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이주 청소년 “우리도 배우고 싶어요”

입력 2010.01.02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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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부모를 따라 우리나라에 온 개도국 청소년들이 학교 밖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들도 이제 우리 사회의 일원인데, 방치해선 안 될 일입니다.

우한울 기자의 심층 취재입니다.

<리포트>

한국에서 식당일을 하는 어머니를 따라 지난해 초 우리나라에 온 쩡야칭 양.

한국말이 서투르다는 이유로 고등학교가 입학을 거부하자, 쩡 양은 17살의 나이에도 이 중학교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이 학교마저도 2주 만에 그만뒀습니다.

진행된 수업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쩡야칭(중국인 이주 청소년) : "저는 저보다 어린 애들과 같이 공부하는 게 맘에 들지 않아요. 중학교 졸업하면 20살이잖아요. 그래서 고등학교에 가고 싶어요."

17살 중국인 왕티엔쩌우 양도 부모를 따라 석 달 전 한국에 왔습니다.

<녹취> 왕티엔쩌우 : "(오늘 뭐 배웠지?)아 야 어 여 배웠어요."

급한 마음에 한국말부터 배우고 있지만, 왕 양이나 부모나 앞일을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합니다.

이주 청소년을 배려한 교육 프로그램이 일반 학교에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신현진(왕티엔쩌우 양 어머니) : "보낼 학교가 없어요.. 못알아듣고 그럴까봐.. "

이처럼 성장기에 부모를 따라 입국한 이주 청소년들은 대부분 국내 교육에서 소외된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외국인 거주지역인 안산의 경우, 이주청소년 6백67명 가운데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은 백7명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84%가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취학률이 저조한 데에는 전혀 '교육적'이지 못한 일선 학교들의 처사도 한몫합니다.

일선 학교들은 학교 전체 성적이 떨어질까 우려해 이주 청소년들의 입학을 꺼립니다.

<녹취> OO 중학교 교장 : "학교들이 안받을려고 해요. 다 서로 떠미는 거지. 그럼 이리저리 돌다가 우리 학교로 오고. 정부가 다 알지만 대책을 안내놔요."

일선 학교로부터 외면당한 이주 청소년들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회단체도 거의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갈 곳 없는 10대 이주 청소년들은 이처럼 성인 이주민들을 위해 마련된 교육시설을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몇 년 전만해도 평생교육원엔 어른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등록생 10명 가운데 두 명이 이주 청소년일 정돕니다.

앞으로 '다문화 사회'의 중요한 축이 될 이주 청소년들이 벌써부터 우리 사회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도록 강요받는 것 같아 전문가들은 안타깝습니다.

<인터뷰>박경혜(외국인주민센터 다문화아동담당) : "한국말을 가르쳐주고 한국 학교생활이 어떤지 어떤 걸 배우는지 미리 준비를 시키는 기관들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국내 이주 청소년들이 얼마나 있는지 실태를 파악중이라며 내년 상반기 안에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우한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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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이주 청소년 “우리도 배우고 싶어요”
    • 입력 2010-01-02 21: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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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부모를 따라 우리나라에 온 개도국 청소년들이 학교 밖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들도 이제 우리 사회의 일원인데, 방치해선 안 될 일입니다. 우한울 기자의 심층 취재입니다. <리포트> 한국에서 식당일을 하는 어머니를 따라 지난해 초 우리나라에 온 쩡야칭 양. 한국말이 서투르다는 이유로 고등학교가 입학을 거부하자, 쩡 양은 17살의 나이에도 이 중학교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이 학교마저도 2주 만에 그만뒀습니다. 진행된 수업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쩡야칭(중국인 이주 청소년) : "저는 저보다 어린 애들과 같이 공부하는 게 맘에 들지 않아요. 중학교 졸업하면 20살이잖아요. 그래서 고등학교에 가고 싶어요." 17살 중국인 왕티엔쩌우 양도 부모를 따라 석 달 전 한국에 왔습니다. <녹취> 왕티엔쩌우 : "(오늘 뭐 배웠지?)아 야 어 여 배웠어요." 급한 마음에 한국말부터 배우고 있지만, 왕 양이나 부모나 앞일을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합니다. 이주 청소년을 배려한 교육 프로그램이 일반 학교에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신현진(왕티엔쩌우 양 어머니) : "보낼 학교가 없어요.. 못알아듣고 그럴까봐.. " 이처럼 성장기에 부모를 따라 입국한 이주 청소년들은 대부분 국내 교육에서 소외된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외국인 거주지역인 안산의 경우, 이주청소년 6백67명 가운데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은 백7명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84%가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취학률이 저조한 데에는 전혀 '교육적'이지 못한 일선 학교들의 처사도 한몫합니다. 일선 학교들은 학교 전체 성적이 떨어질까 우려해 이주 청소년들의 입학을 꺼립니다. <녹취> OO 중학교 교장 : "학교들이 안받을려고 해요. 다 서로 떠미는 거지. 그럼 이리저리 돌다가 우리 학교로 오고. 정부가 다 알지만 대책을 안내놔요." 일선 학교로부터 외면당한 이주 청소년들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회단체도 거의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갈 곳 없는 10대 이주 청소년들은 이처럼 성인 이주민들을 위해 마련된 교육시설을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몇 년 전만해도 평생교육원엔 어른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등록생 10명 가운데 두 명이 이주 청소년일 정돕니다. 앞으로 '다문화 사회'의 중요한 축이 될 이주 청소년들이 벌써부터 우리 사회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도록 강요받는 것 같아 전문가들은 안타깝습니다. <인터뷰>박경혜(외국인주민센터 다문화아동담당) : "한국말을 가르쳐주고 한국 학교생활이 어떤지 어떤 걸 배우는지 미리 준비를 시키는 기관들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국내 이주 청소년들이 얼마나 있는지 실태를 파악중이라며 내년 상반기 안에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우한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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