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유명 대학 성추행 사건 ‘일파만파’

입력 2010.01.26 (08:59) 수정 2010.01.2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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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에서 성추행 사건이 불거져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피해를 호소하는 여학생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이민우 기자, 더 놀라운 게 피해 여학생들이 아직 입학도 하지 않은 예비 신입생들이라고요?



<리포트>



올 봄 입학 예정인 신입생들이니까 아직 고등학생일 수도 있겠죠?



한 여학생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자, 똑같은 남학생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학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난 것입니다.



그 수가 십여 명에 달하는데요. 신입생 환영 자리에서 여학생들이 술에 취하자 성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봄이 돼서 새 학기가 시작되면 이런 모임 더 많아질 텐데, 걱정입니다.



서울의 한 유명 사립 대학교. 지난 23일, 방학 중인 대학에 파문을 던진 익명의 글이 대학 온라인 모임 게시판에 올라왔습니다.



올해 입학 예정인 여학생인데, 남자 선배 대학생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녹취> 김00 (대학 인터넷 모임 회원): “피해 여학생 중 한 명이 가해자 남학생에게 이미 성추행을 당한 상황에서 계속 쉬쉬하고 있었거든요.”



피해 여학생, A양이 익명의 글에서 밝힌 성추행 피해는 이렇습니다.



2주 전쯤, 선후배가 만나는 신입생 모임에 참석했다는 술을 많이 마셨고, 선배 남학생과 함께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끔찍한 일을 겪었다는 겁니다.



<녹취> 김00 (대학 인터넷 모임 회원): “(서로) 술에 취한 상황에서 남학생이 A양한테 말을 걸기 시작하고 등을 토닥여주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A양이 기겁을 하잖아요. A양한테 강제로 입맞춤하고 그런 상황이 있던 거예요.”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라, 그날 일은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넘어갔는데요.



하지만, 지난 18일, 모임에서 문제의 선배 남학생을 또다시 만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사실을 알렸습니다.



<녹취> 김00 (대학 인터넷 모임 회원): “쉬쉬하고 있다가 지난주 월요일 모임에서 (문제의 남학생)이 갑자기 오니까 식겁해서 울기 시작했어요. (무슨 일이냐고) 추궁하니까 지난주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A양은 고민 끝에 자신의 피해 내용을 익명 게시판에 올리고, 억울함을 토로했는데요.



그런데 이 여학생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뒤이어 여학생들이 자신도 당했다는 폭로의 글을 쏟아내면서 피해자는 순식간에 8명으로 늘었습니다.



<녹취> 대학생 (가해 남학생의 과 학생): “(남학생과) 수업을 같이 듣는데, 이런 일이 있을 줄 몰랐죠. (신입생들이) 두려움을 가지고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적어질까 봐 걱정이기도 하고요.”



여학생들이 올린 글을 보면, 가해자인 남학생은 저녁을 먹자며 여자 신입생을 불러내 멀티 방으로 데려가 노골적인 성추행을 한 것으로 돼있습니다.



<녹취> 김00 (대학 인터넷 모임 회원): “단 둘이 (저녁을 먹고) 그리고 (멀티 방으로) 이동을 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거예요. 강제 뽀뽀 이 정도 있었던 것 같고요. 가장 심한 경우는 스킨십. 신체부위를 접촉한 정도?”



신체접촉이 점점 심해지자, 하지 말라며 강하게 거부했지만 모욕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다른 여학생은 문제의 남자 선배가 화장실 입구 앞에서 자신에게 다가와 ‘취했냐’고 말하며 성추행을 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녹취> 장00 (대학 인터넷 모임 회원): “신체를 만졌다고 하던데, 뒤에서 껴안고….”



집에 데려다 준다고 하면서 길거리에서 갑자기 신체접촉을 하거나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는 일도 있었다는 피해 글도 올라왔습니다.



게시판에 피해 글이 속속 올라오면서 성추행 논란은 교내는 물론, 대학 밖으로까지 빠르게 퍼져나갔는데요.



사건이 커지자, 가해자 남학생은 학교 홈페이지에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휴학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성추행 사실을 접한 학생들은 사과와 휴학이 면죄부는 아니라며, 학생회 차원에서 좀 더 강력한 조치를 내려주기를 원하고 있는데요.



<녹취> 총학생회 관계자: “(피해 사실이 총학생회에) 공식 접수가 된 게 아니라서 확실한 상황은 알 수가 없어요. 피해자들이 원하는 범위에서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고….”



현재 피해 여학생들은 방학이 끝난 후 학교 도서관에 사과 대자보를 붙이고, 가해자 남학생이 성범죄 예방 교육을 받도록 하는 등의 다섯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녹취> 총학생회 관계자: “피해자들은 (요구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가해 남학생이 대응하는지 보고 있고, (피해자들이) 원하는 대로 진행되고 있어요.”



이처럼 대학 내 성추행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닌데요.



특히 신입생 환영회, 엠티와 같은 각종 모임과 술자리가 많은 새 학기에 빈번하게 발생되면서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두나 (한국성폭력 상담소): “(대학 내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징계를 확실히 하고 신변보호를 확실히 하는 이런 과정을 철저히 밟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남자 선배의 성추행으로, 아직 입학도 안한 예비 여학생이 짊어져야 할 상처가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평생 갈지도 모릅니다.



다른 곳도 아닌 대학에서 벌어진 성추행 파문은 우리 사회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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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유명 대학 성추행 사건 ‘일파만파’
    • 입력 2010-01-26 08:59:29
    • 수정2010-01-26 09: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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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에서 성추행 사건이 불거져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피해를 호소하는 여학생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이민우 기자, 더 놀라운 게 피해 여학생들이 아직 입학도 하지 않은 예비 신입생들이라고요?

<리포트>

올 봄 입학 예정인 신입생들이니까 아직 고등학생일 수도 있겠죠?

한 여학생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자, 똑같은 남학생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학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난 것입니다.

그 수가 십여 명에 달하는데요. 신입생 환영 자리에서 여학생들이 술에 취하자 성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봄이 돼서 새 학기가 시작되면 이런 모임 더 많아질 텐데, 걱정입니다.

서울의 한 유명 사립 대학교. 지난 23일, 방학 중인 대학에 파문을 던진 익명의 글이 대학 온라인 모임 게시판에 올라왔습니다.

올해 입학 예정인 여학생인데, 남자 선배 대학생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녹취> 김00 (대학 인터넷 모임 회원): “피해 여학생 중 한 명이 가해자 남학생에게 이미 성추행을 당한 상황에서 계속 쉬쉬하고 있었거든요.”

피해 여학생, A양이 익명의 글에서 밝힌 성추행 피해는 이렇습니다.

2주 전쯤, 선후배가 만나는 신입생 모임에 참석했다는 술을 많이 마셨고, 선배 남학생과 함께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끔찍한 일을 겪었다는 겁니다.

<녹취> 김00 (대학 인터넷 모임 회원): “(서로) 술에 취한 상황에서 남학생이 A양한테 말을 걸기 시작하고 등을 토닥여주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A양이 기겁을 하잖아요. A양한테 강제로 입맞춤하고 그런 상황이 있던 거예요.”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라, 그날 일은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넘어갔는데요.

하지만, 지난 18일, 모임에서 문제의 선배 남학생을 또다시 만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사실을 알렸습니다.

<녹취> 김00 (대학 인터넷 모임 회원): “쉬쉬하고 있다가 지난주 월요일 모임에서 (문제의 남학생)이 갑자기 오니까 식겁해서 울기 시작했어요. (무슨 일이냐고) 추궁하니까 지난주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A양은 고민 끝에 자신의 피해 내용을 익명 게시판에 올리고, 억울함을 토로했는데요.

그런데 이 여학생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뒤이어 여학생들이 자신도 당했다는 폭로의 글을 쏟아내면서 피해자는 순식간에 8명으로 늘었습니다.

<녹취> 대학생 (가해 남학생의 과 학생): “(남학생과) 수업을 같이 듣는데, 이런 일이 있을 줄 몰랐죠. (신입생들이) 두려움을 가지고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적어질까 봐 걱정이기도 하고요.”

여학생들이 올린 글을 보면, 가해자인 남학생은 저녁을 먹자며 여자 신입생을 불러내 멀티 방으로 데려가 노골적인 성추행을 한 것으로 돼있습니다.

<녹취> 김00 (대학 인터넷 모임 회원): “단 둘이 (저녁을 먹고) 그리고 (멀티 방으로) 이동을 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거예요. 강제 뽀뽀 이 정도 있었던 것 같고요. 가장 심한 경우는 스킨십. 신체부위를 접촉한 정도?”

신체접촉이 점점 심해지자, 하지 말라며 강하게 거부했지만 모욕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다른 여학생은 문제의 남자 선배가 화장실 입구 앞에서 자신에게 다가와 ‘취했냐’고 말하며 성추행을 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녹취> 장00 (대학 인터넷 모임 회원): “신체를 만졌다고 하던데, 뒤에서 껴안고….”

집에 데려다 준다고 하면서 길거리에서 갑자기 신체접촉을 하거나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는 일도 있었다는 피해 글도 올라왔습니다.

게시판에 피해 글이 속속 올라오면서 성추행 논란은 교내는 물론, 대학 밖으로까지 빠르게 퍼져나갔는데요.

사건이 커지자, 가해자 남학생은 학교 홈페이지에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휴학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성추행 사실을 접한 학생들은 사과와 휴학이 면죄부는 아니라며, 학생회 차원에서 좀 더 강력한 조치를 내려주기를 원하고 있는데요.

<녹취> 총학생회 관계자: “(피해 사실이 총학생회에) 공식 접수가 된 게 아니라서 확실한 상황은 알 수가 없어요. 피해자들이 원하는 범위에서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고….”

현재 피해 여학생들은 방학이 끝난 후 학교 도서관에 사과 대자보를 붙이고, 가해자 남학생이 성범죄 예방 교육을 받도록 하는 등의 다섯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녹취> 총학생회 관계자: “피해자들은 (요구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가해 남학생이 대응하는지 보고 있고, (피해자들이) 원하는 대로 진행되고 있어요.”

이처럼 대학 내 성추행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닌데요.

특히 신입생 환영회, 엠티와 같은 각종 모임과 술자리가 많은 새 학기에 빈번하게 발생되면서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두나 (한국성폭력 상담소): “(대학 내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징계를 확실히 하고 신변보호를 확실히 하는 이런 과정을 철저히 밟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남자 선배의 성추행으로, 아직 입학도 안한 예비 여학생이 짊어져야 할 상처가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평생 갈지도 모릅니다.

다른 곳도 아닌 대학에서 벌어진 성추행 파문은 우리 사회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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