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가계 빚 급증…국가 경제 빨간불

입력 2009.08.25 (07:09) 수정 2009.08.2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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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수 해설위원]

가계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경고음이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7개월 동안 주택담보 대출로 22조 5천억 원이 풀렸습니다. 집을 담보로 한 달 평균 3조 원이 넘는 돈을 빌린 것입니다. 사상 최대 규모로 지난 2006년 부동산이 폭등했던 때보다도 과열된 것입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 해 말에는 카드 대란과 맞먹는 가계부채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상황이 악화된 것은 정부와 금융권, 가계가 서로 가계 대출을 부추겼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경기를 살린다며 금리를 낮추고 부동산 규제를 대폭 풀었습니다. 금융권은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돈 떼일 염려가 적은 가계에 경쟁적으로 대출을 늘렸습니다. 가계는 집값이 오를 것이라며 돈을 빌려 집을 샀습니다. 결과 집값이 다시 불안해졌습니다. 집값 급등도 문제지만 소득은 그대로인데 원리금 상환부담만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2년 전 월소득의 1/7이었던 주택대출 상환금이 지난해에는 1/5로 늘었습니다. 번 돈의 상당부분을 빚 갚는데 쓰고 있다는 얘깁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택담보 대출의 90% 이상은 변동금리인데 기준이 되는 양도성 예금증서 CD 금리가 반년 만에 연 2.5%를 넘어섰습니다. 이자 부담이 더 커지게 된 것입니다. 쓸 돈도 부족한데 내수가 살아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저축률이 OECD 17개 나라 가운데 가장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은 미국 가정의 과도한 빚 때문이었습니다. 이자가 싼 은행돈으로 집을 샀던 미국인들이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를 갚지 못한 상황에 몰렸고 결국 은행권의 부실과 경기침체를 불러 온 것입니다. 우리도 자칫 자산 시장의 거품이 빠질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경고가 그래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차제에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가계 부실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강화하고 부동산 대책도 정밀하게 짜야 할 것입니다. 개인들 역시 소득 규모에 맞게 빚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경제 주체의 기본인 가계가 건강해야 국가 경제도 튼실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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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가계 빚 급증…국가 경제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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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09-08-25 07: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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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수 해설위원] 가계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경고음이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7개월 동안 주택담보 대출로 22조 5천억 원이 풀렸습니다. 집을 담보로 한 달 평균 3조 원이 넘는 돈을 빌린 것입니다. 사상 최대 규모로 지난 2006년 부동산이 폭등했던 때보다도 과열된 것입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 해 말에는 카드 대란과 맞먹는 가계부채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상황이 악화된 것은 정부와 금융권, 가계가 서로 가계 대출을 부추겼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경기를 살린다며 금리를 낮추고 부동산 규제를 대폭 풀었습니다. 금융권은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돈 떼일 염려가 적은 가계에 경쟁적으로 대출을 늘렸습니다. 가계는 집값이 오를 것이라며 돈을 빌려 집을 샀습니다. 결과 집값이 다시 불안해졌습니다. 집값 급등도 문제지만 소득은 그대로인데 원리금 상환부담만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2년 전 월소득의 1/7이었던 주택대출 상환금이 지난해에는 1/5로 늘었습니다. 번 돈의 상당부분을 빚 갚는데 쓰고 있다는 얘깁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택담보 대출의 90% 이상은 변동금리인데 기준이 되는 양도성 예금증서 CD 금리가 반년 만에 연 2.5%를 넘어섰습니다. 이자 부담이 더 커지게 된 것입니다. 쓸 돈도 부족한데 내수가 살아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저축률이 OECD 17개 나라 가운데 가장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은 미국 가정의 과도한 빚 때문이었습니다. 이자가 싼 은행돈으로 집을 샀던 미국인들이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를 갚지 못한 상황에 몰렸고 결국 은행권의 부실과 경기침체를 불러 온 것입니다. 우리도 자칫 자산 시장의 거품이 빠질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경고가 그래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차제에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가계 부실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강화하고 부동산 대책도 정밀하게 짜야 할 것입니다. 개인들 역시 소득 규모에 맞게 빚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경제 주체의 기본인 가계가 건강해야 국가 경제도 튼실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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