탁입니다. 중국산 돼지 내장이 미국을 거쳐 수입되면서 미국산으로 둔갑한 건데요.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양내장도 호주를 거쳐 수입되면서 버젓이 호주산으로 유통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업체들은 수입필증만으로 아무 의심 없이 햄, 소시지 제조에 사용해 왔다고 하지만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도 수사중입니다.

국적세탁을 통해 대량 유통된 내장 가공품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창고 한켠에 쌓여있는 파란 드럼통을 열자 소시지 껍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돼지 내장 가공품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모두 원산지가 미국으로 선명하게 표기돼 있는데요. 하지만 원산지 표기와는 달리 중국산 돼지내장가공품이 미국으로 건너가 국적이 세탁된 뒤 미국산으로 둔갑해 국내로 반입된 것들입니다.

<인터뷰> 이석주(부산세관 조사관) : "원산지가 미국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은 중국에서 가공된 것인데 미국에서 가공 생산된 것처럼 위장된 겁니다."

중국산 돼지 내장은 지난해 구제역 발생으로 수입이 전면 금지됐는데요. 하지만 국적 세탁을 통해 2006년부터 최근까지 무려 360여 톤, 약 1,277억 원 상당이 국내에 유통된 걸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부산 해경은 중국산 돼지 내장을 미국산으로 둔갑시켜 유통시킨 혐의로 축산물 수입업체 대표 46살 남 모씨를 구속했는데요.. 남 씨는 중국산인지 몰랐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녹취> 남00(수입업체 대표) : "중국산 아닙니다. 미국산을 가공해서 미국산을 생산해서 한국으로 들어온 게 맞고 미국산 맞습니다."

하지만 남씨가 사전에 이 돼지 내장들이 중국산 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지난 1월, 남 모씨가 미국에 있는 돼지 돈장 수출업체 담당자와 주고 받은 이메일 내용입니다. 여기서 남씨는 "수입된 돈장에서 금속, 털, 플라스틱, 튜브조각, 검정파편들이 나왔다" "금속은 최종 소비자가 소시지에서 직접 찾았다" "중국공장에서 이를 확인하고 답장해 달라" 는 내용을 써서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이현철(부산해경 형사2팀장) : "국내 (햄 제조)업체 관계자를 데리고 중국에 가서 상황 설명을 하고 공정 과정 시찰을 시킨 걸로 봐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는 거죠."

그렇다면, 이렇게 수입된 돼지 내장가공품은 어디에 쓰이는 걸까, 대부분 쫄깃하고 고소한 맛을 내는 소시지껍질에 주로 쓰인다는데요.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일반 소시지 가격보다 2배 가량 더 주고 사야하는 고급 수제 소시지나 일부 프리미엄 소시지상품에 주로 사용됐다고 합니다.

해경은 그동안 국내에서 돼지 내장가공품을 자체 생산할 기술이 없어 모두 수입에 의존해왔던만큼 국내 육가공제품 대부분에 중국산 돼지 내장이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햄 제조업체들은 미국산 수입필증이 붙어 있어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는데요.

<녹취> 햄 제조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공공기관에서 내 준 수입 신고필증에 원산지 표시가 되어 있고, 우리가 직접 수입하는 게 아니니까 모르죠. 저희들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마트에서는 문제가 제기된 해당 상품 10여 종 정도를 전량 회수하는 등 조치에 나섰습니다.

<녹취> 대형마트 관계자(음성변조) : "판매를 중지했고요. 환불 또는 다른 상품으로 교환해 드립니다."

하지만 가족의 식탁을 책임지는 주부들은 주요반찬이었던 소시지, 햄 파동으로 또다시 먹을거리 불안에 횝싸였습니다.

<인터뷰> 박경리(서울시 공덕동) : "좀 더 비싸면 좋은 재료 썼겠지... 하고 샀는데 실상 그렇지 않으니까 뭘 믿고 무엇을 사야 할지 모르겠어요."

최근 논란은 중국산 돼지 내장에서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03년부터 광우병위험으로 호주와 뉴질랜드 산을 제외하고 모두 수입이 금지된 양 내장도 호주산으로 둔갑돼 수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는데요.

경찰은 지난 2006년부터 올 8월까지 약 25톤 정도가 국내로 반입된 걸로 보고 사실 확인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현철(부산해경 형사2팀장) : "양 내장도 돈장과 같이 미국에서 가공된 양 내장이 호주로 건너가서 호주산으로 둔갑해 다시 국내로 수입된 정황을 포착해서 그 부분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구제역이나 광우병 위험이 있는 돼지돈장, 양 내장 등은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는 만큼 무엇보다 철저한 검역이 뒷받침 돼야 한다며 강력한 대처 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인터뷰> 박상표(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 : "구제역은 인수공통 전염병이기 때문에 사람의 어떤 입 주위나 피부에 수포를 일으킨다든지 입안에 궤양을 일으킨다든지 아주 건강이 취약한 계층에게는 위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해경은 미국 검역당국의 통보를 받고도 문제가 된 돼지 내장을 정상통관시킨 수의과학검역원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또 다른 축산물 수입업체들에 대한 수사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업자들의 비양심과 검역 당국의 안일함이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점점 더 키우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현장] 중국산 돼지 내장, 미국산 둔갑…먹을거리 불안
    • 입력 2008-12-22 08:21:13
    • 수정2008-12-22 09:10:39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지난해 구제역으로 수입이 전면 금지됐던 중국산 돼지 내장가공품이 대량유통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네. 유통된 중국산 돼지 내장가공품은 국내 소시지, 햄 등 제조에 사용됐습니다. 아이들이 즐겨먹는 음식인 만큼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이 더 높아졌는데요. 이동환 기자. 금지 품목이 어떻게 유통된 거죠? 네. 바로 국적 세탁입니다. 중국산 돼지 내장이 미국을 거쳐 수입되면서 미국산으로 둔갑한 건데요.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양내장도 호주를 거쳐 수입되면서 버젓이 호주산으로 유통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업체들은 수입필증만으로 아무 의심 없이 햄, 소시지 제조에 사용해 왔다고 하지만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도 수사중입니다. 국적세탁을 통해 대량 유통된 내장 가공품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창고 한켠에 쌓여있는 파란 드럼통을 열자 소시지 껍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돼지 내장 가공품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모두 원산지가 미국으로 선명하게 표기돼 있는데요. 하지만 원산지 표기와는 달리 중국산 돼지내장가공품이 미국으로 건너가 국적이 세탁된 뒤 미국산으로 둔갑해 국내로 반입된 것들입니다. <인터뷰> 이석주(부산세관 조사관) : "원산지가 미국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은 중국에서 가공된 것인데 미국에서 가공 생산된 것처럼 위장된 겁니다." 중국산 돼지 내장은 지난해 구제역 발생으로 수입이 전면 금지됐는데요. 하지만 국적 세탁을 통해 2006년부터 최근까지 무려 360여 톤, 약 1,277억 원 상당이 국내에 유통된 걸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부산 해경은 중국산 돼지 내장을 미국산으로 둔갑시켜 유통시킨 혐의로 축산물 수입업체 대표 46살 남 모씨를 구속했는데요.. 남 씨는 중국산인지 몰랐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녹취> 남00(수입업체 대표) : "중국산 아닙니다. 미국산을 가공해서 미국산을 생산해서 한국으로 들어온 게 맞고 미국산 맞습니다." 하지만 남씨가 사전에 이 돼지 내장들이 중국산 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지난 1월, 남 모씨가 미국에 있는 돼지 돈장 수출업체 담당자와 주고 받은 이메일 내용입니다. 여기서 남씨는 "수입된 돈장에서 금속, 털, 플라스틱, 튜브조각, 검정파편들이 나왔다" "금속은 최종 소비자가 소시지에서 직접 찾았다" "중국공장에서 이를 확인하고 답장해 달라" 는 내용을 써서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이현철(부산해경 형사2팀장) : "국내 (햄 제조)업체 관계자를 데리고 중국에 가서 상황 설명을 하고 공정 과정 시찰을 시킨 걸로 봐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는 거죠." 그렇다면, 이렇게 수입된 돼지 내장가공품은 어디에 쓰이는 걸까, 대부분 쫄깃하고 고소한 맛을 내는 소시지껍질에 주로 쓰인다는데요.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일반 소시지 가격보다 2배 가량 더 주고 사야하는 고급 수제 소시지나 일부 프리미엄 소시지상품에 주로 사용됐다고 합니다. 해경은 그동안 국내에서 돼지 내장가공품을 자체 생산할 기술이 없어 모두 수입에 의존해왔던만큼 국내 육가공제품 대부분에 중국산 돼지 내장이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햄 제조업체들은 미국산 수입필증이 붙어 있어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는데요. <녹취> 햄 제조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공공기관에서 내 준 수입 신고필증에 원산지 표시가 되어 있고, 우리가 직접 수입하는 게 아니니까 모르죠. 저희들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마트에서는 문제가 제기된 해당 상품 10여 종 정도를 전량 회수하는 등 조치에 나섰습니다. <녹취> 대형마트 관계자(음성변조) : "판매를 중지했고요. 환불 또는 다른 상품으로 교환해 드립니다." 하지만 가족의 식탁을 책임지는 주부들은 주요반찬이었던 소시지, 햄 파동으로 또다시 먹을거리 불안에 횝싸였습니다. <인터뷰> 박경리(서울시 공덕동) : "좀 더 비싸면 좋은 재료 썼겠지... 하고 샀는데 실상 그렇지 않으니까 뭘 믿고 무엇을 사야 할지 모르겠어요." 최근 논란은 중국산 돼지 내장에서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03년부터 광우병위험으로 호주와 뉴질랜드 산을 제외하고 모두 수입이 금지된 양 내장도 호주산으로 둔갑돼 수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는데요. 경찰은 지난 2006년부터 올 8월까지 약 25톤 정도가 국내로 반입된 걸로 보고 사실 확인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현철(부산해경 형사2팀장) : "양 내장도 돈장과 같이 미국에서 가공된 양 내장이 호주로 건너가서 호주산으로 둔갑해 다시 국내로 수입된 정황을 포착해서 그 부분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구제역이나 광우병 위험이 있는 돼지돈장, 양 내장 등은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는 만큼 무엇보다 철저한 검역이 뒷받침 돼야 한다며 강력한 대처 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인터뷰> 박상표(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 : "구제역은 인수공통 전염병이기 때문에 사람의 어떤 입 주위나 피부에 수포를 일으킨다든지 입안에 궤양을 일으킨다든지 아주 건강이 취약한 계층에게는 위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해경은 미국 검역당국의 통보를 받고도 문제가 된 돼지 내장을 정상통관시킨 수의과학검역원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또 다른 축산물 수입업체들에 대한 수사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업자들의 비양심과 검역 당국의 안일함이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점점 더 키우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