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입시 자율과 대학의 책임

입력 2009.01.30 (06:49) 수정 2009.01.3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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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해설위원]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가 새해 들어 잇달아 2012년도 입시전형에 대한 큰 그림을 공개했습니다. 연세대는 특히 수시모집에서 대학별 고사를 도입하기로 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연세대는 수 십 년 동안 본고사를 금지했지만 사교육비는 결코 줄지 않았다고 강변하면서 오히려 선발방식을 다양화해서 대학별 고사, 내신, 입학사정관제도라는 3개의 축을 적절히 가동하면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고려대는 총 정원의 5배수를 수능으로 선발해 사회봉사활동과 교내외 활동 경력, 교장추천 등을 기준으로 뽑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수능점수 1, 2점으로 경쟁하지 않고 인성과 자질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잘 가르치겠다는 설명입니다.
명문 사학 연세대와 고려대의 신입생 선발 방식은 전체 대학입시의 향방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정부의 대학입시 자율화 선언 이후 대학 간 조정 없이 이렇듯 대학마다 독자적인 제도를 선언하고 나선다면 수험생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초 대학 간 협의체인 대학교육협의회가 정부에서 대학입시 권한을 이양 받으면서 손병두 대교협 회장은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대학들의 협의를 통해 자체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은 두 대학의 이번 발표로 허언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번 입시에서 일부 대학의 특목고 출신 수험생에 대한 노골적 우대 의혹, 본고사 형태의 논술 문제 출제, 논술 형 면접 등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지만 대교협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습니다. 조정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대교협에 대해 국회가 권한 강화 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대교협은 선뜻 칼자루를 잡고 싶지 않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두 대학의 발표가 성급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본고사 실시로 사교육비가 늘 것이라는 우려는 떨칠 수 없습니다.
수능으로 정원보다 훨씬 많은 학생을 뽑고 그 중에서 자질과 인성이 좋은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엄격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한 기준이 우선 마련돼야 합니다.
자율은 어렵고 자율에 따르는 책임은 더욱 무겁습니다. 새 입시안은 충분한 현장조사를 통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야 하고 과학적이어야 합니다. 대입 자율화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대교협은 대학들의 상충되는 이해를 잘 조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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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입시 자율과 대학의 책임
    • 입력 2009-01-30 06:11:34
    • 수정2009-01-30 09:11:51
    뉴스광장 1부
[이정옥 해설위원]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가 새해 들어 잇달아 2012년도 입시전형에 대한 큰 그림을 공개했습니다. 연세대는 특히 수시모집에서 대학별 고사를 도입하기로 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연세대는 수 십 년 동안 본고사를 금지했지만 사교육비는 결코 줄지 않았다고 강변하면서 오히려 선발방식을 다양화해서 대학별 고사, 내신, 입학사정관제도라는 3개의 축을 적절히 가동하면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고려대는 총 정원의 5배수를 수능으로 선발해 사회봉사활동과 교내외 활동 경력, 교장추천 등을 기준으로 뽑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수능점수 1, 2점으로 경쟁하지 않고 인성과 자질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잘 가르치겠다는 설명입니다. 명문 사학 연세대와 고려대의 신입생 선발 방식은 전체 대학입시의 향방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정부의 대학입시 자율화 선언 이후 대학 간 조정 없이 이렇듯 대학마다 독자적인 제도를 선언하고 나선다면 수험생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초 대학 간 협의체인 대학교육협의회가 정부에서 대학입시 권한을 이양 받으면서 손병두 대교협 회장은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대학들의 협의를 통해 자체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은 두 대학의 이번 발표로 허언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번 입시에서 일부 대학의 특목고 출신 수험생에 대한 노골적 우대 의혹, 본고사 형태의 논술 문제 출제, 논술 형 면접 등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지만 대교협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습니다. 조정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대교협에 대해 국회가 권한 강화 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대교협은 선뜻 칼자루를 잡고 싶지 않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두 대학의 발표가 성급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본고사 실시로 사교육비가 늘 것이라는 우려는 떨칠 수 없습니다. 수능으로 정원보다 훨씬 많은 학생을 뽑고 그 중에서 자질과 인성이 좋은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엄격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한 기준이 우선 마련돼야 합니다. 자율은 어렵고 자율에 따르는 책임은 더욱 무겁습니다. 새 입시안은 충분한 현장조사를 통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야 하고 과학적이어야 합니다. 대입 자율화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대교협은 대학들의 상충되는 이해를 잘 조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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