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막는 중국의 ‘생태 이민’

입력 2009.03.2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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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미 몇 차례 지나갔습니다만 올 봄 황사가 지난 겨울 중국의 가뭄으로 더 심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심화되는 가뭄과 무분별한 토지 이용으로 중국 북동부의 사막화가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중국 정부는 이에 대처하기 위해 생태 이민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이경호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갓 심은 나무들이 줄지어 도로변에 늘어서 있습니다. 새로 지은 건물과 아직 덜 정리된 마을 풍경은 이곳이 최근 새롭게 조성된 마을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중국 북부 사막지대에 둘러쌓인 닝샤회족자치구의 중동부에 자리잡은 작은 마을 텐후촌..전체의 반 정도가 입주한 상태로 마을 곳곳에서는 지금도 이사차량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주민 : " 짐은 오늘 모두 옮길 수 있습니다." "여기는 시골과 많이 다릅니다. 시골보다 생활 여건이 아주 좋습니다."

지난해 겨울 이사해 어느덧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이 집은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평생을 밭농사로 생계를 유지해온 집 안 주인은 이곳에 이사 온 후에 농사에서 손을 뗐습니다. 아들 내외가 인근도시로 나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쓰쥐위밍 (마을 주민) : "예전에는 밭농사를 했는데 5년 연속 가뭄으로 살기가 어려웠습니다." " 또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하는데, 도시로 이사해서 지금은 기름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황무지였던 이곳에 마을 조성 공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4월부터입니다. 주택과, 가축사육시설, 비닐하우스 등의 양식 시설과, 녹지 등으로 구성됐으며 주택 한 가구당 20%의 건축비는 지방정부가 부담했습니다.

<인터뷰> 황용강 (옌츠현 공무원) : "이 마을은 생태이민촌으로 이주민들은 깊은 산속이나, 교통이 불편하고 정보가 없는 곳, 또는 정부지원을 받아도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마을에서 일하던 농민들입니다."

지금 이곳에서는 통신탑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이 같은 기반시설 공사가 올해 6월 모두 마무리 됩니다. 그 이후에 이 마을에는 800여가구가 입주하게 됩니다.

이 지역이 이같은 이민 정책을 실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중북부의 닝샤회족자치구는 이슬람교를 믿는 회족이 전체 인구의 50%를 차지하는 곳입니다. 서쪽으로 텅거리, 동쪽으로 모우수 사막에 둘러쌓여 중국에서 가장 사막화가 심한 지역으로 꼽힙니다. 전 자치구 면적의 22.8%인 120만 헥타르가 사막으로,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해 갈수록 강수량이 줄면서 초원의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초원의 사막화를 막는 문제는 이 지역의 가장 큰 숙제가 됐습니다.

<인터뷰> 왕떠린 (닝샤회족자치구 임업국장) : "닝샤의 많은 사람들이 황사 가뭄지대에 살고 있습니다." "때문에 (생계 유지를 위해서는) 많은 일들을 할 수 밖에 없고 이같은 활동이 이 지역의 생태를 파괴하게 됩니다."

특히 초원을 개간해 밭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과 방목을 통해 양을 키우는 주민들은 사막화를 가속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아 왔습니다. 밭으로 변한 초원과 풀이 없어진 초원에 가뭄이 닥치면 곧바로 사막으로 변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생태이민정책은 이처럼 사막화가 진행되는 곳에 사는 주민들을 이주시켜 사막화 속도를 늦추는 프로젝트인 것입니다.

생태이민 정책이 시작된지 10년째, 과거 주민들이 살다가 지금은 모두 떠나 버린 곳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지 찾아가 봤습니다. 간간히 남아있는 집터 흔적만이 한때 이곳이 마을이었음을 알게 합니다.

7,8년 전 만해도 이곳에는 40여 가구 16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2년부터 생태이민이 시작됐고 지금은 이렇게 덩그러니 빈 집터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마을 언덕에 남아있는 학교는 지금은 양을 키우는 사육시설이 됐습니다.

<인터뷰> 양푸이루 (주민) : " 마을은 지금 없어졌습니다." " 이곳은 원래 학교였지만 지금은 닭과 양을 키우는 사육시설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떠난 뒤 이 지역에는 사막지형에 강한 수종을 중심으로 인공조림사업이 실시됐습니다.


<인터뷰> 쓰휘이수 (옌츠현 임업국) : "주민들이 이주한 뒤에 나무와 풀을 심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관목과 교목을 심었는데 관목으로는 '위성류'를, 교목은 '신장백약나무와 녕하버들을 심었습니다."

70% 이상의 생존율을 보이면서 현재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지방 정부의 평가입니다. 이 같은 녹화사업은 주민들이 떠난 곳뿐 아니라 새로 입주한 지역에서도 동시에 실시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황무지에 마을을 만들어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나무까지 심어 키울 정도의 물은어디에서 공급받는 것인가. 지난 1998년 조성된 홍쓰부 마을은 2만명의 주민들이 사는 곳입니다. 적지않은 인구지만 물 걱정을 하는 주민들은 없습니다.

<인터뷰> 마을주민 : " 우리가 마시는 물은 수돗물인데 이 물을 식수로 사용합니다." " (과거에 살던 마을에 비하면) 여러면에서 좋습니다."

물 걱정을 해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황하의 물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양수시설을 설치했기 때문입니다. 이 마을의 경우 이 같은 대규모 양수시설이 3개 그 밖의 수십 개의 소규모 시설을 통해 황하의 물을 끌어오고 있습니다.

<인터뷰>우산시 (양수시설 관리인) : " 이 시설은 집중적으로 3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8개월 동안 가동을 합니다."

즉 생태이민정책은 사막지역 곳곳에 흩어져 사는 주민들을 생태이민촌 한 곳으로 모으고 그곳에 황하의 물을 공급해 줌으로써 사막화도 막고 주민생활도 개선하는 정책인 셈입니다.

'닝샤'는 이 같은 이민정책을 통해 총 24만명의 주민을 이주시킬 계획입니다. 우리 돈 1조 7천억 원이 드는 큰 사업이지만 효과는 크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입니다. 생태이민정책이 황사피해를 입는 우리에게까지 만족할만한 성과를 가져올지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사막을 다스리려는 이들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왕떠린 (닝샤회족자치구 임업국장) : "이는 닝샤 만의 일이 아닙니다." " 아시아, 동남아,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일이고 우리 모두가 피해를 입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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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사 막는 중국의 ‘생태 이민’
    • 입력 2009-03-22 09:19:2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이미 몇 차례 지나갔습니다만 올 봄 황사가 지난 겨울 중국의 가뭄으로 더 심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심화되는 가뭄과 무분별한 토지 이용으로 중국 북동부의 사막화가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중국 정부는 이에 대처하기 위해 생태 이민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이경호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갓 심은 나무들이 줄지어 도로변에 늘어서 있습니다. 새로 지은 건물과 아직 덜 정리된 마을 풍경은 이곳이 최근 새롭게 조성된 마을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중국 북부 사막지대에 둘러쌓인 닝샤회족자치구의 중동부에 자리잡은 작은 마을 텐후촌..전체의 반 정도가 입주한 상태로 마을 곳곳에서는 지금도 이사차량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주민 : " 짐은 오늘 모두 옮길 수 있습니다." "여기는 시골과 많이 다릅니다. 시골보다 생활 여건이 아주 좋습니다." 지난해 겨울 이사해 어느덧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이 집은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평생을 밭농사로 생계를 유지해온 집 안 주인은 이곳에 이사 온 후에 농사에서 손을 뗐습니다. 아들 내외가 인근도시로 나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쓰쥐위밍 (마을 주민) : "예전에는 밭농사를 했는데 5년 연속 가뭄으로 살기가 어려웠습니다." " 또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하는데, 도시로 이사해서 지금은 기름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황무지였던 이곳에 마을 조성 공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4월부터입니다. 주택과, 가축사육시설, 비닐하우스 등의 양식 시설과, 녹지 등으로 구성됐으며 주택 한 가구당 20%의 건축비는 지방정부가 부담했습니다. <인터뷰> 황용강 (옌츠현 공무원) : "이 마을은 생태이민촌으로 이주민들은 깊은 산속이나, 교통이 불편하고 정보가 없는 곳, 또는 정부지원을 받아도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마을에서 일하던 농민들입니다." 지금 이곳에서는 통신탑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이 같은 기반시설 공사가 올해 6월 모두 마무리 됩니다. 그 이후에 이 마을에는 800여가구가 입주하게 됩니다. 이 지역이 이같은 이민 정책을 실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중북부의 닝샤회족자치구는 이슬람교를 믿는 회족이 전체 인구의 50%를 차지하는 곳입니다. 서쪽으로 텅거리, 동쪽으로 모우수 사막에 둘러쌓여 중국에서 가장 사막화가 심한 지역으로 꼽힙니다. 전 자치구 면적의 22.8%인 120만 헥타르가 사막으로,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해 갈수록 강수량이 줄면서 초원의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초원의 사막화를 막는 문제는 이 지역의 가장 큰 숙제가 됐습니다. <인터뷰> 왕떠린 (닝샤회족자치구 임업국장) : "닝샤의 많은 사람들이 황사 가뭄지대에 살고 있습니다." "때문에 (생계 유지를 위해서는) 많은 일들을 할 수 밖에 없고 이같은 활동이 이 지역의 생태를 파괴하게 됩니다." 특히 초원을 개간해 밭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과 방목을 통해 양을 키우는 주민들은 사막화를 가속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아 왔습니다. 밭으로 변한 초원과 풀이 없어진 초원에 가뭄이 닥치면 곧바로 사막으로 변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생태이민정책은 이처럼 사막화가 진행되는 곳에 사는 주민들을 이주시켜 사막화 속도를 늦추는 프로젝트인 것입니다. 생태이민 정책이 시작된지 10년째, 과거 주민들이 살다가 지금은 모두 떠나 버린 곳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지 찾아가 봤습니다. 간간히 남아있는 집터 흔적만이 한때 이곳이 마을이었음을 알게 합니다. 7,8년 전 만해도 이곳에는 40여 가구 16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2년부터 생태이민이 시작됐고 지금은 이렇게 덩그러니 빈 집터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마을 언덕에 남아있는 학교는 지금은 양을 키우는 사육시설이 됐습니다. <인터뷰> 양푸이루 (주민) : " 마을은 지금 없어졌습니다." " 이곳은 원래 학교였지만 지금은 닭과 양을 키우는 사육시설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떠난 뒤 이 지역에는 사막지형에 강한 수종을 중심으로 인공조림사업이 실시됐습니다. <인터뷰> 쓰휘이수 (옌츠현 임업국) : "주민들이 이주한 뒤에 나무와 풀을 심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관목과 교목을 심었는데 관목으로는 '위성류'를, 교목은 '신장백약나무와 녕하버들을 심었습니다." 70% 이상의 생존율을 보이면서 현재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지방 정부의 평가입니다. 이 같은 녹화사업은 주민들이 떠난 곳뿐 아니라 새로 입주한 지역에서도 동시에 실시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황무지에 마을을 만들어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나무까지 심어 키울 정도의 물은어디에서 공급받는 것인가. 지난 1998년 조성된 홍쓰부 마을은 2만명의 주민들이 사는 곳입니다. 적지않은 인구지만 물 걱정을 하는 주민들은 없습니다. <인터뷰> 마을주민 : " 우리가 마시는 물은 수돗물인데 이 물을 식수로 사용합니다." " (과거에 살던 마을에 비하면) 여러면에서 좋습니다." 물 걱정을 해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황하의 물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양수시설을 설치했기 때문입니다. 이 마을의 경우 이 같은 대규모 양수시설이 3개 그 밖의 수십 개의 소규모 시설을 통해 황하의 물을 끌어오고 있습니다. <인터뷰>우산시 (양수시설 관리인) : " 이 시설은 집중적으로 3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8개월 동안 가동을 합니다." 즉 생태이민정책은 사막지역 곳곳에 흩어져 사는 주민들을 생태이민촌 한 곳으로 모으고 그곳에 황하의 물을 공급해 줌으로써 사막화도 막고 주민생활도 개선하는 정책인 셈입니다. '닝샤'는 이 같은 이민정책을 통해 총 24만명의 주민을 이주시킬 계획입니다. 우리 돈 1조 7천억 원이 드는 큰 사업이지만 효과는 크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입니다. 생태이민정책이 황사피해를 입는 우리에게까지 만족할만한 성과를 가져올지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사막을 다스리려는 이들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왕떠린 (닝샤회족자치구 임업국장) : "이는 닝샤 만의 일이 아닙니다." " 아시아, 동남아,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일이고 우리 모두가 피해를 입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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