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다중시설 공기호흡기 전시용?

입력 2009.01.15 (21:58) 수정 2009.01.1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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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불 났을 때 나오는 유독가스에 대비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엔 꼭 공기 호흡기를 설치하게 돼 있습니다. 설치는 했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현장 추적 박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190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의 주범은 유독가스였습니다.

이듬해부터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설엔 공기호흡기 설치가 의무화됐습니다.

하루에만 수 천명이 찾는 서울의 한 영화관입니다.

공기호흡기는 고작 넉 대가 있을 뿐입니다.

한번 켜 볼께요... 이거 작동 안되는데요...

호흡기 안의 공기는 3개월에 한번 씩 바꿔줘야 하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듯 합니다.

<녹취> 영화관 직원 : "(충전날짜 이런거 적어놓지 않나요?) 반드시 적어놔야 한다 이런 건 없기 때문에..."

유사시를 대비한 쓰임새를 기대하기보단 그저 형식적으로 호흡기를 갖다놓는 것입니다.

이 대형마트에서도 공기호흡기는 눈에 띄지도 않는 창고 구석에 놓인채 먼지만 수북합니다.

그나마 호흡기를 사용할 줄 아는 직원도 거의 없습니다.

<인터뷰> 직원 : "죽는 줄 알았습니다. 숨이 안 쉬어져서 어떻게든 빨리 해보려고 했는데 모르니까 못하겠습니다."

호흡기 자체가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으면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녹취> 공기호흡기 제조업체 관계자 : "조작을 못하죠 레바를 돌리고 어느정도 써야 정확하게 쓰는 건지 가능할것 같아요?"

소방당국은 2년에 한번, 각 시설마다 한 명있는 방화관리자를 교육하는 것만으로 할 도리를 다했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이강일(소방방재청 소방제도과 팀장) : "방화관리자 수가 워낙 많고 2년에 한번 씩 8시간 장시간 교육하기 때문에..."

이런 형식적인 관리는 지하철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녹취> 역무원 : "이게 지금 센 거예요. 내가 지금 여기를 조였는데 여기(밸브)가 꽉 조여져 있지 않았어요."

이처럼 여기저기에 공기호흡기가 있지만 위급상황에서 제대로 쓸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습니다.

공기호흡기가 비치된 시설의 직원들조차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비치된 공기호흡기의 절반 정도는 아예 10년 이상 된 노후 장비입니다.

<녹취> 소방방재청 관계자 : "지하철 공기호흡기는 서울에 있는거는 소방서에서 쓰고 남은걸로 배치했던가 내 버리기 아까우니까..."

소방당국 조차 호흡기의 진정한 용도보단 규정만 지키면 그만 아니냐는 식인 겁니다.

그래서인지 공기호흡기가 어느 시설에, 얼마나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서울에만 모두 6백여곳의 시설에 4천여 대의 공기호흡기가 비치돼 있습니다.

현장추적 박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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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다중시설 공기호흡기 전시용?
    • 입력 2009-01-15 21:07:02
    • 수정2009-01-15 22: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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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불 났을 때 나오는 유독가스에 대비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엔 꼭 공기 호흡기를 설치하게 돼 있습니다. 설치는 했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현장 추적 박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190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의 주범은 유독가스였습니다. 이듬해부터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설엔 공기호흡기 설치가 의무화됐습니다. 하루에만 수 천명이 찾는 서울의 한 영화관입니다. 공기호흡기는 고작 넉 대가 있을 뿐입니다. 한번 켜 볼께요... 이거 작동 안되는데요... 호흡기 안의 공기는 3개월에 한번 씩 바꿔줘야 하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듯 합니다. <녹취> 영화관 직원 : "(충전날짜 이런거 적어놓지 않나요?) 반드시 적어놔야 한다 이런 건 없기 때문에..." 유사시를 대비한 쓰임새를 기대하기보단 그저 형식적으로 호흡기를 갖다놓는 것입니다. 이 대형마트에서도 공기호흡기는 눈에 띄지도 않는 창고 구석에 놓인채 먼지만 수북합니다. 그나마 호흡기를 사용할 줄 아는 직원도 거의 없습니다. <인터뷰> 직원 : "죽는 줄 알았습니다. 숨이 안 쉬어져서 어떻게든 빨리 해보려고 했는데 모르니까 못하겠습니다." 호흡기 자체가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으면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녹취> 공기호흡기 제조업체 관계자 : "조작을 못하죠 레바를 돌리고 어느정도 써야 정확하게 쓰는 건지 가능할것 같아요?" 소방당국은 2년에 한번, 각 시설마다 한 명있는 방화관리자를 교육하는 것만으로 할 도리를 다했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이강일(소방방재청 소방제도과 팀장) : "방화관리자 수가 워낙 많고 2년에 한번 씩 8시간 장시간 교육하기 때문에..." 이런 형식적인 관리는 지하철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녹취> 역무원 : "이게 지금 센 거예요. 내가 지금 여기를 조였는데 여기(밸브)가 꽉 조여져 있지 않았어요." 이처럼 여기저기에 공기호흡기가 있지만 위급상황에서 제대로 쓸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습니다. 공기호흡기가 비치된 시설의 직원들조차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비치된 공기호흡기의 절반 정도는 아예 10년 이상 된 노후 장비입니다. <녹취> 소방방재청 관계자 : "지하철 공기호흡기는 서울에 있는거는 소방서에서 쓰고 남은걸로 배치했던가 내 버리기 아까우니까..." 소방당국 조차 호흡기의 진정한 용도보단 규정만 지키면 그만 아니냐는 식인 겁니다. 그래서인지 공기호흡기가 어느 시설에, 얼마나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서울에만 모두 6백여곳의 시설에 4천여 대의 공기호흡기가 비치돼 있습니다. 현장추적 박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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