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쪽지문’ 9년 만에 살인 용의자 지목

입력 2010.04.15 (08:54) 수정 2010.04.1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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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2001년의 일이죠. 충남 예산에서 일어난 부부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9년만에 검거됐습니다.

영구 미제사건이 될뻔했는데요, 이른바 <쪽지문>이 결정적 단서가 됐다고 합니다.

이민우 기자, <쪽지문>, 생소한 말인데요,이게 뭔데 단서가 됐는지 먼저 설명해주시죠...

<리포트>

그러니까 반쪽짜리 지문이죠.

당시 이 쪽지문이 발견됐지만, 너무 희미해서 대체 누구 지문인지 알 수 없었던 거죠. 그래서 이 지문의 주인인 살인 용의자는 9년 동안 편안하게 아주 잘 살았답니다.

그런데 그동안 과학이 발전한 거죠.

쪽지문 만으로도 용의자가 누군지 밝혀낸 겁니다.

미국 드라마 같은 첨단 과학 수사의 힘이죠.

그래서 또 깨닫게 됩니다.

범인은 반드시 붙잡힙니다.

9년 만이었습니다.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던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검거됐습니다.

<인터뷰> 김응선 (형사 ) : "예산경찰서 강력1팀 : (용의자도)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9년이라는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그 세월 속에서 그 일을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사건은 잊혀졌지만 흔적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단서는 용의자의 반쪽짜리 희미한 지문입니다.

<인터뷰> 정재훈 ( 예산경찰서 강력1팀) : "쪽지문이라고 해서 특징점이 있는데 그게 열네 개 이상이 나와서 동일한 특징 점으로 확인이 되면 동일한 사람이라고 검색이 됩니다."

이른바 ‘쪽지문’, 당시엔 쓸모없었지만 이젠 결정적 증거가 됐습니다. 과학수사의 힘이었습니다. 미국의 CSI를 연상시킨 수사였습니다.

지난 2001년. 충남 예산군에서 전직교수 66살 홍 모 씨와 아내 62살 정 모씨가 참혹하게 살해되었습니다.

<인터뷰> 김응선 형사 (예산경찰서 강력1팀) : "2001년 10월 25일 8시경에 났는데요, 범인은 안방에서 지문을 채취했어요. 그 외에는 용의자를 추적할 수 있는 단서라든지 그런 거는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러나 단서는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범인은 피해자가 기록해 놓은 자신의 연락처까지 없앴습니다.

<인터뷰> 김응선 형사 (예산경찰서 강력1팀) : "사전에 답사를 하면서 모의하면서 다 계획되었죠."

범행 은폐 노력에도 불구하고 흔적은 남겨졌습니다.

현장에서 살해된 부부가 아닌 누군가의 머리카락과 지문이 발견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증거들, 아무런 단서가 되지 못했습니다.

머리카락으로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고 지문은 일부만 찍힌 이른바 ‘쪽지문’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응선 형사 (예산경찰서 강력1팀) : "그때 당시 채취한 지문이 선명하지 않고 지문의 일부분이었어요. 모발 같은 경우는 신원 확인이 안 된 거였어요."

당시 지문자동검색기로는 쪽지문을 분석해 읽어낼 수가 없었는데요, 그래서 용의자를 봤다는 사람도 있고 희미한 증거도 있었지만 용의자를 추적할 만한 근거가 없는 이상한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인터뷰> 김응선 형사 (예산경찰서 강력1팀) : "그 당시 목격자들이 진술하고 제가 몽타주까지 작성해서 전국에 배포했지만 그 사람이 누군지 신원 확인은 못했어요."

수사는 지지부진, 난항을 겪었습니다.

결국 확보된 지문과 모발은 보관창고로 보내져 먼지를 뒤집어썼고, 사건은 풀리지 않은 채 9년이 흘렀습니다.

<인터뷰> 김응선 형사 (예산경찰서 강력1팀) : "피해자 가족들이 수사 진척 사항은 없냐, 왜 못잡냐, 질타 많이 받았죠. 그때 당시 범인이 단서도 없고 진척되는 것도 없고 답답했었어요."

그리고 지난 2월 25일. 경찰청 과학수사팀으로부터 뜻밖의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용의자가 확인됐다는 것입니다. 사건 용의자는 38살 이 모씨였습니다.

<인터뷰> 김응선 형사 (예산경찰서 강력1팀) : "미제 사건 중에서도 중요한 사건 그리고 가지고 있는 자료를 재검색 한 거죠. 그래서 용의자 이 씨가 특정됐던 거죠."

용의자를 찾게 된 단서는 놀랍게도 9년 전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던, 작은 쪽지문이었습니다.

증거는 그대로인데 쪽지문을 읽어낼 수 있었던 이유, 바로 과학수사의 힘이었습니다.

지문 감식 시스템. 쪽지문을 감식할 수 없었던 9년전과는 그 시스템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
인터뷰> 정재훈 (예산경찰서 강력1팀) : "요즘 프로그램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고 지문을 찾는 감정관들이 노하우가 생기면서 지문 발견한 능력이 향상되어서 발견한 것 같습니다. "

남은 것은 용의자 검거였습니다. 경찰은 좀 더 확실한 증거를 위해 용의자 이 씨의 DNA 확보에 나섰는데요,

<인터뷰> 김응선 형사 (예산경찰서 강력 1팀) : "용의자가 모 PC 방에 가는 것을 보고 담배 피우는 것 보고 담배를 가지고 감정을 했던 거죠."

담배의 타액에서 DNA를 채취한 것입니다.

용의자 이씨가 살해된 부부와 대립하던 종교에 관련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황당한 것은 검거 당시 이씨의 반응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응선 형사 (예산경찰서 강력 1팀) : " 처음에는 내가 무슨 죄예요. 살인이요? 그런 거 부인을 했죠."

9년이란 세월이 너무 길었던 걸까요. 이 씨는 자신의 범행을 잊은 듯, 버젓이 직장생활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응선 형사 (예산경찰서 강력 1팀) : " 직장도 가지고 있었어요. 비교적 안정된 직장이었어요. 결혼도 했어요."

용의자 이씨가 60대 부부를 살해한 이유는 자신의 종교를 비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녹취> 피의자 (이 모씨) : "저희 단체를 지키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피의자도 잊게 될 정도로 희미해진 예산 부부 살해 사건이 9년 만에 해결됐는데요. 희미한 증거가 세월이 지나면서 결정적 증거가 된 겁니다.

<인터뷰> 김응선 형사( 예산경찰서 강력1팀) : "완전범죄는 없다 그렇게 부흥하게 우리도 열심히 발로 뛰고 과학적인 기술도 개발하고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단지 첨단 과학기법의 발전만으론 가능하지 않습니다. 9년간 끈질기게 수사했던 경찰, 한순간도 사건을 잊지 못했던 피해자 가족들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응선 형사 (예산경찰서 강력1팀) : (피해자 가족들은)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신 것 같은데 그래도 그분들 마음은 편하지만은 않으시죠."

당시 살인죄 공소시효가 15년인 만큼 6년만 더 있었으면 이번 사건은 자칫 영구 미제 사건이 될 뻔했는데요, 경찰은 피의자 이 모씨와 공범 2명을 살인 및 사체유기로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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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쪽지문’ 9년 만에 살인 용의자 지목
    • 입력 2010-04-15 08:54:23
    • 수정2010-04-15 09: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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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2001년의 일이죠. 충남 예산에서 일어난 부부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9년만에 검거됐습니다. 영구 미제사건이 될뻔했는데요, 이른바 <쪽지문>이 결정적 단서가 됐다고 합니다. 이민우 기자, <쪽지문>, 생소한 말인데요,이게 뭔데 단서가 됐는지 먼저 설명해주시죠... <리포트> 그러니까 반쪽짜리 지문이죠. 당시 이 쪽지문이 발견됐지만, 너무 희미해서 대체 누구 지문인지 알 수 없었던 거죠. 그래서 이 지문의 주인인 살인 용의자는 9년 동안 편안하게 아주 잘 살았답니다. 그런데 그동안 과학이 발전한 거죠. 쪽지문 만으로도 용의자가 누군지 밝혀낸 겁니다. 미국 드라마 같은 첨단 과학 수사의 힘이죠. 그래서 또 깨닫게 됩니다. 범인은 반드시 붙잡힙니다. 9년 만이었습니다.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던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검거됐습니다. <인터뷰> 김응선 (형사 ) : "예산경찰서 강력1팀 : (용의자도)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9년이라는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그 세월 속에서 그 일을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사건은 잊혀졌지만 흔적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단서는 용의자의 반쪽짜리 희미한 지문입니다. <인터뷰> 정재훈 ( 예산경찰서 강력1팀) : "쪽지문이라고 해서 특징점이 있는데 그게 열네 개 이상이 나와서 동일한 특징 점으로 확인이 되면 동일한 사람이라고 검색이 됩니다." 이른바 ‘쪽지문’, 당시엔 쓸모없었지만 이젠 결정적 증거가 됐습니다. 과학수사의 힘이었습니다. 미국의 CSI를 연상시킨 수사였습니다. 지난 2001년. 충남 예산군에서 전직교수 66살 홍 모 씨와 아내 62살 정 모씨가 참혹하게 살해되었습니다. <인터뷰> 김응선 형사 (예산경찰서 강력1팀) : "2001년 10월 25일 8시경에 났는데요, 범인은 안방에서 지문을 채취했어요. 그 외에는 용의자를 추적할 수 있는 단서라든지 그런 거는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러나 단서는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범인은 피해자가 기록해 놓은 자신의 연락처까지 없앴습니다. <인터뷰> 김응선 형사 (예산경찰서 강력1팀) : "사전에 답사를 하면서 모의하면서 다 계획되었죠." 범행 은폐 노력에도 불구하고 흔적은 남겨졌습니다. 현장에서 살해된 부부가 아닌 누군가의 머리카락과 지문이 발견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증거들, 아무런 단서가 되지 못했습니다. 머리카락으로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고 지문은 일부만 찍힌 이른바 ‘쪽지문’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응선 형사 (예산경찰서 강력1팀) : "그때 당시 채취한 지문이 선명하지 않고 지문의 일부분이었어요. 모발 같은 경우는 신원 확인이 안 된 거였어요." 당시 지문자동검색기로는 쪽지문을 분석해 읽어낼 수가 없었는데요, 그래서 용의자를 봤다는 사람도 있고 희미한 증거도 있었지만 용의자를 추적할 만한 근거가 없는 이상한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인터뷰> 김응선 형사 (예산경찰서 강력1팀) : "그 당시 목격자들이 진술하고 제가 몽타주까지 작성해서 전국에 배포했지만 그 사람이 누군지 신원 확인은 못했어요." 수사는 지지부진, 난항을 겪었습니다. 결국 확보된 지문과 모발은 보관창고로 보내져 먼지를 뒤집어썼고, 사건은 풀리지 않은 채 9년이 흘렀습니다. <인터뷰> 김응선 형사 (예산경찰서 강력1팀) : "피해자 가족들이 수사 진척 사항은 없냐, 왜 못잡냐, 질타 많이 받았죠. 그때 당시 범인이 단서도 없고 진척되는 것도 없고 답답했었어요." 그리고 지난 2월 25일. 경찰청 과학수사팀으로부터 뜻밖의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용의자가 확인됐다는 것입니다. 사건 용의자는 38살 이 모씨였습니다. <인터뷰> 김응선 형사 (예산경찰서 강력1팀) : "미제 사건 중에서도 중요한 사건 그리고 가지고 있는 자료를 재검색 한 거죠. 그래서 용의자 이 씨가 특정됐던 거죠." 용의자를 찾게 된 단서는 놀랍게도 9년 전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던, 작은 쪽지문이었습니다. 증거는 그대로인데 쪽지문을 읽어낼 수 있었던 이유, 바로 과학수사의 힘이었습니다. 지문 감식 시스템. 쪽지문을 감식할 수 없었던 9년전과는 그 시스템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 인터뷰> 정재훈 (예산경찰서 강력1팀) : "요즘 프로그램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고 지문을 찾는 감정관들이 노하우가 생기면서 지문 발견한 능력이 향상되어서 발견한 것 같습니다. " 남은 것은 용의자 검거였습니다. 경찰은 좀 더 확실한 증거를 위해 용의자 이 씨의 DNA 확보에 나섰는데요, <인터뷰> 김응선 형사 (예산경찰서 강력 1팀) : "용의자가 모 PC 방에 가는 것을 보고 담배 피우는 것 보고 담배를 가지고 감정을 했던 거죠." 담배의 타액에서 DNA를 채취한 것입니다. 용의자 이씨가 살해된 부부와 대립하던 종교에 관련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황당한 것은 검거 당시 이씨의 반응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응선 형사 (예산경찰서 강력 1팀) : " 처음에는 내가 무슨 죄예요. 살인이요? 그런 거 부인을 했죠." 9년이란 세월이 너무 길었던 걸까요. 이 씨는 자신의 범행을 잊은 듯, 버젓이 직장생활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응선 형사 (예산경찰서 강력 1팀) : " 직장도 가지고 있었어요. 비교적 안정된 직장이었어요. 결혼도 했어요." 용의자 이씨가 60대 부부를 살해한 이유는 자신의 종교를 비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녹취> 피의자 (이 모씨) : "저희 단체를 지키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피의자도 잊게 될 정도로 희미해진 예산 부부 살해 사건이 9년 만에 해결됐는데요. 희미한 증거가 세월이 지나면서 결정적 증거가 된 겁니다. <인터뷰> 김응선 형사( 예산경찰서 강력1팀) : "완전범죄는 없다 그렇게 부흥하게 우리도 열심히 발로 뛰고 과학적인 기술도 개발하고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단지 첨단 과학기법의 발전만으론 가능하지 않습니다. 9년간 끈질기게 수사했던 경찰, 한순간도 사건을 잊지 못했던 피해자 가족들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응선 형사 (예산경찰서 강력1팀) : (피해자 가족들은)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신 것 같은데 그래도 그분들 마음은 편하지만은 않으시죠." 당시 살인죄 공소시효가 15년인 만큼 6년만 더 있었으면 이번 사건은 자칫 영구 미제 사건이 될 뻔했는데요, 경찰은 피의자 이 모씨와 공범 2명을 살인 및 사체유기로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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