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행정동이 통.폐합되면서 곳곳에 고급스러운 주민센터가 속속 들어서고 있는데요.
무엇을 위한 행정인지 멀쩡한 사무기기와 집기들은 물론, 주민들의 내밀한 개인정보까지 마구 버려지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황현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주민자치센터.
의자와 책상, 운동 기구들이 앞 마당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습니다.
<녹취> "(이 안에 있는 집기들을 다 꺼내는 거예요?) 네, 집기만 꺼내는 거예요. (이거는 어떻게 처리하시는 거예요?) 여기 폐기물이라고 써 있잖아요."
근처에 새로 지은 청사로 이사하면서 예전에 쓰던 집기들을 그냥 버렸습니다.
이렇게 불용 처리된 물품들은 싼값에 매각되거나 폐기 처분됩니다.
출입할 때 특별한 통제도 없습니다.
곳곳에 방치돼 있는 집기들은 이처럼 파손이 거의 안 된 멀쩡한 물건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보존기한이 남은 각종 공문서마저 쓰레기와 함께 뒤죽박죽 버려져 있습니다.
외부업체에 공문서 폐기를 위탁할 때 완전히 파쇄되기까지 공무원이 동행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겁니다.
건물 내부에서 발견된 CD 한장, 내용을 들여다 봤습니다.
공문서를 스캔한 이미지 파일 수 백개가 쏟아져 나옵니다.
장애인 등록증을 발급받기 위해 주민들이 제출한 장애 진단서들입니다.
개개인의 사진,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심지어 자세한 개인 병력과 의사 소견까지 기록돼 있습니다.
신상정보가 기록된 개인은 312명. 그 가운데 한 명을 찾아가 봤습니다.
처음엔 영문을 몰라 당황하더니 이내 분통을 터뜨립니다.
일반 정보도 아니고 개인 병력이 들어있는 서류를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화를 냅니다.
<녹취> "황당하고 개인적인 프라이버시 문제인데. 또 아픈 사람들에 대한 정보잖아요. 믿고 정보를 줬는데 그걸 방치했다는데 화가 나고..."
해당 자치센터는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녹취> 자치센터 관계자 : "집기는 내구연한을 이야기하면 안돼요. 사실은...(그렇죠. 내구연한이 워낙 짧으니까) 쓸 수 있으면 갖다 쓰고 해야 하는데..."
<녹취> "이걸 완전히 가져왔다고 그러거든요. 이게 어떻게 거기 남아 있는 지 의아스럽다. 이런 것들이 버려졌다는 사실에 나도 정말 경악스럽습니다."
민선자치 도입 이후 신청사를 지은 지방자치단체는 59곳, 총 사업비 2조4천9백억 원으로 한 곳당 평균 420억 원이 넘습니다.
국민의 세금을 무책임하게 낭비하는 것도 모자라 공문서와 개인정보 유출 우려까지.
호화롭고 번듯한 신청사 짓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우리 행정당국의 가려진 모습들입니다.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
행정동이 통.폐합되면서 곳곳에 고급스러운 주민센터가 속속 들어서고 있는데요.
무엇을 위한 행정인지 멀쩡한 사무기기와 집기들은 물론, 주민들의 내밀한 개인정보까지 마구 버려지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황현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주민자치센터.
의자와 책상, 운동 기구들이 앞 마당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습니다.
<녹취> "(이 안에 있는 집기들을 다 꺼내는 거예요?) 네, 집기만 꺼내는 거예요. (이거는 어떻게 처리하시는 거예요?) 여기 폐기물이라고 써 있잖아요."
근처에 새로 지은 청사로 이사하면서 예전에 쓰던 집기들을 그냥 버렸습니다.
이렇게 불용 처리된 물품들은 싼값에 매각되거나 폐기 처분됩니다.
출입할 때 특별한 통제도 없습니다.
곳곳에 방치돼 있는 집기들은 이처럼 파손이 거의 안 된 멀쩡한 물건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보존기한이 남은 각종 공문서마저 쓰레기와 함께 뒤죽박죽 버려져 있습니다.
외부업체에 공문서 폐기를 위탁할 때 완전히 파쇄되기까지 공무원이 동행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겁니다.
건물 내부에서 발견된 CD 한장, 내용을 들여다 봤습니다.
공문서를 스캔한 이미지 파일 수 백개가 쏟아져 나옵니다.
장애인 등록증을 발급받기 위해 주민들이 제출한 장애 진단서들입니다.
개개인의 사진,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심지어 자세한 개인 병력과 의사 소견까지 기록돼 있습니다.
신상정보가 기록된 개인은 312명. 그 가운데 한 명을 찾아가 봤습니다.
처음엔 영문을 몰라 당황하더니 이내 분통을 터뜨립니다.
일반 정보도 아니고 개인 병력이 들어있는 서류를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화를 냅니다.
<녹취> "황당하고 개인적인 프라이버시 문제인데. 또 아픈 사람들에 대한 정보잖아요. 믿고 정보를 줬는데 그걸 방치했다는데 화가 나고..."
해당 자치센터는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녹취> 자치센터 관계자 : "집기는 내구연한을 이야기하면 안돼요. 사실은...(그렇죠. 내구연한이 워낙 짧으니까) 쓸 수 있으면 갖다 쓰고 해야 하는데..."
<녹취> "이걸 완전히 가져왔다고 그러거든요. 이게 어떻게 거기 남아 있는 지 의아스럽다. 이런 것들이 버려졌다는 사실에 나도 정말 경악스럽습니다."
민선자치 도입 이후 신청사를 지은 지방자치단체는 59곳, 총 사업비 2조4천9백억 원으로 한 곳당 평균 420억 원이 넘습니다.
국민의 세금을 무책임하게 낭비하는 것도 모자라 공문서와 개인정보 유출 우려까지.
호화롭고 번듯한 신청사 짓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우리 행정당국의 가려진 모습들입니다.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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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정보까지 마구 내다버리는 주민센터
-
- 입력 2009-10-21 20:13:25
![](/newsimage2/200910/20091021/1869812.jpg)
<앵커 멘트>
행정동이 통.폐합되면서 곳곳에 고급스러운 주민센터가 속속 들어서고 있는데요.
무엇을 위한 행정인지 멀쩡한 사무기기와 집기들은 물론, 주민들의 내밀한 개인정보까지 마구 버려지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황현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주민자치센터.
의자와 책상, 운동 기구들이 앞 마당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습니다.
<녹취> "(이 안에 있는 집기들을 다 꺼내는 거예요?) 네, 집기만 꺼내는 거예요. (이거는 어떻게 처리하시는 거예요?) 여기 폐기물이라고 써 있잖아요."
근처에 새로 지은 청사로 이사하면서 예전에 쓰던 집기들을 그냥 버렸습니다.
이렇게 불용 처리된 물품들은 싼값에 매각되거나 폐기 처분됩니다.
출입할 때 특별한 통제도 없습니다.
곳곳에 방치돼 있는 집기들은 이처럼 파손이 거의 안 된 멀쩡한 물건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보존기한이 남은 각종 공문서마저 쓰레기와 함께 뒤죽박죽 버려져 있습니다.
외부업체에 공문서 폐기를 위탁할 때 완전히 파쇄되기까지 공무원이 동행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겁니다.
건물 내부에서 발견된 CD 한장, 내용을 들여다 봤습니다.
공문서를 스캔한 이미지 파일 수 백개가 쏟아져 나옵니다.
장애인 등록증을 발급받기 위해 주민들이 제출한 장애 진단서들입니다.
개개인의 사진,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심지어 자세한 개인 병력과 의사 소견까지 기록돼 있습니다.
신상정보가 기록된 개인은 312명. 그 가운데 한 명을 찾아가 봤습니다.
처음엔 영문을 몰라 당황하더니 이내 분통을 터뜨립니다.
일반 정보도 아니고 개인 병력이 들어있는 서류를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화를 냅니다.
<녹취> "황당하고 개인적인 프라이버시 문제인데. 또 아픈 사람들에 대한 정보잖아요. 믿고 정보를 줬는데 그걸 방치했다는데 화가 나고..."
해당 자치센터는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녹취> 자치센터 관계자 : "집기는 내구연한을 이야기하면 안돼요. 사실은...(그렇죠. 내구연한이 워낙 짧으니까) 쓸 수 있으면 갖다 쓰고 해야 하는데..."
<녹취> "이걸 완전히 가져왔다고 그러거든요. 이게 어떻게 거기 남아 있는 지 의아스럽다. 이런 것들이 버려졌다는 사실에 나도 정말 경악스럽습니다."
민선자치 도입 이후 신청사를 지은 지방자치단체는 59곳, 총 사업비 2조4천9백억 원으로 한 곳당 평균 420억 원이 넘습니다.
국민의 세금을 무책임하게 낭비하는 것도 모자라 공문서와 개인정보 유출 우려까지.
호화롭고 번듯한 신청사 짓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우리 행정당국의 가려진 모습들입니다.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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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택 기자 news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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