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한국 야생 호랑이를 찾아서

입력 2010.01.01 (20:3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호랑이의 해를 맞아 어느 때보다 한국 호랑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죠?

우리 산하를 호령했던 한국 야생 호랑이들, 이젠 정말 사라져버린 것일까요?

조성훈 기자가 야생 호랑이의 흔적을 찾아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경북 성주군 선남면의 한 마을.

산짐승들이 갑자기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인터뷰> 목격자 : "고라니가 이쪽 산 뒤에서 뛰어내려 오더라고요. 야생동물이 멀리 도망가야 정상인데 사람 쪽으로 뛰어와서 저쪽으로 도망가더라고요."

그날 마을 야산에서는 커다란 발자국을 남긴 정체 모를 짐승의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임순남(한국야생호랑이 연구소장) : "무게는 150킬로 이상입니다. 표범은 제일 큰 게 8.5센티까지 나오거든요. 그런데 9센티를 넘으면 호랑이죠."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마을, 밤마다 들려오는 괴이한 울음소리에 매일 밤 염소 등 가축이 하나 둘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모든 사건의 주인공이 야생 새끼 호랑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 "완전히 이 철망을 완전히 갈기갈기 찢어 놓은 거야. 큰 개가 두 마리 있는데 찍소리도 못했다니까. 짖고 난리 칠 텐데."

호랑이 서식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경기도 연천 부근.

잠복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먼 곳에서 포착된 산짐승.

하지만 다음날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다른 산짐승의 발자국 뿐이었습니다.

<인터뷰> 임순남(한국야생호랑이 연구소장) : "여기 지금 노루 발자국이에요. 이렇게 딛고 이쪽으로 지나갔어요. 그러니까 호랑이 먹잇감이 많다는 거죠."

커다란 발자국과 포식의 증거로 남은 가축의 앙상한 뼈 등 호랑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은 지금까지 끊임없이 발견돼 왔습니다.

1998년 강원도 화천 평화의 댐에서 발견된 짐승 발자국.

<녹취> "호랑이야. 호랑이. 담뱃갑이 하나 들어가요. 딱 들어가는데."

경북 산악 지대 등에서도 호랑이의 흔적이 끊이지 않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학계에선 1921년 백여 마리를 포획한 뒤, 한국 야생 호랑이는 사실상 멸종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세계 각지에서 사라져가는 한국호랑이를 보호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인터뷰> 이항(서울대 수의사학과 교수) : "지금 호랑이가 한 두 마리 있느냐 없느냐 그것 가지고 논쟁할 때가 아니고... 이 (한국) 호랑이가 사라지지 않도록 잘 보존하는 것이 지금 한반도에 호랑이를 복원할 수 있는 시급한 열쇠가 되는 거죠."

북한에서는 조선범, 시베리아에서는 아무르 호랑이라 불리는 한국 호랑이.

잃어버린 우리의 호랑이를 찾고, 또 보존하는 일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습니다.

KBS 뉴스 조성훈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사라진 한국 야생 호랑이를 찾아서
    • 입력 2010-01-01 20:38:14
    뉴스타임
<앵커 멘트> 호랑이의 해를 맞아 어느 때보다 한국 호랑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죠? 우리 산하를 호령했던 한국 야생 호랑이들, 이젠 정말 사라져버린 것일까요? 조성훈 기자가 야생 호랑이의 흔적을 찾아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경북 성주군 선남면의 한 마을. 산짐승들이 갑자기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인터뷰> 목격자 : "고라니가 이쪽 산 뒤에서 뛰어내려 오더라고요. 야생동물이 멀리 도망가야 정상인데 사람 쪽으로 뛰어와서 저쪽으로 도망가더라고요." 그날 마을 야산에서는 커다란 발자국을 남긴 정체 모를 짐승의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임순남(한국야생호랑이 연구소장) : "무게는 150킬로 이상입니다. 표범은 제일 큰 게 8.5센티까지 나오거든요. 그런데 9센티를 넘으면 호랑이죠."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마을, 밤마다 들려오는 괴이한 울음소리에 매일 밤 염소 등 가축이 하나 둘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모든 사건의 주인공이 야생 새끼 호랑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 "완전히 이 철망을 완전히 갈기갈기 찢어 놓은 거야. 큰 개가 두 마리 있는데 찍소리도 못했다니까. 짖고 난리 칠 텐데." 호랑이 서식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경기도 연천 부근. 잠복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먼 곳에서 포착된 산짐승. 하지만 다음날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다른 산짐승의 발자국 뿐이었습니다. <인터뷰> 임순남(한국야생호랑이 연구소장) : "여기 지금 노루 발자국이에요. 이렇게 딛고 이쪽으로 지나갔어요. 그러니까 호랑이 먹잇감이 많다는 거죠." 커다란 발자국과 포식의 증거로 남은 가축의 앙상한 뼈 등 호랑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은 지금까지 끊임없이 발견돼 왔습니다. 1998년 강원도 화천 평화의 댐에서 발견된 짐승 발자국. <녹취> "호랑이야. 호랑이. 담뱃갑이 하나 들어가요. 딱 들어가는데." 경북 산악 지대 등에서도 호랑이의 흔적이 끊이지 않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학계에선 1921년 백여 마리를 포획한 뒤, 한국 야생 호랑이는 사실상 멸종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세계 각지에서 사라져가는 한국호랑이를 보호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인터뷰> 이항(서울대 수의사학과 교수) : "지금 호랑이가 한 두 마리 있느냐 없느냐 그것 가지고 논쟁할 때가 아니고... 이 (한국) 호랑이가 사라지지 않도록 잘 보존하는 것이 지금 한반도에 호랑이를 복원할 수 있는 시급한 열쇠가 되는 거죠." 북한에서는 조선범, 시베리아에서는 아무르 호랑이라 불리는 한국 호랑이. 잃어버린 우리의 호랑이를 찾고, 또 보존하는 일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습니다. KBS 뉴스 조성훈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