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울린 ‘두 거장’ 조용필·런던 필 공연

<앵커 멘트>

클래식계의 거장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가 이끄는 세계적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니아와 가수 조용필이 한 무대에 섰습니다.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소록도 주민들을 위한 음악회였는데요.

정말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작은 기적과 같은 무대였습니다.

유승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세계적인 거장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의 손끝 움직임이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선율을 만들어냅니다.

무대는 대형 음악당이 아닌 조그만 강당 건물.

2백여 명 남짓한 청중은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살고 있는 소록도 주민들입니다.

교포 2세인 영국 로더미어 자작부인이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지난해 세운 자선재단에서 주선한 무료 공연입니다.

오케스트라 단원 50여 명은 어제 서울 공연을 마치고 오늘 새벽 비행기와 버스를 바꿔 타며 소록도까지 왔습니다.

<인터뷰>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 "(어려운 이들에게) 유용하고 도움이 되는 일을 해서 아주 행복하고 단원들도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소록도 주민들이 가장 즐겨 부른다는 노래의 주인공 조용필 씨도 제의를 받고서 망설임 없이 달려왔습니다.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친구여'와 '꿈' 두 곡을 불렀습니다.

<인터뷰>조용필 : "공연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순간순간 즐거움을 더했으면 좋겠고 이것이 아름다운 추억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음악회가 열리기까지 70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20여 개 기관 관계자들도 물심양면으로 기꺼이 힘을 보탰습니다.

음악회의 끝은 소록도 주민들의 기립박수로 이어졌습니다.

<인터뷰>소록도 주민 : "이런 공연을 소록도 주민들은 아무도 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 고맙고 감동적이고..."

많은 이들의 뜻이 모여 가능했던 거장들의 음악회, 소록도 주민들에겐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작은 기적이었습니다.

KBS 뉴스 유승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