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미국 연안에서 대규모 해양 오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염을 막기 위한 사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다는 갈수록 검게 물들고 있습니다. 풍부한 어자원과 천혜의 생태계를 자랑하는 멕시코 만 해안 지역이 지금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5월 둘째 주 특파원현장보고. 미국 해양 오염 소식으로 시작합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1일 석유 시추 시설이 폭발해 시작됐습니다. 하루 수십만 리터의 기름이 바다로 새어나오면서, 이러다가는 최악의 오염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고의 피해 현장이 5년 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간 현장과 거의 겹칩니다. 흔치 않은 재해를 잇달아 당하자 뉴올리안즈 등 멕시코 만에 접해 있는 지역이 크게 당황하는 모습입니다.
기름 유출 피해 현장에서 이동채 특파원이 자세한 소식 전해왔습니다.
<리포트>
멕시코 만 한가운데 석유 시추시설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폭발과 함께 시설물은 바다로 가라앉았고, 11명의 직원은 실종됐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될지도 모를 기름이 푸른 바다를 검게 오염시켰습니다.
<인터뷰> 커트 피터슨(USCG 연안 경비대) : "500피트까지 치솟는 불길을 보니 마치 현실이 아닌 것 같았어요. 살면서 이런 걸 볼 수 있으리라 예상하지 않으니까요."
바다 속에 잠긴 석유 시추 시설에서 원유가 그대로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거대한 기름띠는 경기도 면적 넓이로 청정해역 멕시코 만을 오염시키면서 미국 남부 해안을 위협해 갑니다.
<녹취>마이크 보이신(굴 식품회사 운영) : "비극적인 상황, 가령 통제가 안 되고 하루 수만 갤런씩 원유가 유출되면 어업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잠수 로봇을 동원하고, 대형 덮개를 씌우려는 계획도 있지만, 언제 성공할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녹취> 메리 랜드리(美 연안 경비대) : "이 유정을 안전하게 닫기까지는 앞으로 45일에서 90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방제가 어려움을 겪는 동안 검붉은 기름띠는 점점 더 확산됩니다.
보름이 지났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유조선이 좌초한 단순 사고가 아니라 석유시설 자체가 폭발한 것이어서 원유 유출량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알고 있던 것 보다 5배나 많은 하루 80만 리터나 됐습니다. 기름띠는 생명의 보고라는 미시시피 강 삼각주 앞까지 이르렀습니다.
급기야 기름에 젖은 바닷새가 발견됐습니다. 곧이어 죽은 바다거북이 떠올랐습니다. 원유를 바다에서 태워버리고, 3백 척 넘는 배와 항공기, 로봇까지 투입됐습니다. 환경단체들이 분주히 나섰지만, 어디가 시작인지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야생 동물 구조단 : "우리가 어떻게 구조할 지 확인하고, 조사해 보기 위해 바다에 나갑니다."
급기야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력까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오바마 대통령도 직접 현장을 찾아 총력 대응 의지를 거듭 밝혔습니다.
<녹취>오바마(미국 대통령) : "피해 지역에 총력 지원을 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고 있습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당시 부시 행정부의 늑장 대응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600종 넘는 희귀 바다 동물이 살고, 천혜의 천연자원이 숨겨져 있는 곳. 개발의 손길도 상대적으로 덜 미쳐 생태계의 보고로 유지된 멕시코 만입니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 시작된 거대한 대륙붕은 풍부한 수산 자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유전지대는 미래를 보장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인터뷰>마크 플로걸(그린피스 연구원) : "멕시코 만의 해양 어류 80%가 새끼를 낳기 위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풍성한 어장을 만들고 있는 곳입니다."
전형적인 미국 남부 도시 뉴올리언스. 거리 곳곳에서 재즈 공연이 한창입니다. 그리고 남부의 문화와 음식이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읍니다.
<인터뷰> 질(캐나다 관광객) : "음악을 듣기 위해 30시간을 달려 뉴올리언스에까지 왔습니다."
골목마다 울려 퍼지는 재즈 가락. 프랑스와 스페인 문화가 적절히 섞인 재즈의 산실입니다.
<인터뷰> 팸 틸먼(텍사스 관광객) : "다양한 사람과 문화, 음식이 좋아요.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뉴올리언스도 이번 멕시코 만 재앙으로 새로운 고민에 빠졌습니다.
뉴올리언스는 미국 남부 최대의 상공업, 금융, 그리고 관광 도시입니다. 그러나 도심 대부분이 바다보다 낮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5년 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엄청난 홍역을 치른 악몽이 있습니다. 당시 도심의 80%가 물에 잠겨 천 명 넘는 사상자와 백만 명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다시 일어서려는 뉴올리언스 앞바다에 새로운 재앙이 점점 몰려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데이비드 커런(관광 안내원) : "바람 방향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벌써 관광객들이 휴가 지를 바꾸는데 기름이 더 번지면 아무도 이곳을 찾지 않을 겁니다."
멕시코 만 기름 유출 사태 이후 실제로 도심 관광객의 발길은 뚝 끊어졌습니다. 북적이던 골목길에도 왠지 모를 적막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검은 기름으로 멍든 바다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추정되는 피해액만 백40억 달러. 15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보고서도 있지만, 정확히 따질 수 없는 노릇입니다.
<인터뷰>드웨인 바할(멕시코 만 어민) : "굴, 게, 새우 잡이, 낚시 등 모든 사람이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지역경제가 완전히 마비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천혜의 자연과 깨진 생태계를 복구하는 건 영원한 숙제로 남았습니다.
<인터뷰> 릭 스타이너(알래스카大 해양학 교수) : "갯벌이나 미시시피 강 삼각주에 기름이 밀려들어오면, 진흙과 범벅이 되어서 방제 작업 자체가 불가능 합니다."
멕시코 만 기름 유출 사태는 천재가 아닌 인재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무차별한 석유 시추가 그렇고, 천 미터 넘는 깊은 바다 아래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장치 역시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그 피해는 생물자원의 보고인 바다를 검게 멍 들여가고 있고, 바닷가 주민들의 생업과 주변 도시의 생활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2007년 태안 앞바다의 악몽이 있는 우리에게도 이번 멕시코 만 사태가 결코 남의 일이 될 수 없습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미국 연안에서 대규모 해양 오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염을 막기 위한 사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다는 갈수록 검게 물들고 있습니다. 풍부한 어자원과 천혜의 생태계를 자랑하는 멕시코 만 해안 지역이 지금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5월 둘째 주 특파원현장보고. 미국 해양 오염 소식으로 시작합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1일 석유 시추 시설이 폭발해 시작됐습니다. 하루 수십만 리터의 기름이 바다로 새어나오면서, 이러다가는 최악의 오염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고의 피해 현장이 5년 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간 현장과 거의 겹칩니다. 흔치 않은 재해를 잇달아 당하자 뉴올리안즈 등 멕시코 만에 접해 있는 지역이 크게 당황하는 모습입니다.
기름 유출 피해 현장에서 이동채 특파원이 자세한 소식 전해왔습니다.
<리포트>
멕시코 만 한가운데 석유 시추시설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폭발과 함께 시설물은 바다로 가라앉았고, 11명의 직원은 실종됐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될지도 모를 기름이 푸른 바다를 검게 오염시켰습니다.
<인터뷰> 커트 피터슨(USCG 연안 경비대) : "500피트까지 치솟는 불길을 보니 마치 현실이 아닌 것 같았어요. 살면서 이런 걸 볼 수 있으리라 예상하지 않으니까요."
바다 속에 잠긴 석유 시추 시설에서 원유가 그대로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거대한 기름띠는 경기도 면적 넓이로 청정해역 멕시코 만을 오염시키면서 미국 남부 해안을 위협해 갑니다.
<녹취>마이크 보이신(굴 식품회사 운영) : "비극적인 상황, 가령 통제가 안 되고 하루 수만 갤런씩 원유가 유출되면 어업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잠수 로봇을 동원하고, 대형 덮개를 씌우려는 계획도 있지만, 언제 성공할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녹취> 메리 랜드리(美 연안 경비대) : "이 유정을 안전하게 닫기까지는 앞으로 45일에서 90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방제가 어려움을 겪는 동안 검붉은 기름띠는 점점 더 확산됩니다.
보름이 지났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유조선이 좌초한 단순 사고가 아니라 석유시설 자체가 폭발한 것이어서 원유 유출량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알고 있던 것 보다 5배나 많은 하루 80만 리터나 됐습니다. 기름띠는 생명의 보고라는 미시시피 강 삼각주 앞까지 이르렀습니다.
급기야 기름에 젖은 바닷새가 발견됐습니다. 곧이어 죽은 바다거북이 떠올랐습니다. 원유를 바다에서 태워버리고, 3백 척 넘는 배와 항공기, 로봇까지 투입됐습니다. 환경단체들이 분주히 나섰지만, 어디가 시작인지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야생 동물 구조단 : "우리가 어떻게 구조할 지 확인하고, 조사해 보기 위해 바다에 나갑니다."
급기야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력까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오바마 대통령도 직접 현장을 찾아 총력 대응 의지를 거듭 밝혔습니다.
<녹취>오바마(미국 대통령) : "피해 지역에 총력 지원을 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고 있습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당시 부시 행정부의 늑장 대응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600종 넘는 희귀 바다 동물이 살고, 천혜의 천연자원이 숨겨져 있는 곳. 개발의 손길도 상대적으로 덜 미쳐 생태계의 보고로 유지된 멕시코 만입니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 시작된 거대한 대륙붕은 풍부한 수산 자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유전지대는 미래를 보장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인터뷰>마크 플로걸(그린피스 연구원) : "멕시코 만의 해양 어류 80%가 새끼를 낳기 위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풍성한 어장을 만들고 있는 곳입니다."
전형적인 미국 남부 도시 뉴올리언스. 거리 곳곳에서 재즈 공연이 한창입니다. 그리고 남부의 문화와 음식이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읍니다.
<인터뷰> 질(캐나다 관광객) : "음악을 듣기 위해 30시간을 달려 뉴올리언스에까지 왔습니다."
골목마다 울려 퍼지는 재즈 가락. 프랑스와 스페인 문화가 적절히 섞인 재즈의 산실입니다.
<인터뷰> 팸 틸먼(텍사스 관광객) : "다양한 사람과 문화, 음식이 좋아요.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뉴올리언스도 이번 멕시코 만 재앙으로 새로운 고민에 빠졌습니다.
뉴올리언스는 미국 남부 최대의 상공업, 금융, 그리고 관광 도시입니다. 그러나 도심 대부분이 바다보다 낮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5년 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엄청난 홍역을 치른 악몽이 있습니다. 당시 도심의 80%가 물에 잠겨 천 명 넘는 사상자와 백만 명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다시 일어서려는 뉴올리언스 앞바다에 새로운 재앙이 점점 몰려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데이비드 커런(관광 안내원) : "바람 방향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벌써 관광객들이 휴가 지를 바꾸는데 기름이 더 번지면 아무도 이곳을 찾지 않을 겁니다."
멕시코 만 기름 유출 사태 이후 실제로 도심 관광객의 발길은 뚝 끊어졌습니다. 북적이던 골목길에도 왠지 모를 적막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검은 기름으로 멍든 바다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추정되는 피해액만 백40억 달러. 15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보고서도 있지만, 정확히 따질 수 없는 노릇입니다.
<인터뷰>드웨인 바할(멕시코 만 어민) : "굴, 게, 새우 잡이, 낚시 등 모든 사람이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지역경제가 완전히 마비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천혜의 자연과 깨진 생태계를 복구하는 건 영원한 숙제로 남았습니다.
<인터뷰> 릭 스타이너(알래스카大 해양학 교수) : "갯벌이나 미시시피 강 삼각주에 기름이 밀려들어오면, 진흙과 범벅이 되어서 방제 작업 자체가 불가능 합니다."
멕시코 만 기름 유출 사태는 천재가 아닌 인재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무차별한 석유 시추가 그렇고, 천 미터 넘는 깊은 바다 아래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장치 역시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그 피해는 생물자원의 보고인 바다를 검게 멍 들여가고 있고, 바닷가 주민들의 생업과 주변 도시의 생활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2007년 태안 앞바다의 악몽이 있는 우리에게도 이번 멕시코 만 사태가 결코 남의 일이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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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최악의 해양오염 오나?
-
- 입력 2010-05-09 09:59:10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미국 연안에서 대규모 해양 오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염을 막기 위한 사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다는 갈수록 검게 물들고 있습니다. 풍부한 어자원과 천혜의 생태계를 자랑하는 멕시코 만 해안 지역이 지금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5월 둘째 주 특파원현장보고. 미국 해양 오염 소식으로 시작합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1일 석유 시추 시설이 폭발해 시작됐습니다. 하루 수십만 리터의 기름이 바다로 새어나오면서, 이러다가는 최악의 오염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고의 피해 현장이 5년 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간 현장과 거의 겹칩니다. 흔치 않은 재해를 잇달아 당하자 뉴올리안즈 등 멕시코 만에 접해 있는 지역이 크게 당황하는 모습입니다.
기름 유출 피해 현장에서 이동채 특파원이 자세한 소식 전해왔습니다.
<리포트>
멕시코 만 한가운데 석유 시추시설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폭발과 함께 시설물은 바다로 가라앉았고, 11명의 직원은 실종됐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될지도 모를 기름이 푸른 바다를 검게 오염시켰습니다.
<인터뷰> 커트 피터슨(USCG 연안 경비대) : "500피트까지 치솟는 불길을 보니 마치 현실이 아닌 것 같았어요. 살면서 이런 걸 볼 수 있으리라 예상하지 않으니까요."
바다 속에 잠긴 석유 시추 시설에서 원유가 그대로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거대한 기름띠는 경기도 면적 넓이로 청정해역 멕시코 만을 오염시키면서 미국 남부 해안을 위협해 갑니다.
<녹취>마이크 보이신(굴 식품회사 운영) : "비극적인 상황, 가령 통제가 안 되고 하루 수만 갤런씩 원유가 유출되면 어업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잠수 로봇을 동원하고, 대형 덮개를 씌우려는 계획도 있지만, 언제 성공할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녹취> 메리 랜드리(美 연안 경비대) : "이 유정을 안전하게 닫기까지는 앞으로 45일에서 90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방제가 어려움을 겪는 동안 검붉은 기름띠는 점점 더 확산됩니다.
보름이 지났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유조선이 좌초한 단순 사고가 아니라 석유시설 자체가 폭발한 것이어서 원유 유출량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알고 있던 것 보다 5배나 많은 하루 80만 리터나 됐습니다. 기름띠는 생명의 보고라는 미시시피 강 삼각주 앞까지 이르렀습니다.
급기야 기름에 젖은 바닷새가 발견됐습니다. 곧이어 죽은 바다거북이 떠올랐습니다. 원유를 바다에서 태워버리고, 3백 척 넘는 배와 항공기, 로봇까지 투입됐습니다. 환경단체들이 분주히 나섰지만, 어디가 시작인지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야생 동물 구조단 : "우리가 어떻게 구조할 지 확인하고, 조사해 보기 위해 바다에 나갑니다."
급기야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력까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오바마 대통령도 직접 현장을 찾아 총력 대응 의지를 거듭 밝혔습니다.
<녹취>오바마(미국 대통령) : "피해 지역에 총력 지원을 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고 있습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당시 부시 행정부의 늑장 대응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600종 넘는 희귀 바다 동물이 살고, 천혜의 천연자원이 숨겨져 있는 곳. 개발의 손길도 상대적으로 덜 미쳐 생태계의 보고로 유지된 멕시코 만입니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 시작된 거대한 대륙붕은 풍부한 수산 자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유전지대는 미래를 보장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인터뷰>마크 플로걸(그린피스 연구원) : "멕시코 만의 해양 어류 80%가 새끼를 낳기 위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풍성한 어장을 만들고 있는 곳입니다."
전형적인 미국 남부 도시 뉴올리언스. 거리 곳곳에서 재즈 공연이 한창입니다. 그리고 남부의 문화와 음식이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읍니다.
<인터뷰> 질(캐나다 관광객) : "음악을 듣기 위해 30시간을 달려 뉴올리언스에까지 왔습니다."
골목마다 울려 퍼지는 재즈 가락. 프랑스와 스페인 문화가 적절히 섞인 재즈의 산실입니다.
<인터뷰> 팸 틸먼(텍사스 관광객) : "다양한 사람과 문화, 음식이 좋아요.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뉴올리언스도 이번 멕시코 만 재앙으로 새로운 고민에 빠졌습니다.
뉴올리언스는 미국 남부 최대의 상공업, 금융, 그리고 관광 도시입니다. 그러나 도심 대부분이 바다보다 낮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5년 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엄청난 홍역을 치른 악몽이 있습니다. 당시 도심의 80%가 물에 잠겨 천 명 넘는 사상자와 백만 명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다시 일어서려는 뉴올리언스 앞바다에 새로운 재앙이 점점 몰려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데이비드 커런(관광 안내원) : "바람 방향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벌써 관광객들이 휴가 지를 바꾸는데 기름이 더 번지면 아무도 이곳을 찾지 않을 겁니다."
멕시코 만 기름 유출 사태 이후 실제로 도심 관광객의 발길은 뚝 끊어졌습니다. 북적이던 골목길에도 왠지 모를 적막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검은 기름으로 멍든 바다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추정되는 피해액만 백40억 달러. 15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보고서도 있지만, 정확히 따질 수 없는 노릇입니다.
<인터뷰>드웨인 바할(멕시코 만 어민) : "굴, 게, 새우 잡이, 낚시 등 모든 사람이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지역경제가 완전히 마비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천혜의 자연과 깨진 생태계를 복구하는 건 영원한 숙제로 남았습니다.
<인터뷰> 릭 스타이너(알래스카大 해양학 교수) : "갯벌이나 미시시피 강 삼각주에 기름이 밀려들어오면, 진흙과 범벅이 되어서 방제 작업 자체가 불가능 합니다."
멕시코 만 기름 유출 사태는 천재가 아닌 인재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무차별한 석유 시추가 그렇고, 천 미터 넘는 깊은 바다 아래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장치 역시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그 피해는 생물자원의 보고인 바다를 검게 멍 들여가고 있고, 바닷가 주민들의 생업과 주변 도시의 생활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2007년 태안 앞바다의 악몽이 있는 우리에게도 이번 멕시코 만 사태가 결코 남의 일이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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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채 기자 dol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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