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시끄러워”…공기총 수십 발 난사

입력 2010.01.20 (08:55) 수정 2010.01.2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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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틀 전 경기도 성남시 주택가 한복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죠?



한두발도 아니고 수십발의 탄환이 놀이에서 쏟아졌는데요.



이민우 기자. 미국에서나 듣던 총기 난사 사건 아닌가 싶어요?



<리포트>



네, 당시 열 명의 학생이 있었는데, 한 명은 총알 제거 수술까지 받았습니다.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습니까.



주택가에서 느닷없이 총알 세례를 받으리라구요.



너무 황당한 일이라 총에 맞아 쓰러지는 걸 본 사람들도, 왜 그러는지 의아해 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망원경까지 달린 총으로 30분 동안이나 쏴 댔다는데, 대체 총기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이런 사람들이 총을 갖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화도 나고 그러시죠?



이틀 전 오후 7시쯤, 경기도 성남시 한 놀이터, 고등학생 열 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십 분이 지났을 무렵 갑자기 총소리와비슷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친구(현장 목격자) : "친구들은 (일곱 명) 놀고 있었고 세 명은 여기 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폭죽 소리 같은 게 (들리고...) 저는 총이라고 했는데 친구가 이건 폭죽이래요."



단순히 폭죽이나 장난감 총이라고 생각했던 학생들, 하지만 그 순간 탄환이 날아들었습니다.



<녹취> 피해자 친구(현장 목격자) : "갑자기 어떤 애가 진지하게 자기 눈앞으로 총알이 지나갔대요. 그래서 갑자기 우왕좌왕 하면서 도망갔죠."



탄환이 쏟아져 나무기둥에 박히는 모습을 목격하고 나서야, 학생들은 서둘러 외진 곳으로 몸을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골목길로 숨어들어 안전하다고 생각한 학생들,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몸을 내민 순간 다시 총격이 시작됐습니다.



<녹취> 피해자 친구(현장 목격자) : "도망가서 골목길로 숨었는데요, 두 명이 어디서 쏘는지 보려고 나왔어요. 그러다 그 친구가 다리에 (총을) 맞은 거죠. 진짜 총인지도 모르고... 맞고 나서 안 거예요."



함께 있던 유 모군이 왼쪽 무릎에 총을 맞은 것입니다.



총을 맞은 유군은 긴급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되었습니다.



<인터뷰> 성기현(구급대원/당시 구조대원) : "현장에 도착했을 때 환자 상태는 왼쪽 무릎에 0.5cm 정도 원형의 상처가 있었으며, 총알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왼쪽 무릎에 박혀 있는 상태..."



총알 제거 수술을 받은 유군은 현재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녹취> 피해자 : "저희한테 쏜 게 열여덟 발 되고요. 또 근처 학교에서 축구하고 있는 사람도 막 총으로 쏘고 그랬어요. (그걸 보고)맞으면 죽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도망쳤어요."



놀이터 근처에서 총 소리를 들었던 주민들도 처음 겪는 일이라, 믿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이웃주민 : "어제 학교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같이 운동하시는 분이 저거 총소리 아니냐고 그러시더라고요...(총 소리가) 한 6시 40분부터 7시 10분까지 30분 동안 간헐적으로 들렸던 것 같아요."



심지어 유군이 총을 맞은 것을 보고도 정말 총에 맞은 건지 주민들은 어리둥절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 "애가 총 맞았다고 절뚝거리면서 걸어 다닐 때도 사람들이 다들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로 어리바리하게 있었던 것 같아요."



아들이 총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들은 유군의 아버지도 처음엔 믿지 않았습니다.



<녹취> 피해자 아버지 : "저녁에 아들한테 전화가 왔어요. 아빠 저 지금 병원에 있는데 총 맞았는데..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빨리 와 얼른. 그랬는데 형사한테 전화가 온 거예요. 병원에 있으니까 빨리 오라고..."



놀이터 학생들에게 총을 겨눈 곳은 다름 아닌 바로 앞 아파트 11층 베란다였습니다.

아파트와 놀이터의 간격은 불과 30~50m 밖에 안 되는 짧은 거리.



피의자가 사용한 총은 사냥용 공기총이었습니다.



평소 피의자가 매우 아꼈다던 공기총입니다.



망원경까지 달아 조준 사격이 가능하며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녹취> 총기 전문가 : "5mm 발탄을 쏘는 거죠. 공기총의 공기압이 있잖아요. 그게 어느 정도 들어가 있느냐에 따라 성능이 달라집니다. 보통 공기총은 30M 거리에서 꿩을 잡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무려 30분이나 총을 난사한 피의자는 39살 이모씨.



이씨는 총기를 난사한 뒤에도 태연하게 집에서 잠을 자다 1시간 반 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주택가의 총기 난사 사건도 당황스러웠지만, 학생들에게 총기를 난사한 이유도 황당했습니다.



<녹취> 사건 담당 형사(성남 수정 경찰서) : "애들이 모여서 장난하고 시끄럽게 떠드니까 쐈다고..."

학생들이 노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십발을 난사했다는 것입니다.



<녹취> 피해자 아버지 : "나도 놀랐죠... 애들 떠든다고 총을 난사하는 사람이 잘못된 거죠. 애들 놀다보면 떠들 수도 있고 시끄러울 수도 있는 거잖아요."



하지만 주민들은 총소리를 들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 "가끔 가다 빵빵 소리가 들리는데... 낮에도 들리고..."



<녹취> 이웃 주민: "저희 애들은 초등학생이라 놀이터에서 잘 노는데... 무섭죠. (그래서) 밤에 나가지 못하게 해요."

총기 사건은 이번뿐만이 아닌데요.



지난해 8월 뺑소니 사고를 낸 40대 운전자가 초등학생을 공기총으로 살해해 범죄를 은폐하려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경찰청 통계 결과, 해마다 10건 안팎의 총기 사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총기를 소지한 사람은 87만 명.



하지만 이 중에 총기를 소지하지 말아야 할 결격 소유자가 6천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정부의 허술한 관리도 큰 이유입니다.



<인터뷰> 이윤호 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 : "(총기가) 허가 된 지역과 시간과 용도 외에 불법으로 사용하거나 오용, 남용하는 사람들에게 철저한 처벌이 따를 필요가 있고, 용도에 맞는 시간과 장소에서만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 체계가 강화 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경찰은 피의자가 우울증이 있는지 여부와 조준 사격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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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시끄러워”…공기총 수십 발 난사
    • 입력 2010-01-20 08:55:55
    • 수정2010-01-20 09: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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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틀 전 경기도 성남시 주택가 한복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죠?

한두발도 아니고 수십발의 탄환이 놀이에서 쏟아졌는데요.

이민우 기자. 미국에서나 듣던 총기 난사 사건 아닌가 싶어요?

<리포트>

네, 당시 열 명의 학생이 있었는데, 한 명은 총알 제거 수술까지 받았습니다.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습니까.

주택가에서 느닷없이 총알 세례를 받으리라구요.

너무 황당한 일이라 총에 맞아 쓰러지는 걸 본 사람들도, 왜 그러는지 의아해 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망원경까지 달린 총으로 30분 동안이나 쏴 댔다는데, 대체 총기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이런 사람들이 총을 갖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화도 나고 그러시죠?

이틀 전 오후 7시쯤, 경기도 성남시 한 놀이터, 고등학생 열 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십 분이 지났을 무렵 갑자기 총소리와비슷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친구(현장 목격자) : "친구들은 (일곱 명) 놀고 있었고 세 명은 여기 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폭죽 소리 같은 게 (들리고...) 저는 총이라고 했는데 친구가 이건 폭죽이래요."

단순히 폭죽이나 장난감 총이라고 생각했던 학생들, 하지만 그 순간 탄환이 날아들었습니다.

<녹취> 피해자 친구(현장 목격자) : "갑자기 어떤 애가 진지하게 자기 눈앞으로 총알이 지나갔대요. 그래서 갑자기 우왕좌왕 하면서 도망갔죠."

탄환이 쏟아져 나무기둥에 박히는 모습을 목격하고 나서야, 학생들은 서둘러 외진 곳으로 몸을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골목길로 숨어들어 안전하다고 생각한 학생들,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몸을 내민 순간 다시 총격이 시작됐습니다.

<녹취> 피해자 친구(현장 목격자) : "도망가서 골목길로 숨었는데요, 두 명이 어디서 쏘는지 보려고 나왔어요. 그러다 그 친구가 다리에 (총을) 맞은 거죠. 진짜 총인지도 모르고... 맞고 나서 안 거예요."

함께 있던 유 모군이 왼쪽 무릎에 총을 맞은 것입니다.

총을 맞은 유군은 긴급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되었습니다.

<인터뷰> 성기현(구급대원/당시 구조대원) : "현장에 도착했을 때 환자 상태는 왼쪽 무릎에 0.5cm 정도 원형의 상처가 있었으며, 총알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왼쪽 무릎에 박혀 있는 상태..."

총알 제거 수술을 받은 유군은 현재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녹취> 피해자 : "저희한테 쏜 게 열여덟 발 되고요. 또 근처 학교에서 축구하고 있는 사람도 막 총으로 쏘고 그랬어요. (그걸 보고)맞으면 죽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도망쳤어요."

놀이터 근처에서 총 소리를 들었던 주민들도 처음 겪는 일이라, 믿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이웃주민 : "어제 학교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같이 운동하시는 분이 저거 총소리 아니냐고 그러시더라고요...(총 소리가) 한 6시 40분부터 7시 10분까지 30분 동안 간헐적으로 들렸던 것 같아요."

심지어 유군이 총을 맞은 것을 보고도 정말 총에 맞은 건지 주민들은 어리둥절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 "애가 총 맞았다고 절뚝거리면서 걸어 다닐 때도 사람들이 다들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로 어리바리하게 있었던 것 같아요."

아들이 총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들은 유군의 아버지도 처음엔 믿지 않았습니다.

<녹취> 피해자 아버지 : "저녁에 아들한테 전화가 왔어요. 아빠 저 지금 병원에 있는데 총 맞았는데..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빨리 와 얼른. 그랬는데 형사한테 전화가 온 거예요. 병원에 있으니까 빨리 오라고..."

놀이터 학생들에게 총을 겨눈 곳은 다름 아닌 바로 앞 아파트 11층 베란다였습니다.
아파트와 놀이터의 간격은 불과 30~50m 밖에 안 되는 짧은 거리.

피의자가 사용한 총은 사냥용 공기총이었습니다.

평소 피의자가 매우 아꼈다던 공기총입니다.

망원경까지 달아 조준 사격이 가능하며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녹취> 총기 전문가 : "5mm 발탄을 쏘는 거죠. 공기총의 공기압이 있잖아요. 그게 어느 정도 들어가 있느냐에 따라 성능이 달라집니다. 보통 공기총은 30M 거리에서 꿩을 잡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무려 30분이나 총을 난사한 피의자는 39살 이모씨.

이씨는 총기를 난사한 뒤에도 태연하게 집에서 잠을 자다 1시간 반 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주택가의 총기 난사 사건도 당황스러웠지만, 학생들에게 총기를 난사한 이유도 황당했습니다.

<녹취> 사건 담당 형사(성남 수정 경찰서) : "애들이 모여서 장난하고 시끄럽게 떠드니까 쐈다고..."
학생들이 노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십발을 난사했다는 것입니다.

<녹취> 피해자 아버지 : "나도 놀랐죠... 애들 떠든다고 총을 난사하는 사람이 잘못된 거죠. 애들 놀다보면 떠들 수도 있고 시끄러울 수도 있는 거잖아요."

하지만 주민들은 총소리를 들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 "가끔 가다 빵빵 소리가 들리는데... 낮에도 들리고..."

<녹취> 이웃 주민: "저희 애들은 초등학생이라 놀이터에서 잘 노는데... 무섭죠. (그래서) 밤에 나가지 못하게 해요."
총기 사건은 이번뿐만이 아닌데요.

지난해 8월 뺑소니 사고를 낸 40대 운전자가 초등학생을 공기총으로 살해해 범죄를 은폐하려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경찰청 통계 결과, 해마다 10건 안팎의 총기 사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총기를 소지한 사람은 87만 명.

하지만 이 중에 총기를 소지하지 말아야 할 결격 소유자가 6천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정부의 허술한 관리도 큰 이유입니다.

<인터뷰> 이윤호 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 : "(총기가) 허가 된 지역과 시간과 용도 외에 불법으로 사용하거나 오용, 남용하는 사람들에게 철저한 처벌이 따를 필요가 있고, 용도에 맞는 시간과 장소에서만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 체계가 강화 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경찰은 피의자가 우울증이 있는지 여부와 조준 사격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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