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현장] 中 경제 이끄는 ‘개발특구’

입력 2009.12.1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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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한이 오늘부터 개성공단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 중국과 베트남의 모범적인 산업 공단을 함께 둘러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주목되는 곳이 중국의 쑤저우 공업원구인데요. 중국과 싱가포르가 공동출자해 운영하는 이곳은 외자기업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로 세계적인 기업을 대거 유치해 개성공단의 바람직한 모델로 꼽히고 있습니다.

강석훈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4살 중국처녀, 리리양의 가장 큰 즐거움은 한국 가수의 춤을 배우는 것입니다.

회사일이 끝나면 기숙사에 마련된 무도장에서 하루도 춤 연습을 빼놓지 않습니다. 쑤저우 삼성전자에 입사하면서 생긴 생활의 변화입니다.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는 다섯 식구의 맏딸이어서 집안의 생계비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위리리 : “달마다 천위안 정도 보냅니다. 여기는 복지와 생활환경이 괜찮아서 많은 돈이 필요 없죠”

다른 동료들도 비슷한 사정입니다.

<인터뷰> 장루바오 : “동생이 학생이기 때문에 생활비나 학비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리리양 또래의 중국 직원들은 모두 만 7천 명 정도로, 대부분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안 살림에 기둥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입주한 쑤저우 공업원구는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기술개발구로, 모두 3천 6백 여 개의 외자기업이 들어와 있습니다. 외자기업 취업자만 23만 명입니다.

이처럼 쑤저우 공업원구가 대규모 외자를 유치한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중앙정부의 적극적 지원입니다.

지난 94년 싱가폴과 합작으로 건설하면서 모든 시스템을 선진국인 싱가폴식으로 확 바꿨습니다. 중국과 싱가폴의 부총리가 이사회 의장을, 양국의 관련 장관들이 이사를 맡아 사실상 중앙정부가 변화를 채찍질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쑨징씨아(공업원구 관리위원회 부국장) : “만약 현재의 정책이나 환경, 관리체제가 기업의 요구수준에 맞지 않으면 신속하게 중앙정부에 전달할 수 있습니다”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과 토지를 비롯해 각종 세제지원 혜택에다 원활한 수출입을 위한 독립적인 세관도 기업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인입니다.

<인터뷰> 션수펑(공업원구 관리위 부국장) : “보통 한 도시에 세관이 있는데 원구에서는 기업의 수출입 편의를 위해 독립적인 세관을 설치했습니다”

쑤저우 개발구가 중국의 대표적인 산업단지로 도약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저력은 바로 외자기업에 대한 철저한 봉사정신입니다. 이른바 원스톱 서비스 체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원스톱 서비스 센터에는 기업 주무 부서를 비롯해 세무서와 소방서, 환경부서 뿐 아니라 비자 담당 부서의 공무원까지 파견돼 현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습니다. 한 곳에서 모든 민원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천디(원스톱 서비스센터 처장) : “일반적으로 한 외자기업 설립이 2,3일이면 여기 창구에서 비준이 끝나죠. 매우 빠릅니다”

'특별하지 않은 것은 특별하게, 특별한 것은 더 특별하게' 서비스한다는 것이 원스톱 서비스 센터의 모토입니다. 이러한 서비스 실적은 승진과 인사고과에 곧바로 반영됩니다. 이 때문에 기업을 직접 방문해 애로 사항을 듣고 문제를 해결하는 현장서비스도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정재륜(삼성전자 쑤저우 법인장) : “좀 어려운 상황들이 있으면 행정책임자 들한테 바로 핫라인으로 전화합니다. 하면 그 사람들이 대부분 직접 기업을 방문합니다. 방문해서 즉석에서 문제를 해결해줍니다”

기업을 위한 서비스는 지역 경제와 직결됩니다. 쑤저우 공업원구는 외자기업의 유치에 힘입어 지난 15년 동안 연간 경제성장률이 30%를 넘었습니다. 이곳이 개성공단의 모델로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공업원구의 중심인 찐지호, 호수 주변으로 고급 주택과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호텔과 각종 위락, 문화시설들이 즐비합니다. 공원 같은 산업단지를 만든다는 공업원구의 이상 그대로입니다.

휘황찬란한 야경은 공업원구의 성장을 또 다른 모습으로 자랑하고 있습니다. 상가 밀집 지역에도 첨단기술과 다양한 조명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쑤저우 공업원구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강점은 외국인이나 외지인들을 위한 여유로운 서비스 생활공간입니다. 이렇게 밤늦은 시각인데도 여느 곳보다 안전하게 자유로운 개인 생활을 즐길 수 있습니다.

편리한 생활시설과 환경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투자유치의 조건입니다. 한편으로는 서비스 산업까지 덩달아 발전시키는 연쇄효과도 거두고 있습니다.

1976년, 대지진으로 20만 명 이상이 숨진 허베이성 탕산시, 경제기술개발구가 중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이곳에도 개발구가 들어섰습니다. 낙후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역시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외국기업의 유치입니다. 탕산시도 각종 혜택과 갖가지 서비스 전략으로 외자기업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뤼우징(난푸경제개발구 부주임) :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원스톱이나 가정부 식 서비스를 해 줍니다. 기업이 투자 내용만 설명해주면 우리가 각종 수속을 해 줍니다”

아직 투자기업이 적어 서비스 혜택은 더 파격적입니다. 스페인이 출자해 지난해부터 가동을 시작한 이 기업에게는 별도의 도로까지 만들어 줬습니다.

<인터뷰> 쉬징리 : “이 길이 새로 닦은 길인데 이전에는 진흙탕이어서 비만 오면 차나 사람이 못 다녔어요”

탕산시 해안에 요즘 25만톤급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신항만 건설이 한창입니다. 편리한 물류 시스템을 갖춰 더 많은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중국의 국가급이나 지방정부급 경제기술개발구는 대략 천 5백 곳에 이릅니다. 이제는 외자기업 유치를 놓고 지방정부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정도입니다.

기업에 대한 서비스도 갈수록 달라지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변하지 않고 앞서가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냉혹한 경제생존 법칙이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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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현장] 中 경제 이끄는 ‘개발특구’
    • 입력 2009-12-13 10:43:38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남북한이 오늘부터 개성공단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 중국과 베트남의 모범적인 산업 공단을 함께 둘러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주목되는 곳이 중국의 쑤저우 공업원구인데요. 중국과 싱가포르가 공동출자해 운영하는 이곳은 외자기업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로 세계적인 기업을 대거 유치해 개성공단의 바람직한 모델로 꼽히고 있습니다. 강석훈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4살 중국처녀, 리리양의 가장 큰 즐거움은 한국 가수의 춤을 배우는 것입니다. 회사일이 끝나면 기숙사에 마련된 무도장에서 하루도 춤 연습을 빼놓지 않습니다. 쑤저우 삼성전자에 입사하면서 생긴 생활의 변화입니다.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는 다섯 식구의 맏딸이어서 집안의 생계비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위리리 : “달마다 천위안 정도 보냅니다. 여기는 복지와 생활환경이 괜찮아서 많은 돈이 필요 없죠” 다른 동료들도 비슷한 사정입니다. <인터뷰> 장루바오 : “동생이 학생이기 때문에 생활비나 학비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리리양 또래의 중국 직원들은 모두 만 7천 명 정도로, 대부분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안 살림에 기둥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입주한 쑤저우 공업원구는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기술개발구로, 모두 3천 6백 여 개의 외자기업이 들어와 있습니다. 외자기업 취업자만 23만 명입니다. 이처럼 쑤저우 공업원구가 대규모 외자를 유치한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중앙정부의 적극적 지원입니다. 지난 94년 싱가폴과 합작으로 건설하면서 모든 시스템을 선진국인 싱가폴식으로 확 바꿨습니다. 중국과 싱가폴의 부총리가 이사회 의장을, 양국의 관련 장관들이 이사를 맡아 사실상 중앙정부가 변화를 채찍질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쑨징씨아(공업원구 관리위원회 부국장) : “만약 현재의 정책이나 환경, 관리체제가 기업의 요구수준에 맞지 않으면 신속하게 중앙정부에 전달할 수 있습니다”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과 토지를 비롯해 각종 세제지원 혜택에다 원활한 수출입을 위한 독립적인 세관도 기업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인입니다. <인터뷰> 션수펑(공업원구 관리위 부국장) : “보통 한 도시에 세관이 있는데 원구에서는 기업의 수출입 편의를 위해 독립적인 세관을 설치했습니다” 쑤저우 개발구가 중국의 대표적인 산업단지로 도약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저력은 바로 외자기업에 대한 철저한 봉사정신입니다. 이른바 원스톱 서비스 체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원스톱 서비스 센터에는 기업 주무 부서를 비롯해 세무서와 소방서, 환경부서 뿐 아니라 비자 담당 부서의 공무원까지 파견돼 현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습니다. 한 곳에서 모든 민원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천디(원스톱 서비스센터 처장) : “일반적으로 한 외자기업 설립이 2,3일이면 여기 창구에서 비준이 끝나죠. 매우 빠릅니다” '특별하지 않은 것은 특별하게, 특별한 것은 더 특별하게' 서비스한다는 것이 원스톱 서비스 센터의 모토입니다. 이러한 서비스 실적은 승진과 인사고과에 곧바로 반영됩니다. 이 때문에 기업을 직접 방문해 애로 사항을 듣고 문제를 해결하는 현장서비스도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정재륜(삼성전자 쑤저우 법인장) : “좀 어려운 상황들이 있으면 행정책임자 들한테 바로 핫라인으로 전화합니다. 하면 그 사람들이 대부분 직접 기업을 방문합니다. 방문해서 즉석에서 문제를 해결해줍니다” 기업을 위한 서비스는 지역 경제와 직결됩니다. 쑤저우 공업원구는 외자기업의 유치에 힘입어 지난 15년 동안 연간 경제성장률이 30%를 넘었습니다. 이곳이 개성공단의 모델로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공업원구의 중심인 찐지호, 호수 주변으로 고급 주택과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호텔과 각종 위락, 문화시설들이 즐비합니다. 공원 같은 산업단지를 만든다는 공업원구의 이상 그대로입니다. 휘황찬란한 야경은 공업원구의 성장을 또 다른 모습으로 자랑하고 있습니다. 상가 밀집 지역에도 첨단기술과 다양한 조명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쑤저우 공업원구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강점은 외국인이나 외지인들을 위한 여유로운 서비스 생활공간입니다. 이렇게 밤늦은 시각인데도 여느 곳보다 안전하게 자유로운 개인 생활을 즐길 수 있습니다. 편리한 생활시설과 환경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투자유치의 조건입니다. 한편으로는 서비스 산업까지 덩달아 발전시키는 연쇄효과도 거두고 있습니다. 1976년, 대지진으로 20만 명 이상이 숨진 허베이성 탕산시, 경제기술개발구가 중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이곳에도 개발구가 들어섰습니다. 낙후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역시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외국기업의 유치입니다. 탕산시도 각종 혜택과 갖가지 서비스 전략으로 외자기업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뤼우징(난푸경제개발구 부주임) :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원스톱이나 가정부 식 서비스를 해 줍니다. 기업이 투자 내용만 설명해주면 우리가 각종 수속을 해 줍니다” 아직 투자기업이 적어 서비스 혜택은 더 파격적입니다. 스페인이 출자해 지난해부터 가동을 시작한 이 기업에게는 별도의 도로까지 만들어 줬습니다. <인터뷰> 쉬징리 : “이 길이 새로 닦은 길인데 이전에는 진흙탕이어서 비만 오면 차나 사람이 못 다녔어요” 탕산시 해안에 요즘 25만톤급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신항만 건설이 한창입니다. 편리한 물류 시스템을 갖춰 더 많은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중국의 국가급이나 지방정부급 경제기술개발구는 대략 천 5백 곳에 이릅니다. 이제는 외자기업 유치를 놓고 지방정부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정도입니다. 기업에 대한 서비스도 갈수록 달라지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변하지 않고 앞서가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냉혹한 경제생존 법칙이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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