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봄’…농민들은 울상!

입력 2010.04.3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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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봄'이 사라진 듯한 궂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지금 농촌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봄 농사를 시작하는 일도 순탄치가 않습니다.

'봄'을 잃어버린 농민들의 한숨을 엄기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폭설과 한파가 반복되며 유난히 날씨가 궂었던 지난 겨울이 지나는가 싶더니 최근엔 4월에도 눈이 내리는 등 봄이 봄 같지 않습니다.

제철을 맞았지만 딸기넝쿨이 누렇게 말라 죽어갑니다.

꽃이 진 자리에 간신히 열린 딸기는 이제 겨우 손톱만 해 졌습니다.

밭 2 천여 제곱미터에 심은 딸기가 햇빛 부족으로 제대로 자라질 못해 수확은 커녕 모두 뽑아버려야 할 지경입니다.

근처 상추밭도 사정은 마찬가지.

밭 곳곳에서 얼고 병든 상추가 말라 죽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은수(상추 재배 농민) : "어제까지만 해도 영하 3도 였어요 얼음이 얼었어요. 농사지은 이래 이런 상황 처음 있는 일이예요"

수확을 앞둔 푸른 밀밭에 트랙터가 들어옵니다.

겨우내 애지중지 가꿔온 밀밭이지만 밭주인은 갈아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수확을 해도 내다 팔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안충열(밀 재배 농민) : "키가 작아서 이 놈은 기계에 안 들어가요. 할 수 없이 엎게 된 것에요."

새 농사를 시작해야 할 농가들도 울상입니다.

한창 꽃눈이 피어야 할 사과나무가 눈으로 뒤덮였습니다.

며칠 전 내린 눈으로 꽃눈이 절반 이상 얼거나 떨어져버려 올해는 열매를 맺기 어렵게 됐습니다.

<인터뷰> 정창호(사과재배 농민) : "눈이 와서 얼은거나 마찬가지예요. 꽃이 핀다 해도 정상적으로 열매가 안 열릴 것 같아요."

실제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일조시간은 570여 시간으로 평년보다 20%나 적었습니다.

특히 작물 성장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 3월 초엔 40%나 햇빛이 모자랐습니다.

이상저온이라고 할 만큼 기온도 낮았습니다.

지난 28일엔 서울의 낮 기온이 100여 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을 정도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조량 부족'을 최초로 재해로 인정하고, 피해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농민들은 현재 각 지역별로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 양명석(딸기재배 농민) : "여기도 피해가 심각한데 이쪽에서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으니까 도대체 뭘 먹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평년보다 쌀쌀한 날씨는 다음달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돼 영농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엄기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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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봄’…농민들은 울상!
    • 입력 2010-04-30 20:28:07
    뉴스타임
<앵커 멘트> '봄'이 사라진 듯한 궂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지금 농촌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봄 농사를 시작하는 일도 순탄치가 않습니다. '봄'을 잃어버린 농민들의 한숨을 엄기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폭설과 한파가 반복되며 유난히 날씨가 궂었던 지난 겨울이 지나는가 싶더니 최근엔 4월에도 눈이 내리는 등 봄이 봄 같지 않습니다. 제철을 맞았지만 딸기넝쿨이 누렇게 말라 죽어갑니다. 꽃이 진 자리에 간신히 열린 딸기는 이제 겨우 손톱만 해 졌습니다. 밭 2 천여 제곱미터에 심은 딸기가 햇빛 부족으로 제대로 자라질 못해 수확은 커녕 모두 뽑아버려야 할 지경입니다. 근처 상추밭도 사정은 마찬가지. 밭 곳곳에서 얼고 병든 상추가 말라 죽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은수(상추 재배 농민) : "어제까지만 해도 영하 3도 였어요 얼음이 얼었어요. 농사지은 이래 이런 상황 처음 있는 일이예요" 수확을 앞둔 푸른 밀밭에 트랙터가 들어옵니다. 겨우내 애지중지 가꿔온 밀밭이지만 밭주인은 갈아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수확을 해도 내다 팔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안충열(밀 재배 농민) : "키가 작아서 이 놈은 기계에 안 들어가요. 할 수 없이 엎게 된 것에요." 새 농사를 시작해야 할 농가들도 울상입니다. 한창 꽃눈이 피어야 할 사과나무가 눈으로 뒤덮였습니다. 며칠 전 내린 눈으로 꽃눈이 절반 이상 얼거나 떨어져버려 올해는 열매를 맺기 어렵게 됐습니다. <인터뷰> 정창호(사과재배 농민) : "눈이 와서 얼은거나 마찬가지예요. 꽃이 핀다 해도 정상적으로 열매가 안 열릴 것 같아요." 실제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일조시간은 570여 시간으로 평년보다 20%나 적었습니다. 특히 작물 성장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 3월 초엔 40%나 햇빛이 모자랐습니다. 이상저온이라고 할 만큼 기온도 낮았습니다. 지난 28일엔 서울의 낮 기온이 100여 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을 정도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조량 부족'을 최초로 재해로 인정하고, 피해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농민들은 현재 각 지역별로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 양명석(딸기재배 농민) : "여기도 피해가 심각한데 이쪽에서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으니까 도대체 뭘 먹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평년보다 쌀쌀한 날씨는 다음달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돼 영농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엄기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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