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착오로 전재산 25억 날려

⊙앵커: 개발이 불가능한 행정림을 업자에게 개발하게 해 주겠다던 당국이 뒤늦게 발뺌하기에 급급합니다.
행정당국의 말만 믿었던 개발업자는 무려 20억원을 날렸습니다.
최진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충남 아산에 있는 한 석산입니다.
58살 조일형 씨가 이 산에 토석 채취를 위해 무려 20억원의 돈을 쏟아부은 곳입니다.
조 씨가 석산의 토석 채취허가권을 인수한 것은 지난 98년 11월.
그러나 이 석산은 이미 두 달 전인 그해 9월에 개발이 불가능한 행정림으로 묶인 상태였습니다.
담당자도 이를 몰랐습니다.
⊙부여 국유림관리소 당시 담당자: (행정림으로) 바뀐 걸 모르는 상태에서 사장님한테 추가 허가를 위해 이런 서류가 필요하다고 계속 얘기했죠.
⊙기자: 조 씨는 담당 공무원이 수해로 산사태가 난 곳을 정비하고 주민의 동의를 얻으면 토석 채취허가를 내주겠다고 한 말만 믿고 1차로 3억여 원을 들여 요구 사항을 모두 해결했습니다.
그러나 허가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보존지역이 돼 버린 사실을 모르고 민원을 해결하라고 한 자기들 잘못을 숨기고 이제 새삼스럽게 국도가시권 운운하면서 허가신청을 반려한 것입니다.
⊙조일형(석산개발업자): 애당초 허가 안 내줄 것이었는데 내줄 것처럼 해서 억울한 민원인만 만든 공무원 범죄예요.
⊙기자: 이미 예전에 공사를 한 곳인데다 담당 공무원이 조건부로 얘기한 모든 민원을 해결했기 때문에 반드시 허가가 날 것으로 보고 조 씨는 이곳에 전재산이다시피한 무려 20억원의 돈을 쏟아부었습니다.
허가가 날 수 없는 곳에 허가를 내주겠다고 한 산림청 부여 국유림 관리소는 자기들이 시키는 대로 다 한 조 씨가 계속 허가를 신청해 오자 서류까지 변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99년 12월 3일 서류를 접수했는데도 12월 6일 접수한 것처럼 공문서를 변조해 신청기일을 어겼다고 조 씨를 몰아붙이기까지 했습니다.
⊙당시 국유림 관리소장: 가지고 있다가 월요일에 접수하라고 그런 것 같습니다.
⊙기자: 말썽이 되자 검찰이 조사에 나섰습니다.
씨의 주장이 상당부분 받아들여져 당시 담당 계장이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그러나 당시 공무원 모두 가벼운 징계만 받았을 뿐 어느 누구도 책임진 사람은 없습니다.
어처구니없는 행정착오와 공무원의 억지로 한 시민이 전재산 20여 억원을 날리게 됐다며 억울해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최진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