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왜 보증 섰나?

입력 2010.02.22 (07:58) 수정 2010.03.0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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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을 기억하십니까? 당초 2008년 완공 목표였던 이 사업은, 이전 시기와 비용 부담을 놓고 한미간에 여전히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유독“미군가족 임대주택 사업”만 합의가 됐는데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한국 정부가 45년 간 보증을 해주는 파격적인 조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가 왜, 보증을 서게 된 것인지 그 속사정을 들여다봤습니다.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주변입니다. 광활한 평야 위에 부지 조성 작업이 한창입니다. 기존 미군기지 외에 추가로 940만 제곱미터를 수용해서 모두 1488만 제곱미터나 됩니다.



지난 2004년, 한미 양국은 이곳에 용산 미군기지와 미 2사단 기지를 이전하기로 합의했었습니다. 전체 10조원 규모인 이전 사업비는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반반씩 부담해 당초 2008년까지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부지 조성 공사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기지 이전 시기와 비용 부담을 놓고 한미가 여전히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고, 2016년이나 17년쯤 완공될 것이라는 추측만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지난해 말 괄목할 만한 합의가 하나 이뤄졌습니다.



바로 “미군가족 임대주택 사업”입니다.“미군가족 임대주택 사업”은 평택 미군기지 안에 미군 가족이 사용할 임대주택을 민간사업자가 지어주고, 미군은 임대료를 내는 방식입니다. 57만 제곱미터에 2천 4백여 가구를 짓는데, 총사업비는 1조 7천억원 규모입니다.



발주처인 미 육군이 해외에서 시행하는 첫 사업으로, 주사업체로는 <삼성건설과 피너클 컨소시움>이 선정됐습니다.



한미 양국 정부가 지난해 초 본격 협상에 나섰는데, 사업자측이 45년 동안 임대기간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미군이 갑작스레 철수하더라도 남은 기간 토지를 계속 사용하도록 보장해달라는 것인데, 미국은 이 부담을 한국 정부에 떠 넘긴 것입니다.



<녹취> 김장수(의원/국회 국방위원회) : "민간업체가 자기 영리를 목적으로 임대주택 사업을 하는데, 그 보장 기간을 한국 정부가 해 달라는 것을 계약서에 넣어달라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는 맞지 않다고 생각이 됩니다.“



<녹취> 이상희(당시 국방장관) : "국내법도 여러 가지 관련되고 해서 법적으로 여러 가지 검토할 사항들이 있어 양측간에

지금 토의를 하는 사항입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 동안 이 문제를 놓고 여러 차례 법적인 검토를 거듭했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군이 떠나면, 미군에게 제공했던 땅이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데, 민간업체가 국유재산의 재산권을 행사하는 것은 어렵다는 해석입니다.



그런데, 불과 한달 뒤 법제처는“정지조건부 사용 허가”는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정지조건부란, 투자금 회수기간인 45년 이전에 미군이 떠나거나 기지 이전 등의 이유로 공여받은 토지를 한국에 반환하게 되는 경우를 말하며, 사업착수 시점에 국유재산법 범위 안에서 부지 사용을 계속 허가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오주석(대령/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기획총괄팀장) : "임대기간을 보장해야 이 사람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데, 그 기간 전에 임대가 종료되는 상황 발생했을 때 나머지 기간을 저희한테 토지사용료를 내고 사용하도록 허가해 주는 것입니다."



결국, 지난해 9월 이상희 당시 국방장관은 퇴임 하루 전날 조건부 사용 허가를 최종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초부터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 국방장관에게 임대주택 사업을 강력히 요청했고 미 하원 군사위원장 일행도 한국을 방문해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의 진척상황 등을 점검하고 돌아가는 등 암암리에 미측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녹취> 김종대(군사평론가) : "“법적인 장애물을 뛰어넘어 한국 정부가 보증해 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했다는 사실이고 여기에 한국 정부가 단 2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 요구사항을 수용하게 된 것입니다."



더욱이 발주처인 미 육군과 민간 사업자간에는 본계약이 아직 체결되지 않았습니다. 민간 사업자가 임대주택 설계를 하면서 고도 제한 이상으로 높이는 바람에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본 계약이 성사되기도 전에 45년 간 사용허가가 먼저 난 셈입니다. 이와함께 법리적인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국유재산법 제정 목적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유재산의 관리 목적은 국가전체의 이익에 부합돼야 하는데, 주한미군이 언제 철수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리 조건부 사용허가를 하게되면, 나중에 미군이 철수할 시점에 가장 공익에 부합되도록 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판단할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는 겁니다.



<녹취> 이정희(국회의원) : "가령 20년 후에 주한미군이 떠나게 된다면 그 땅을 우리가 어떻게 쓸 필요가 있을지 가늠하기 대단히 어렵죠. 근데 그것을 지금 약속해 주고 20년 후에 이행해야 하고 또 25년 동안 우리 정부가 지켜야 한다는 것은 임대사업자의 수익을 너무나 과도하게 보장해 주는 것이다 생각이 되고"



결과적으로 특혜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이동호(변호사) : "미군이 철수한 이후에 임대나 분양률이 저조한 경우에 민간사업자는 어떤 명분으로든 정부에 대해 수익이나 손실의 보장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정부가 이에 응하는 이면 약정을 하게 될 위험이 있는데, 그로인한 부담은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귀결될 위험성이 큽니다."



특히, 아무리 조건부라지만 무려 45년을 미리 사용허가를 내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녹취>박기완(전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기획부장) : "미국 회계법상 아마 15년까지가 장기 파이낸싱 해줄 수 있는 걸로 기억이 되는데, 단 15년 단위로 두 번, 그래서 30년을 개런티하는 걸로 기억한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국방부는 국익 차원에서 적절한 판단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오주석(대령/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 "허가서에 목적 외에 다른 행위를 했을 때는 계약 사용허가가 무효가 된다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기 때문에 그런 행위는 없을 거라고 생각..."



정부는 이번 미군가족 임대주택 사업이 주한미군의 복무정상화 계획을 지원하기 위해 필수적인 사업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주한미군의 복무 정상화란 무엇인가?



지난 1일 미 국방부가 발표한, 오바마 행정부의 국방 정책 비전을 담은 QDR, 즉 <4개년 국방전략 보고서>입니다. 여기서 한국을 ‘복무 정상화’즉 가족 동반 전진 주둔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녹취>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 "한국을 과거에는 전투지로 규정해서 주한미군이 6개월이나 1년 정도 주둔하면 다 바꾸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을 데려올 수 없었는데 이제는 한반도를 비전투지역으로 규정해서 미군이 이제 최소 2년 평균적으로 3년을 가족과 함께 동반 주둔할 수 있게 위치 설정을 바꾼 것입니다."



특히, 사상 최초로 주한미군의 해외 차출 가능성도 명문화했습니다. 주한미군이 더 이상 한반도 방어를 위한 붙박이 군대가 아니라, 주변 분쟁에 대처하는 다목적 기능군, 신속 대응군으로 재편됐다는 점을 공식화한 셈입니다.



<녹취> 김종대(군사평론가) : "유사시에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군대가 전국에 분산돼 있는 것보다는 한곳에 안정적으로 주둔하는 것이 주한미군으로선 절실한 거죠. 그 핵심이 주택사업입니다. 우선 숙소가 마련돼야 전반적인 미군의 사기복지를 증진함과 더불어 지휘관이 통제할 수 있다는 거죠."



주한미군의 역할과 위상이 바뀐 만큼, 평택 미군기지가 미국의 동북아 전진 기지로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녹취>차두현(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한 지역에 얼마만큼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가 보다는 그 지역의 미군들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갈 수 있고, 작전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활용성 있는 기지들이 얼마나 존재하느냐가 앞으로 미국이 동맹에서 손익계산을 따지는데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관건이 되는 시대가 온 거죠."



결과적으로, 미국이 해외주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완성하는 의미에서 안정적인 전진기지가 필요했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가족 숙소가 절실했다면, 평택미군기지 이전사업도 새로운 평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녹취>이장희(교수/외국어대 법학과) : "미군 주둔 목적이 한반도 이외의 다른 지역에 출동하기 위한 하나의 전진기지로서 우리 한반도 기지를 이용하고 있다면, 이것은 한반도 방위 목적이라는 원래의 한미 상호방위 조약이라든가 여타 기지 협정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르죠."



돌이켜보면, 미군기지 이전사업 초기인 지난 2004년부터 미 행정부나 의회는, 미군기지 이전 비용은 가급적 미 본토에서 지원하지 않고 한국 내에서 해결하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었습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 시기가 늦어지면서 이전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방위비 분담금이 기지 이전에 전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기지이전 협상에도 근본적인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녹취>이철기(교수/동국대 정치외교학과) : "주한미군의 역할 자체가 과거처럼 북한에 대한 대북억제력이 아니고 미국의 군사적인 필요성에 따라, 한반도 밖에서 군사작전을 하는 군대로 바뀐다고 한다면 평택미군기지 조성 비용이라든지, 주한미군 분담 비용에 대해 재협상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새로운 문제 제기들이 나올 것으로 보여집니다."



한미 양측은 이달말 쯤, 고위급 회담을 열어, 평택 미군기지 이전 사업의 실무적인 문제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전 시기와 비용 문제 등 큰 틀에서 타결을 앞당기기 위해, 사업추진상의 제한 사항과 미측의 정확한 소요 재원, 비용 불균형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협상이 한두 번으로 끝나지는 않겠지만, 주한미군과 평택 미군기지의 역할과 성격 변화를 감안해서, 미국의 편의대로가 아니라 우리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는 협상이 진행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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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 왜 보증 섰나?
    • 입력 2010-02-22 07:58:49
    • 수정2010-03-01 09:03:10
    취재파일K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을 기억하십니까? 당초 2008년 완공 목표였던 이 사업은, 이전 시기와 비용 부담을 놓고 한미간에 여전히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유독“미군가족 임대주택 사업”만 합의가 됐는데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한국 정부가 45년 간 보증을 해주는 파격적인 조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가 왜, 보증을 서게 된 것인지 그 속사정을 들여다봤습니다.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주변입니다. 광활한 평야 위에 부지 조성 작업이 한창입니다. 기존 미군기지 외에 추가로 940만 제곱미터를 수용해서 모두 1488만 제곱미터나 됩니다.

지난 2004년, 한미 양국은 이곳에 용산 미군기지와 미 2사단 기지를 이전하기로 합의했었습니다. 전체 10조원 규모인 이전 사업비는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반반씩 부담해 당초 2008년까지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부지 조성 공사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기지 이전 시기와 비용 부담을 놓고 한미가 여전히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고, 2016년이나 17년쯤 완공될 것이라는 추측만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지난해 말 괄목할 만한 합의가 하나 이뤄졌습니다.

바로 “미군가족 임대주택 사업”입니다.“미군가족 임대주택 사업”은 평택 미군기지 안에 미군 가족이 사용할 임대주택을 민간사업자가 지어주고, 미군은 임대료를 내는 방식입니다. 57만 제곱미터에 2천 4백여 가구를 짓는데, 총사업비는 1조 7천억원 규모입니다.

발주처인 미 육군이 해외에서 시행하는 첫 사업으로, 주사업체로는 <삼성건설과 피너클 컨소시움>이 선정됐습니다.

한미 양국 정부가 지난해 초 본격 협상에 나섰는데, 사업자측이 45년 동안 임대기간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미군이 갑작스레 철수하더라도 남은 기간 토지를 계속 사용하도록 보장해달라는 것인데, 미국은 이 부담을 한국 정부에 떠 넘긴 것입니다.

<녹취> 김장수(의원/국회 국방위원회) : "민간업체가 자기 영리를 목적으로 임대주택 사업을 하는데, 그 보장 기간을 한국 정부가 해 달라는 것을 계약서에 넣어달라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는 맞지 않다고 생각이 됩니다.“

<녹취> 이상희(당시 국방장관) : "국내법도 여러 가지 관련되고 해서 법적으로 여러 가지 검토할 사항들이 있어 양측간에
지금 토의를 하는 사항입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 동안 이 문제를 놓고 여러 차례 법적인 검토를 거듭했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군이 떠나면, 미군에게 제공했던 땅이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데, 민간업체가 국유재산의 재산권을 행사하는 것은 어렵다는 해석입니다.

그런데, 불과 한달 뒤 법제처는“정지조건부 사용 허가”는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정지조건부란, 투자금 회수기간인 45년 이전에 미군이 떠나거나 기지 이전 등의 이유로 공여받은 토지를 한국에 반환하게 되는 경우를 말하며, 사업착수 시점에 국유재산법 범위 안에서 부지 사용을 계속 허가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오주석(대령/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기획총괄팀장) : "임대기간을 보장해야 이 사람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데, 그 기간 전에 임대가 종료되는 상황 발생했을 때 나머지 기간을 저희한테 토지사용료를 내고 사용하도록 허가해 주는 것입니다."

결국, 지난해 9월 이상희 당시 국방장관은 퇴임 하루 전날 조건부 사용 허가를 최종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초부터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 국방장관에게 임대주택 사업을 강력히 요청했고 미 하원 군사위원장 일행도 한국을 방문해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의 진척상황 등을 점검하고 돌아가는 등 암암리에 미측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녹취> 김종대(군사평론가) : "“법적인 장애물을 뛰어넘어 한국 정부가 보증해 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했다는 사실이고 여기에 한국 정부가 단 2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 요구사항을 수용하게 된 것입니다."

더욱이 발주처인 미 육군과 민간 사업자간에는 본계약이 아직 체결되지 않았습니다. 민간 사업자가 임대주택 설계를 하면서 고도 제한 이상으로 높이는 바람에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본 계약이 성사되기도 전에 45년 간 사용허가가 먼저 난 셈입니다. 이와함께 법리적인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국유재산법 제정 목적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유재산의 관리 목적은 국가전체의 이익에 부합돼야 하는데, 주한미군이 언제 철수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리 조건부 사용허가를 하게되면, 나중에 미군이 철수할 시점에 가장 공익에 부합되도록 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판단할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는 겁니다.

<녹취> 이정희(국회의원) : "가령 20년 후에 주한미군이 떠나게 된다면 그 땅을 우리가 어떻게 쓸 필요가 있을지 가늠하기 대단히 어렵죠. 근데 그것을 지금 약속해 주고 20년 후에 이행해야 하고 또 25년 동안 우리 정부가 지켜야 한다는 것은 임대사업자의 수익을 너무나 과도하게 보장해 주는 것이다 생각이 되고"

결과적으로 특혜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이동호(변호사) : "미군이 철수한 이후에 임대나 분양률이 저조한 경우에 민간사업자는 어떤 명분으로든 정부에 대해 수익이나 손실의 보장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정부가 이에 응하는 이면 약정을 하게 될 위험이 있는데, 그로인한 부담은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귀결될 위험성이 큽니다."

특히, 아무리 조건부라지만 무려 45년을 미리 사용허가를 내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녹취>박기완(전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기획부장) : "미국 회계법상 아마 15년까지가 장기 파이낸싱 해줄 수 있는 걸로 기억이 되는데, 단 15년 단위로 두 번, 그래서 30년을 개런티하는 걸로 기억한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국방부는 국익 차원에서 적절한 판단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오주석(대령/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 "허가서에 목적 외에 다른 행위를 했을 때는 계약 사용허가가 무효가 된다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기 때문에 그런 행위는 없을 거라고 생각..."

정부는 이번 미군가족 임대주택 사업이 주한미군의 복무정상화 계획을 지원하기 위해 필수적인 사업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주한미군의 복무 정상화란 무엇인가?

지난 1일 미 국방부가 발표한, 오바마 행정부의 국방 정책 비전을 담은 QDR, 즉 <4개년 국방전략 보고서>입니다. 여기서 한국을 ‘복무 정상화’즉 가족 동반 전진 주둔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녹취>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 "한국을 과거에는 전투지로 규정해서 주한미군이 6개월이나 1년 정도 주둔하면 다 바꾸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을 데려올 수 없었는데 이제는 한반도를 비전투지역으로 규정해서 미군이 이제 최소 2년 평균적으로 3년을 가족과 함께 동반 주둔할 수 있게 위치 설정을 바꾼 것입니다."

특히, 사상 최초로 주한미군의 해외 차출 가능성도 명문화했습니다. 주한미군이 더 이상 한반도 방어를 위한 붙박이 군대가 아니라, 주변 분쟁에 대처하는 다목적 기능군, 신속 대응군으로 재편됐다는 점을 공식화한 셈입니다.

<녹취> 김종대(군사평론가) : "유사시에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군대가 전국에 분산돼 있는 것보다는 한곳에 안정적으로 주둔하는 것이 주한미군으로선 절실한 거죠. 그 핵심이 주택사업입니다. 우선 숙소가 마련돼야 전반적인 미군의 사기복지를 증진함과 더불어 지휘관이 통제할 수 있다는 거죠."

주한미군의 역할과 위상이 바뀐 만큼, 평택 미군기지가 미국의 동북아 전진 기지로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녹취>차두현(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한 지역에 얼마만큼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가 보다는 그 지역의 미군들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갈 수 있고, 작전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활용성 있는 기지들이 얼마나 존재하느냐가 앞으로 미국이 동맹에서 손익계산을 따지는데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관건이 되는 시대가 온 거죠."

결과적으로, 미국이 해외주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완성하는 의미에서 안정적인 전진기지가 필요했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가족 숙소가 절실했다면, 평택미군기지 이전사업도 새로운 평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녹취>이장희(교수/외국어대 법학과) : "미군 주둔 목적이 한반도 이외의 다른 지역에 출동하기 위한 하나의 전진기지로서 우리 한반도 기지를 이용하고 있다면, 이것은 한반도 방위 목적이라는 원래의 한미 상호방위 조약이라든가 여타 기지 협정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르죠."

돌이켜보면, 미군기지 이전사업 초기인 지난 2004년부터 미 행정부나 의회는, 미군기지 이전 비용은 가급적 미 본토에서 지원하지 않고 한국 내에서 해결하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었습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 시기가 늦어지면서 이전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방위비 분담금이 기지 이전에 전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기지이전 협상에도 근본적인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녹취>이철기(교수/동국대 정치외교학과) : "주한미군의 역할 자체가 과거처럼 북한에 대한 대북억제력이 아니고 미국의 군사적인 필요성에 따라, 한반도 밖에서 군사작전을 하는 군대로 바뀐다고 한다면 평택미군기지 조성 비용이라든지, 주한미군 분담 비용에 대해 재협상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새로운 문제 제기들이 나올 것으로 보여집니다."

한미 양측은 이달말 쯤, 고위급 회담을 열어, 평택 미군기지 이전 사업의 실무적인 문제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전 시기와 비용 문제 등 큰 틀에서 타결을 앞당기기 위해, 사업추진상의 제한 사항과 미측의 정확한 소요 재원, 비용 불균형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협상이 한두 번으로 끝나지는 않겠지만, 주한미군과 평택 미군기지의 역할과 성격 변화를 감안해서, 미국의 편의대로가 아니라 우리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는 협상이 진행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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