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학원비 걱정하다 투신까지

입력 2010.02.2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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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밀린 학원비를 걱정하던 한 여고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습니다.

미술 분야에 재능이 뛰어나 미대 지망을 꿈꿨던 여고생에게 밀린 학원비 150만 원은 감당하기 어려운 고민이었습니다.

류호성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대구의 한 고층 아파트.

지난 22일 밤, 17살 김 모 양이 옥상에서 몸을 던져 숨졌습니다.

<녹취> 목격자 (음성변조) :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뒤돌아보니까 사람 같기도 하고. 나는 애들이 인형을 버렸나 생각했지."

각종 미술 대회에서 상을 휩쓸 정도로 미술에 재능이 뛰어났던 김 양.

그러나 대학 진학의 꿈도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도 한순간 놓아 버렸습니다.

<인터뷰> 방복욱 (대구 중부경찰서 경위) : "최근에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석 달치 학원비가 150만 원 상당이 밀려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부인과 이혼, 사업 실패 뒤 노점상을 하며 근근이 살아온 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딸 생각에 말을 잇지 못합니다.

미술이 삶의 전부였던 딸을 충분히 도와줄 수 없었던 아버지는 한없이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녹취> 김 양 아버지 (음성변조) : "돈이 없으니까 애 눈치 자꾸 보게 되고. 애는 또 아빠 어려운 거 아니까 내 눈치 보게 되고. 오죽하면 일수라도 얻어가지고 하려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간간이 도움을 주던 어머니와도 연락이 끊기자 한가닥 희망마저 접은 김 양.

곁에서 지켜봤던 친구들의 안타까움도 이어졌습니다.

<녹취> 김 양 친구 (음성변조) : "갑자기 엄마가 연락이 딱 끊겨버렸으니까 많이 흔들리다가 그렇게 되어 버린 거죠."

<녹취> 김 양 친구 (음성변조) : "학원 안 다니면 거의 가망성이 없는 거나 다름없는데 그림이고 뭐고 다 때려 치워야겠다면서 울먹이면서 전화를 했었거든요."

아버지가 더 속상해 하지 않을까 애써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던 딸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아버지.

<녹취>김 양 아버지 (음성변조) : "이마에 뽀뽀하고 나왔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천국에 가서도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영원히 사랑할거고."

석 달 째 밀린 학원비는 모두 150만 원.

꿈을 좇기엔 너무 힘겨웠던 가정형편.

김양은 이번 토요일 18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KBS 뉴스 류호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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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린 학원비 걱정하다 투신까지
    • 입력 2010-02-24 20:39:04
    뉴스타임
<앵커 멘트> 밀린 학원비를 걱정하던 한 여고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습니다. 미술 분야에 재능이 뛰어나 미대 지망을 꿈꿨던 여고생에게 밀린 학원비 150만 원은 감당하기 어려운 고민이었습니다. 류호성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대구의 한 고층 아파트. 지난 22일 밤, 17살 김 모 양이 옥상에서 몸을 던져 숨졌습니다. <녹취> 목격자 (음성변조) :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뒤돌아보니까 사람 같기도 하고. 나는 애들이 인형을 버렸나 생각했지." 각종 미술 대회에서 상을 휩쓸 정도로 미술에 재능이 뛰어났던 김 양. 그러나 대학 진학의 꿈도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도 한순간 놓아 버렸습니다. <인터뷰> 방복욱 (대구 중부경찰서 경위) : "최근에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석 달치 학원비가 150만 원 상당이 밀려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부인과 이혼, 사업 실패 뒤 노점상을 하며 근근이 살아온 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딸 생각에 말을 잇지 못합니다. 미술이 삶의 전부였던 딸을 충분히 도와줄 수 없었던 아버지는 한없이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녹취> 김 양 아버지 (음성변조) : "돈이 없으니까 애 눈치 자꾸 보게 되고. 애는 또 아빠 어려운 거 아니까 내 눈치 보게 되고. 오죽하면 일수라도 얻어가지고 하려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간간이 도움을 주던 어머니와도 연락이 끊기자 한가닥 희망마저 접은 김 양. 곁에서 지켜봤던 친구들의 안타까움도 이어졌습니다. <녹취> 김 양 친구 (음성변조) : "갑자기 엄마가 연락이 딱 끊겨버렸으니까 많이 흔들리다가 그렇게 되어 버린 거죠." <녹취> 김 양 친구 (음성변조) : "학원 안 다니면 거의 가망성이 없는 거나 다름없는데 그림이고 뭐고 다 때려 치워야겠다면서 울먹이면서 전화를 했었거든요." 아버지가 더 속상해 하지 않을까 애써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던 딸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아버지. <녹취>김 양 아버지 (음성변조) : "이마에 뽀뽀하고 나왔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천국에 가서도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영원히 사랑할거고." 석 달 째 밀린 학원비는 모두 150만 원. 꿈을 좇기엔 너무 힘겨웠던 가정형편. 김양은 이번 토요일 18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KBS 뉴스 류호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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