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의 삶’ 김수환 추기경의 일대기

입력 2009.02.2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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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고인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삶 속에서 남긴 가치는 영원할 것입니다.

성직자인 동시에 한 사람의 인간이기도 했던 일대기를 박주경 기자가 돌아봅니다.

<리포트>

"사제 수품, 주교 임명 등 어떤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결국에는 받아들이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선 도망갈 방법은 없을까라는 궁리를 떨치지 못했다."

위대하게만 보였던 그의 인생도 내면적으론 보통 사람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번민와 고뇌의 나날이 있었습니다.

신부가 되라던 어머니 말씀에 가족들과 생이별을 했던 소년.

성직자로서의 수행의 길은 그렇게 어린 날부터 시작됩니다.

<녹취> 故 김수환 추기경 : "그 말을 들었을 때, 아닌데... 나는 아닌데... 하면서도 반대를 못했어요."

여염집의 밥 짓는 굴뚝 연기만 봐도 부러웠다던 그리움의 청년 시절을 지나...

40대의 이른 나이에 추기경 자리에 오르고...

그는 그 길을 명예의 주단이 아닌 소외된 이들을 위한 가시밭길로 택했습니다.

가난한 이웃과 투사들을 위해 기꺼이 그늘이 되어주면서도 직접 그 현장에 서지 못한 것을 한으로 여겼습니다.

<녹취> 故 김수환 추기경 : "정말 흥분된 상태였고, 시민들과 함께 싸우고 싶은 그런 충동까지 들었다."

민주화의 뿌리가 자라고 세상이 바뀌었을 무렵 그는 일선에서 조용히 물러납니다.

이 때부터는 이웃 할아버지 같은 넉넉함으로 힘든 고비마다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건넸습니다.

언제나 그렇게 가까이서 함께 할 것 같았는데 여든일곱 노구를 벗고 우리에게 작별을 고합니다.

두 눈을 이웃에 남기고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녹취> 故 김수환 추기경 : "모든 것을 당신 품 안에 안아주시고 죽음의 골짜기로 간다해도 두려울 것 없을 만큼 자유로우니까요..."

일평생 어깨에 얹혀있던 소명의 무게로 숱한 밤을 불면으로 지새웠다는 고 김수환 추기경.

이제 모든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그가 섬기던 신의 품에 안겼습니다.

KBS 뉴스 박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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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소유의 삶’ 김수환 추기경의 일대기
    • 입력 2009-02-20 21:20:37
    뉴스 9
<앵커 멘트> 고인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삶 속에서 남긴 가치는 영원할 것입니다. 성직자인 동시에 한 사람의 인간이기도 했던 일대기를 박주경 기자가 돌아봅니다. <리포트> "사제 수품, 주교 임명 등 어떤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결국에는 받아들이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선 도망갈 방법은 없을까라는 궁리를 떨치지 못했다." 위대하게만 보였던 그의 인생도 내면적으론 보통 사람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번민와 고뇌의 나날이 있었습니다. 신부가 되라던 어머니 말씀에 가족들과 생이별을 했던 소년. 성직자로서의 수행의 길은 그렇게 어린 날부터 시작됩니다. <녹취> 故 김수환 추기경 : "그 말을 들었을 때, 아닌데... 나는 아닌데... 하면서도 반대를 못했어요." 여염집의 밥 짓는 굴뚝 연기만 봐도 부러웠다던 그리움의 청년 시절을 지나... 40대의 이른 나이에 추기경 자리에 오르고... 그는 그 길을 명예의 주단이 아닌 소외된 이들을 위한 가시밭길로 택했습니다. 가난한 이웃과 투사들을 위해 기꺼이 그늘이 되어주면서도 직접 그 현장에 서지 못한 것을 한으로 여겼습니다. <녹취> 故 김수환 추기경 : "정말 흥분된 상태였고, 시민들과 함께 싸우고 싶은 그런 충동까지 들었다." 민주화의 뿌리가 자라고 세상이 바뀌었을 무렵 그는 일선에서 조용히 물러납니다. 이 때부터는 이웃 할아버지 같은 넉넉함으로 힘든 고비마다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건넸습니다. 언제나 그렇게 가까이서 함께 할 것 같았는데 여든일곱 노구를 벗고 우리에게 작별을 고합니다. 두 눈을 이웃에 남기고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녹취> 故 김수환 추기경 : "모든 것을 당신 품 안에 안아주시고 죽음의 골짜기로 간다해도 두려울 것 없을 만큼 자유로우니까요..." 일평생 어깨에 얹혀있던 소명의 무게로 숱한 밤을 불면으로 지새웠다는 고 김수환 추기경. 이제 모든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그가 섬기던 신의 품에 안겼습니다. KBS 뉴스 박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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