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묻지마 흉기 고교생…왜?
입력 2010.01.22 (09:10)
수정 2010.01.2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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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멘트>
귀갓길 여성에게 아무 이유없이 흉기를 휘둘러 얼굴에 중상을 입힌, 이른바 묻지마식 흉기 사건이 있었는데요.
범인은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이민우 기자, 범행동기가 충격적이었다고요?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이 고등학생, 여성을 학대하는 음란 동영상을 보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범행도구는 학생들이 쓰는 문구용 커터칼이었는데요.
밤늦은 시간 아파트 단지를 지나가는 여성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문제는 불특정 여성을 상대로 했다는 점인데요, 여성이라면 누구나 범행 대상이 될 수 있어 더 큰 공포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묻지마식 흉기 사건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어느 늦은 밤, 여자를 뒤따라가는 한 남자.
<인터뷰> 박준섭(인천 계양 경찰서 경위) : "계속 배회하다가 그 여성이 혼자 집 앞까지 거의 다 왔을 때 뒤에서 쫓아가서."
잠시 뒤 이 남자, 손에 묻은 무언가를 닦고 있는데요.
<인터뷰> 김경운(인천 계양 경찰서 팀장) : "거울도 보고 자기 손에 묻어있는 피도 확인하고..."
그날 밤, 이 남자는 무슨 일을 저지른 걸까.
지난 17일 인천 계양구 작전동의 한 아파트.
밤 9시 20분 쯤, 귀가중인 19살 오 모 양은 아파트 단지 내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오양에게 달려든 한 남자.
<녹취> 오 모 양(피해자) : "갑자기 어디서 튀어 나오더니 정말 1분도 안 걸리게 그러고서 (도망갔어요)."
날카로운 무언가가 오양의 얼굴을 찌르자 그 충격으로 쓰러진 피해자 오양.
남자는 쓰러진 오양의 얼굴과 다리에 흉기를 몇 차례 더 휘두른 뒤 사라졌습니다.
<녹취> 오 모 양(피해자) : "절 잡고서 금방 빨리 빨리 쉭쉭 긋고서 (도망갔어요)."
<인터뷰> 박준섭(인천 계양 경찰서 경위) : "그냥 아무 말도 않고 목을 감싸고 얼굴에다 흉기를 긋는 거죠. 그리고 넘어지면 넘어진 상태로 다리를 흉기로 긋고 그대로 도주합니다."
무차별적 범행은 그 다음날에도 일어났습니다.
18일 밤 11시 30분.
퇴근길의 직장여성 정 모 씨 역시 오양과 같은 아파트 단지를 걷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경운(인천 계양 경찰서 팀장) : "지금 아파트 상가에서 범행대상을 물색하면서 기다리는 겁니다."
그러다 느닷없이 정 씨에게 달려든 낯선 남자. 이번에도 남자는 이유없이 정 씨의 발등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는데요.
<인터뷰> 박준섭(인천 계양 경찰서 경위) : "저녁때 귀가하는 부녀자를 상대로 무작위로 자기만족을 느끼기 위해서 흉기로..."
아파트 단지에서 귀갓길 여성에게 무차별 공격을 가한 이 남자는 과연 누구일까.
cctv를 통해 밝혀진 이 남자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었는데요.
그런데 이 용의자, 고등학교 2학년의 평범한 학생 박 모군이었습니다.
<인터뷰> 박준섭(인천 계양 경찰서 경위) : "부모들은 정상적이고 학생도 학교를 잘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외부로 보일 때는 특별히 문제가 보이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경찰조사 결과, 박 군이 범행을 저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작년 11월에도 다른 여성을 상대로 비슷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박 군은 왜 이런 무차별 범행을 저지른 걸까.
범행동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음란 동영상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녹취> 안 모 군(피의자) : "동영상 보고 따라했어요. 죄송해요."
여성을 학대하는 음란 영상을 보면서 따라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는 겁니다.
<녹취> 안 모 군(피의자) : "그냥 몇 편 보자마자 호기심에 따라하게 됐어요."
<인터뷰> 박준섭(인천 계양 경찰서 경위) : "학대하는 성적 포르노를 보면서 자기도 그런 행동을 해보고 싶다는 충동 하에 범행을 하게 된 거죠."
범행에 사용된 도구는 문구용 커터칼.
사람이 없는 늦은 밤, 짧은 치마를 입고 가는 여성을 발견하면 아무 이유 없이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인터뷰> 박준섭(인천 계양 경찰서 경위) : "커터칼이고 날카롭기 때문에 깊이 들어가고 무작위로 긋기 때문에 상처가 아주 큽니다. 범행대상이 누구든지 될 수 있는 불특정이라는 거죠. 이 아파트 단지에 치마를 입은 여성은 누구든지 대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범행 후에 보인 박 군의 태연함이었습니다.
범행 후 엘리베이터 cctv에 포착된 박 군의 모습.
손에 묻은 피를 닦은 후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의 모습을 가다듬고 있는데요.
<인터뷰> 김경운(인천 계양 경찰서 팀장) : "서두르는 것도 없고 주위도 크게 신경을 안 쓰는 것 같고 그렇게 덤덤하게 범행을 한 것 같아요."
너무도 덤덤하게 충격적인 일을 저지른 박군, 심리 상태가 정상적이 아니라는 말인데요.
<인터뷰> 표창원(경찰대 범죄심리학 교수) : "음란 동영상물이나 또는 폭력적 게임 등에 몰입하다 보면 그러한 환상적인 내용들을 실제로 자기가 현실에서 모방해서 내면에 있는 분노와 또는 욕구 불만을 터뜨리고 싶다는 그런 욕구가 많이 생기게 되고요."
범행이 일어난 아파트 주민들은 ‘묻지마’식 범행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데요, 특히 박군의 범행 대상이 되었던 여성들은 더 큰 공포감에 휩싸였습니다.
<인터뷰> 함영란(인근 주민) : "좀 빨리 다녀야 되겠고 무서워요. 치마 못 입고 다니겠어요. 무서워가지고."
<인터뷰> 전유림(인근 주민) : "집에 갈 때 뒤에 사람만 있어도 무섭고 애기들도 무섭고 그냥 다 무서워요.
현재 피해자 여성들은 봉합수술 후 병원에서 치료중인데요.
가장 큰 문제는 얼굴에 난 깊은 상처입니다.
<인터뷰> 조진성 교수(피해자 오 모 양 담당의) : "시야에 정면에 있는 이 입술 위쪽과 얼굴 볼 이쪽에 상처가 크기 때문에 흉터는 분명히 남을 거고요."
치료가 끝나도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거라는데요.
여성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가장 큰 후유증이 된 것입니다.
<녹취> 피해자 오 모 양 어머님 : "마음의 상처도 크지만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너무 커서 그거를 평생 우리 아이가 안고 평생을 살아 갈 것을 생각하니까 가슴이 메어져요."
경찰은 불특정 여성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른 고등학생 박 모 군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귀갓길 여성에게 아무 이유없이 흉기를 휘둘러 얼굴에 중상을 입힌, 이른바 묻지마식 흉기 사건이 있었는데요.
범인은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이민우 기자, 범행동기가 충격적이었다고요?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이 고등학생, 여성을 학대하는 음란 동영상을 보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범행도구는 학생들이 쓰는 문구용 커터칼이었는데요.
밤늦은 시간 아파트 단지를 지나가는 여성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문제는 불특정 여성을 상대로 했다는 점인데요, 여성이라면 누구나 범행 대상이 될 수 있어 더 큰 공포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묻지마식 흉기 사건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어느 늦은 밤, 여자를 뒤따라가는 한 남자.
<인터뷰> 박준섭(인천 계양 경찰서 경위) : "계속 배회하다가 그 여성이 혼자 집 앞까지 거의 다 왔을 때 뒤에서 쫓아가서."
잠시 뒤 이 남자, 손에 묻은 무언가를 닦고 있는데요.
<인터뷰> 김경운(인천 계양 경찰서 팀장) : "거울도 보고 자기 손에 묻어있는 피도 확인하고..."
그날 밤, 이 남자는 무슨 일을 저지른 걸까.
지난 17일 인천 계양구 작전동의 한 아파트.
밤 9시 20분 쯤, 귀가중인 19살 오 모 양은 아파트 단지 내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오양에게 달려든 한 남자.
<녹취> 오 모 양(피해자) : "갑자기 어디서 튀어 나오더니 정말 1분도 안 걸리게 그러고서 (도망갔어요)."
날카로운 무언가가 오양의 얼굴을 찌르자 그 충격으로 쓰러진 피해자 오양.
남자는 쓰러진 오양의 얼굴과 다리에 흉기를 몇 차례 더 휘두른 뒤 사라졌습니다.
<녹취> 오 모 양(피해자) : "절 잡고서 금방 빨리 빨리 쉭쉭 긋고서 (도망갔어요)."
<인터뷰> 박준섭(인천 계양 경찰서 경위) : "그냥 아무 말도 않고 목을 감싸고 얼굴에다 흉기를 긋는 거죠. 그리고 넘어지면 넘어진 상태로 다리를 흉기로 긋고 그대로 도주합니다."
무차별적 범행은 그 다음날에도 일어났습니다.
18일 밤 11시 30분.
퇴근길의 직장여성 정 모 씨 역시 오양과 같은 아파트 단지를 걷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경운(인천 계양 경찰서 팀장) : "지금 아파트 상가에서 범행대상을 물색하면서 기다리는 겁니다."
그러다 느닷없이 정 씨에게 달려든 낯선 남자. 이번에도 남자는 이유없이 정 씨의 발등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는데요.
<인터뷰> 박준섭(인천 계양 경찰서 경위) : "저녁때 귀가하는 부녀자를 상대로 무작위로 자기만족을 느끼기 위해서 흉기로..."
아파트 단지에서 귀갓길 여성에게 무차별 공격을 가한 이 남자는 과연 누구일까.
cctv를 통해 밝혀진 이 남자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었는데요.
그런데 이 용의자, 고등학교 2학년의 평범한 학생 박 모군이었습니다.
<인터뷰> 박준섭(인천 계양 경찰서 경위) : "부모들은 정상적이고 학생도 학교를 잘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외부로 보일 때는 특별히 문제가 보이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경찰조사 결과, 박 군이 범행을 저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작년 11월에도 다른 여성을 상대로 비슷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박 군은 왜 이런 무차별 범행을 저지른 걸까.
범행동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음란 동영상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녹취> 안 모 군(피의자) : "동영상 보고 따라했어요. 죄송해요."
여성을 학대하는 음란 영상을 보면서 따라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는 겁니다.
<녹취> 안 모 군(피의자) : "그냥 몇 편 보자마자 호기심에 따라하게 됐어요."
<인터뷰> 박준섭(인천 계양 경찰서 경위) : "학대하는 성적 포르노를 보면서 자기도 그런 행동을 해보고 싶다는 충동 하에 범행을 하게 된 거죠."
범행에 사용된 도구는 문구용 커터칼.
사람이 없는 늦은 밤, 짧은 치마를 입고 가는 여성을 발견하면 아무 이유 없이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인터뷰> 박준섭(인천 계양 경찰서 경위) : "커터칼이고 날카롭기 때문에 깊이 들어가고 무작위로 긋기 때문에 상처가 아주 큽니다. 범행대상이 누구든지 될 수 있는 불특정이라는 거죠. 이 아파트 단지에 치마를 입은 여성은 누구든지 대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범행 후에 보인 박 군의 태연함이었습니다.
범행 후 엘리베이터 cctv에 포착된 박 군의 모습.
손에 묻은 피를 닦은 후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의 모습을 가다듬고 있는데요.
<인터뷰> 김경운(인천 계양 경찰서 팀장) : "서두르는 것도 없고 주위도 크게 신경을 안 쓰는 것 같고 그렇게 덤덤하게 범행을 한 것 같아요."
너무도 덤덤하게 충격적인 일을 저지른 박군, 심리 상태가 정상적이 아니라는 말인데요.
<인터뷰> 표창원(경찰대 범죄심리학 교수) : "음란 동영상물이나 또는 폭력적 게임 등에 몰입하다 보면 그러한 환상적인 내용들을 실제로 자기가 현실에서 모방해서 내면에 있는 분노와 또는 욕구 불만을 터뜨리고 싶다는 그런 욕구가 많이 생기게 되고요."
범행이 일어난 아파트 주민들은 ‘묻지마’식 범행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데요, 특히 박군의 범행 대상이 되었던 여성들은 더 큰 공포감에 휩싸였습니다.
<인터뷰> 함영란(인근 주민) : "좀 빨리 다녀야 되겠고 무서워요. 치마 못 입고 다니겠어요. 무서워가지고."
<인터뷰> 전유림(인근 주민) : "집에 갈 때 뒤에 사람만 있어도 무섭고 애기들도 무섭고 그냥 다 무서워요.
현재 피해자 여성들은 봉합수술 후 병원에서 치료중인데요.
가장 큰 문제는 얼굴에 난 깊은 상처입니다.
<인터뷰> 조진성 교수(피해자 오 모 양 담당의) : "시야에 정면에 있는 이 입술 위쪽과 얼굴 볼 이쪽에 상처가 크기 때문에 흉터는 분명히 남을 거고요."
치료가 끝나도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거라는데요.
여성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가장 큰 후유증이 된 것입니다.
<녹취> 피해자 오 모 양 어머님 : "마음의 상처도 크지만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너무 커서 그거를 평생 우리 아이가 안고 평생을 살아 갈 것을 생각하니까 가슴이 메어져요."
경찰은 불특정 여성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른 고등학생 박 모 군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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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0-01-22 09:10:03
- 수정2010-01-22 21:21:25
< 앵커 멘트>
귀갓길 여성에게 아무 이유없이 흉기를 휘둘러 얼굴에 중상을 입힌, 이른바 묻지마식 흉기 사건이 있었는데요.
범인은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이민우 기자, 범행동기가 충격적이었다고요?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이 고등학생, 여성을 학대하는 음란 동영상을 보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범행도구는 학생들이 쓰는 문구용 커터칼이었는데요.
밤늦은 시간 아파트 단지를 지나가는 여성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문제는 불특정 여성을 상대로 했다는 점인데요, 여성이라면 누구나 범행 대상이 될 수 있어 더 큰 공포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묻지마식 흉기 사건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어느 늦은 밤, 여자를 뒤따라가는 한 남자.
<인터뷰> 박준섭(인천 계양 경찰서 경위) : "계속 배회하다가 그 여성이 혼자 집 앞까지 거의 다 왔을 때 뒤에서 쫓아가서."
잠시 뒤 이 남자, 손에 묻은 무언가를 닦고 있는데요.
<인터뷰> 김경운(인천 계양 경찰서 팀장) : "거울도 보고 자기 손에 묻어있는 피도 확인하고..."
그날 밤, 이 남자는 무슨 일을 저지른 걸까.
지난 17일 인천 계양구 작전동의 한 아파트.
밤 9시 20분 쯤, 귀가중인 19살 오 모 양은 아파트 단지 내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오양에게 달려든 한 남자.
<녹취> 오 모 양(피해자) : "갑자기 어디서 튀어 나오더니 정말 1분도 안 걸리게 그러고서 (도망갔어요)."
날카로운 무언가가 오양의 얼굴을 찌르자 그 충격으로 쓰러진 피해자 오양.
남자는 쓰러진 오양의 얼굴과 다리에 흉기를 몇 차례 더 휘두른 뒤 사라졌습니다.
<녹취> 오 모 양(피해자) : "절 잡고서 금방 빨리 빨리 쉭쉭 긋고서 (도망갔어요)."
<인터뷰> 박준섭(인천 계양 경찰서 경위) : "그냥 아무 말도 않고 목을 감싸고 얼굴에다 흉기를 긋는 거죠. 그리고 넘어지면 넘어진 상태로 다리를 흉기로 긋고 그대로 도주합니다."
무차별적 범행은 그 다음날에도 일어났습니다.
18일 밤 11시 30분.
퇴근길의 직장여성 정 모 씨 역시 오양과 같은 아파트 단지를 걷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경운(인천 계양 경찰서 팀장) : "지금 아파트 상가에서 범행대상을 물색하면서 기다리는 겁니다."
그러다 느닷없이 정 씨에게 달려든 낯선 남자. 이번에도 남자는 이유없이 정 씨의 발등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는데요.
<인터뷰> 박준섭(인천 계양 경찰서 경위) : "저녁때 귀가하는 부녀자를 상대로 무작위로 자기만족을 느끼기 위해서 흉기로..."
아파트 단지에서 귀갓길 여성에게 무차별 공격을 가한 이 남자는 과연 누구일까.
cctv를 통해 밝혀진 이 남자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었는데요.
그런데 이 용의자, 고등학교 2학년의 평범한 학생 박 모군이었습니다.
<인터뷰> 박준섭(인천 계양 경찰서 경위) : "부모들은 정상적이고 학생도 학교를 잘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외부로 보일 때는 특별히 문제가 보이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경찰조사 결과, 박 군이 범행을 저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작년 11월에도 다른 여성을 상대로 비슷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박 군은 왜 이런 무차별 범행을 저지른 걸까.
범행동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음란 동영상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녹취> 안 모 군(피의자) : "동영상 보고 따라했어요. 죄송해요."
여성을 학대하는 음란 영상을 보면서 따라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는 겁니다.
<녹취> 안 모 군(피의자) : "그냥 몇 편 보자마자 호기심에 따라하게 됐어요."
<인터뷰> 박준섭(인천 계양 경찰서 경위) : "학대하는 성적 포르노를 보면서 자기도 그런 행동을 해보고 싶다는 충동 하에 범행을 하게 된 거죠."
범행에 사용된 도구는 문구용 커터칼.
사람이 없는 늦은 밤, 짧은 치마를 입고 가는 여성을 발견하면 아무 이유 없이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인터뷰> 박준섭(인천 계양 경찰서 경위) : "커터칼이고 날카롭기 때문에 깊이 들어가고 무작위로 긋기 때문에 상처가 아주 큽니다. 범행대상이 누구든지 될 수 있는 불특정이라는 거죠. 이 아파트 단지에 치마를 입은 여성은 누구든지 대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범행 후에 보인 박 군의 태연함이었습니다.
범행 후 엘리베이터 cctv에 포착된 박 군의 모습.
손에 묻은 피를 닦은 후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의 모습을 가다듬고 있는데요.
<인터뷰> 김경운(인천 계양 경찰서 팀장) : "서두르는 것도 없고 주위도 크게 신경을 안 쓰는 것 같고 그렇게 덤덤하게 범행을 한 것 같아요."
너무도 덤덤하게 충격적인 일을 저지른 박군, 심리 상태가 정상적이 아니라는 말인데요.
<인터뷰> 표창원(경찰대 범죄심리학 교수) : "음란 동영상물이나 또는 폭력적 게임 등에 몰입하다 보면 그러한 환상적인 내용들을 실제로 자기가 현실에서 모방해서 내면에 있는 분노와 또는 욕구 불만을 터뜨리고 싶다는 그런 욕구가 많이 생기게 되고요."
범행이 일어난 아파트 주민들은 ‘묻지마’식 범행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데요, 특히 박군의 범행 대상이 되었던 여성들은 더 큰 공포감에 휩싸였습니다.
<인터뷰> 함영란(인근 주민) : "좀 빨리 다녀야 되겠고 무서워요. 치마 못 입고 다니겠어요. 무서워가지고."
<인터뷰> 전유림(인근 주민) : "집에 갈 때 뒤에 사람만 있어도 무섭고 애기들도 무섭고 그냥 다 무서워요.
현재 피해자 여성들은 봉합수술 후 병원에서 치료중인데요.
가장 큰 문제는 얼굴에 난 깊은 상처입니다.
<인터뷰> 조진성 교수(피해자 오 모 양 담당의) : "시야에 정면에 있는 이 입술 위쪽과 얼굴 볼 이쪽에 상처가 크기 때문에 흉터는 분명히 남을 거고요."
치료가 끝나도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거라는데요.
여성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가장 큰 후유증이 된 것입니다.
<녹취> 피해자 오 모 양 어머님 : "마음의 상처도 크지만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너무 커서 그거를 평생 우리 아이가 안고 평생을 살아 갈 것을 생각하니까 가슴이 메어져요."
경찰은 불특정 여성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른 고등학생 박 모 군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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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철 기자 eo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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