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도 용돈이 필요하다

입력 2001.05.07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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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일이 어버이날입니다마는 한 달에 부모님께 용돈을 얼마나 드리고 계십니까? 자식 뒷바라지에 청춘을 바친 노인들의 삶이란 옹색하기만 합니다.
힘들다고는 해도 부모님께 소홀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보도에 정창준 기자입니다.
⊙기자: 문구세트 하나를 포장하면 15원, 한 달을 일해 봐야 대략 10여 만원을 손에 쥘 수 있지만 할아버지들의 손놀림은 잠시도 쉴틈이 없습니다.
부족한 용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김용관(69살/인천시 마전동): 10만원씩 주는데 아들이...
그것 가지고는 모자라요.
저희도 살기 힘든데 내가 자꾸 달라고 할 수도 없고...
⊙기자: 그러나 노인들이 같은 일자리를 얻기는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이렇다 보니 거의 모든 노인들이 용돈을 자식들에게 타 쓸 수밖에 없습니다.
⊙권분한(75살): 50만원 주면 말하자면 다섯 달 안 주지.
⊙박OO(78살): 용돈 없어요. 술도 안 먹고 이렇게 돌아다니니까.
⊙기자: 한 조사 결과로는 자식들로부터 한 달에 5만원 미만의 용돈을 타쓰는 노인이 25%, 10만원 미만이 전체의 64%였습니다.
받지 못하는 경우도 10명 가운데 1명꼴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사결과를 꼭 믿을 수만은 없습니다.
자식들의 체면을 생각해서 액수를 올려 대답한 노인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김문신(76살): 점심도 될 수 있으면 4000원짜리 사먹지 않고 5000원짜리 사먹지 않고 라면 정도로 떼우는 분도 몇 분 돼요.
⊙기자: 돈이 들지 않는 공원이나 노인정을 찾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김종수(78살): 하루에 보통 돈 만원은 가져야 할 거예요.
점심 먹는 데 4, 5000원 들어가잖아.
담배 피우지, 술도 드시는 분은 술도 드셔야 되지.
⊙기자: 자식들 뒷바라지에 진력하다 노후대책을 세울 틈도 없이 찾아온 백발.
자녀들에게는 충분한 용돈을 주면서도 부모님들에게는 소홀해 온 것은 아닌지 어버이날을 앞두고 돌아봄직한 일입니다.
KBS뉴스 정창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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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도 용돈이 필요하다
    • 입력 2001-05-07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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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일이 어버이날입니다마는 한 달에 부모님께 용돈을 얼마나 드리고 계십니까? 자식 뒷바라지에 청춘을 바친 노인들의 삶이란 옹색하기만 합니다. 힘들다고는 해도 부모님께 소홀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보도에 정창준 기자입니다. ⊙기자: 문구세트 하나를 포장하면 15원, 한 달을 일해 봐야 대략 10여 만원을 손에 쥘 수 있지만 할아버지들의 손놀림은 잠시도 쉴틈이 없습니다. 부족한 용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김용관(69살/인천시 마전동): 10만원씩 주는데 아들이... 그것 가지고는 모자라요. 저희도 살기 힘든데 내가 자꾸 달라고 할 수도 없고... ⊙기자: 그러나 노인들이 같은 일자리를 얻기는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이렇다 보니 거의 모든 노인들이 용돈을 자식들에게 타 쓸 수밖에 없습니다. ⊙권분한(75살): 50만원 주면 말하자면 다섯 달 안 주지. ⊙박OO(78살): 용돈 없어요. 술도 안 먹고 이렇게 돌아다니니까. ⊙기자: 한 조사 결과로는 자식들로부터 한 달에 5만원 미만의 용돈을 타쓰는 노인이 25%, 10만원 미만이 전체의 64%였습니다. 받지 못하는 경우도 10명 가운데 1명꼴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사결과를 꼭 믿을 수만은 없습니다. 자식들의 체면을 생각해서 액수를 올려 대답한 노인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김문신(76살): 점심도 될 수 있으면 4000원짜리 사먹지 않고 5000원짜리 사먹지 않고 라면 정도로 떼우는 분도 몇 분 돼요. ⊙기자: 돈이 들지 않는 공원이나 노인정을 찾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김종수(78살): 하루에 보통 돈 만원은 가져야 할 거예요. 점심 먹는 데 4, 5000원 들어가잖아. 담배 피우지, 술도 드시는 분은 술도 드셔야 되지. ⊙기자: 자식들 뒷바라지에 진력하다 노후대책을 세울 틈도 없이 찾아온 백발. 자녀들에게는 충분한 용돈을 주면서도 부모님들에게는 소홀해 온 것은 아닌지 어버이날을 앞두고 돌아봄직한 일입니다. KBS뉴스 정창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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