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현장] 英 보수당, 13년 만에 승리

입력 2010.05.0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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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그제 치러진 영국 총선거에서 제1야당인 보수당이 집권 노동당을 누르고 제1당에 올랐습니다. 13년만의 승리이자 노동당의 4기 연속 집권을 막은 겁니다. 그런데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다소 불안한 상태에서 새 정권이 들어서게 됐습니다.

런던에서 김태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영국 보수당이 13년 만에 제 1당이 됐습니다. 노동당은 제 2당으로 떨어졌습니다. 보수당은 기존 의석에 100석 가량을 더한 반면 노동당은 그 가까이 잃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경제난으로 국민 불만이 팽배해 있던 터, 새 대안을 모색하는 한편 노동당 장기 집권에 대한 견제심리까지 겹친 결과로 영국 언론들은 분석합니다.

<인터뷰> 프란체스카 워시텔 : "노동당이 다시 하면 안 돼요. 확실히 배웠어요. 제발요."

하지만, 불완전한 승리. 보수당은 과반 의석인 326석엔 미치지 못했습니다. 돌풍의 주역, 자유민주당은 오히려 의석수가 줄었습니다. TV토론을 거치면서 한때 선두경쟁까지 벌였지만, 보수-노동 양당의 막판 표 결집 속에 찻잔 속 미풍에 그쳤습니다.

어느 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의회, 불안하게 매달려 있다는 뜻의 이른바 '헝 팔러먼트'가 지난 1974년 이후 36년 만에 출현한 겁니다. 보수당이 원내 다수당이 되긴 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입니다.

<인터뷰> 로버트 헤이젤(런던대 교수) : "보통은 선거 이튿날 총리 관저에서 이삿짐이 나가는 걸 봐왔지만, '헝 의회'의 경우엔 어느 정당이 의회를 주도할 지 결정하는 데 며칠이 걸릴 것입니다."

보수당 혼자선, 내각을 구성하기도, 법안을 처리하기도 힘든 상황.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선, 연립정부 구성이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선거에서 진 노동당 역시 연립정부 구성을 통한 재집권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헝 팔러먼트'의 경우, 총리가 속한 집권당이 연정 시도의 우선권을 갖는 게 전례였습니다.

보수당을 뺀 다른 정당들을 끌어 모아 연정을 시도해보겠다는 건데, 노동당은 일단,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의 연정 협상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고든 브라운(총리/노동당수) : "보다 강하고 안정된 정부를 만들고 영국을 경제 회복으로 이끄는 것이 이번 선거 결과가 제게 준 의무입니다."

보수당은, 노동당의 연정 시도는 민의를 거스르는 일이라며 쐐기를 박고 나섰습니다.

<인터뷰> 데이비드 캐머런(보수 당수) : "분명한 사실은 노동당이 더 이상 나라를 통치할 수 없게 됐다는 겁니다."

보수당의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자유민주당 등과의 연립 정부를 모색하거나, 아예, 소수파 내각을 구성하는 겁니다. 보수당은 우선, 자유민주당과의 연정협상에 나섰습니다. 두 당수가 전화통화를 갖고 정치, 경제 개혁에 대해 의견을 나눈 데 이어, 양당 간 실무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인터뷰> 데이비드 캐머런(보수 당수) : "자유민주당에게 아주 크고 열린 제안을 하려합니다. 우리가 직면한 크고 시급한 문제들을 함께 풀어나가길 바랍니다."

연정협상이 실패할 경우, 보수당 단독의 소수당 내각을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우당인 북아일랜드 신교연합당이나 법안별로 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의회를 끌고가는 방안입니다.

<인터뷰> 앤드류 호킨스(선거 전문가) : "총선 결과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보수당은 소수파 내각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향후 주요 법안이 무산될 경우 내각 불신임을 뜻하기 때문에 재선거의 가능성이 커지는 등 역시 불안한 행봅니다.

현재로선, 노동당과 보수당이 각기 연정협상에 나서는 가운데, 새 정부가 구성되지 않는, 불안정한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저스틴 스튜어트(투자회사) : "'헝 의회'의 최대 문제는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몇 주간 정부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장으로선 정말 최악의 상황입니다."

어느 경우든, 제 1당에 오른 보수당의 주도가 자연스럽다는 게 영국 언론들의 대체적 분위기지만, 브라운 총리가 자유민주당 등과 공조해 내각 재구성에 성공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순 없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고든 브라운(총리/보수 당수) : "보수당이 집권하면 사회진보는 후퇴할 것입니다. 국민은 전진이 아닌 후퇴를 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노동당 주도의 연립정부보다는 보수당 주도의 연정, 정권교체가 훨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다우닝 10번가의 주인, 총리직에 가장 근접해 있는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 당수는 1966년생 올해 만 43살입니다. 시장주의자면서도, 따뜻한 보수를 주장하며 스스로를 '블레어의 상속자'로 일컬을 만큼 분배를 중시하는 중도적 성향의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데이비드 캐머런(보수 당수) : "적자를 극복하고 무너진 사회를 수습할 수 있습니다. 손상된 정치 체제에 다시 신뢰를 복원할 수 있습니다."

보수당이 새 정부를 맡더라도 산적한 과제가 만만치 않습니다. 정부 총 부채 8천 9백억 파운드, GDP 대비 62%로 신용등급 하향 설까지 나도는 상황, 정부재정 지출을 당장 줄이기 시작하겠다는 게 보수당의 공약입니다.

<인터뷰> 마틴 보울즈(기업인) : "다음 주쯤 캐머런 당수가 나와서, 예상했던 것 보다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더욱 강력하고 신속한 지출 삭감이 필요하다고 말할 것입니다."

이번 영국 총선은 유럽 정계의 보수화 경향을 다시 한 번 드러냈습니다. 지난해 독일 총선에서 우파의 승리에 이은 유럽 보수화의 완결판으로도 읽힙니다. 지난 2천년, 15개 유럽연합 회원국 중 12개 나라에서 좌파가 단독으로 집권했었지만, 10년 뒤인 올해 영국에서 보수당이 실제 집권할 경우 유럽 내 좌파 정권은 이제 스페인과 그리스 등만 남게 되는 셈입니다. 유럽 좌우파의 주도권 교체 주기, 대략 10년 안팎입니다.

어느 정당이 위기의 영국을 이끌고 갈 지... 총선은 끝났지만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보수당-노동당간 지리한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의회 개원 예정일인 오는 25일 전까지는 샅바싸움의 윤곽이 잡힐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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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현장] 英 보수당, 13년 만에 승리
    • 입력 2010-05-09 09:59:11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그제 치러진 영국 총선거에서 제1야당인 보수당이 집권 노동당을 누르고 제1당에 올랐습니다. 13년만의 승리이자 노동당의 4기 연속 집권을 막은 겁니다. 그런데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다소 불안한 상태에서 새 정권이 들어서게 됐습니다. 런던에서 김태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영국 보수당이 13년 만에 제 1당이 됐습니다. 노동당은 제 2당으로 떨어졌습니다. 보수당은 기존 의석에 100석 가량을 더한 반면 노동당은 그 가까이 잃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경제난으로 국민 불만이 팽배해 있던 터, 새 대안을 모색하는 한편 노동당 장기 집권에 대한 견제심리까지 겹친 결과로 영국 언론들은 분석합니다. <인터뷰> 프란체스카 워시텔 : "노동당이 다시 하면 안 돼요. 확실히 배웠어요. 제발요." 하지만, 불완전한 승리. 보수당은 과반 의석인 326석엔 미치지 못했습니다. 돌풍의 주역, 자유민주당은 오히려 의석수가 줄었습니다. TV토론을 거치면서 한때 선두경쟁까지 벌였지만, 보수-노동 양당의 막판 표 결집 속에 찻잔 속 미풍에 그쳤습니다. 어느 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의회, 불안하게 매달려 있다는 뜻의 이른바 '헝 팔러먼트'가 지난 1974년 이후 36년 만에 출현한 겁니다. 보수당이 원내 다수당이 되긴 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입니다. <인터뷰> 로버트 헤이젤(런던대 교수) : "보통은 선거 이튿날 총리 관저에서 이삿짐이 나가는 걸 봐왔지만, '헝 의회'의 경우엔 어느 정당이 의회를 주도할 지 결정하는 데 며칠이 걸릴 것입니다." 보수당 혼자선, 내각을 구성하기도, 법안을 처리하기도 힘든 상황.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선, 연립정부 구성이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선거에서 진 노동당 역시 연립정부 구성을 통한 재집권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헝 팔러먼트'의 경우, 총리가 속한 집권당이 연정 시도의 우선권을 갖는 게 전례였습니다. 보수당을 뺀 다른 정당들을 끌어 모아 연정을 시도해보겠다는 건데, 노동당은 일단,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의 연정 협상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고든 브라운(총리/노동당수) : "보다 강하고 안정된 정부를 만들고 영국을 경제 회복으로 이끄는 것이 이번 선거 결과가 제게 준 의무입니다." 보수당은, 노동당의 연정 시도는 민의를 거스르는 일이라며 쐐기를 박고 나섰습니다. <인터뷰> 데이비드 캐머런(보수 당수) : "분명한 사실은 노동당이 더 이상 나라를 통치할 수 없게 됐다는 겁니다." 보수당의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자유민주당 등과의 연립 정부를 모색하거나, 아예, 소수파 내각을 구성하는 겁니다. 보수당은 우선, 자유민주당과의 연정협상에 나섰습니다. 두 당수가 전화통화를 갖고 정치, 경제 개혁에 대해 의견을 나눈 데 이어, 양당 간 실무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인터뷰> 데이비드 캐머런(보수 당수) : "자유민주당에게 아주 크고 열린 제안을 하려합니다. 우리가 직면한 크고 시급한 문제들을 함께 풀어나가길 바랍니다." 연정협상이 실패할 경우, 보수당 단독의 소수당 내각을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우당인 북아일랜드 신교연합당이나 법안별로 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의회를 끌고가는 방안입니다. <인터뷰> 앤드류 호킨스(선거 전문가) : "총선 결과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보수당은 소수파 내각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향후 주요 법안이 무산될 경우 내각 불신임을 뜻하기 때문에 재선거의 가능성이 커지는 등 역시 불안한 행봅니다. 현재로선, 노동당과 보수당이 각기 연정협상에 나서는 가운데, 새 정부가 구성되지 않는, 불안정한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저스틴 스튜어트(투자회사) : "'헝 의회'의 최대 문제는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몇 주간 정부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장으로선 정말 최악의 상황입니다." 어느 경우든, 제 1당에 오른 보수당의 주도가 자연스럽다는 게 영국 언론들의 대체적 분위기지만, 브라운 총리가 자유민주당 등과 공조해 내각 재구성에 성공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순 없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고든 브라운(총리/보수 당수) : "보수당이 집권하면 사회진보는 후퇴할 것입니다. 국민은 전진이 아닌 후퇴를 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노동당 주도의 연립정부보다는 보수당 주도의 연정, 정권교체가 훨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다우닝 10번가의 주인, 총리직에 가장 근접해 있는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 당수는 1966년생 올해 만 43살입니다. 시장주의자면서도, 따뜻한 보수를 주장하며 스스로를 '블레어의 상속자'로 일컬을 만큼 분배를 중시하는 중도적 성향의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데이비드 캐머런(보수 당수) : "적자를 극복하고 무너진 사회를 수습할 수 있습니다. 손상된 정치 체제에 다시 신뢰를 복원할 수 있습니다." 보수당이 새 정부를 맡더라도 산적한 과제가 만만치 않습니다. 정부 총 부채 8천 9백억 파운드, GDP 대비 62%로 신용등급 하향 설까지 나도는 상황, 정부재정 지출을 당장 줄이기 시작하겠다는 게 보수당의 공약입니다. <인터뷰> 마틴 보울즈(기업인) : "다음 주쯤 캐머런 당수가 나와서, 예상했던 것 보다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더욱 강력하고 신속한 지출 삭감이 필요하다고 말할 것입니다." 이번 영국 총선은 유럽 정계의 보수화 경향을 다시 한 번 드러냈습니다. 지난해 독일 총선에서 우파의 승리에 이은 유럽 보수화의 완결판으로도 읽힙니다. 지난 2천년, 15개 유럽연합 회원국 중 12개 나라에서 좌파가 단독으로 집권했었지만, 10년 뒤인 올해 영국에서 보수당이 실제 집권할 경우 유럽 내 좌파 정권은 이제 스페인과 그리스 등만 남게 되는 셈입니다. 유럽 좌우파의 주도권 교체 주기, 대략 10년 안팎입니다. 어느 정당이 위기의 영국을 이끌고 갈 지... 총선은 끝났지만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보수당-노동당간 지리한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의회 개원 예정일인 오는 25일 전까지는 샅바싸움의 윤곽이 잡힐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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