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여는 발걸음] 탈북자 결혼의 변화

입력 2010.04.0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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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계절, 봄이 찾아왔습니다.



탈북자들의 남쪽 정착에 있어서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취업’인데요.



하지만 새로운 땅에서 인연을 맺는 ‘결혼’도 탈북자들에겐 여간 걱정거리가 아닙니다.



많은 남쪽 사람들은 사회 속에서 자연스레 자신의 짝을 만나 축복 속에 결혼하지만 탈북자들은 이 기회조차도 잡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새로운 사회에서 ‘결혼’은 성공적인 정착에 있어서 큰 영향을 미쳐 중요한 문제입니다.



탈북자들의 결혼과 고민을 함께 들어봅니다.



결혼 한지 2주일된 탈북자 김숙영 씨는 요즘 신혼 재미에 푹 빠져있습니다.



남한 남자와 결혼한 김 씨는 일주일 전 시댁에 첫인사도 다녀왔습니다.



탈북자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결혼을 반대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녹취> 김숙영(탈북여성) : “북한 사람이니까 시집에서 대할 때도 좀 꺼리는 게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런 내색이 전혀 없고 아, 잘됐다 하면서 많이 정말 말 한마디라도 따끈하게 하고 정말 내 며느리다 이러한 사실을 가지고 나를 대해주니까 나도 마음이 편하고 그렇더라고요.”



3년 전 남쪽으로 들어온 김 씨, 처음엔 마흔이 넘은 나이에 낯선 땅에서 결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북쪽에서 전 남편과 사별한 뒤 김 씨는 딸을 남겨둔 채 남한에 입국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남한 사회에서의 성공적인 정착이라는 것은 탈북여성 혼자만의 힘으로는 여간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평생을 살아가며 자신에게 힘이 돼 줄 배우자를 찾고 싶었습니다.



김 씨는 한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남쪽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됐습니다.



탈북여성과 남쪽 남성을 전문적으로 맺어주는 업체인데 이곳 운영자 또한 남남북녀 커플입니다.



2006년 결혼한 홍승우, 강옥실 부부는 지인의 소개로 만나 단 세 번의 만남 끝에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남편 홍 씨는 탈북자 강 씨의 순수한 매력에 반했고 강 씨는 가부장적인 북한 남자와는 달리 자상한 성격에 빠졌습니다.



<인터뷰> 강옥실(탈북자) : “성격도 다 급해요. 똑같아요. 말 한마디도 자기야 뭐했어 이게 아니고 자기야 이것 해. 명령적으로 응당 해야 된다는 아직 북한식 사고 방식이죠. 한국 남자들은 너무 다정다감하죠. ”





결혼 후 홍 씨 부부는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위 사람들을 백년가약으로 맺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이 부부의 소개로 결혼으로까지 이어지는 커플들이 점차 늘어나자 부부는 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결혼정보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탈북자들의 70% 이상은 여성입니다.



혼자 들어온 탈북여성들은 남한에 아무런 연고가 없고 취직도 어렵다보니 결혼이 쉽지 않습니다.



결혼상대를 찾기 어려운 것이 탈북자들의 냉혹한 현실이지만 마땅히 도움을 주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이 것이 홍 씨 부부가 4년째 남남북녀들을 연결해주는 이유이자 보람입니다.



<인터뷰> 강옥실(탈북자) : “한국에 살다보니까 너무 힘들고 외롭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은데 가정이 생긴다는 자체가 다 안정적이고 안정적이다보니까 제가 사회에 나가서 해도 두려운 게 없더라고요.”



이들 부부의 사업은 해마다 확장되고 있습니다. 개업 당시인 2006년에 비해 현재는 회원수가 두배 이상 늘었습니다.



한달 상담건수만 80회 정도 됩니다.



구혼자들의 조건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남한 남성 구혼자중 예전에는 재혼을 비롯해 결혼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평균 연령도 낮아지고 고학력 등 이른바 ‘조건 좋은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인터뷰> 홍승우(결혼정보업체 대표) : "인식이 좋아지고 북한에 대한 언론이라든지 매스컴을 통해서 많이 접하시다보니까 그쪽에 대해서 인식도 많이 좋아지고 예전의 편견 같은 것도 많이 좋아졌다고 보고요."



또한 탈북자 이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면서 엘리트 탈북여성들의 입국도 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까지만해도 식량난에 쫓겨 탈북한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체제에 대한 불만 등 고학력의 지식층 탈북여성의 입국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때묻지 않은 순수성에다가 수준 또한 높아졌다는 생각에 남쪽 남성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탈북자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이종근(결혼준비남성) : "북한여자라고 북한 사람이라고 고정적으로 싫어하는 게 아니라 나만 잘하면 우리나라 여성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탈북자의 경우 같은 탈북자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을 뿐만 아니라 적잖은 탈북여성들은 정착에 당장 힘이 돼 줄 수 있는 남한 남성과의 결혼을 원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경희(결혼준비 탈북여성) : "내 아픈 마음을 이해해주고 받아주실 수 있는 남한분을 만나서, 사랑하는 딸도 언젠가는 받아들여줄 수 있는 그런 분을 만나서 같이 남은 삶을 잘하고 싶었습니다."



목숨을 건 탈출...인신매매를 비롯한 제3국에서의 인권유린 등 수많은 위험에 노출되고 고통받아온 탈북 여성들...



가족과의 생이별 또한 참아내야 했던 탈북자들은 이곳 남쪽 사회에서 행복한 제2의 인생을 꿈꾸는데요.



바람은 단 하나, 차별받지 않고 당당하게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겁니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탈북자들의 모습을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게 바로 통일의 초석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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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을 여는 발걸음] 탈북자 결혼의 변화
    • 입력 2010-04-03 10:32:07
    남북의 창
결혼의 계절, 봄이 찾아왔습니다.

탈북자들의 남쪽 정착에 있어서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취업’인데요.

하지만 새로운 땅에서 인연을 맺는 ‘결혼’도 탈북자들에겐 여간 걱정거리가 아닙니다.

많은 남쪽 사람들은 사회 속에서 자연스레 자신의 짝을 만나 축복 속에 결혼하지만 탈북자들은 이 기회조차도 잡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새로운 사회에서 ‘결혼’은 성공적인 정착에 있어서 큰 영향을 미쳐 중요한 문제입니다.

탈북자들의 결혼과 고민을 함께 들어봅니다.

결혼 한지 2주일된 탈북자 김숙영 씨는 요즘 신혼 재미에 푹 빠져있습니다.

남한 남자와 결혼한 김 씨는 일주일 전 시댁에 첫인사도 다녀왔습니다.

탈북자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결혼을 반대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녹취> 김숙영(탈북여성) : “북한 사람이니까 시집에서 대할 때도 좀 꺼리는 게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런 내색이 전혀 없고 아, 잘됐다 하면서 많이 정말 말 한마디라도 따끈하게 하고 정말 내 며느리다 이러한 사실을 가지고 나를 대해주니까 나도 마음이 편하고 그렇더라고요.”

3년 전 남쪽으로 들어온 김 씨, 처음엔 마흔이 넘은 나이에 낯선 땅에서 결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북쪽에서 전 남편과 사별한 뒤 김 씨는 딸을 남겨둔 채 남한에 입국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남한 사회에서의 성공적인 정착이라는 것은 탈북여성 혼자만의 힘으로는 여간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평생을 살아가며 자신에게 힘이 돼 줄 배우자를 찾고 싶었습니다.

김 씨는 한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남쪽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됐습니다.

탈북여성과 남쪽 남성을 전문적으로 맺어주는 업체인데 이곳 운영자 또한 남남북녀 커플입니다.

2006년 결혼한 홍승우, 강옥실 부부는 지인의 소개로 만나 단 세 번의 만남 끝에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남편 홍 씨는 탈북자 강 씨의 순수한 매력에 반했고 강 씨는 가부장적인 북한 남자와는 달리 자상한 성격에 빠졌습니다.

<인터뷰> 강옥실(탈북자) : “성격도 다 급해요. 똑같아요. 말 한마디도 자기야 뭐했어 이게 아니고 자기야 이것 해. 명령적으로 응당 해야 된다는 아직 북한식 사고 방식이죠. 한국 남자들은 너무 다정다감하죠. ”


결혼 후 홍 씨 부부는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위 사람들을 백년가약으로 맺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이 부부의 소개로 결혼으로까지 이어지는 커플들이 점차 늘어나자 부부는 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결혼정보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탈북자들의 70% 이상은 여성입니다.

혼자 들어온 탈북여성들은 남한에 아무런 연고가 없고 취직도 어렵다보니 결혼이 쉽지 않습니다.

결혼상대를 찾기 어려운 것이 탈북자들의 냉혹한 현실이지만 마땅히 도움을 주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이 것이 홍 씨 부부가 4년째 남남북녀들을 연결해주는 이유이자 보람입니다.

<인터뷰> 강옥실(탈북자) : “한국에 살다보니까 너무 힘들고 외롭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은데 가정이 생긴다는 자체가 다 안정적이고 안정적이다보니까 제가 사회에 나가서 해도 두려운 게 없더라고요.”

이들 부부의 사업은 해마다 확장되고 있습니다. 개업 당시인 2006년에 비해 현재는 회원수가 두배 이상 늘었습니다.

한달 상담건수만 80회 정도 됩니다.

구혼자들의 조건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남한 남성 구혼자중 예전에는 재혼을 비롯해 결혼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평균 연령도 낮아지고 고학력 등 이른바 ‘조건 좋은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인터뷰> 홍승우(결혼정보업체 대표) : "인식이 좋아지고 북한에 대한 언론이라든지 매스컴을 통해서 많이 접하시다보니까 그쪽에 대해서 인식도 많이 좋아지고 예전의 편견 같은 것도 많이 좋아졌다고 보고요."

또한 탈북자 이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면서 엘리트 탈북여성들의 입국도 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까지만해도 식량난에 쫓겨 탈북한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체제에 대한 불만 등 고학력의 지식층 탈북여성의 입국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때묻지 않은 순수성에다가 수준 또한 높아졌다는 생각에 남쪽 남성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탈북자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이종근(결혼준비남성) : "북한여자라고 북한 사람이라고 고정적으로 싫어하는 게 아니라 나만 잘하면 우리나라 여성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탈북자의 경우 같은 탈북자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을 뿐만 아니라 적잖은 탈북여성들은 정착에 당장 힘이 돼 줄 수 있는 남한 남성과의 결혼을 원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경희(결혼준비 탈북여성) : "내 아픈 마음을 이해해주고 받아주실 수 있는 남한분을 만나서, 사랑하는 딸도 언젠가는 받아들여줄 수 있는 그런 분을 만나서 같이 남은 삶을 잘하고 싶었습니다."

목숨을 건 탈출...인신매매를 비롯한 제3국에서의 인권유린 등 수많은 위험에 노출되고 고통받아온 탈북 여성들...

가족과의 생이별 또한 참아내야 했던 탈북자들은 이곳 남쪽 사회에서 행복한 제2의 인생을 꿈꾸는데요.

바람은 단 하나, 차별받지 않고 당당하게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겁니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탈북자들의 모습을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게 바로 통일의 초석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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