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다이어트 중

입력 2010.04.12 (07:29) 수정 2010.04.12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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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항공업계는 다이어트 전쟁입니다. 비행기 무게를 단 1g의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투자도 아끼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취재했습니다.



회의실 한쪽에 여행용 가방이 늘어서 있습니다.



김포 공항과 일본 하네다 공항을 오가는 여객기 승무원들의 짐입니다.



어떤 물건들을 가져왔는지 가방 안을 살펴봤습니다.



기내에 쓸 앞치마, 의약품, 수첩 등 다섯 가지가 전부입니다.



특히 화장품은 플라스틱 통에 필요한 만큼만 담아뒀습니다.



<인터뷰> 김복현(대한항공 승무원) : "예전에는 생각을 해보면 지금보다 필요 없는 짐이라도 가방에 넣는 습관이 있었는데, 지금은 습관이 그날 그날 필요한 물건만 챙기는 쪽으로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이렇게 승무원 한 사람이 줄일 수 있는 짐은 2kg 정도입니다.



기내 용품도 모두 다이어트 대상이 됐습니다.



좌석마다 마련한 잡지는 4권에서 3권으로 줄었습니다.



특히 종이 재질은 가볍게 바꿨고 책은 더 작게 만들었습니다.



음식과 음료를 승객에게 나르는 기내용 카트는 7Kg정도 더 가벼워졌습니다.



알루미늄 합금 대신 강화 플라스틱으로 뼈대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카트에 실리는 음료수는 실제 사용량을 분석해 적절한 양만 담습니다.



<인터뷰> 오현경(아시아나항공 승무원) : “카트 무게뿐만 아니라 안에 있는 서비스 물건, 음료 내용물도 적정량을 실어서 전체적인 무게를 줄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비행기에 오르는 승객들의 몸무게도 줄입니다.



지난해에는 승객들에게 탑승 전 화장실에 다녀오도록 안내하는 항공사도 나왔습니다.



탑승 전 승객들이 용변을 보는 만큼 무게가 덜 나가기 때문입니다.



<녹취> ANA 홍보팀 직원 : "승객들에게 탑승전 화장실을 다녀오도록 부탁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자발적으로 이용하도록 했습니다. 화장실을 가도록 명령하지는 않았습니다."



항공사는 승객 한 명이 화장실을 이용하면 비행기 무게 1kg 가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항공기 조종사가 신경 써야 할 일도 부쩍 늘었습니다.



먼저 이륙할 때는 활주로까지 가장 짧은 동선을 찾습니다.



무게가 덜 나가는 중소형 항공기는 활주로 중간으로 진입하기도 합니다.



활주로 절반만 사용해도 비행기를 띄울 수 있어 이동하는데 드는 연료를 그만큼 줄일 수 있습니다.



<녹취> "고도 3만 6천 피트를 요청합니다."



조종석 계기판은 비행 중 경제 고도와 속도를 알립니다.



동체 무게와 외부 바람, 온도 등을 고려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합니다.



<인터뷰> 김석민(아시아나항공 기장) : "경제 고도나 속도는 어느 조종사나 지키기를 원합니다. 왜냐하면 연료 절감도 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목적지에 착륙한 항공기는 엔진 절반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동할 때 필요하지 않은 동력을 미리 차단하는 겁니다.



운항을 마친 에어버스 330 항공기가 정비 지역으로 진입합니다.



기다리던 정비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입니다.



엔진 덮개를 열고 곳곳에 특수 관을 연결해 준비 작업을 마칩니다.



터빈이 돌아가자 엔진 뒤쪽에서 거센 물방울이 튑니다.



비행 중 엔진으로 들어온 미세먼지를 고압, 고온의 물로 닦아내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전체 연료 사용량의 4% 정도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춘(아시아나 항공 차장) : "어느 정도나 효과를 볼 수 있습니까. 저희 회사 항공기 운영 현황으로 볼 때 연간 50억원에서 70억원 정도의 연료 절감 효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정비고 안에서는 비행기 날개 개조 작업이 한창입니다.



1미터 길이 부품을 조심스럽게 날개 끝으로 옮깁니다.



평평한 날개 끝을 꺾는 ‘윙렛’이라는 부품 비행 중 받는 저항을 줄여 3% 정도의 연료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수입 가격만 60만 달러. 우리 돈 70억 원에 달합니다.



<인터뷰> 박승일(대한항공 항공기 기술팀) : “비용이 60만 달러 정도 되는데 한 3년 정도 사용하면 감가 상각하고 남는 그런 효과가 있습니다.”



항공사들은 낡은 항공기를 대신할 첨단 기종 도입도 서두릅니다.



항공사들이 앞 다퉈 사들이고 있는 대표적인 기종은 보잉 787 동체와 날개 절반을 탄소 섬유 등 특수 소재로 만들었습니다.



기존 알루미늄 합금보다 가벼운데다 연료를 덜 쓰는 첨단 엔진을 달았습니다.



<인터뷰> 브래드 틸(보잉 마케팅본부) : "보잉 787 항공기는 여러 분야에서 항공 업계를 선도합니다. 특히 효율성이 뛰어납니다. 실제로 비슷한 다른 기종보다 20%정도 연료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항공업계가 본격적인 연료 절감에 나선 건 2000년대 후반부터입니다.



해마다 급등하는 유가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2000년 배럴당 24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5년 만에 두 배나 올랐습니다.



지난 2008년에는 120 달러까지 치솟은 뒤 최근 80달러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조금 떨어졌다고 하지만 10년 전보다 3배 이상 급등한 수준입니다.



<인터뷰> 이문배(에너지경제연구원) : “석유가 전부 다 거든요. 결국 연료를 얼마나 절감하느냐 또 수단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따라서 항공사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대형 항공사들은 휘청거렸습니다.



지난 2003년 세계 최대 항공사인 미국 아메리칸 항공은 파산 위기에 몰렸습니다.



한때 세계 3위 항공사까지 올라섰던 일본항공은 올해 법정 관리에 들어갔습니다.



몸집을 줄인 저가 항공사의 공세, 방만한 경영 등이 이유였지만 결정타는 유가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가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 2008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운항을 감축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연료를 줄이려는 항공업계들은 유가에 울고 웃습니다.



최근에는 공급 감소로 유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연료 줄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처럼 대체 에너지가 없어 고민은 더 깊어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화년(삼성경제연구소) : “자동차 경우에는 바이오 연료나 대체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지만 항공기기 같은 경우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대체 에너지가 없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 굉장히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세계항공 업계는 11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2008년 168억 달러에 이어 2년 연속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올해 역시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적자를 면치 못할 정도로 고전이 예상됩니다.



여전히 고유가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유가가 계속 오른다면 비행기 타고 가는 해외여행은 옛말이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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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4-12 07:29:11
    • 수정2010-04-12 07: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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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항공업계는 다이어트 전쟁입니다. 비행기 무게를 단 1g의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투자도 아끼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취재했습니다.

회의실 한쪽에 여행용 가방이 늘어서 있습니다.

김포 공항과 일본 하네다 공항을 오가는 여객기 승무원들의 짐입니다.

어떤 물건들을 가져왔는지 가방 안을 살펴봤습니다.

기내에 쓸 앞치마, 의약품, 수첩 등 다섯 가지가 전부입니다.

특히 화장품은 플라스틱 통에 필요한 만큼만 담아뒀습니다.

<인터뷰> 김복현(대한항공 승무원) : "예전에는 생각을 해보면 지금보다 필요 없는 짐이라도 가방에 넣는 습관이 있었는데, 지금은 습관이 그날 그날 필요한 물건만 챙기는 쪽으로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이렇게 승무원 한 사람이 줄일 수 있는 짐은 2kg 정도입니다.

기내 용품도 모두 다이어트 대상이 됐습니다.

좌석마다 마련한 잡지는 4권에서 3권으로 줄었습니다.

특히 종이 재질은 가볍게 바꿨고 책은 더 작게 만들었습니다.

음식과 음료를 승객에게 나르는 기내용 카트는 7Kg정도 더 가벼워졌습니다.

알루미늄 합금 대신 강화 플라스틱으로 뼈대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카트에 실리는 음료수는 실제 사용량을 분석해 적절한 양만 담습니다.

<인터뷰> 오현경(아시아나항공 승무원) : “카트 무게뿐만 아니라 안에 있는 서비스 물건, 음료 내용물도 적정량을 실어서 전체적인 무게를 줄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비행기에 오르는 승객들의 몸무게도 줄입니다.

지난해에는 승객들에게 탑승 전 화장실에 다녀오도록 안내하는 항공사도 나왔습니다.

탑승 전 승객들이 용변을 보는 만큼 무게가 덜 나가기 때문입니다.

<녹취> ANA 홍보팀 직원 : "승객들에게 탑승전 화장실을 다녀오도록 부탁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자발적으로 이용하도록 했습니다. 화장실을 가도록 명령하지는 않았습니다."

항공사는 승객 한 명이 화장실을 이용하면 비행기 무게 1kg 가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항공기 조종사가 신경 써야 할 일도 부쩍 늘었습니다.

먼저 이륙할 때는 활주로까지 가장 짧은 동선을 찾습니다.

무게가 덜 나가는 중소형 항공기는 활주로 중간으로 진입하기도 합니다.

활주로 절반만 사용해도 비행기를 띄울 수 있어 이동하는데 드는 연료를 그만큼 줄일 수 있습니다.

<녹취> "고도 3만 6천 피트를 요청합니다."

조종석 계기판은 비행 중 경제 고도와 속도를 알립니다.

동체 무게와 외부 바람, 온도 등을 고려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합니다.

<인터뷰> 김석민(아시아나항공 기장) : "경제 고도나 속도는 어느 조종사나 지키기를 원합니다. 왜냐하면 연료 절감도 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목적지에 착륙한 항공기는 엔진 절반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동할 때 필요하지 않은 동력을 미리 차단하는 겁니다.

운항을 마친 에어버스 330 항공기가 정비 지역으로 진입합니다.

기다리던 정비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입니다.

엔진 덮개를 열고 곳곳에 특수 관을 연결해 준비 작업을 마칩니다.

터빈이 돌아가자 엔진 뒤쪽에서 거센 물방울이 튑니다.

비행 중 엔진으로 들어온 미세먼지를 고압, 고온의 물로 닦아내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전체 연료 사용량의 4% 정도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춘(아시아나 항공 차장) : "어느 정도나 효과를 볼 수 있습니까. 저희 회사 항공기 운영 현황으로 볼 때 연간 50억원에서 70억원 정도의 연료 절감 효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정비고 안에서는 비행기 날개 개조 작업이 한창입니다.

1미터 길이 부품을 조심스럽게 날개 끝으로 옮깁니다.

평평한 날개 끝을 꺾는 ‘윙렛’이라는 부품 비행 중 받는 저항을 줄여 3% 정도의 연료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수입 가격만 60만 달러. 우리 돈 70억 원에 달합니다.

<인터뷰> 박승일(대한항공 항공기 기술팀) : “비용이 60만 달러 정도 되는데 한 3년 정도 사용하면 감가 상각하고 남는 그런 효과가 있습니다.”

항공사들은 낡은 항공기를 대신할 첨단 기종 도입도 서두릅니다.

항공사들이 앞 다퉈 사들이고 있는 대표적인 기종은 보잉 787 동체와 날개 절반을 탄소 섬유 등 특수 소재로 만들었습니다.

기존 알루미늄 합금보다 가벼운데다 연료를 덜 쓰는 첨단 엔진을 달았습니다.

<인터뷰> 브래드 틸(보잉 마케팅본부) : "보잉 787 항공기는 여러 분야에서 항공 업계를 선도합니다. 특히 효율성이 뛰어납니다. 실제로 비슷한 다른 기종보다 20%정도 연료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항공업계가 본격적인 연료 절감에 나선 건 2000년대 후반부터입니다.

해마다 급등하는 유가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2000년 배럴당 24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5년 만에 두 배나 올랐습니다.

지난 2008년에는 120 달러까지 치솟은 뒤 최근 80달러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조금 떨어졌다고 하지만 10년 전보다 3배 이상 급등한 수준입니다.

<인터뷰> 이문배(에너지경제연구원) : “석유가 전부 다 거든요. 결국 연료를 얼마나 절감하느냐 또 수단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따라서 항공사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대형 항공사들은 휘청거렸습니다.

지난 2003년 세계 최대 항공사인 미국 아메리칸 항공은 파산 위기에 몰렸습니다.

한때 세계 3위 항공사까지 올라섰던 일본항공은 올해 법정 관리에 들어갔습니다.

몸집을 줄인 저가 항공사의 공세, 방만한 경영 등이 이유였지만 결정타는 유가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가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 2008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운항을 감축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연료를 줄이려는 항공업계들은 유가에 울고 웃습니다.

최근에는 공급 감소로 유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연료 줄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처럼 대체 에너지가 없어 고민은 더 깊어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화년(삼성경제연구소) : “자동차 경우에는 바이오 연료나 대체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지만 항공기기 같은 경우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대체 에너지가 없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 굉장히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세계항공 업계는 11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2008년 168억 달러에 이어 2년 연속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올해 역시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적자를 면치 못할 정도로 고전이 예상됩니다.

여전히 고유가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유가가 계속 오른다면 비행기 타고 가는 해외여행은 옛말이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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