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석면 공포’, 주민 절반이 폐질환

입력 2009.06.1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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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베이비 파우더에서 석면 성분이 검출돼 물의를 빚었었죠?
이번에는 석면 광산 인근 주민들의 건강 문제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이 지역 주민들의 폐를 검사해 보니, 절반 이상이 문제가 있었습니다. 박석호 기자, 주민들 걱정, 이만저만이 아니겠어요?

그렇습니다. 석면 광산 근로자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살아온 일반 주민들도 석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장 함께 보시죠.
<리포트> 충남 홍성군에 있는 석면광산입니다. 193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석면 채굴이 활발했지만 지금은 통제돼있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석면 채굴이 한창이던 당시에 늘 뿌연 석면가루가 흩날렸었다고 회상합니다.

<인터뷰> 정지열(충남 홍성군 광천읍) : "발파를 한 번 하면 그 먼지가 하늘을 뒤덮는 거예요. 바람이 저쪽에서 불면 저쪽 동네로 분진가루가 마루 장독에 내려앉고 바람이 이쪽에서 불면 이쪽 동네가 분진 가루로 뒤덮였죠. 말도 못했어요."

그런데 광산이 폐쇄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 폐 이상 환자가 계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현장음> "이 집도 피해자예요. 저 집 옆에 집 그 집도 피해자 있어요. 이 집도 피해자예요. 한 사람씩 다 있는 거죠."

특히, 광산에서 일했던 사람뿐만이 아니라 일반 주민들마저 폐 이상 판정을 받으면서 마을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인터뷰> 정지훈(충남 홍성군 광천읍) : "나도 직접적인 석면폐 환자인데 구경만 했어요. (석면광산) 구경만 했어도 그래요. 여기서 사는 죄로..."

광산이 있는 곳에서 3km 정도 떨어진 철도역 근처에 살아온 주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지희섭(충남 홍성군 광천읍) : "이 근방에서 안 살았으니까 괜찮겠지 하고 (검사받으러) 갔는데 진단이 나왔잖아요. 거기서 일은 안 하고 그냥 먼지만 다 쐬었죠."

홍성군뿐만이 아닙니다. 보령에 있던 석면 광산 인근 주민들도 폐 이상 판정을 받아 주민들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인터뷰> 신인철(충남 보령시 청소면) : "(마을 주민) 49명이 (검사) 받아서 27명이 판정받은 거예요. 일단 석면이라고 하니까 참 하늘이 무너졌다니까요. 무너져요. 하늘이."

석면 광산 인근 다섯 개 마을 주민 215명을 대상으로 환경부가 조사를 한 결과입니다. 먼저 엑스레이 촬영을 했더니, 절반이 넘는 110명의 폐조직과 흉막에서 이상이 발견됐습니다. 추가로 정밀 CT 촬영을 하니, 석면 때문에 폐가 굳어가는 석면폐 의심 증상이 55 명, 석면 가루 때문에 폐를 둘러싼 흉막이 두꺼워지는 흉막반 의심 증상도 87 명에게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석면의 피해가 워낙 광범위하다보니 한 지붕 아래 두 명 이상 폐 이상 판정을 받은 가족도 있습니다.
50년 이상 이 마을에서 살아온 김한님 할머니는 두 아들까지, 식구 세 명이 모두 같은 증상에 시달립니다.

<현장음> "기침이 나와서 죽겠어요. 따갑다고 여기가... 기침하면 여기가 따가워요."

그동안 이 마을주민 가운데 상당수가 폐질환으로 사망했다고 하니, 김 할머니는 젊은 아들들 걱정에 밤잠을 설칩니다.

<인터뷰> 김한님(충남 보령시 청소면) : "두 아들이나 건강 좀 찾았으면 좋겠어요. 아들들 건강만 찾아주면 나는 아무 상관없어요. 내가 석면가루를 먹었거나 농약가루를 먹었거나 나는 죽을 때가 됐는걸요. 뭐..."

화면에서 보듯이 일반폐는 검은 색을 띠지만 석면폐는 석면 가루가 쌓여 벌집 모양으로 곳곳이 하얗습니다. 특히 잠복기가 길어 최소한 10년 이상이 지나야 폐질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추가 환자가 발생할 우려도 큽니다.

<인터뷰> 안연순(동국대 산업의학과 교수) : "석면 관련 질환들은 잠복기가 굉장히 긴 것이 특징인데요. 주민들 같은 경우 사실은 20여 년 전부터도 석면폐증이나 흉막반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까지 (석면과) 관련성을 생각 못해서 이제 발견이 된 거고요."

문제는 석면 공포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데 있습니다. 수십년이 지났는데도 석면 가루가 여전히 묻어난다며 주민들은 걱정이 태산입니다. 오래된 건축 자재의 석면 성분도 계속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현장음> "지금 손으로 이렇게 해도 (석면이) 보이는데... 손으로 문질러도 이런데... 이게 소나기 오거나 하면 이게 다 어디로 가겠느냐고요."

이 지역 주민들은 석면 공포가 어디까지 미칠지 불안감을 쉽게 떨쳐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조훈(충남 홍성군 광천읍) : "우리한테는 아무리 해도 속수무책이고 피해자한테는 아무 답이 없어요. 어떤 대책이 필요한 거 같은데..."

환경부는 건강조사를 확대하고 이달 말까지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번 폐에 틀어박힌 석면을 제거해낼 방법이 없으니 주민들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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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석면 공포’, 주민 절반이 폐질환
    • 입력 2009-06-15 08: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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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베이비 파우더에서 석면 성분이 검출돼 물의를 빚었었죠? 이번에는 석면 광산 인근 주민들의 건강 문제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이 지역 주민들의 폐를 검사해 보니, 절반 이상이 문제가 있었습니다. 박석호 기자, 주민들 걱정, 이만저만이 아니겠어요? 그렇습니다. 석면 광산 근로자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살아온 일반 주민들도 석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장 함께 보시죠. <리포트> 충남 홍성군에 있는 석면광산입니다. 193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석면 채굴이 활발했지만 지금은 통제돼있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석면 채굴이 한창이던 당시에 늘 뿌연 석면가루가 흩날렸었다고 회상합니다. <인터뷰> 정지열(충남 홍성군 광천읍) : "발파를 한 번 하면 그 먼지가 하늘을 뒤덮는 거예요. 바람이 저쪽에서 불면 저쪽 동네로 분진가루가 마루 장독에 내려앉고 바람이 이쪽에서 불면 이쪽 동네가 분진 가루로 뒤덮였죠. 말도 못했어요." 그런데 광산이 폐쇄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 폐 이상 환자가 계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현장음> "이 집도 피해자예요. 저 집 옆에 집 그 집도 피해자 있어요. 이 집도 피해자예요. 한 사람씩 다 있는 거죠." 특히, 광산에서 일했던 사람뿐만이 아니라 일반 주민들마저 폐 이상 판정을 받으면서 마을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인터뷰> 정지훈(충남 홍성군 광천읍) : "나도 직접적인 석면폐 환자인데 구경만 했어요. (석면광산) 구경만 했어도 그래요. 여기서 사는 죄로..." 광산이 있는 곳에서 3km 정도 떨어진 철도역 근처에 살아온 주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지희섭(충남 홍성군 광천읍) : "이 근방에서 안 살았으니까 괜찮겠지 하고 (검사받으러) 갔는데 진단이 나왔잖아요. 거기서 일은 안 하고 그냥 먼지만 다 쐬었죠." 홍성군뿐만이 아닙니다. 보령에 있던 석면 광산 인근 주민들도 폐 이상 판정을 받아 주민들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인터뷰> 신인철(충남 보령시 청소면) : "(마을 주민) 49명이 (검사) 받아서 27명이 판정받은 거예요. 일단 석면이라고 하니까 참 하늘이 무너졌다니까요. 무너져요. 하늘이." 석면 광산 인근 다섯 개 마을 주민 215명을 대상으로 환경부가 조사를 한 결과입니다. 먼저 엑스레이 촬영을 했더니, 절반이 넘는 110명의 폐조직과 흉막에서 이상이 발견됐습니다. 추가로 정밀 CT 촬영을 하니, 석면 때문에 폐가 굳어가는 석면폐 의심 증상이 55 명, 석면 가루 때문에 폐를 둘러싼 흉막이 두꺼워지는 흉막반 의심 증상도 87 명에게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석면의 피해가 워낙 광범위하다보니 한 지붕 아래 두 명 이상 폐 이상 판정을 받은 가족도 있습니다. 50년 이상 이 마을에서 살아온 김한님 할머니는 두 아들까지, 식구 세 명이 모두 같은 증상에 시달립니다. <현장음> "기침이 나와서 죽겠어요. 따갑다고 여기가... 기침하면 여기가 따가워요." 그동안 이 마을주민 가운데 상당수가 폐질환으로 사망했다고 하니, 김 할머니는 젊은 아들들 걱정에 밤잠을 설칩니다. <인터뷰> 김한님(충남 보령시 청소면) : "두 아들이나 건강 좀 찾았으면 좋겠어요. 아들들 건강만 찾아주면 나는 아무 상관없어요. 내가 석면가루를 먹었거나 농약가루를 먹었거나 나는 죽을 때가 됐는걸요. 뭐..." 화면에서 보듯이 일반폐는 검은 색을 띠지만 석면폐는 석면 가루가 쌓여 벌집 모양으로 곳곳이 하얗습니다. 특히 잠복기가 길어 최소한 10년 이상이 지나야 폐질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추가 환자가 발생할 우려도 큽니다. <인터뷰> 안연순(동국대 산업의학과 교수) : "석면 관련 질환들은 잠복기가 굉장히 긴 것이 특징인데요. 주민들 같은 경우 사실은 20여 년 전부터도 석면폐증이나 흉막반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까지 (석면과) 관련성을 생각 못해서 이제 발견이 된 거고요." 문제는 석면 공포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데 있습니다. 수십년이 지났는데도 석면 가루가 여전히 묻어난다며 주민들은 걱정이 태산입니다. 오래된 건축 자재의 석면 성분도 계속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현장음> "지금 손으로 이렇게 해도 (석면이) 보이는데... 손으로 문질러도 이런데... 이게 소나기 오거나 하면 이게 다 어디로 가겠느냐고요." 이 지역 주민들은 석면 공포가 어디까지 미칠지 불안감을 쉽게 떨쳐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조훈(충남 홍성군 광천읍) : "우리한테는 아무리 해도 속수무책이고 피해자한테는 아무 답이 없어요. 어떤 대책이 필요한 거 같은데..." 환경부는 건강조사를 확대하고 이달 말까지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번 폐에 틀어박힌 석면을 제거해낼 방법이 없으니 주민들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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