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살 빼려다 우울증…사람 잡는 ‘다이어트 약’

입력 2009.06.15 (08:57) 수정 2009.06.1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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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바야흐로 노출의 계절이죠. 여름철을 맞아 다이어트 해야겠다고 결심한 여성분들 많으실 겁니다.
실제로 요즘 다이어트 클리닉 등에는 짧은 시간 안에 살을 빼기 위해 찾는 여성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최서희 기자, 다이어트 욕심이 좀 과했나요. 운동이나 식이요법이 아니라 아예 약을 먹고 살을 빼려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고요?

<리포트>

네, 식욕억제제를 말하는 건데요, 병원을 찾아가 이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식욕억제제는 고도 비만 등의 경우에만 쓰는 약인데요, 실제로 병원에 가보니 살을 빼려는 사람에게 쉽게 처방되고 있었습니다. 그 실태와 부작용을 취재했습니다.

조금 더 날씬하게, 조금 더 아름다운 몸매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여성들..살을 빼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유혹을 느끼곤 합니다.

요즘은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약물 복용까지도 서슴지 않는데요. 비만 치료를 전문으로 한다는 서울 강남의 한 병원을 찾았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이곳에서 다이어트 상담을 받고 있었는데요. 환자와 몇 마디 말을 나누던 의사가, 식욕이 좋다는 환자의 말에 식욕억제제 복용을 권유합니다.

<녹취>“식욕억제제 해드릴게요. (전에 먹은 적 있어요.) 얼마나 드셨어요? (6개월 정도...) 약은 조금 강하게 투여를 할게요. 가슴 두근거리거나 변비 있을 수 있고 잠 안 올 수 있고...”

이미 6개월이 넘도록 식욕억제제를 투약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에도 쉽게 처방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비만클리닉을 전문으로 하는 서울 시내 한 내과 병원입니다.

<녹취> “다이어트 상담 받으러 왔거든요. 고도비만이에요? (아니요. 표준이상이잖아요. 고도비만 같은 경우는 지방이 30%를 넘어야 돼요.)”

검사 결과, 체지방이 정상에서 조금 높은 정도로 나왔지만 다이어트 약을 처방해주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녹취> “처방전만 해 드리는 것도 가능하죠. 약을 드시면 처음 3일 정도는 수면에 장애가 있으시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약간 손발이 떨리실 수도 있어요. 그건 일시적인 현상이니까 걱정 안하셔도 되고요...”

이 곳에서도 역시 별 다른 검사 없이 바로 처방전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이렇게 다이어트 약을 처방해주는 데는 별다른 기준이 필요 없는 듯 보였습니다. 키 170에 50KG이 조금 넘는 마른 여성도 간단한 검사 후에 비만 치료를 위한 식욕억제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녹취>“체지방 정상... 체지방이 저지방이에요, 저지방... (그럼 식욕억제제는 못 받아요?) 드릴게요, 일단은 식욕억제제를 먹으면서 좀 덜 먹는 연습하시고...”

문제는 식욕억제제로 쓰이는 약품 상당수가 우울증이나 불면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부를 수 있는 향정신성 의약품이라는 겁니다. 때문에 이 약들은 원래 폭식증이나 고도 비만 등의 환자에게 극히 제한적으로 처방하게 돼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 식욕억제제를 장기 복용한 뒤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는 20대 여성을 만나봤는데요.

<인터뷰> 김00(식욕억제제 부작용 피해자) : “잠을 계속 못자고 머리는 계속 졸린데 잠 못 드는 상태 있잖아요, 그런 상태로 계속 잠을 못자서 이틀에 한 번 잠을 잘 때도 있었어요, 불면증도 있었고 그 것 때문에 기력이 없어지니까 우울해지고...”

다이어트 약을 1년 넘게 복용했던 그녀는 급기야 우울증에다 폭식증과 거식증까지 찾아왔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00(식욕억제제 부작용 피해자) : “먹고 나면 먹었다는 자책감 있잖아요, 먹었다는 것 때문에 어 내가 왜 그랬지 싶으면서도 그때는 갑자기 이성을 잃어버리니까 먹고나서 손가락 넣고 토했던 적고 있고요 그게 너무 괴로워서 울었던 적고 있고 이러는 내가 너무 싫어서 울었던 적도 있고요...”

살을 빼기 위해 먹었던 약 때문에 결국 더 많은 병을 얻게 된 건데요. 일시적으로 빠졌던 체중도 나중엔 10kg나 더 쪘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다이어트 약의 유혹에서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00(식욕억제제 부작용 피해자) : “(다른 병원에서 )체력이 70대 체력으로 떨어졌으니까 일단 먹고 있는 약을 다 끊으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지금 약을 끊기에는 제 스스로도 좀 힘들고... 그러니까 늪 같다고 해야 되나...”

실제로 이 여성이 먹고 있는 약이 도대체 어떤 성분인지, 전문의를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박석준(정신과 전문의) : “이 약 같은 경우가 바로 암페타민류의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인데요. 과다하게 복용했을 때 불면증이라든지 불안, 심계항진증 가슴 두근거림 우울증이라든지 심한 피로감 투통도 올 수 있고 그렇습니다.”

최근 소비자시민모임에서 식욕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여성 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요. 그 중 66%가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약을 끊지는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인터뷰> 이정희(소비자 시민 모임) : “내가 부작용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겠느냐 하는 것에서도 병원에 가지 않고 참는다는 대답이 제일 많았어요... 약을 안 먹겠다가 아니에요. 계속 약을 먹겠다는 겁니다. 부작용이 나타난 후에도...”

단기적인 약의 효과에 중독된 여성들이 그만큼 약의 유혹을 떨쳐내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뷰> 곽병태(식품의약품안전청 마약관리팀) : “우리나라 사회 환경이 몸짱, 날씬한 체형을 원하는 그런 사회 환경 때문에 식욕억제제가 오남용 되고 있고...”

전문가들은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의 경우, 환자 상태를 철저하게 검진한 뒤 처방해야 하며, 그런 경우에도 6개월 이상 장기 복용은 피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인터뷰> 박석준(정신과 전문의) : “고혈압이라든지 심혈관 질환이 있다든지 또는 정신과 적으로 우울증, 정신 분열증 같은 병이 있다든지 녹내장이 있다든지 갑상선기능항진증, 교감신경흥분제 등에서 과민반응..이런 것들을 체크를 하고 난 다음에...”

OECD 가입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 여성들은 가장 날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다이어트 약품 소비량은 세계에서 3번째로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데요.

과도한 욕심에 선택한 비만치료제가 나중 더 큰 병을 부를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처방과 복용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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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살 빼려다 우울증…사람 잡는 ‘다이어트 약’
    • 입력 2009-06-15 08:39:05
    • 수정2009-06-15 10: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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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바야흐로 노출의 계절이죠. 여름철을 맞아 다이어트 해야겠다고 결심한 여성분들 많으실 겁니다. 실제로 요즘 다이어트 클리닉 등에는 짧은 시간 안에 살을 빼기 위해 찾는 여성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최서희 기자, 다이어트 욕심이 좀 과했나요. 운동이나 식이요법이 아니라 아예 약을 먹고 살을 빼려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고요? <리포트> 네, 식욕억제제를 말하는 건데요, 병원을 찾아가 이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식욕억제제는 고도 비만 등의 경우에만 쓰는 약인데요, 실제로 병원에 가보니 살을 빼려는 사람에게 쉽게 처방되고 있었습니다. 그 실태와 부작용을 취재했습니다. 조금 더 날씬하게, 조금 더 아름다운 몸매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여성들..살을 빼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유혹을 느끼곤 합니다. 요즘은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약물 복용까지도 서슴지 않는데요. 비만 치료를 전문으로 한다는 서울 강남의 한 병원을 찾았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이곳에서 다이어트 상담을 받고 있었는데요. 환자와 몇 마디 말을 나누던 의사가, 식욕이 좋다는 환자의 말에 식욕억제제 복용을 권유합니다. <녹취>“식욕억제제 해드릴게요. (전에 먹은 적 있어요.) 얼마나 드셨어요? (6개월 정도...) 약은 조금 강하게 투여를 할게요. 가슴 두근거리거나 변비 있을 수 있고 잠 안 올 수 있고...” 이미 6개월이 넘도록 식욕억제제를 투약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에도 쉽게 처방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비만클리닉을 전문으로 하는 서울 시내 한 내과 병원입니다. <녹취> “다이어트 상담 받으러 왔거든요. 고도비만이에요? (아니요. 표준이상이잖아요. 고도비만 같은 경우는 지방이 30%를 넘어야 돼요.)” 검사 결과, 체지방이 정상에서 조금 높은 정도로 나왔지만 다이어트 약을 처방해주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녹취> “처방전만 해 드리는 것도 가능하죠. 약을 드시면 처음 3일 정도는 수면에 장애가 있으시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약간 손발이 떨리실 수도 있어요. 그건 일시적인 현상이니까 걱정 안하셔도 되고요...” 이 곳에서도 역시 별 다른 검사 없이 바로 처방전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이렇게 다이어트 약을 처방해주는 데는 별다른 기준이 필요 없는 듯 보였습니다. 키 170에 50KG이 조금 넘는 마른 여성도 간단한 검사 후에 비만 치료를 위한 식욕억제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녹취>“체지방 정상... 체지방이 저지방이에요, 저지방... (그럼 식욕억제제는 못 받아요?) 드릴게요, 일단은 식욕억제제를 먹으면서 좀 덜 먹는 연습하시고...” 문제는 식욕억제제로 쓰이는 약품 상당수가 우울증이나 불면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부를 수 있는 향정신성 의약품이라는 겁니다. 때문에 이 약들은 원래 폭식증이나 고도 비만 등의 환자에게 극히 제한적으로 처방하게 돼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 식욕억제제를 장기 복용한 뒤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는 20대 여성을 만나봤는데요. <인터뷰> 김00(식욕억제제 부작용 피해자) : “잠을 계속 못자고 머리는 계속 졸린데 잠 못 드는 상태 있잖아요, 그런 상태로 계속 잠을 못자서 이틀에 한 번 잠을 잘 때도 있었어요, 불면증도 있었고 그 것 때문에 기력이 없어지니까 우울해지고...” 다이어트 약을 1년 넘게 복용했던 그녀는 급기야 우울증에다 폭식증과 거식증까지 찾아왔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00(식욕억제제 부작용 피해자) : “먹고 나면 먹었다는 자책감 있잖아요, 먹었다는 것 때문에 어 내가 왜 그랬지 싶으면서도 그때는 갑자기 이성을 잃어버리니까 먹고나서 손가락 넣고 토했던 적고 있고요 그게 너무 괴로워서 울었던 적고 있고 이러는 내가 너무 싫어서 울었던 적도 있고요...” 살을 빼기 위해 먹었던 약 때문에 결국 더 많은 병을 얻게 된 건데요. 일시적으로 빠졌던 체중도 나중엔 10kg나 더 쪘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다이어트 약의 유혹에서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00(식욕억제제 부작용 피해자) : “(다른 병원에서 )체력이 70대 체력으로 떨어졌으니까 일단 먹고 있는 약을 다 끊으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지금 약을 끊기에는 제 스스로도 좀 힘들고... 그러니까 늪 같다고 해야 되나...” 실제로 이 여성이 먹고 있는 약이 도대체 어떤 성분인지, 전문의를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박석준(정신과 전문의) : “이 약 같은 경우가 바로 암페타민류의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인데요. 과다하게 복용했을 때 불면증이라든지 불안, 심계항진증 가슴 두근거림 우울증이라든지 심한 피로감 투통도 올 수 있고 그렇습니다.” 최근 소비자시민모임에서 식욕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여성 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요. 그 중 66%가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약을 끊지는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인터뷰> 이정희(소비자 시민 모임) : “내가 부작용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겠느냐 하는 것에서도 병원에 가지 않고 참는다는 대답이 제일 많았어요... 약을 안 먹겠다가 아니에요. 계속 약을 먹겠다는 겁니다. 부작용이 나타난 후에도...” 단기적인 약의 효과에 중독된 여성들이 그만큼 약의 유혹을 떨쳐내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뷰> 곽병태(식품의약품안전청 마약관리팀) : “우리나라 사회 환경이 몸짱, 날씬한 체형을 원하는 그런 사회 환경 때문에 식욕억제제가 오남용 되고 있고...” 전문가들은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의 경우, 환자 상태를 철저하게 검진한 뒤 처방해야 하며, 그런 경우에도 6개월 이상 장기 복용은 피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인터뷰> 박석준(정신과 전문의) : “고혈압이라든지 심혈관 질환이 있다든지 또는 정신과 적으로 우울증, 정신 분열증 같은 병이 있다든지 녹내장이 있다든지 갑상선기능항진증, 교감신경흥분제 등에서 과민반응..이런 것들을 체크를 하고 난 다음에...” OECD 가입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 여성들은 가장 날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다이어트 약품 소비량은 세계에서 3번째로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데요. 과도한 욕심에 선택한 비만치료제가 나중 더 큰 병을 부를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처방과 복용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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