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 음식 ‘자장면’에 얽힌 이야기

입력 2009.04.14 (22:0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오늘은 짝없는 사람끼리 자장면을 먹는다는, 일명 블랙데인데요.

친숙한 한 그릇 음식, 자장면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를 모은희 기자가 들려 드립니다.

<리포트>

대학 캠퍼스 곳곳에 자장면 판이 벌어졌습니다.

애인 없는 사람들이 자장면을 먹으며 서로를 위로한다는 속칭 '블랙 데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정현(대학생) : "자장면 먹으면서 내년에는 여자 친구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위해서... 맛있네요."

기념일까지 생겨났을 정도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자장면.

한국의 100대 민족 문화에 김치, 떡 등과 더불어 선정된 음식이기도 합니다.

중식집에서 팔리는 것만 하루에 600만 그릇, 인스턴트 자장면 100만 개까지 합하면 매일 700만 명이 자장면을 먹습니다.

1960년에 15원 하던 자장면의 현재 가격은 평균 3천8백여 원.

지금은 흔하디 흔해졌지만, 옛날에는 졸업식, 입학식 등 특별한 날에나 먹었습니다.

<인터뷰> 이은미(인천시 연수동) : "5월 5일 어린이날, 친정 아버지가 영화 구경 시켜주고 자장면을 사주셨어요. 그게 기억에 남아요. 맛있게 먹었거든요."

장을 볶은 면이란 뜻의 자장면은 원래 중국 산둥 지방에서 유래됐습니다.

1905년 우회광이라는 중국인이 인천 공화춘 식당에서 처음 만들어 판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뷰> 이현대('공화춘' 대표) : "순수하게 한국식으로 말하면 짜고 달고 된장 맛 같았는데, 지금은 한결 맛이 부드러워지고..."

100년 넘은 전통 만큼 종류도 여러 가지.

양파를 듬뿍 넣은 간자장, 해물이 고루 들어간 삼선자장, 부드럽게 다져진 유니자장, 고추기름이 칼칼한 사천자장 등 재료도, 조리법도 다양합니다.

자장면은 오직 우리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철가방 문화도 만들어냈습니다.

최대 용량 28그릇, 코리아 디자인 목록에까지 당당히 등재된 철가방.

<녹취> 김수로(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중) : "딴 건 다 참아도 철가방이라고 개무시하는 건 진짜 못 참는다~!"

실은 100% 알루미늄으로 만든 비非철가방입니다.

언제 어디든지 총알처럼 신속 출동하는 우리만의 배달 문화가 철가방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녹취> "자장면 시키신 분~"

<녹취> "미안한데, 나 마라도로 옮겼어~"

자장면의 인기 역시 5분이면 나오고 10분이면 뚝딱 먹는 편리함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인터뷰> 양세욱('짜장면뎐' 저자) : "바쁜 한국인의 삶에 가장 들어맞는 음식, 조리도 간편하고 먹기도 편하고, 거기다 배달까지 해 주는 음식입니다."

영원한 서민 음식 자장면, 내년에는 박물관까지 짓는다니 중국이 아닌 어엿한 한국인의 토종 음식으로 사랑 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모은희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한 그릇 음식 ‘자장면’에 얽힌 이야기
    • 입력 2009-04-14 21:27:46
    뉴스 9
<앵커 멘트> 오늘은 짝없는 사람끼리 자장면을 먹는다는, 일명 블랙데인데요. 친숙한 한 그릇 음식, 자장면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를 모은희 기자가 들려 드립니다. <리포트> 대학 캠퍼스 곳곳에 자장면 판이 벌어졌습니다. 애인 없는 사람들이 자장면을 먹으며 서로를 위로한다는 속칭 '블랙 데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정현(대학생) : "자장면 먹으면서 내년에는 여자 친구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위해서... 맛있네요." 기념일까지 생겨났을 정도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자장면. 한국의 100대 민족 문화에 김치, 떡 등과 더불어 선정된 음식이기도 합니다. 중식집에서 팔리는 것만 하루에 600만 그릇, 인스턴트 자장면 100만 개까지 합하면 매일 700만 명이 자장면을 먹습니다. 1960년에 15원 하던 자장면의 현재 가격은 평균 3천8백여 원. 지금은 흔하디 흔해졌지만, 옛날에는 졸업식, 입학식 등 특별한 날에나 먹었습니다. <인터뷰> 이은미(인천시 연수동) : "5월 5일 어린이날, 친정 아버지가 영화 구경 시켜주고 자장면을 사주셨어요. 그게 기억에 남아요. 맛있게 먹었거든요." 장을 볶은 면이란 뜻의 자장면은 원래 중국 산둥 지방에서 유래됐습니다. 1905년 우회광이라는 중국인이 인천 공화춘 식당에서 처음 만들어 판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뷰> 이현대('공화춘' 대표) : "순수하게 한국식으로 말하면 짜고 달고 된장 맛 같았는데, 지금은 한결 맛이 부드러워지고..." 100년 넘은 전통 만큼 종류도 여러 가지. 양파를 듬뿍 넣은 간자장, 해물이 고루 들어간 삼선자장, 부드럽게 다져진 유니자장, 고추기름이 칼칼한 사천자장 등 재료도, 조리법도 다양합니다. 자장면은 오직 우리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철가방 문화도 만들어냈습니다. 최대 용량 28그릇, 코리아 디자인 목록에까지 당당히 등재된 철가방. <녹취> 김수로(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중) : "딴 건 다 참아도 철가방이라고 개무시하는 건 진짜 못 참는다~!" 실은 100% 알루미늄으로 만든 비非철가방입니다. 언제 어디든지 총알처럼 신속 출동하는 우리만의 배달 문화가 철가방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녹취> "자장면 시키신 분~" <녹취> "미안한데, 나 마라도로 옮겼어~" 자장면의 인기 역시 5분이면 나오고 10분이면 뚝딱 먹는 편리함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인터뷰> 양세욱('짜장면뎐' 저자) : "바쁜 한국인의 삶에 가장 들어맞는 음식, 조리도 간편하고 먹기도 편하고, 거기다 배달까지 해 주는 음식입니다." 영원한 서민 음식 자장면, 내년에는 박물관까지 짓는다니 중국이 아닌 어엿한 한국인의 토종 음식으로 사랑 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모은희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