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 모사 화가들 “당당하게 베껴요”

입력 2009.11.07 (21:50) 수정 2009.11.2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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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다른 사람이 그렸던 그림을 똑같이 따라 베끼는 화가들이 있습니다.



옛 그림을 배우고 싶어서, 사라져가는 게 그저 아쉬워서, 이들은 내다팔지도 않을 작품들을 그리고 또 그립니다.



오늘 ’문화와 사람’은 모은희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그림 그리기에 몰두한 이 사람.



옆에 끼고 자꾸 들여다 보는 건 바로 겸재 정선의 화보입니다.



일주일 내내 따라한 ’풍악내산총람’도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불교 회화가인 고 씨가 겸재 그림을 본격적으로 베낀 건 10년 전입니다.



<인터뷰>고정한(용인대 불교회화 연구위원) : "중국 화풍과 다르게 독특한 면이 있습니다. 그 독특함이 우리 산천을 그림으로 해서 나온 필치이기 때문에 그걸 배우고 싶었죠."



소나무, 바위, 산...



270년 전 겸재가 보았던 자연이 이제 그의 손길로 다시 태어납니다.



내친 김에 쌓아둔 작품 150여 점을 간추려 전시회도 열었습니다.



<인터뷰>이석우(겸재 정선 기념관장) : "사진 기술과 인쇄술이 발달하긴 했지만 그러나 역시 사람의 손이 가고 사람의 정신이 간 작품들은 큰 의미가 있다."



규장각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는 윤문자 씨는 궁궐화와 민화를 복원합니다.



20년 넘게 전국의 박물관을 돌며 직접 눈으로 보고 정보를 모았습니다.



명성황후의 장례식을 기록한 의궤는 3년 간 땀 흘린 그의 역작입니다.



<인터뷰>권재철(규장각 사서) : "글씨라든지 그림은 원본하고 똑같습니다. 종이가 좀 깨끗해 보인다는 이런 차이 정도..."



윤 씨는 요즘 한 박물관의 불화를 모사하는 중입니다.



무릎 꿇고, 허리 잔뜩 구부려야 일이 되니 작품 하나 끝날 때마다 며칠씩 앓아 눕습니다.



<인터뷰>윤문자(우리그림연구소장) : "홀가분하게, 몸 안에 있는 게 싹 빠져나가는 것 같아요. 나쁜 기운이 싹 빠져나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궁궐의 벽돌 한 장, 나뭇잎 하나도 빠뜨리지 않는 꼼꼼함.



옛 그림 베끼기는 요즘 젊은 화가들에게는 감내하기 힘든 지독한 인내와 시간 싸움입니다.



베껴도 당당한 ’모사’ 화가들.



조건 없는 그들의 순수 열정 덕에 우리 옛 그림들이 수백 년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에 되살아납니다.



KBS 뉴스 모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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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와 사람] 모사 화가들 “당당하게 베껴요”
    • 입력 2009-11-07 21:24:38
    • 수정2009-11-29 21:37:27
    뉴스 9
<앵커멘트>

다른 사람이 그렸던 그림을 똑같이 따라 베끼는 화가들이 있습니다.

옛 그림을 배우고 싶어서, 사라져가는 게 그저 아쉬워서, 이들은 내다팔지도 않을 작품들을 그리고 또 그립니다.

오늘 ’문화와 사람’은 모은희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그림 그리기에 몰두한 이 사람.

옆에 끼고 자꾸 들여다 보는 건 바로 겸재 정선의 화보입니다.

일주일 내내 따라한 ’풍악내산총람’도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불교 회화가인 고 씨가 겸재 그림을 본격적으로 베낀 건 10년 전입니다.

<인터뷰>고정한(용인대 불교회화 연구위원) : "중국 화풍과 다르게 독특한 면이 있습니다. 그 독특함이 우리 산천을 그림으로 해서 나온 필치이기 때문에 그걸 배우고 싶었죠."

소나무, 바위, 산...

270년 전 겸재가 보았던 자연이 이제 그의 손길로 다시 태어납니다.

내친 김에 쌓아둔 작품 150여 점을 간추려 전시회도 열었습니다.

<인터뷰>이석우(겸재 정선 기념관장) : "사진 기술과 인쇄술이 발달하긴 했지만 그러나 역시 사람의 손이 가고 사람의 정신이 간 작품들은 큰 의미가 있다."

규장각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는 윤문자 씨는 궁궐화와 민화를 복원합니다.

20년 넘게 전국의 박물관을 돌며 직접 눈으로 보고 정보를 모았습니다.

명성황후의 장례식을 기록한 의궤는 3년 간 땀 흘린 그의 역작입니다.

<인터뷰>권재철(규장각 사서) : "글씨라든지 그림은 원본하고 똑같습니다. 종이가 좀 깨끗해 보인다는 이런 차이 정도..."

윤 씨는 요즘 한 박물관의 불화를 모사하는 중입니다.

무릎 꿇고, 허리 잔뜩 구부려야 일이 되니 작품 하나 끝날 때마다 며칠씩 앓아 눕습니다.

<인터뷰>윤문자(우리그림연구소장) : "홀가분하게, 몸 안에 있는 게 싹 빠져나가는 것 같아요. 나쁜 기운이 싹 빠져나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궁궐의 벽돌 한 장, 나뭇잎 하나도 빠뜨리지 않는 꼼꼼함.

옛 그림 베끼기는 요즘 젊은 화가들에게는 감내하기 힘든 지독한 인내와 시간 싸움입니다.

베껴도 당당한 ’모사’ 화가들.

조건 없는 그들의 순수 열정 덕에 우리 옛 그림들이 수백 년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에 되살아납니다.

KBS 뉴스 모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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