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커스] 이라크 전 6년, 끝나지 않은 전쟁

입력 2009.03.2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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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예멘 테러의 원인을 꼽자면 멀게는 이라크 전쟁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이라크를 공습한지 어제로 꼭 6년,주말인 오늘, 세계 곳곳에서는 이라크 전쟁을 비난하는 반전 시위 열기가 뜨거웠는데요. 그동안 이라크에서만 10만 명 가까운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뿌리뽑겠다던 테러는 오히려 전 지구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 이라크 전 6년을 김진희 기자가 심층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 무리의 영국 군인들이 뜨거운 박수 세례를 받으며 거리로 들어섰습니다.이라크 전쟁에 파병됐던 병사들입니다. 시민들은 열렬한 환호성으로 이들을 맞았습니다.

<인터뷰> 영국 시민 : “내 남편도 군인이었고, 그래서 병사들을 격려하려고 나왔어요. 그들을 이라크로 보냈던 게 잘한 일이라고 믿고 싶어요.”

현재 이라크에 남아있는 영국군은 모두 4천여 명. 영국은 오는 7월 완전 철수를 목표로 지난 주부터 이라크에서 철군을 시작했습니다.

미국 역시 오는 9월까지 만2천여 명의 전투병을 이라크에서 우선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전쟁으로 불안했던 치안이 안정돼 간다는 판단에섭니다. 정말 이라크에 평화는 찾아온 것일까?

2003년 3월 20일 새벽 다섯시 삼십분...크루즈 미사일 수십여 대가 바그다드 외곽을 집중 폭격했습니다. 작전명은 '이라크의 자유'...

첨단무기를 동원해 이라크를 공격한 미군은 개전 20일 만에 바그다드를 점령했고, 이어 후세인 정권의 마지막 보루였던 티크리트까지 진격했습니다.속전속결을 장담했던 부시 대통령은 개전 40일 만에 종전을 선언했습니다.

<녹취> 조지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 : “이라크전의 주요 전투가 모두 끝났습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승리했습니다.”

미군의 그 다음 목표는 후세인 대통령 생포였습니다. 수차례 오폭을 거듭하며 후세인을 쫓던 미군은 마침내, 지하땅굴에 숨어있던 후세인을 9개월 만에 찾아냈습니다. 이라크특별법정에 세워진 후세인은 시아파 주민 학살 혐의로 2006년 겨울, 사형이 선고됐습니다.

<녹취> 판사: "사담 후세인에게 교수형을 선고한다. "
<녹취> 후세인: "이라크 만세! 이라크 만세! 반역자에게 죽음을! 점령자에게 죽음을!"


20여 년 독재자의 길을 걸었던 후세인 대통령은 사형 선고 나흘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녹취> 토니 스노우 (당시 백악관 대변인) : “사담 후세인은 살아있는 동안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을 살해했습니다. 그것이 그가 사형당한 이유입니다.”

2003년 당시, 대부분의 국제사회는 미군의 이라크 공습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미국은 후세인 대통령이 테러를 지원하고, 대량살상무기를 제조하고 있다며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했는데요. 후세인 축출이야말로 곧 이라크와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이라크의 평화는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치안 악화가 가장 큰 골칫거립니다.

이라크에서는 2003년 공습 당시보다 종전 선언 이후에 더 많은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이라크전 이후 지금까지 숨진 민간인 희생자는 모두 9만여 명.
미국의 개입을 반대하고, 후세인의 사형에 불만을 품은 세력들이 끊임없이 테러를 일으켰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가족을 잃었습니다.


<녹취> 알리 마흐무드 (아이 잃은 엄마) : “갑작스런 폭발과 함께 파편이 튀었어요. 많은 사람이 죽었고, 내 아들도 죽었어요. 어쩌면 좋죠? 하나 밖에 없는 아이였는데.”

정치적인 안정도 멀어 보입니다. 후세인 축출로 인해 순식간에 권력에서 밀려난 수니파가 끊임없이 시아파 집권세력과 충돌하고 있습니다. 종파간의 화합 없이는 정치 발전이 요원하다는 게 지도자들의 견해입니다.

<녹취> 미탈 알루시 (종파 지도자) :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이라크는 둘로 쪼개져 있습니다. 하나는 수니파이고, 또 하나는 시아파입니다.”

이보다 더 이라크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경제 문젭니다. 이라크 개전 6주년을 맞아 일본 NHK 방송 등이 실시한 설문 결과를 보면, 이라크인들은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경제회생'을 꼽았습니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이라크땅에서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절실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달 발표된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29세 이하 이라크 청년의 28%가 일자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년 네 명 중 한 명은 백수라는 얘깁니다.

<인터뷰> 이라크 실업자 : “난 일자리가 없어요. 내가 하는 일이라곤 길거리를 어슬렁거리거나 까페에 앉아있는 것 뿐이예요.”

미국의 출혈도 컸습니다. 지난 6년동안 이라크전에 쏟아부은 전비는 약 6500억 달러. 올해 들어 미군 사망자가 줄어드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전사자는 이미 4천 명을 넘었습니다. 전쟁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는 끝내 발견하지 못해, 미국의 위상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부시 전 대통령 역시 재임 중 가장 후회스러운 일로 '이라크전'을 꼽아 사실상 실수를 인정했습니다.

<인터뷰> 조시 부시 (미 前 대통령) : “재임시절 가장 큰 후회는 이라크에서 정확한 정보를 얻는데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많은 정보통들이 대량살상무기가 사담 후세인을 제거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었습니다.”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겠다며 6년 전, 일으킨 이라크 전쟁. 그러나, 테러의 위협은 미국을 넘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파병국들까지 넘보고 있고, 전쟁 틈에 군수업체와 석유회사들만이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는지 세계는 되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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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포커스] 이라크 전 6년, 끝나지 않은 전쟁
    • 입력 2009-03-22 09:16:57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이번 예멘 테러의 원인을 꼽자면 멀게는 이라크 전쟁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이라크를 공습한지 어제로 꼭 6년,주말인 오늘, 세계 곳곳에서는 이라크 전쟁을 비난하는 반전 시위 열기가 뜨거웠는데요. 그동안 이라크에서만 10만 명 가까운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뿌리뽑겠다던 테러는 오히려 전 지구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 이라크 전 6년을 김진희 기자가 심층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 무리의 영국 군인들이 뜨거운 박수 세례를 받으며 거리로 들어섰습니다.이라크 전쟁에 파병됐던 병사들입니다. 시민들은 열렬한 환호성으로 이들을 맞았습니다. <인터뷰> 영국 시민 : “내 남편도 군인이었고, 그래서 병사들을 격려하려고 나왔어요. 그들을 이라크로 보냈던 게 잘한 일이라고 믿고 싶어요.” 현재 이라크에 남아있는 영국군은 모두 4천여 명. 영국은 오는 7월 완전 철수를 목표로 지난 주부터 이라크에서 철군을 시작했습니다. 미국 역시 오는 9월까지 만2천여 명의 전투병을 이라크에서 우선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전쟁으로 불안했던 치안이 안정돼 간다는 판단에섭니다. 정말 이라크에 평화는 찾아온 것일까? 2003년 3월 20일 새벽 다섯시 삼십분...크루즈 미사일 수십여 대가 바그다드 외곽을 집중 폭격했습니다. 작전명은 '이라크의 자유'... 첨단무기를 동원해 이라크를 공격한 미군은 개전 20일 만에 바그다드를 점령했고, 이어 후세인 정권의 마지막 보루였던 티크리트까지 진격했습니다.속전속결을 장담했던 부시 대통령은 개전 40일 만에 종전을 선언했습니다. <녹취> 조지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 : “이라크전의 주요 전투가 모두 끝났습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승리했습니다.” 미군의 그 다음 목표는 후세인 대통령 생포였습니다. 수차례 오폭을 거듭하며 후세인을 쫓던 미군은 마침내, 지하땅굴에 숨어있던 후세인을 9개월 만에 찾아냈습니다. 이라크특별법정에 세워진 후세인은 시아파 주민 학살 혐의로 2006년 겨울, 사형이 선고됐습니다. <녹취> 판사: "사담 후세인에게 교수형을 선고한다. " <녹취> 후세인: "이라크 만세! 이라크 만세! 반역자에게 죽음을! 점령자에게 죽음을!" 20여 년 독재자의 길을 걸었던 후세인 대통령은 사형 선고 나흘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녹취> 토니 스노우 (당시 백악관 대변인) : “사담 후세인은 살아있는 동안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을 살해했습니다. 그것이 그가 사형당한 이유입니다.” 2003년 당시, 대부분의 국제사회는 미군의 이라크 공습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미국은 후세인 대통령이 테러를 지원하고, 대량살상무기를 제조하고 있다며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했는데요. 후세인 축출이야말로 곧 이라크와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이라크의 평화는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치안 악화가 가장 큰 골칫거립니다. 이라크에서는 2003년 공습 당시보다 종전 선언 이후에 더 많은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이라크전 이후 지금까지 숨진 민간인 희생자는 모두 9만여 명. 미국의 개입을 반대하고, 후세인의 사형에 불만을 품은 세력들이 끊임없이 테러를 일으켰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가족을 잃었습니다. <녹취> 알리 마흐무드 (아이 잃은 엄마) : “갑작스런 폭발과 함께 파편이 튀었어요. 많은 사람이 죽었고, 내 아들도 죽었어요. 어쩌면 좋죠? 하나 밖에 없는 아이였는데.” 정치적인 안정도 멀어 보입니다. 후세인 축출로 인해 순식간에 권력에서 밀려난 수니파가 끊임없이 시아파 집권세력과 충돌하고 있습니다. 종파간의 화합 없이는 정치 발전이 요원하다는 게 지도자들의 견해입니다. <녹취> 미탈 알루시 (종파 지도자) :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이라크는 둘로 쪼개져 있습니다. 하나는 수니파이고, 또 하나는 시아파입니다.” 이보다 더 이라크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경제 문젭니다. 이라크 개전 6주년을 맞아 일본 NHK 방송 등이 실시한 설문 결과를 보면, 이라크인들은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경제회생'을 꼽았습니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이라크땅에서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절실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달 발표된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29세 이하 이라크 청년의 28%가 일자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년 네 명 중 한 명은 백수라는 얘깁니다. <인터뷰> 이라크 실업자 : “난 일자리가 없어요. 내가 하는 일이라곤 길거리를 어슬렁거리거나 까페에 앉아있는 것 뿐이예요.” 미국의 출혈도 컸습니다. 지난 6년동안 이라크전에 쏟아부은 전비는 약 6500억 달러. 올해 들어 미군 사망자가 줄어드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전사자는 이미 4천 명을 넘었습니다. 전쟁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는 끝내 발견하지 못해, 미국의 위상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부시 전 대통령 역시 재임 중 가장 후회스러운 일로 '이라크전'을 꼽아 사실상 실수를 인정했습니다. <인터뷰> 조시 부시 (미 前 대통령) : “재임시절 가장 큰 후회는 이라크에서 정확한 정보를 얻는데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많은 정보통들이 대량살상무기가 사담 후세인을 제거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었습니다.”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겠다며 6년 전, 일으킨 이라크 전쟁. 그러나, 테러의 위협은 미국을 넘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파병국들까지 넘보고 있고, 전쟁 틈에 군수업체와 석유회사들만이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는지 세계는 되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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