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이고 무너지고…‘위기의 바닷가’

입력 2009.09.17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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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깎이고,쓸리고, 무너지고. 바닷가가 위험에 처했습니다.

알고보니 파도를 막는 방식부터가 잘못됐습니다. 용태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10년 전 만해도 고운 모래로 유명했던 꽃지해수욕장입니다.

지금은 모래 대신 모난 자갈이 즐비하게 깔렸습니다.

백사장 뒤쪽에 옹벽을 쌓은 뒤부터입니다.

<인터뷰> 이평주(태안 환경연합국장) : "그전엔 모래 사구였습니다. 모래를 다 파먹고 옹벽을 치고 하니까 자갈이 드러났습니다. 원래 없었거든요."

완만하게 2미터 정도 모래가 빠진 겁니다.

한쪽에서는 자갈까지 쓸려나가 아예 암반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암반 표면은 뾰쪽해서 자칫 다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장복(서울 갈현동) : "옛날의 기억을 가지고 왔는데, 아이들도 좀 커서 데리고 놀려고 하는데, 그렇게 옛날처럼 편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은 아닌 거 같아요."

꽃지 해수욕장 못지않게 백사장이 넓었던 운여 해수욕장입니다.

백사장 한쪽에 커다란 바위들이 흩어져있습니다.

무너진 축대의 잔해입니다.

파도가 축대를 무너뜨리고 안으로 밀고 들어가 나무들이 모두 죽었습니다.

육지 안쪽에 바닷물 호수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인터뷰> 이한구(충남 장곡리) : "참 경관이 좋았었는데 지금은 보다시피 황폐해졌으니까 지금 누구보고 놀러오라고도 못해요. 하늘과 땅 차이, 천국과 지옥 차이죠."

남아 있는 옹벽도 곳곳에 금이 갔습니다.

한쪽은 내려앉기 시작해 언제 무너질지 모릅니다.

<인터뷰> 이평주(태안환경연합 국장) : "7월에 왔을 때는 주먹이 간신히 들어갔거든요. 지금은 20센티미터가 넘잖습니까."

지금까지 10년 동안 여기에 7차례 축대를 쌓았지만 모두 무너져내렸습니다.

파도가 수직으로 쌓은 축대에 부딪히면 그 충격이 그대로 아래쪽에 전달돼 모래와 자갈을 깎은 뒤 바다로 끌고 가는 과정을 무수히 되풀이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육근형(해양수산개발원 책임연구원) : "모래가 쓸려 나오고 하면서 지반이 약해지고 그러면서 위에 쌓여있는 둑이 한쪽씩 무너집니다. 그러다가 강력한 태풍이라든지 이런게 왔을 때 일시에 무너지는 거죠."

축대 대신 침식을 막는 대안은 자연형 모래 언덕입니다.

기지포 해수욕장도 한때 침식 피해가 심했던 곳입니다.

8년 전 모래 포집기를 설치한 뒤 모래 언덕이 만들어지면서 침식도 막고 경관도 다시 살아났습니다.

<인터뷰> 육근형(해양수산개발원 연구원) : "여기에 저장된 모래가 침식이 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다시 쌓이고 그러면 또다시 완충작용을 합니다. 스폰지처럼 육지를 바다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대부분 해안에는 축대가 쌓이고 있습니다.

전국 14곳의 사구 연안 정비 사업 가운데 모래 언덕을 복원한 곳은 한 곳뿐이고 13곳이 축대를 쌓았습니다.

온난화로 파도의 힘은 더욱 거세지는 가운데 이제부터라도 과학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겉으로는 이런 축대가 안전해 보이지만 나중에는 더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자연의 힘을 대할 때는 보다 장기적인 신중한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KBS 뉴스 용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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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깎이고 무너지고…‘위기의 바닷가’
    • 입력 2009-09-17 21:16:58
    뉴스 9
<앵커 멘트> 깎이고,쓸리고, 무너지고. 바닷가가 위험에 처했습니다. 알고보니 파도를 막는 방식부터가 잘못됐습니다. 용태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10년 전 만해도 고운 모래로 유명했던 꽃지해수욕장입니다. 지금은 모래 대신 모난 자갈이 즐비하게 깔렸습니다. 백사장 뒤쪽에 옹벽을 쌓은 뒤부터입니다. <인터뷰> 이평주(태안 환경연합국장) : "그전엔 모래 사구였습니다. 모래를 다 파먹고 옹벽을 치고 하니까 자갈이 드러났습니다. 원래 없었거든요." 완만하게 2미터 정도 모래가 빠진 겁니다. 한쪽에서는 자갈까지 쓸려나가 아예 암반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암반 표면은 뾰쪽해서 자칫 다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장복(서울 갈현동) : "옛날의 기억을 가지고 왔는데, 아이들도 좀 커서 데리고 놀려고 하는데, 그렇게 옛날처럼 편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은 아닌 거 같아요." 꽃지 해수욕장 못지않게 백사장이 넓었던 운여 해수욕장입니다. 백사장 한쪽에 커다란 바위들이 흩어져있습니다. 무너진 축대의 잔해입니다. 파도가 축대를 무너뜨리고 안으로 밀고 들어가 나무들이 모두 죽었습니다. 육지 안쪽에 바닷물 호수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인터뷰> 이한구(충남 장곡리) : "참 경관이 좋았었는데 지금은 보다시피 황폐해졌으니까 지금 누구보고 놀러오라고도 못해요. 하늘과 땅 차이, 천국과 지옥 차이죠." 남아 있는 옹벽도 곳곳에 금이 갔습니다. 한쪽은 내려앉기 시작해 언제 무너질지 모릅니다. <인터뷰> 이평주(태안환경연합 국장) : "7월에 왔을 때는 주먹이 간신히 들어갔거든요. 지금은 20센티미터가 넘잖습니까." 지금까지 10년 동안 여기에 7차례 축대를 쌓았지만 모두 무너져내렸습니다. 파도가 수직으로 쌓은 축대에 부딪히면 그 충격이 그대로 아래쪽에 전달돼 모래와 자갈을 깎은 뒤 바다로 끌고 가는 과정을 무수히 되풀이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육근형(해양수산개발원 책임연구원) : "모래가 쓸려 나오고 하면서 지반이 약해지고 그러면서 위에 쌓여있는 둑이 한쪽씩 무너집니다. 그러다가 강력한 태풍이라든지 이런게 왔을 때 일시에 무너지는 거죠." 축대 대신 침식을 막는 대안은 자연형 모래 언덕입니다. 기지포 해수욕장도 한때 침식 피해가 심했던 곳입니다. 8년 전 모래 포집기를 설치한 뒤 모래 언덕이 만들어지면서 침식도 막고 경관도 다시 살아났습니다. <인터뷰> 육근형(해양수산개발원 연구원) : "여기에 저장된 모래가 침식이 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다시 쌓이고 그러면 또다시 완충작용을 합니다. 스폰지처럼 육지를 바다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대부분 해안에는 축대가 쌓이고 있습니다. 전국 14곳의 사구 연안 정비 사업 가운데 모래 언덕을 복원한 곳은 한 곳뿐이고 13곳이 축대를 쌓았습니다. 온난화로 파도의 힘은 더욱 거세지는 가운데 이제부터라도 과학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겉으로는 이런 축대가 안전해 보이지만 나중에는 더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자연의 힘을 대할 때는 보다 장기적인 신중한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KBS 뉴스 용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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