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서 한국인 테러…현지 교민 ‘불안’

입력 2009.03.2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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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3월 셋째 주, 특파원 현장보고입니다.

이번 주 중동 예멘에서 일어난 연쇄 테러의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두 건의 테러는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잠정 결론지어지고 있습니다만 왜 알카에다가 한국인을 겨냥했는지에 대한 분석과 견해는 분분합니다.

이런 불안한 상황 속에서 예멘에 사는 교민들의 철수도 시작됐습니다. 여기서 정창준 중동 특파원을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질문>

정 특파원!, 예멘 현지에 취재를 다녀오셨는데 이번 테러 수사, 어떻게 돼 가고 있습니까?

<답변>

아직 예멘당국의 공식적인 수사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멘당국은 한국인 대상 두 건의 테러 모두 알카에다의 자살폭탄테러로 결론지어가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예멘당국은 테러 현장에서 발견된 신분증 등을 근거로 자폭테러범의 신원을 전하고 있는데, 자폭테러범들의 나이가 모두 10대라는 점이 특이합니다.

세계 최빈국의 하나인 예멘에서 가난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가족을 위해 돈을 벌 목적으로 자폭테러공격에 동원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이번 테러의 유형을 보면 지난 15일 예멘의 고대유적지 시밤에서 일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한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자폭테러범이 몸에두른 폭탄띠를 터뜨려 한국인 관광객 4명과 예멘인 가이드 1명이 숨졌구요. 뒤이어 지난 18일, 이들 시신운구와 진상규명을 위해 정부에서 급파한 신속대응팀과 유가족들이 경찰선도차를 앞세우고 공항으로 향하던 길목에서 다시 폭탄테러의 표적이 됐습니다. 다행히 이때는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당시상황을 이기철 정부 신속대응팀장의 설명으로 들어보시죠.

<인터뷰> 이기철 (정부 신속대응팀장) : “제 앞에서 (폭탄이)터져서 혈흔이 묻고 우리 차 앞 유리창이 깨지고, 뒷 유리창이 깨졌어요. 다행히 우리가 탔던 옆 유리창이 깨지지 않아 아무 피해는 없었지만 그게 깨졌다면 사상자가 있었을 겁니다.”

이처럼 일주일도 안돼 한 국가를 대상으로 연쇄적으로 테러를 감행한 사례도 매우 이례적인데요 아직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무장단체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서방국가로 한정됐던 알카에다의 테러대상이 친서방 국가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질문>

이번 테러가 한국인을 특정하게 겨냥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요. 현지에서 보기는 어땠습니까?

<답변>

당초 예멘 관광객 테러가 일어났을 때만해도 외국인을 노린 무차별 테러에한국인이 희생됐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최근 알카에다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불만을 품은 테러일 가능성이라는 분석인데요. 뒤이어 정부대표단과 유족들이 테러의 표적이 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치안이 확보됐던 수도 사나에서 테러를 감행한 점, 테러범이 차량의 이동경로를 명확히 알고 길목에 잠복했던 점으로 미뤄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된 표적테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예멘 당국의 관리들의 입에선 공공연히 한국인 표적테러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질문>

만약에 알카에다가 한국인을 직접 겨냥했다면 왜 그랬다고 보십니까?

<답변>

네, 알카에다가 지난 2004년부터 한국을 미국과 영국 등과 함께 공격목표로 제시했고 한국이 최근 인근국가인 소말리아에 청해부대를 파병한 것도 알카에다를 자극했을 수 있다는 근거인데요. 소말리아는 사실상 알카에다의 주요 훈련소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최근 우리정부가 예멘개발 프로젝트에 앞으로 1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양국간 경제협력이 현지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한국이 노출된 것..그리고 예멘당국의 대테러 활동에 우리 정보당국이 도움을 주고있는점도 무장세력에게는 한국을 표적으로 삼는 이유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히는 무장세력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두번째 테러가 경찰 선도 차량을 앞세웠기 때문에 예멘정부 고위인사로 오인한 공격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정부도 가능성은 열어놓지만 단정지을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질문>

그것도 백주에 예멘의 수도에서 이 같은 테러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 치안상황이 최악인 것 같습니다만 실제로 어떻습니까?

<답변>

예멘은 알카에다 등 이슬람 무장세력의 은신처가 돼 왔고 전 지역이 알카에다의 테러 위협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부족사회의 전통이 강한 예멘에서는 사실 수도 사나를 제외하고는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지방에선 외국인 대상 납치와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엔 스페인 관광객 7명이 자폭테러 공격으로 숨졌고, 지난해 1월엔 벨기에 관광객 2명이 총격에 숨지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9월엔 수도 사나주재 미국 대사관도 차량폭탄과 로켓을 이용한 공격을 받고 16명이 숨졌습니다.

특히 지난 1월 알카에다 예멘지부가 사우디 지부를 산하에 통합할 정도로 예멘은 알카에다의 새로운 전초기지로 오르고 있습니다.

예멘이 제2의 소말리아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질문>

당장 우리 교민들의 안전이 걱정인데요. 교민 사회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답변>

예멘에는 2백여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불안해본적은 없다는 반응입니다.현지 교민의 얘기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광자 (예멘 교민) : “제가 20년 가까이 여기 살면서 공포에 떨기는 이번이 처음이고 여기 사는 교민들이 굉장히 지금 불안하고 초조한 입장입니다.”

정부는 일부지역으로 한정했던 여행제한 지역을 예멘 전 지역으로 확대하고 한인들에게 외부활동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일부 지상사에서도 본사로부터 외출금지 명령을 받는 등 긴장감이 높습니다.

교민들의 철수도 권하고 있습니다. 실제 석유공사 파견직원들의 가족 20여 명이 지난 19일 예멘을 떠났습니다. 예멘거주 한인들의 출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두바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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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멘서 한국인 테러…현지 교민 ‘불안’
    • 입력 2009-03-22 09:14:49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3월 셋째 주, 특파원 현장보고입니다. 이번 주 중동 예멘에서 일어난 연쇄 테러의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두 건의 테러는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잠정 결론지어지고 있습니다만 왜 알카에다가 한국인을 겨냥했는지에 대한 분석과 견해는 분분합니다. 이런 불안한 상황 속에서 예멘에 사는 교민들의 철수도 시작됐습니다. 여기서 정창준 중동 특파원을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질문> 정 특파원!, 예멘 현지에 취재를 다녀오셨는데 이번 테러 수사, 어떻게 돼 가고 있습니까? <답변> 아직 예멘당국의 공식적인 수사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멘당국은 한국인 대상 두 건의 테러 모두 알카에다의 자살폭탄테러로 결론지어가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예멘당국은 테러 현장에서 발견된 신분증 등을 근거로 자폭테러범의 신원을 전하고 있는데, 자폭테러범들의 나이가 모두 10대라는 점이 특이합니다. 세계 최빈국의 하나인 예멘에서 가난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가족을 위해 돈을 벌 목적으로 자폭테러공격에 동원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이번 테러의 유형을 보면 지난 15일 예멘의 고대유적지 시밤에서 일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한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자폭테러범이 몸에두른 폭탄띠를 터뜨려 한국인 관광객 4명과 예멘인 가이드 1명이 숨졌구요. 뒤이어 지난 18일, 이들 시신운구와 진상규명을 위해 정부에서 급파한 신속대응팀과 유가족들이 경찰선도차를 앞세우고 공항으로 향하던 길목에서 다시 폭탄테러의 표적이 됐습니다. 다행히 이때는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당시상황을 이기철 정부 신속대응팀장의 설명으로 들어보시죠. <인터뷰> 이기철 (정부 신속대응팀장) : “제 앞에서 (폭탄이)터져서 혈흔이 묻고 우리 차 앞 유리창이 깨지고, 뒷 유리창이 깨졌어요. 다행히 우리가 탔던 옆 유리창이 깨지지 않아 아무 피해는 없었지만 그게 깨졌다면 사상자가 있었을 겁니다.” 이처럼 일주일도 안돼 한 국가를 대상으로 연쇄적으로 테러를 감행한 사례도 매우 이례적인데요 아직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무장단체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서방국가로 한정됐던 알카에다의 테러대상이 친서방 국가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질문> 이번 테러가 한국인을 특정하게 겨냥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요. 현지에서 보기는 어땠습니까? <답변> 당초 예멘 관광객 테러가 일어났을 때만해도 외국인을 노린 무차별 테러에한국인이 희생됐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최근 알카에다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불만을 품은 테러일 가능성이라는 분석인데요. 뒤이어 정부대표단과 유족들이 테러의 표적이 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치안이 확보됐던 수도 사나에서 테러를 감행한 점, 테러범이 차량의 이동경로를 명확히 알고 길목에 잠복했던 점으로 미뤄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된 표적테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예멘 당국의 관리들의 입에선 공공연히 한국인 표적테러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질문> 만약에 알카에다가 한국인을 직접 겨냥했다면 왜 그랬다고 보십니까? <답변> 네, 알카에다가 지난 2004년부터 한국을 미국과 영국 등과 함께 공격목표로 제시했고 한국이 최근 인근국가인 소말리아에 청해부대를 파병한 것도 알카에다를 자극했을 수 있다는 근거인데요. 소말리아는 사실상 알카에다의 주요 훈련소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최근 우리정부가 예멘개발 프로젝트에 앞으로 1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양국간 경제협력이 현지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한국이 노출된 것..그리고 예멘당국의 대테러 활동에 우리 정보당국이 도움을 주고있는점도 무장세력에게는 한국을 표적으로 삼는 이유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히는 무장세력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두번째 테러가 경찰 선도 차량을 앞세웠기 때문에 예멘정부 고위인사로 오인한 공격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정부도 가능성은 열어놓지만 단정지을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질문> 그것도 백주에 예멘의 수도에서 이 같은 테러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 치안상황이 최악인 것 같습니다만 실제로 어떻습니까? <답변> 예멘은 알카에다 등 이슬람 무장세력의 은신처가 돼 왔고 전 지역이 알카에다의 테러 위협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부족사회의 전통이 강한 예멘에서는 사실 수도 사나를 제외하고는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지방에선 외국인 대상 납치와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엔 스페인 관광객 7명이 자폭테러 공격으로 숨졌고, 지난해 1월엔 벨기에 관광객 2명이 총격에 숨지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9월엔 수도 사나주재 미국 대사관도 차량폭탄과 로켓을 이용한 공격을 받고 16명이 숨졌습니다. 특히 지난 1월 알카에다 예멘지부가 사우디 지부를 산하에 통합할 정도로 예멘은 알카에다의 새로운 전초기지로 오르고 있습니다. 예멘이 제2의 소말리아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질문> 당장 우리 교민들의 안전이 걱정인데요. 교민 사회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답변> 예멘에는 2백여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불안해본적은 없다는 반응입니다.현지 교민의 얘기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광자 (예멘 교민) : “제가 20년 가까이 여기 살면서 공포에 떨기는 이번이 처음이고 여기 사는 교민들이 굉장히 지금 불안하고 초조한 입장입니다.” 정부는 일부지역으로 한정했던 여행제한 지역을 예멘 전 지역으로 확대하고 한인들에게 외부활동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일부 지상사에서도 본사로부터 외출금지 명령을 받는 등 긴장감이 높습니다. 교민들의 철수도 권하고 있습니다. 실제 석유공사 파견직원들의 가족 20여 명이 지난 19일 예멘을 떠났습니다. 예멘거주 한인들의 출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두바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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