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똥 맞은 용산 ‘쪽방촌’

입력 2010.02.0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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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주 서울 용산의 견본주택에서 난 큰불, 바로 옆에 있던 쪽방촌으로 불똥이 튀었습니다.

대부분 노인들인데,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라고 합니다.

김경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불꽃과 검은 연기가 하늘로 솟아오릅니다.

세찬 물줄기에도 불은 쉽게 꺼지지 않습니다.

불길이 바로 옆 쪽방촌으로 옮아가 노인들이 급히 실려 나옵니다.

불은 세워져 있던 자동차의 유리창을 녹일 정도로 거셌습니다.

화마가 지나간 자리, 바로 옆 건물도 화재로 유리창이 깨지고 파이프가 녹아내렸습니다.

언뜻 보면 버려진 건물 같지만 미로 같은 통로를 따라 가보면 방마다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순옥(쪽방촌 주민) : "불이야 불이야 소방관 불러 소방관 불러 그랬어 깜짝 놀랐어"

스무 가구가 함께 쓰는 공동 수도, 바람만 간신히 막은 화장실은 재래식이라 주기적으로 속을 비워야 합니다.

딱 사람 하나 누울 만한 곳에 모든 살림살이가 들어갔습니다.

1930년대 공장 용도로 지어진 지 80년이 지나, 10년 전엔 재난위험시설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등급을 받아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습니다.

불이 나면서 더 위험해졌습니다.

<인터뷰> 고은태(서울 용산구청 주택과) : "위험 건물이라 대피명령을 내렸지만 워낙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사셔서 강제 이주 조치를 못하고 있습니다"

불이 나자 근처 노인정으로 몸을 피했지만 주민들 눈치 탓에 사흘 만에 나왔습니다.

<인터뷰> 강순열 : "가난이 한심해요. 어디 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 가요."

화재 보상금이 나온다는 말이 돌고 있지만 대부분 기대를 접고 있습니다.

그래도 희망이 있다면, 유난히도 추운 겨울이 이제 지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KBS 뉴스 김경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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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똥 맞은 용산 ‘쪽방촌’
    • 입력 2010-02-02 20:34:57
    뉴스타임
<앵커 멘트> 지난주 서울 용산의 견본주택에서 난 큰불, 바로 옆에 있던 쪽방촌으로 불똥이 튀었습니다. 대부분 노인들인데,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라고 합니다. 김경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불꽃과 검은 연기가 하늘로 솟아오릅니다. 세찬 물줄기에도 불은 쉽게 꺼지지 않습니다. 불길이 바로 옆 쪽방촌으로 옮아가 노인들이 급히 실려 나옵니다. 불은 세워져 있던 자동차의 유리창을 녹일 정도로 거셌습니다. 화마가 지나간 자리, 바로 옆 건물도 화재로 유리창이 깨지고 파이프가 녹아내렸습니다. 언뜻 보면 버려진 건물 같지만 미로 같은 통로를 따라 가보면 방마다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순옥(쪽방촌 주민) : "불이야 불이야 소방관 불러 소방관 불러 그랬어 깜짝 놀랐어" 스무 가구가 함께 쓰는 공동 수도, 바람만 간신히 막은 화장실은 재래식이라 주기적으로 속을 비워야 합니다. 딱 사람 하나 누울 만한 곳에 모든 살림살이가 들어갔습니다. 1930년대 공장 용도로 지어진 지 80년이 지나, 10년 전엔 재난위험시설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등급을 받아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습니다. 불이 나면서 더 위험해졌습니다. <인터뷰> 고은태(서울 용산구청 주택과) : "위험 건물이라 대피명령을 내렸지만 워낙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사셔서 강제 이주 조치를 못하고 있습니다" 불이 나자 근처 노인정으로 몸을 피했지만 주민들 눈치 탓에 사흘 만에 나왔습니다. <인터뷰> 강순열 : "가난이 한심해요. 어디 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 가요." 화재 보상금이 나온다는 말이 돌고 있지만 대부분 기대를 접고 있습니다. 그래도 희망이 있다면, 유난히도 추운 겨울이 이제 지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KBS 뉴스 김경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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