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이는 ‘전형료’…예비 교사 두 번 울려

입력 2010.03.2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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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사립학교들이 3년 전부터 채용 비리를 없앤다며 공개 채용 시험을 도입하면서 응시생들에게 전형료를 받고 있는데요, 전형료를 받고도 제대로 공채 시험을 치르는 않는 학교가 많아 예비 교사들의 불만이 큽니다.

최형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 임시직인 기간제 교사로 일하던 김모 씨.

학교 측으로부터 정교사 채용을 암시하는 언질과 함께 이상한 제의를 받았습니다.

<녹취>김OO(기간제 교사/음성변조):"학교에 일정 금액을 제시하면서 내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 그런 식으로 제안을..."

이런 채용 비리를 없애기 위해 3년 전부터는 사립학교 교사를 뽑을 때도 반드시 공개 시험을 거치도록 관련법이 개정됐습니다.

대신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응시생들의 전형료로 충당하도록 했습니다.

전형료는 3만 원에서 5만 원선.

여러 학교에 지원해야 하는 응시생 입장들에서는 당연히 부담입니다.

<인터뷰> 최고은(교사 지망생):"전형료를 내고 시험을 봐도 꼭 붙는다는 보장도 없고, 10곳만 시험 봐도 벌써 수십만 원이 들잖아요."

그러나 지난해 교사를 뽑은 서울시내 사립고교 가운데 공개 채용 시험을 치른 학교는 전체의 1/5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는 예전처럼 자체적으로 교사를 뽑으면서 전형료 수입만 챙겼습니다.

<인터뷰>차재연(OO고등학교 교장):"담당자만 알 수 있을 정도로 최대한 보안을 유지하면서 출제를 하고는 있지만 완벽한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전형료를 받아놓고 단 한 명도 뽑지 않은 학교도 5곳이나 됐습니다.

적임자가 없었다는 게 학교 측 입장이지만, 응시생들은 돈만 버렸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인터뷰>경성희(교사 지망생):"내가 만약 적임자가 아닐 수는 있지만 그래도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한 명도 안뽑았다는 건 돈만 벌려고 그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몇몇 학교는 시험을 치르지 않고 면접만으로 뽑는 기간제 교사를 채용할 때도 전형료를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권영길(국회의원):"심하게 얘기하면 전형료 장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 당국이 철저하게 제지해야 합니다."

서울시내 사립 고등학교들이 지난해 거둔 전형료 수입은 3억 7천여만 원.

3년 전보다 4배 이상 늘었습니다.

채용 비리를 없애겠다며 도입한 사립학교 전형료가 예비교사들의 주머니를 털어 사립학교의 배만 불려주는 건 아닌지 점검해봐야 할 일입니다.

KBS 뉴스 최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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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보이는 ‘전형료’…예비 교사 두 번 울려
    • 입력 2010-03-25 20: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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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사립학교들이 3년 전부터 채용 비리를 없앤다며 공개 채용 시험을 도입하면서 응시생들에게 전형료를 받고 있는데요, 전형료를 받고도 제대로 공채 시험을 치르는 않는 학교가 많아 예비 교사들의 불만이 큽니다. 최형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 임시직인 기간제 교사로 일하던 김모 씨. 학교 측으로부터 정교사 채용을 암시하는 언질과 함께 이상한 제의를 받았습니다. <녹취>김OO(기간제 교사/음성변조):"학교에 일정 금액을 제시하면서 내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 그런 식으로 제안을..." 이런 채용 비리를 없애기 위해 3년 전부터는 사립학교 교사를 뽑을 때도 반드시 공개 시험을 거치도록 관련법이 개정됐습니다. 대신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응시생들의 전형료로 충당하도록 했습니다. 전형료는 3만 원에서 5만 원선. 여러 학교에 지원해야 하는 응시생 입장들에서는 당연히 부담입니다. <인터뷰> 최고은(교사 지망생):"전형료를 내고 시험을 봐도 꼭 붙는다는 보장도 없고, 10곳만 시험 봐도 벌써 수십만 원이 들잖아요." 그러나 지난해 교사를 뽑은 서울시내 사립고교 가운데 공개 채용 시험을 치른 학교는 전체의 1/5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는 예전처럼 자체적으로 교사를 뽑으면서 전형료 수입만 챙겼습니다. <인터뷰>차재연(OO고등학교 교장):"담당자만 알 수 있을 정도로 최대한 보안을 유지하면서 출제를 하고는 있지만 완벽한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전형료를 받아놓고 단 한 명도 뽑지 않은 학교도 5곳이나 됐습니다. 적임자가 없었다는 게 학교 측 입장이지만, 응시생들은 돈만 버렸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인터뷰>경성희(교사 지망생):"내가 만약 적임자가 아닐 수는 있지만 그래도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한 명도 안뽑았다는 건 돈만 벌려고 그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몇몇 학교는 시험을 치르지 않고 면접만으로 뽑는 기간제 교사를 채용할 때도 전형료를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권영길(국회의원):"심하게 얘기하면 전형료 장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 당국이 철저하게 제지해야 합니다." 서울시내 사립 고등학교들이 지난해 거둔 전형료 수입은 3억 7천여만 원. 3년 전보다 4배 이상 늘었습니다. 채용 비리를 없애겠다며 도입한 사립학교 전형료가 예비교사들의 주머니를 털어 사립학교의 배만 불려주는 건 아닌지 점검해봐야 할 일입니다. KBS 뉴스 최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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