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사람] 세월을 담금질하는 ‘대장장이들’

입력 2009.11.14 (21:50) 수정 2009.11.1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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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낫이나 괭이, 칼등 생활필수 연장들을 만들어내고 수선하던 대장간. 모두가 대장간을 찾던 시절이 있었죠.
윤영란 기자가 우리 시대 마지막 대장장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5일장이 펼쳐진 시골 장터, 길 모퉁이에 자리잡은 허름한 대장간이 어김없이 문을 열었습니다.

벌겋게 달궈진 쇠를 연신 두드리자, 두꺼운 쇳덩이가 날렵한 쇠스랑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62살 모무회 씨가 대를 이어 야장의 길을 걸어온 지도 어언 47년...

<인터뷰> 모무회(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지정) : "아버지가 하라니까 했지... 불 붙이다 졸잖아. 그럼 칼 같은 걸 뚝 잘라먹는단 말이야 그럼 망치로 이문으로 머리통 탁 때려."

그 때 그 시절부터 익힌 익숙한 손놀림으로 변함없이 모루를 내리칩니다.





해마다 이 맘 때면 연탄집게며 괭이와 낫을 만드느라 대장간마다 바빴습니다.

두드리고, 벼르고, 담금질하고...
옛 방식으로 만들어낸 전통 생활 도구들만 수십 가지, 57년째 대장간을 지키는 사이, 소년은 일흔살 노인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명일(2005년 충북무형문화재 지정) : "전부 여기다만 의지했지. 포크레인이나 머 장비가 있나요.... 집집마다 6,7사람이 밤낮없이 일해도 전부 다 팔렸어요."

이제 남은 후계자라고는 올해로 환갑을 넘긴 60줄의 노인 한 명뿐, 급속한 기계화와 물밀듯 밀려들어온 값싼 중국산 속에서, 대장간을 찾는 발걸음도 뜸해졌습니다.



64살의 허창구 야장은 대신 '낫'으로, 전문화의 길을 택했습니다.

상표 등록을 마친 지도 벌써 십년, 상표엔 아예 얼굴까지 붙여넣었습니다.


화덕에 쇠조각을 넣었다, 꺼냈다, 메질을 하길 열댓 차례, 마지막 담금질엔 미소가 번집니다.

시원찮은 벌이에 아들 형제는 가업 전수를 포기했지만, 자신은 힘닿는데까지 대장간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허창구(충북 무형문화재) : "지켜나가야 하니까 이렇게 하는 거죠. 대장간은 없어질 확률이 높아요. 지금 내가 안 하면 문 닫는 거죠. 이 생명 다하도록 죽기 전에는 해야 한다는 이 소리여..."

뜨거운 불 속에서 태어나 메질로 단련된 연장들처럼 묵묵히 세월을 담금질해온 대장장이들, 우리의 살림살이에 역사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영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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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와사람] 세월을 담금질하는 ‘대장장이들’
    • 입력 2009-11-14 21:24:36
    • 수정2009-11-14 22:02:54
    뉴스 9
<앵커 멘트> 낫이나 괭이, 칼등 생활필수 연장들을 만들어내고 수선하던 대장간. 모두가 대장간을 찾던 시절이 있었죠. 윤영란 기자가 우리 시대 마지막 대장장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5일장이 펼쳐진 시골 장터, 길 모퉁이에 자리잡은 허름한 대장간이 어김없이 문을 열었습니다. 벌겋게 달궈진 쇠를 연신 두드리자, 두꺼운 쇳덩이가 날렵한 쇠스랑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62살 모무회 씨가 대를 이어 야장의 길을 걸어온 지도 어언 47년... <인터뷰> 모무회(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지정) : "아버지가 하라니까 했지... 불 붙이다 졸잖아. 그럼 칼 같은 걸 뚝 잘라먹는단 말이야 그럼 망치로 이문으로 머리통 탁 때려." 그 때 그 시절부터 익힌 익숙한 손놀림으로 변함없이 모루를 내리칩니다. 해마다 이 맘 때면 연탄집게며 괭이와 낫을 만드느라 대장간마다 바빴습니다. 두드리고, 벼르고, 담금질하고... 옛 방식으로 만들어낸 전통 생활 도구들만 수십 가지, 57년째 대장간을 지키는 사이, 소년은 일흔살 노인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명일(2005년 충북무형문화재 지정) : "전부 여기다만 의지했지. 포크레인이나 머 장비가 있나요.... 집집마다 6,7사람이 밤낮없이 일해도 전부 다 팔렸어요." 이제 남은 후계자라고는 올해로 환갑을 넘긴 60줄의 노인 한 명뿐, 급속한 기계화와 물밀듯 밀려들어온 값싼 중국산 속에서, 대장간을 찾는 발걸음도 뜸해졌습니다. 64살의 허창구 야장은 대신 '낫'으로, 전문화의 길을 택했습니다. 상표 등록을 마친 지도 벌써 십년, 상표엔 아예 얼굴까지 붙여넣었습니다. 화덕에 쇠조각을 넣었다, 꺼냈다, 메질을 하길 열댓 차례, 마지막 담금질엔 미소가 번집니다. 시원찮은 벌이에 아들 형제는 가업 전수를 포기했지만, 자신은 힘닿는데까지 대장간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허창구(충북 무형문화재) : "지켜나가야 하니까 이렇게 하는 거죠. 대장간은 없어질 확률이 높아요. 지금 내가 안 하면 문 닫는 거죠. 이 생명 다하도록 죽기 전에는 해야 한다는 이 소리여..." 뜨거운 불 속에서 태어나 메질로 단련된 연장들처럼 묵묵히 세월을 담금질해온 대장장이들, 우리의 살림살이에 역사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영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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