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 2주…‘정국 혼돈’

입력 2009.06.2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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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6월 넷째 주, 특파원 현장보고입니다.

이란 대선이 끝난 지 2주가 지났지만 후폭풍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의 시위 중단 명령이후 이란 당국의 강경대응이 이뤄지면서 시위가 위축되긴 했지만 개혁파의 저항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선의 공정성과 시위 진압 문제 등을 놓고 이란과 서방측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어서 이번 사태가 중동 정세 전반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정창준 중동 특파원을 연결해 자세한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정 특파원, 먼저 최근 이란의 반정부 시위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리포트>

현재는 대규모 집회가 원천봉쇄되고 있는가운데 산발적인 시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의 시위중단 명령 이후 정부당국이 개혁파 집회에 대해 초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시위가 위축되고 있습니다.

시위 구호도 초반엔 대선 무효화가 대세했지만 지금은 '독재자 타도'와 같은 반정부 구호로 바뀌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시위의 중심인 개혁파 무사비 대선후보측이 시위 희생자가 속출하는데도 평화시위를 촉구하는 등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불만도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무사비 후보측은 시위를 계속하라고 독려하고 있지만 당국과의 물밑 협상에도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규모 검거 선풍이 불고 있습니다. 대학 교수 70여 명이 무사비 후보측과 만난 뒤 체포되는 등 정치인,언론인 등 수백여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7일이죠 우리나라와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개혁파의 상징인 녹색 손목밴드를 착용한 이란 축구선수 4명은 국가대표 자격을 영구 박탈당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외신들의 시위취재는 당국에 의해 전면 봉쇄되고 있습니다.

<질문> “이번 시위 사태와 관련해서 대선 결과가 번복될 수 있느냐가 핵심 변수 일 텐데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어 보입니까?”

<답변>

이란 헌법수호위원회가 야당 대선 후보들이 제기한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다음주 초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요. 선거 결과를 번복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헌법수호위원회는 부분 재검표를 실시한 결과 일부 지역에서 유효투표수가 유권자수를 초과하는 부정사례가 확인됐지만 압도적 표차의 이번 대선결과를 뒤집을 만한 의미있는 수치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질문> “이번 시위를 보면 이슬람 사회에서 유례없이 여성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던데 그 배경이 있습니까?”

<답변>

이란에서도 여성들이 이처럼 대규모로 시위에 참여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특히 네다라는 이름의 20대 여성의 죽음은 전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요.민병대의 총격으로 숨지는 장면이 촬영돼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이란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이 여성의 죽음이 주춤하고 있는 시위의 기폭제로 될 것을 우려해 당국은 공개적 장례를 금하는 등 추모열기 확산을 막기위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숨진 네다씨를 비롯해 여성은 개혁파 시위의 핵심동력이 되고 있는데요. 개혁파 무사비 후보가 여성의 권익 향상을 약속하면서 여성의 표심이 움직였으나 대선결과 이같은 희망이 무산되자 시위에 적극 참여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대선 과정에서도 개혁파 무사비 후보측의 부인인 자라 라나바드는 선거유세에 적극 참여해 여성의 정치활동이 금기시되는 이란 사회에 충격을 주며 이란의 '미셸 오바마'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질문> “이번 시위사태로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의 권위가 크게 상처를 입은 것 같던데, 어떻게 보십니까?”

<답변>

정치분석가들은 이번 대선 후폭풍 과정에서 가장 큰 정치적 피해자를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라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시위중단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지도력과 권위가 크게 실추됐기 때문인데요. 이란 신정체제 30년동안 이란 최고 지도자의 위상과 역할을 박찬형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신정체제 이전 이란을 통치하던 팔레비 왕조는 1963년, 토지개혁과 여성 투표로 대표되는 이른바 '백색혁명'으로 주요 지주 계층인 이슬람 성직자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무엇보다 이란 국민들의 반발이 컸던 것은 지나친 친미 노선과 서구화 정책. 급기야 학생과 상인, 노동자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팔레비 왕조는 유혈진압으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고, 결국 팔레비는 1979년 1월 망명길에 오르면서 이슬람혁명은 성공을 거둡니다. 그리고 이슬람 혁명을 이끈 호메이니가 본격적인 신정 체제를 시작합니다.

<녹취> 호메이니(최고지도자) : “이슬람 혁명을 주도한 이 호메이니가 이슬람 공화국을 지지하는 이들의 뜻을 받들어 정부를 임명합니다”

신의 위임을 받아 국가를 통치하는 최고 종교지도자는 대통령 인준.해임권, 입법,사법,행정 최후 의사 결정권, 군 사령관 임명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 위의 권력자입니다.

<인터뷰> 수잔 멀로니(브루킹스연구소) : “이란 최고지도자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입니다. 모든 정부기관에 대해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죠”

호메이니는 이런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이슬람 교리를 철저히 따르도록 이란 내부를 통제했고, 밖으로는 반미노선을 택했습니다.

1989년, 호메이니가 사망하자 하메네이가 그 자리를 물려받습니다.

호메이니 만큼 강력한 카리스마는 없었지만 하메네이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군부, 혁명수비대, 정보기관 등에 측근들을 대거 기용하며 권력을 강화합니다.

지금은 등을 돌리고 무사비 후보를 지원하는 라프산자니 전문가회의 의장도 1989년 대통령에 당선돼 1997년까지 하메네이와 함께 했던 인물입니다. 밖으로는 반미노선을 계승한 하메네이는 반정부 시위 때마다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며강력히 대응했습니다.

<녹취> 하메네이(최고지도자 / 2003년) :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이라크전과는 다를 것이다. 이란은 미국의 시위 책동 음모에 맞설 것이며, 적들을 물리칠 것이다”

1997년은 이란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해입니다. 개혁파 후보인 하타미가 라프산자니의 실정에 반사이익을 얻어 70%의 압도적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입니다.유권자 중 4분의 1이 이슬람혁명 이후 세대인데다 신정체제의 압박에 지친 여성과 젊은층, 도시민들은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라몰로미(당시 유권자) : “보다 많은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해 약속했기 때문에 하타미를 선택했습니다”

2001년 대선에서도 하타미는 77%의 높은 지지율로 재선됩니다. 하지만, 하타미 대통령은 번번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하타미 대통령은 각종 개혁정책을 쏟아냈지만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이를 철저히 차단했습니다.

결국 8년간의 권력 투쟁에서 개혁파는 힘을 잃었고 보수강경파, 아마디네자드 테헤란 시장이 2005년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여기에는 하타미의 실패한 개혁정책에 대한 실망감과 빈민,농민층의 절대적 지지도 뒷받침이 됐습니다.

안으로는 빈민구제, 밖으로는 반미를 부르짖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슬람 무장정파를 지원했고, 핵 개발로 이스라엘과 미국을 위협했습니다.

<녹취> 아마디네자드(이란 대통령) : “핵에너지 개발은 우리의 권리입니다.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서 그것을 빼앗아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2009년 대통령 선거. 이란 젊은층과 여성, 도시민들은 4년 만에 아마디네자드의 보수강경 정책에 염증을 느꼈고 개혁과 변화를 외쳤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정치적 역학관계는 분명했습니다.

<인터뷰> 바케르 모인(언론인) :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보수 성직자를 지지하는 아마디네자드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반면 전 대통령인 하타미와 라프산자니는 무사비를 지원하죠”

30년, 한 세대를 이어온 이란의 신정체제. 그 안에서는 보수와 개혁 지도층 간의 치열한 권력투쟁이 있었고, 절대 권력을 휘둘러온 이슬람 신정체제는 내부 분열 조짐까지 보이며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질문> “대선 이후 대규모 시위에, 강경진압, 이 일련의 과정을 놓고 이란과 서방간의 갈등도 날로 격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답변>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은 시위 강경진압을 중단하고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주장하고 이란은 내정간섭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란 당국은 미국과 유럽이 정상들까지 나서 연일 시위를 부추기는 발언을 하고 실제적으로 배후에서 시위를 지원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핵심에는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란 정부는 이에따라 자국주재 영국 외교관 두 명을 스파이 혐의로 추방한 데 이어 미국 중앙정보국 CIA가 시위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내정간섭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영국주재 이란 외교관 두 명을 추방하겠다고 맞받았습니다.

속내엔 강경파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재선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서방과 대서방 강경노선을 취해 온 이란 정부와의 갈등이 시위사태를 둘러싸고 또 표면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질문> “이번 사태가 중동 정세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답변>

이란 신정체제의 불안과 개혁파의 격렬한 저항은 이미 중동정세에 미묘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공고해 보이던 이란 신정체제의 지위가 흔들리면서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을 꿈꾸는 이란의 중동내 영향력이 다소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미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집권이후 대이슬람,대이란 관계개선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이번 시위사태에 대해 내정간섭을 하지는 않겠다며 발언을 신중히하면서 향후 협상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위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이란 당국의 시위 강경진압에 대해 미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갈등이 깊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란내 개혁파의 목소리를 확인하면서 이란의 대서방 강경노선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편으론 개혁파 시위대의 용기에 아랍권 젊은이들의 공감이 커지면서 대부분 왕정이나 권위주의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아랍 국가들에겐 불안감으로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두바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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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대선 2주…‘정국 혼돈’
    • 입력 2009-06-28 08:25:01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6월 넷째 주, 특파원 현장보고입니다. 이란 대선이 끝난 지 2주가 지났지만 후폭풍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의 시위 중단 명령이후 이란 당국의 강경대응이 이뤄지면서 시위가 위축되긴 했지만 개혁파의 저항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선의 공정성과 시위 진압 문제 등을 놓고 이란과 서방측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어서 이번 사태가 중동 정세 전반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정창준 중동 특파원을 연결해 자세한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정 특파원, 먼저 최근 이란의 반정부 시위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리포트> 현재는 대규모 집회가 원천봉쇄되고 있는가운데 산발적인 시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의 시위중단 명령 이후 정부당국이 개혁파 집회에 대해 초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시위가 위축되고 있습니다. 시위 구호도 초반엔 대선 무효화가 대세했지만 지금은 '독재자 타도'와 같은 반정부 구호로 바뀌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시위의 중심인 개혁파 무사비 대선후보측이 시위 희생자가 속출하는데도 평화시위를 촉구하는 등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불만도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무사비 후보측은 시위를 계속하라고 독려하고 있지만 당국과의 물밑 협상에도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규모 검거 선풍이 불고 있습니다. 대학 교수 70여 명이 무사비 후보측과 만난 뒤 체포되는 등 정치인,언론인 등 수백여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7일이죠 우리나라와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개혁파의 상징인 녹색 손목밴드를 착용한 이란 축구선수 4명은 국가대표 자격을 영구 박탈당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외신들의 시위취재는 당국에 의해 전면 봉쇄되고 있습니다. <질문> “이번 시위 사태와 관련해서 대선 결과가 번복될 수 있느냐가 핵심 변수 일 텐데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어 보입니까?” <답변> 이란 헌법수호위원회가 야당 대선 후보들이 제기한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다음주 초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요. 선거 결과를 번복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헌법수호위원회는 부분 재검표를 실시한 결과 일부 지역에서 유효투표수가 유권자수를 초과하는 부정사례가 확인됐지만 압도적 표차의 이번 대선결과를 뒤집을 만한 의미있는 수치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질문> “이번 시위를 보면 이슬람 사회에서 유례없이 여성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던데 그 배경이 있습니까?” <답변> 이란에서도 여성들이 이처럼 대규모로 시위에 참여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특히 네다라는 이름의 20대 여성의 죽음은 전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요.민병대의 총격으로 숨지는 장면이 촬영돼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이란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이 여성의 죽음이 주춤하고 있는 시위의 기폭제로 될 것을 우려해 당국은 공개적 장례를 금하는 등 추모열기 확산을 막기위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숨진 네다씨를 비롯해 여성은 개혁파 시위의 핵심동력이 되고 있는데요. 개혁파 무사비 후보가 여성의 권익 향상을 약속하면서 여성의 표심이 움직였으나 대선결과 이같은 희망이 무산되자 시위에 적극 참여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대선 과정에서도 개혁파 무사비 후보측의 부인인 자라 라나바드는 선거유세에 적극 참여해 여성의 정치활동이 금기시되는 이란 사회에 충격을 주며 이란의 '미셸 오바마'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질문> “이번 시위사태로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의 권위가 크게 상처를 입은 것 같던데, 어떻게 보십니까?” <답변> 정치분석가들은 이번 대선 후폭풍 과정에서 가장 큰 정치적 피해자를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라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시위중단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지도력과 권위가 크게 실추됐기 때문인데요. 이란 신정체제 30년동안 이란 최고 지도자의 위상과 역할을 박찬형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신정체제 이전 이란을 통치하던 팔레비 왕조는 1963년, 토지개혁과 여성 투표로 대표되는 이른바 '백색혁명'으로 주요 지주 계층인 이슬람 성직자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무엇보다 이란 국민들의 반발이 컸던 것은 지나친 친미 노선과 서구화 정책. 급기야 학생과 상인, 노동자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팔레비 왕조는 유혈진압으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고, 결국 팔레비는 1979년 1월 망명길에 오르면서 이슬람혁명은 성공을 거둡니다. 그리고 이슬람 혁명을 이끈 호메이니가 본격적인 신정 체제를 시작합니다. <녹취> 호메이니(최고지도자) : “이슬람 혁명을 주도한 이 호메이니가 이슬람 공화국을 지지하는 이들의 뜻을 받들어 정부를 임명합니다” 신의 위임을 받아 국가를 통치하는 최고 종교지도자는 대통령 인준.해임권, 입법,사법,행정 최후 의사 결정권, 군 사령관 임명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 위의 권력자입니다. <인터뷰> 수잔 멀로니(브루킹스연구소) : “이란 최고지도자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입니다. 모든 정부기관에 대해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죠” 호메이니는 이런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이슬람 교리를 철저히 따르도록 이란 내부를 통제했고, 밖으로는 반미노선을 택했습니다. 1989년, 호메이니가 사망하자 하메네이가 그 자리를 물려받습니다. 호메이니 만큼 강력한 카리스마는 없었지만 하메네이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군부, 혁명수비대, 정보기관 등에 측근들을 대거 기용하며 권력을 강화합니다. 지금은 등을 돌리고 무사비 후보를 지원하는 라프산자니 전문가회의 의장도 1989년 대통령에 당선돼 1997년까지 하메네이와 함께 했던 인물입니다. 밖으로는 반미노선을 계승한 하메네이는 반정부 시위 때마다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며강력히 대응했습니다. <녹취> 하메네이(최고지도자 / 2003년) :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이라크전과는 다를 것이다. 이란은 미국의 시위 책동 음모에 맞설 것이며, 적들을 물리칠 것이다” 1997년은 이란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해입니다. 개혁파 후보인 하타미가 라프산자니의 실정에 반사이익을 얻어 70%의 압도적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입니다.유권자 중 4분의 1이 이슬람혁명 이후 세대인데다 신정체제의 압박에 지친 여성과 젊은층, 도시민들은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라몰로미(당시 유권자) : “보다 많은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해 약속했기 때문에 하타미를 선택했습니다” 2001년 대선에서도 하타미는 77%의 높은 지지율로 재선됩니다. 하지만, 하타미 대통령은 번번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하타미 대통령은 각종 개혁정책을 쏟아냈지만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이를 철저히 차단했습니다. 결국 8년간의 권력 투쟁에서 개혁파는 힘을 잃었고 보수강경파, 아마디네자드 테헤란 시장이 2005년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여기에는 하타미의 실패한 개혁정책에 대한 실망감과 빈민,농민층의 절대적 지지도 뒷받침이 됐습니다. 안으로는 빈민구제, 밖으로는 반미를 부르짖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슬람 무장정파를 지원했고, 핵 개발로 이스라엘과 미국을 위협했습니다. <녹취> 아마디네자드(이란 대통령) : “핵에너지 개발은 우리의 권리입니다.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서 그것을 빼앗아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2009년 대통령 선거. 이란 젊은층과 여성, 도시민들은 4년 만에 아마디네자드의 보수강경 정책에 염증을 느꼈고 개혁과 변화를 외쳤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정치적 역학관계는 분명했습니다. <인터뷰> 바케르 모인(언론인) :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보수 성직자를 지지하는 아마디네자드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반면 전 대통령인 하타미와 라프산자니는 무사비를 지원하죠” 30년, 한 세대를 이어온 이란의 신정체제. 그 안에서는 보수와 개혁 지도층 간의 치열한 권력투쟁이 있었고, 절대 권력을 휘둘러온 이슬람 신정체제는 내부 분열 조짐까지 보이며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질문> “대선 이후 대규모 시위에, 강경진압, 이 일련의 과정을 놓고 이란과 서방간의 갈등도 날로 격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답변>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은 시위 강경진압을 중단하고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주장하고 이란은 내정간섭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란 당국은 미국과 유럽이 정상들까지 나서 연일 시위를 부추기는 발언을 하고 실제적으로 배후에서 시위를 지원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핵심에는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란 정부는 이에따라 자국주재 영국 외교관 두 명을 스파이 혐의로 추방한 데 이어 미국 중앙정보국 CIA가 시위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내정간섭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영국주재 이란 외교관 두 명을 추방하겠다고 맞받았습니다. 속내엔 강경파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재선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서방과 대서방 강경노선을 취해 온 이란 정부와의 갈등이 시위사태를 둘러싸고 또 표면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질문> “이번 사태가 중동 정세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답변> 이란 신정체제의 불안과 개혁파의 격렬한 저항은 이미 중동정세에 미묘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공고해 보이던 이란 신정체제의 지위가 흔들리면서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을 꿈꾸는 이란의 중동내 영향력이 다소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미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집권이후 대이슬람,대이란 관계개선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이번 시위사태에 대해 내정간섭을 하지는 않겠다며 발언을 신중히하면서 향후 협상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위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이란 당국의 시위 강경진압에 대해 미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갈등이 깊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란내 개혁파의 목소리를 확인하면서 이란의 대서방 강경노선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편으론 개혁파 시위대의 용기에 아랍권 젊은이들의 공감이 커지면서 대부분 왕정이나 권위주의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아랍 국가들에겐 불안감으로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두바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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