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충전] ‘신바람’ 나는 지하철 속으로…

입력 2010.03.0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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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출퇴근길 지하철,하면 사람들로 꽉 찬 열차, 또 저마다 바쁘게 오가는 삭막한 풍경이 떠오르는데요.

그런데 요즘 지하철이 색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박현진 기자, 이젠 지하철에서 신청곡도 틀어준다죠?

<리포트>

네. 듣고 싶은 음악을 신청하면 지하철역에서 사연과 함께 소개를 해준다고 합니다.

또 개성만점, 유쾌한 멘트로 승객들을 즐겁게 해주는 DJ 기관사가 있어서 지하철 타는 게 더욱 신나기도 하고요.

역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이른바 지하철 아티스트들도 많아졌습니다.

신바람나는 음악과 따뜻한 이야기가 흐르는 곳, 지하철로 가보시죠.

답답하고 삭막하던 지하철이 최근 바뀌고 있습니다.

<현장음> "다함께 손을 잡아요! 그리고 하늘을 봐요."

<현장음> "이번에는 차분하게 연주음악을 들려드리려고 해요."

바로, 지하철 음악방송 덕분인데요, 승객들의 반응, 어떨까요?

<현장음> "노래 나오니까 좋네요. 기분도 좋고."

<인터뷰> 홍정원(경기도 성남시 신흥동) : "신청곡도 틀어준다고 하니까 나중에 신청할 수 있으면 신청해보고 싶어요."

지하철 음악방송이 만들어지는 곳, 바로 서울 송파구의 한 스튜디오인데요, 피디, 작가 등이 모여 기획회의와 음악 선곡을 한 뒤, 승객들의 신청곡도 전합니다.

<현장음> "화정역에서 이 방송을 들으시는 김지민 님께서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수도권 지역 40개 역으로 송출되는 이 방송은, 해당 블로그에 신청곡을 접수하면, CD와 같은 행운선물도 따라오는데요.

이밖에도 서울시내 지하철역에서도 신청곡을 들을 수 있다고 하네요.

음악방송의 사연은 깜짝이벤트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오늘 사연의 주인공은 바로 이 여자 분입니다.

<현장음> "다음은 남편 김형순 씨가 사랑하는 아내 이희승 씨에게 보내는 사연입니다. 바쁘다고 자기 생일조차 못 챙기면서 오늘 시아버지 생신 잔치 준비하느라 애쓰는 거 보면서 너무 미안하고도 고맙다... 연애시절 자주 불러줬다는 김종국의 '한 남자' 신청하신 곡 띄워 드릴게요."

그리고 짠, 영문을 모르는 아내 앞으로, 드디어 남편이 등장했습니다.

<현장음> "한 남자가 있어~ 널 너무 사랑한~ 5년 동안 나랑 살아줘서 고맙고, 죽을 때까지 지금처럼만 잘 해줘. 사랑해!"

<인터뷰> 이희승 : "좋네요. 5년이나 같이 살았는데 갑자기 이런 이벤트 받아보니까요. 프러포즈 못 받아서 남들이 물어볼 때 할 말이 없었는데 평생 자랑할 거리가 생긴 것 같아요."

지하철을 타는 즐거움은 객차 안에서도 계속되는데요.

<현장음> "출입문이 닫힌 뒤 달리는 열차에 올라탈 수 있는 건 바지 위에 팬티를 입는 슈퍼맨이나 가능한 일입니다."

황당한 멘트에 웃음이 절로 나는데요.

<인터뷰> 정진이(서울시 신대방동) : "(안내방송에) 놀라서, 휴대전화방송 보다가 이어폰 뺐거든요. 새롭고 좋은 것 같아요. 지하철이 보통은 삭막하잖아요."

웃음을 주는 주인공은, 7호선의 명물로 통하는 DJ기관사, 민병준 씨입니다.

<현장음>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열차의 안전을 책임지는 빨간 넥타이 기관사 민병준입니다."

<현장음> "주변에 임산부가 계시다면 자리를 양보해 주시고, 혹시 배 나온 남성분이 여성인척 하고 앞에 서 계시면 귀엽게 봐주시고 기분 좋게 자리를 양보해 주십시오."

>현장음> "두고 내리시는 물건은 무임승차의 죄목으로 유실물 센터에 구류되오니 잊으신 물건 찾아서 면회 가시는 일 없도록..."

직접 쓴 주옥같은 멘트들이 수첩 속에 가득한데요, 이런 노력 덕에 개인 블로그까지 찾아오는 팬들도 많습니다.

방송 듣는 재미에 종점까지 가고 싶었다는 분도 계시네요...

덩달아 동료 기관사들도 요즘 민씨의 노하우를 배우려고 애쓰는데요.

<인터뷰> 박정환(동료 기관사) : "한번 따라해 봤는데 엄청 더듬은 거예요.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는 게 너무 민망해서 그 이후론 못하고 있습니다."

<현장음> "아니에요. 그게 오히려 인간적으로 방송이 나가요. 저도 처음에 굉장히 실수를 많이 했거든요. 그걸 좋아해주는 분들이 계세요."

전문가가 아니라서 더욱 정겨운 지하철 공연도,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활력을 주는데요.

시민들이 직접 꾸미는 이 무대엔, 매년 열리는 지하철 아티스트 오디션을 통해 누구나 설 수 있습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심재준 씨도 오디션을 통과한 지하철 아티스트인데요.

매일 저녁, 지하철역을 무댐삼아 감미로운 목소리로 시민들과 호흡하고 있습니다.

<현장음> "듣기 좋네요!"

<인터뷰> 하명애(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 "교통편 많이 막히니까 지하철 이용하거든요. 발전해 가는 모습이 보이니까 아주 좋죠."

<인터뷰> 심재준(지하철 아티스트) : "제가 추구하는 음악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살아가는 이야기...(그 속에서) 제가 느낀 것들을 노래로 만들어보고 싶기 때문에 지하철 공연은 저한테는 굉장히 큰 도움이 돼요."

과거 삭막했던 시민의 발 지하철이 경쾌한 음악과 따뜻한 이야기가 흐르는 신바람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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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3-01 08: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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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출퇴근길 지하철,하면 사람들로 꽉 찬 열차, 또 저마다 바쁘게 오가는 삭막한 풍경이 떠오르는데요. 그런데 요즘 지하철이 색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박현진 기자, 이젠 지하철에서 신청곡도 틀어준다죠? <리포트> 네. 듣고 싶은 음악을 신청하면 지하철역에서 사연과 함께 소개를 해준다고 합니다. 또 개성만점, 유쾌한 멘트로 승객들을 즐겁게 해주는 DJ 기관사가 있어서 지하철 타는 게 더욱 신나기도 하고요. 역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이른바 지하철 아티스트들도 많아졌습니다. 신바람나는 음악과 따뜻한 이야기가 흐르는 곳, 지하철로 가보시죠. 답답하고 삭막하던 지하철이 최근 바뀌고 있습니다. <현장음> "다함께 손을 잡아요! 그리고 하늘을 봐요." <현장음> "이번에는 차분하게 연주음악을 들려드리려고 해요." 바로, 지하철 음악방송 덕분인데요, 승객들의 반응, 어떨까요? <현장음> "노래 나오니까 좋네요. 기분도 좋고." <인터뷰> 홍정원(경기도 성남시 신흥동) : "신청곡도 틀어준다고 하니까 나중에 신청할 수 있으면 신청해보고 싶어요." 지하철 음악방송이 만들어지는 곳, 바로 서울 송파구의 한 스튜디오인데요, 피디, 작가 등이 모여 기획회의와 음악 선곡을 한 뒤, 승객들의 신청곡도 전합니다. <현장음> "화정역에서 이 방송을 들으시는 김지민 님께서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수도권 지역 40개 역으로 송출되는 이 방송은, 해당 블로그에 신청곡을 접수하면, CD와 같은 행운선물도 따라오는데요. 이밖에도 서울시내 지하철역에서도 신청곡을 들을 수 있다고 하네요. 음악방송의 사연은 깜짝이벤트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오늘 사연의 주인공은 바로 이 여자 분입니다. <현장음> "다음은 남편 김형순 씨가 사랑하는 아내 이희승 씨에게 보내는 사연입니다. 바쁘다고 자기 생일조차 못 챙기면서 오늘 시아버지 생신 잔치 준비하느라 애쓰는 거 보면서 너무 미안하고도 고맙다... 연애시절 자주 불러줬다는 김종국의 '한 남자' 신청하신 곡 띄워 드릴게요." 그리고 짠, 영문을 모르는 아내 앞으로, 드디어 남편이 등장했습니다. <현장음> "한 남자가 있어~ 널 너무 사랑한~ 5년 동안 나랑 살아줘서 고맙고, 죽을 때까지 지금처럼만 잘 해줘. 사랑해!" <인터뷰> 이희승 : "좋네요. 5년이나 같이 살았는데 갑자기 이런 이벤트 받아보니까요. 프러포즈 못 받아서 남들이 물어볼 때 할 말이 없었는데 평생 자랑할 거리가 생긴 것 같아요." 지하철을 타는 즐거움은 객차 안에서도 계속되는데요. <현장음> "출입문이 닫힌 뒤 달리는 열차에 올라탈 수 있는 건 바지 위에 팬티를 입는 슈퍼맨이나 가능한 일입니다." 황당한 멘트에 웃음이 절로 나는데요. <인터뷰> 정진이(서울시 신대방동) : "(안내방송에) 놀라서, 휴대전화방송 보다가 이어폰 뺐거든요. 새롭고 좋은 것 같아요. 지하철이 보통은 삭막하잖아요." 웃음을 주는 주인공은, 7호선의 명물로 통하는 DJ기관사, 민병준 씨입니다. <현장음>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열차의 안전을 책임지는 빨간 넥타이 기관사 민병준입니다." <현장음> "주변에 임산부가 계시다면 자리를 양보해 주시고, 혹시 배 나온 남성분이 여성인척 하고 앞에 서 계시면 귀엽게 봐주시고 기분 좋게 자리를 양보해 주십시오." >현장음> "두고 내리시는 물건은 무임승차의 죄목으로 유실물 센터에 구류되오니 잊으신 물건 찾아서 면회 가시는 일 없도록..." 직접 쓴 주옥같은 멘트들이 수첩 속에 가득한데요, 이런 노력 덕에 개인 블로그까지 찾아오는 팬들도 많습니다. 방송 듣는 재미에 종점까지 가고 싶었다는 분도 계시네요... 덩달아 동료 기관사들도 요즘 민씨의 노하우를 배우려고 애쓰는데요. <인터뷰> 박정환(동료 기관사) : "한번 따라해 봤는데 엄청 더듬은 거예요.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는 게 너무 민망해서 그 이후론 못하고 있습니다." <현장음> "아니에요. 그게 오히려 인간적으로 방송이 나가요. 저도 처음에 굉장히 실수를 많이 했거든요. 그걸 좋아해주는 분들이 계세요." 전문가가 아니라서 더욱 정겨운 지하철 공연도,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활력을 주는데요. 시민들이 직접 꾸미는 이 무대엔, 매년 열리는 지하철 아티스트 오디션을 통해 누구나 설 수 있습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심재준 씨도 오디션을 통과한 지하철 아티스트인데요. 매일 저녁, 지하철역을 무댐삼아 감미로운 목소리로 시민들과 호흡하고 있습니다. <현장음> "듣기 좋네요!" <인터뷰> 하명애(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 "교통편 많이 막히니까 지하철 이용하거든요. 발전해 가는 모습이 보이니까 아주 좋죠." <인터뷰> 심재준(지하철 아티스트) : "제가 추구하는 음악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살아가는 이야기...(그 속에서) 제가 느낀 것들을 노래로 만들어보고 싶기 때문에 지하철 공연은 저한테는 굉장히 큰 도움이 돼요." 과거 삭막했던 시민의 발 지하철이 경쾌한 음악과 따뜻한 이야기가 흐르는 신바람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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