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땅에 떨어진 도덕성

입력 2009.02.07 (08:11) 수정 2009.02.0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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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삼 해설위원]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사건이 났습니다.

민주노총 간부의 여성 조합원 성폭력입니다.

내부에서 조차 거센 비난이 쏟아집니다.

민노총의 한 전직 간부는 그 조직에 몸 담았던 사실이 부끄럽고 통탄스럽다고 고백했습니다.

일부 노조 간부들의 도덕성이 무너진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채용 비리가 있었는가 하면 억대의 조합비를 빼돌리기도 했습니다.

성폭행까지 하려 했습니다.

이제 무슨 도덕성을 더 논해야할지 모를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피해 여성 측은 당시 도피 중이던 이석행 위원장을 숨겨준 경위를 경찰에 거짓으로 말하라고 민노총 간부들에게 회유 받은 뒤 성폭력을 당했다고 합니다.

사실이라면 이 위원장의 도피와 은신 경위를 민노총 간부들이 조작하려했던 것이 돼 또 다른 폭발력이 있습니다.

이는 반드시 밝혀져야 할 중요한 대목입니다.

민노총은 지난해 말 자체조사를 벌여 해당 간부를 보직해임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를 축소하려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시원한 설명이 들리지 않습니다.

민주노총은 지난 95년 노동자를 대표하는 민주적인 전국중앙조직임을 선언하고 탄생했습니다.

창립까지 2천여 명이 구속되는 등 큰 희생이 따랐습니다.

현재 조합원 수는 60여 만 명으로 한국노총과 노동계의 양 축을 이룹니다.

민노총 사태로 일자리 나누기를 추진 중인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에도 당장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민노총이 빠지고 한국노총만 참여한다면 노사의 고통분담 등에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민노총에 대한 국민의 실망은 어느 때보다 큽니다.

조합원들마저 깃발을 내리라고 합니다.

이런 중앙 조직을 믿고 현장에서 어떻게 투쟁 하겠느냐고 울분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경제위기 속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려오는데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하소연합니다.

국민의 시선은 이 사건의 진실과 함께 민노총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쏠렸습니다.

타락한 내부 조직을 새롭게 정비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일도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들에게 힘을 실어줄 국민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자리와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 현안들이 쌓여있습니다.

갈 길이 멉니다.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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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땅에 떨어진 도덕성
    • 입력 2009-02-07 07:25:16
    • 수정2009-02-07 14:43:40
    뉴스광장 1부
[이준삼 해설위원]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사건이 났습니다. 민주노총 간부의 여성 조합원 성폭력입니다. 내부에서 조차 거센 비난이 쏟아집니다. 민노총의 한 전직 간부는 그 조직에 몸 담았던 사실이 부끄럽고 통탄스럽다고 고백했습니다. 일부 노조 간부들의 도덕성이 무너진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채용 비리가 있었는가 하면 억대의 조합비를 빼돌리기도 했습니다. 성폭행까지 하려 했습니다. 이제 무슨 도덕성을 더 논해야할지 모를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피해 여성 측은 당시 도피 중이던 이석행 위원장을 숨겨준 경위를 경찰에 거짓으로 말하라고 민노총 간부들에게 회유 받은 뒤 성폭력을 당했다고 합니다. 사실이라면 이 위원장의 도피와 은신 경위를 민노총 간부들이 조작하려했던 것이 돼 또 다른 폭발력이 있습니다. 이는 반드시 밝혀져야 할 중요한 대목입니다. 민노총은 지난해 말 자체조사를 벌여 해당 간부를 보직해임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를 축소하려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시원한 설명이 들리지 않습니다. 민주노총은 지난 95년 노동자를 대표하는 민주적인 전국중앙조직임을 선언하고 탄생했습니다. 창립까지 2천여 명이 구속되는 등 큰 희생이 따랐습니다. 현재 조합원 수는 60여 만 명으로 한국노총과 노동계의 양 축을 이룹니다. 민노총 사태로 일자리 나누기를 추진 중인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에도 당장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민노총이 빠지고 한국노총만 참여한다면 노사의 고통분담 등에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민노총에 대한 국민의 실망은 어느 때보다 큽니다. 조합원들마저 깃발을 내리라고 합니다. 이런 중앙 조직을 믿고 현장에서 어떻게 투쟁 하겠느냐고 울분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경제위기 속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려오는데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하소연합니다. 국민의 시선은 이 사건의 진실과 함께 민노총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쏠렸습니다. 타락한 내부 조직을 새롭게 정비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일도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들에게 힘을 실어줄 국민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자리와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 현안들이 쌓여있습니다. 갈 길이 멉니다.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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