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화? ‘특급호텔에선 밀려나는데…’

입력 2009.10.0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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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도쿄의 길거리 간식에서, (화면 전환) 세계인들의 고급 별미가 된 '스시'.

요리사의 손끝 온도, 밥알을 뭉치는 압력까지 계산한 철저한 장인 정신이 일본의 '스시'를 세계에 알렸습니다.

한 번 맛 들이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태국 음식, 우리에게도 제법 익숙하죠.

동남아 특유의 자극적인 맛과 향을 외국인들 입맛에 맞춰 부드럽게 순화시킨 게 인기 비결입니다.

우리나라의 한식만큼 많은 정성이 들어가고 건강에 좋은 음식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데요.

다른 아시아권 음식에 비해 세계화에 뒤쳐진 건, 왜일까요?

밖으로는 세계화를 외치면서도, 정작 우리 안에서는 한식을 외면하는 현실, 한번쯤 짚어볼 문젭니다.

김양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 시내 한 특급호텔의 한식당.

먹음직스런 갈비와 각종 구이, 전 등 상차림이 입맛을 돋웁니다.

이 가운데 외국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음식은 각종 야채와 고기로 고명을 올린 비빔밥.

한식의 대표로 자리매김한 비빔밥은 고 마이클 잭슨이 특히 좋아하고 극찬하면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하지만, 당시 마이클 잭슨에게 비빔밥을 제공했던 호텔에는 한식당이 아예 문을 닫은 상탭니다.

현재 서울의 19개 특급호텔 가운데 한식당이 있는 곳은 단 5곳.

지난 2005년 신라호텔에 이어 조선, 인터컨티넨탈호텔 등이 줄줄이 한식당의 문을 닫고 양식 레스토랑으로 바꿨습니다.

양식당과 비교할 때 조리사도 많이 필요하고, 손이 더 많이 가는 등 재료비나 인건비가 많이 드는 데 비해 손님 수는 적어 수익이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진민(롯데호텔 한식당 매니저) : "한식당은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많이 들어 운영이 좀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특급호텔에 투숙하는 외국인들은 적지 않은 불만을 토로합니다.

<인터뷰> 로베르토 부타(이탈리아인) : "특급호텔에 한식당을 없애는 것은 절대적으로 큰 실수입니다. 호텔은 6,7개의 다양한 식당을 운영해야 하지만 한식당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호텔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얼굴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각종 국제 행사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외교통상부에서 주최하는 한-아세안 문화 교류 행사장입니다.

각국 외교 사절과 유명인사들이 참석한 만찬장에서 나오는 음식은 양식 일색입니다.

<녹취> 행사 관계자 : "할례를 한 고기만 드시는 분들도 있고. 호텔에서 (행사를) 하다 보니까 양식이 됐는데...이번엔 그렇게(한식을) 준비를 못했어요."

정부에서 주최하는 국제행사는 일주일에도 십여 건.

그러나 한식을 내놓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인터뷰> 박순연(농림수산식품부 한식 세계화추진팀장) : "사실 한식이 서빙도 까다롭고 입맛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피했지만 따지고 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앞으로는 그런 문제들도 해결해나가도록..."

2017년까지 해외 한식당 4만 개, 세계 일류 한식 브랜드 100개를 만들겠다는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

계획은 거창하나 이를 위한 정부나 기업의 실천은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

KBS 뉴스 김양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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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식 세계화? ‘특급호텔에선 밀려나는데…’
    • 입력 2009-10-05 20:10:13
    뉴스타임
<앵커 멘트> 도쿄의 길거리 간식에서, (화면 전환) 세계인들의 고급 별미가 된 '스시'. 요리사의 손끝 온도, 밥알을 뭉치는 압력까지 계산한 철저한 장인 정신이 일본의 '스시'를 세계에 알렸습니다. 한 번 맛 들이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태국 음식, 우리에게도 제법 익숙하죠. 동남아 특유의 자극적인 맛과 향을 외국인들 입맛에 맞춰 부드럽게 순화시킨 게 인기 비결입니다. 우리나라의 한식만큼 많은 정성이 들어가고 건강에 좋은 음식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데요. 다른 아시아권 음식에 비해 세계화에 뒤쳐진 건, 왜일까요? 밖으로는 세계화를 외치면서도, 정작 우리 안에서는 한식을 외면하는 현실, 한번쯤 짚어볼 문젭니다. 김양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 시내 한 특급호텔의 한식당. 먹음직스런 갈비와 각종 구이, 전 등 상차림이 입맛을 돋웁니다. 이 가운데 외국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음식은 각종 야채와 고기로 고명을 올린 비빔밥. 한식의 대표로 자리매김한 비빔밥은 고 마이클 잭슨이 특히 좋아하고 극찬하면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하지만, 당시 마이클 잭슨에게 비빔밥을 제공했던 호텔에는 한식당이 아예 문을 닫은 상탭니다. 현재 서울의 19개 특급호텔 가운데 한식당이 있는 곳은 단 5곳. 지난 2005년 신라호텔에 이어 조선, 인터컨티넨탈호텔 등이 줄줄이 한식당의 문을 닫고 양식 레스토랑으로 바꿨습니다. 양식당과 비교할 때 조리사도 많이 필요하고, 손이 더 많이 가는 등 재료비나 인건비가 많이 드는 데 비해 손님 수는 적어 수익이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진민(롯데호텔 한식당 매니저) : "한식당은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많이 들어 운영이 좀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특급호텔에 투숙하는 외국인들은 적지 않은 불만을 토로합니다. <인터뷰> 로베르토 부타(이탈리아인) : "특급호텔에 한식당을 없애는 것은 절대적으로 큰 실수입니다. 호텔은 6,7개의 다양한 식당을 운영해야 하지만 한식당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호텔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얼굴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각종 국제 행사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외교통상부에서 주최하는 한-아세안 문화 교류 행사장입니다. 각국 외교 사절과 유명인사들이 참석한 만찬장에서 나오는 음식은 양식 일색입니다. <녹취> 행사 관계자 : "할례를 한 고기만 드시는 분들도 있고. 호텔에서 (행사를) 하다 보니까 양식이 됐는데...이번엔 그렇게(한식을) 준비를 못했어요." 정부에서 주최하는 국제행사는 일주일에도 십여 건. 그러나 한식을 내놓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인터뷰> 박순연(농림수산식품부 한식 세계화추진팀장) : "사실 한식이 서빙도 까다롭고 입맛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피했지만 따지고 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앞으로는 그런 문제들도 해결해나가도록..." 2017년까지 해외 한식당 4만 개, 세계 일류 한식 브랜드 100개를 만들겠다는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 계획은 거창하나 이를 위한 정부나 기업의 실천은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 KBS 뉴스 김양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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