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범행 수첩’…외제차 학부모만 노렸다!

입력 2010.05.04 (08:49) 수정 2010.05.0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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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이들 등하교길에 차로 태워주는 부모님들 있으시죠?



이런 평범한 일상이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합니다.



외제차를 모는 학부모 명단을 따로 수집해서 범행 대상으로 삼은 건데요,



이민우 기자,범행 수첩에 적힌 내용들이 섬뜩할 정도로 자세하다구요?



<리포트>



웬만한 신상 정보는 다 있었습니다.



차 번호는 기본이구요,



아파트 호수, 남편의 이름과 직업까지 있었습니다.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집까지 미행한 거죠. 차 앞에 적힌 전화번호 슬쩍 보고, 주차스티커에선 동.호수 알아냈습니다.



그리곤 우편함 뒤져서 가족 이름까지 수집한 거죠.



어느 특정 지역 얘기가 아닙니다. 분당, 일산, 구리, 중계동. 수도권 일대가 다 포함됐습니다.



외제차를 몰았다는 이유만으로 범행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무섭습니다.



지난 수요일 새벽 5시 쯤, 경기도 성남의 한 주차장.



한 남자가 주변을 살피며 차량에 다가옵니다. 태연하게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탄 남자, 차를 끌고 빠져나갑니다.



15분 뒤 나타난 여성, 사라진 차의 진짜 주인입니다. 망연자실 텅 빈 주차장을 바라봅니다.



<녹취>피해자 김씨 (음성변조) : "착잡하지요. 짜증도 나고 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내가 당해보니까 이런 거구나...."



차를 훔치기 바로 직전, 범인들은 피해자 김씨의 이 가게에 나타났습니다. 당시 김씨는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녹취>피해자 김씨 (음성변조) : "잠깐 잠이 든 건데 두 사람이 들어왔고 제 손을 묶어놓고 가방을 한 사람이 찾아와서 엎어가지고 다 뒤진 거예요. 그래서 차 키하고 지갑가지고 한 사람은 먼저 갔고."



다른 한 남자는 피해자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미리 준비한 범행 도구로 위협했습니다.



<녹취>피해자 김씨 (음성변조) : "케이블 타이에 묶여 있었는데 그게 풀리더라고요. 저도 상처가 날 만큼 안간힘을 썼겠지요. 그걸 빼려고. 손이 풀리자마자 (피의자의) 머리를 한 대 때렸어요. 저는 소리를 막 지르고 있었지요. 빨리 이 상황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나 봐요. 어떻게 할 수도 없고 하니까 (피의자가) 도망을 갔어요."



이들은 현금 80만원과 고급 외제차를 훔쳐 달아났습니다. 그리고 3일 뒤, 피의자들이 검거됐습니다. 피의자는 40대 남성들이었습니다.



<인터뷰>피의자 송씨 (음성변조) : "사업이 망하고 생활고에 힘들다 보니까 이렇게 됐습니다. (훔친) 돈은 2-3일 다니면서 여관비랑 밥값, 렌터카 비용으로 썼습니다."



그런데 이 피의자들이 왜 피해 여성 김씨를 노렸을까?



<녹취>피해자 김씨 (음성변조) : "전혀 전 몰랐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 절 안다고 얘기를 했데요. 밥을 한 번 먹었던 적? 그게 다예요. 2-3년 된 이야기거든요. 범행 대상 찾다가 제가 승용차도 그렇고 또 가게도 운영하고 있고 만만한 상대, 여자 혼자 있고 하니까 만만한 상대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3년 전 우연한 식사 자리에서 합석했는데, 그때 외제차를 탔던 김씨가 이제 와서 범행의 표적이 된 겁니다.



더 놀라운 것은 피의자들의 수첩이었습니다. 수첩 안에는 지역별, 학교별로 분류해 적어놓은 외제차 명단들이 있었는데요.



등·하교 때 외제차로 아이들을 태우는 학부모만 골라 적어놓은 것입니다. 차 종 외에도 신상정보가 아주 자세하게 적혀있었습니다.



<인터뷰>임종관(경사/분당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 "이 부분에 대해 추궁을 해 보니까

등·하교 길에 고급차를 탄 여성 운전자 뒤를 따라갑니다. 피의자들이 따라가서 차량 전면에 붙어있는 동과 호수를 알아가지고 우편함을 뒤집니다. 우편함을 확인을 해서 가족관계를 면밀히 파악을 해서 여기다 차량 번호를 기재를 해 놓은 사항입니다."



등교 시간은 물론 아이가 몇 명 타고 내리는지, 남편이 누구인지까지 알아내 적어놓았습니다.



차량에 부착 된 휴대전화 번호와 주차스티커, 우편함에 들어있던 우편물까지도 범인들에는 고스란히 범행 정보로 제공 된 샘입니다.



<인터뷰>피의자 송씨 (음성변조) : "외제차 같은 경우 따라 갔습니다. 돈이 많은 것 같아가지고요. 아무래도 여자이다 보니까 쉽게 가방을 뺏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이런 방법으로 피의자들이 수집한 외제차 학부모 명단은 모두 15명입니다.



<녹취>피해자 김씨 (음성변조) : "계속 주시를 하고 있었고 기회를 노렸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섬뜩하지요. 차라리 안 들었으면 모르겠는데 이렇게 듣고 난 이상은.."



이 가운데 몇 명의 학부모가 범행을 당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임종관(경사/분당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 "모든 내용을 수첩에 기재해 놓은 것입니다. 저희는 그 부분에 대해서 여죄가 있을 것으로 확신하므로 저희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 하겠습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수첩에 적힌 외제차 학부모를 상대로 강도질을 했다는 혐의가 입증되면 강도예비음모죄를 추가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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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범행 수첩’…외제차 학부모만 노렸다!
    • 입력 2010-05-04 08:49:45
    • 수정2010-05-04 14: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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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이들 등하교길에 차로 태워주는 부모님들 있으시죠?

이런 평범한 일상이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합니다.

외제차를 모는 학부모 명단을 따로 수집해서 범행 대상으로 삼은 건데요,

이민우 기자,범행 수첩에 적힌 내용들이 섬뜩할 정도로 자세하다구요?

<리포트>

웬만한 신상 정보는 다 있었습니다.

차 번호는 기본이구요,

아파트 호수, 남편의 이름과 직업까지 있었습니다.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집까지 미행한 거죠. 차 앞에 적힌 전화번호 슬쩍 보고, 주차스티커에선 동.호수 알아냈습니다.

그리곤 우편함 뒤져서 가족 이름까지 수집한 거죠.

어느 특정 지역 얘기가 아닙니다. 분당, 일산, 구리, 중계동. 수도권 일대가 다 포함됐습니다.

외제차를 몰았다는 이유만으로 범행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무섭습니다.

지난 수요일 새벽 5시 쯤, 경기도 성남의 한 주차장.

한 남자가 주변을 살피며 차량에 다가옵니다. 태연하게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탄 남자, 차를 끌고 빠져나갑니다.

15분 뒤 나타난 여성, 사라진 차의 진짜 주인입니다. 망연자실 텅 빈 주차장을 바라봅니다.

<녹취>피해자 김씨 (음성변조) : "착잡하지요. 짜증도 나고 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내가 당해보니까 이런 거구나...."

차를 훔치기 바로 직전, 범인들은 피해자 김씨의 이 가게에 나타났습니다. 당시 김씨는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녹취>피해자 김씨 (음성변조) : "잠깐 잠이 든 건데 두 사람이 들어왔고 제 손을 묶어놓고 가방을 한 사람이 찾아와서 엎어가지고 다 뒤진 거예요. 그래서 차 키하고 지갑가지고 한 사람은 먼저 갔고."

다른 한 남자는 피해자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미리 준비한 범행 도구로 위협했습니다.

<녹취>피해자 김씨 (음성변조) : "케이블 타이에 묶여 있었는데 그게 풀리더라고요. 저도 상처가 날 만큼 안간힘을 썼겠지요. 그걸 빼려고. 손이 풀리자마자 (피의자의) 머리를 한 대 때렸어요. 저는 소리를 막 지르고 있었지요. 빨리 이 상황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나 봐요. 어떻게 할 수도 없고 하니까 (피의자가) 도망을 갔어요."

이들은 현금 80만원과 고급 외제차를 훔쳐 달아났습니다. 그리고 3일 뒤, 피의자들이 검거됐습니다. 피의자는 40대 남성들이었습니다.

<인터뷰>피의자 송씨 (음성변조) : "사업이 망하고 생활고에 힘들다 보니까 이렇게 됐습니다. (훔친) 돈은 2-3일 다니면서 여관비랑 밥값, 렌터카 비용으로 썼습니다."

그런데 이 피의자들이 왜 피해 여성 김씨를 노렸을까?

<녹취>피해자 김씨 (음성변조) : "전혀 전 몰랐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 절 안다고 얘기를 했데요. 밥을 한 번 먹었던 적? 그게 다예요. 2-3년 된 이야기거든요. 범행 대상 찾다가 제가 승용차도 그렇고 또 가게도 운영하고 있고 만만한 상대, 여자 혼자 있고 하니까 만만한 상대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3년 전 우연한 식사 자리에서 합석했는데, 그때 외제차를 탔던 김씨가 이제 와서 범행의 표적이 된 겁니다.

더 놀라운 것은 피의자들의 수첩이었습니다. 수첩 안에는 지역별, 학교별로 분류해 적어놓은 외제차 명단들이 있었는데요.

등·하교 때 외제차로 아이들을 태우는 학부모만 골라 적어놓은 것입니다. 차 종 외에도 신상정보가 아주 자세하게 적혀있었습니다.

<인터뷰>임종관(경사/분당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 "이 부분에 대해 추궁을 해 보니까
등·하교 길에 고급차를 탄 여성 운전자 뒤를 따라갑니다. 피의자들이 따라가서 차량 전면에 붙어있는 동과 호수를 알아가지고 우편함을 뒤집니다. 우편함을 확인을 해서 가족관계를 면밀히 파악을 해서 여기다 차량 번호를 기재를 해 놓은 사항입니다."

등교 시간은 물론 아이가 몇 명 타고 내리는지, 남편이 누구인지까지 알아내 적어놓았습니다.

차량에 부착 된 휴대전화 번호와 주차스티커, 우편함에 들어있던 우편물까지도 범인들에는 고스란히 범행 정보로 제공 된 샘입니다.

<인터뷰>피의자 송씨 (음성변조) : "외제차 같은 경우 따라 갔습니다. 돈이 많은 것 같아가지고요. 아무래도 여자이다 보니까 쉽게 가방을 뺏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이런 방법으로 피의자들이 수집한 외제차 학부모 명단은 모두 15명입니다.

<녹취>피해자 김씨 (음성변조) : "계속 주시를 하고 있었고 기회를 노렸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섬뜩하지요. 차라리 안 들었으면 모르겠는데 이렇게 듣고 난 이상은.."

이 가운데 몇 명의 학부모가 범행을 당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임종관(경사/분당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 "모든 내용을 수첩에 기재해 놓은 것입니다. 저희는 그 부분에 대해서 여죄가 있을 것으로 확신하므로 저희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 하겠습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수첩에 적힌 외제차 학부모를 상대로 강도질을 했다는 혐의가 입증되면 강도예비음모죄를 추가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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