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10년 시간강사 월급 130만 원 ‘자살’

입력 2010.05.28 (08:54) 수정 2010.05.28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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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40대 대학 시간 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10년이나 강단에 섰던 그는 결국 교수의 꿈도, 삶도 버리며, 유서를 남겼습니다.



유서엔 최소한의 생계 유지도 어려운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지가 담겨있습니다.



이민우 기자, 그런데 유서내용이 공개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구요?



<리포트>



유서는 이렇습니다.



교수가 되려는데 돈을 요구받았다, 최소 1억 5천에서 3억 원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겁니다.



교수가 되려면 교수 자리를 사야한다는 거죠.



그런데 이 시간강사가 한 달에 받는 돈은 130만 원입니다.



두 자녀도 있습니다.



생활이 되겠습니까?



그래서 아내는 식당일을 나갔습니다.



남편이 교수가 될 거란 꿈을 가지고 말이죠.



이 어이없는 현실 앞에서 시간강사는 절망했습니다.



도대체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죽음의 길을 갔습니다.



교수를 꿈꾸던 40대 시간강사, 서모씨.



꿈은 사라지고, 흰 국화에 둘러싸인 영정 속 사진으로 남았습니다.



<인터뷰> 김지민(대학생) : “얼마나 힘드셨으면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셨을까...”



<인터뷰> 봉원진(대학생) : “다른 방법을 찾아봤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까운 생각밖에 안 드네요.”



광주의 한 사립대학.



사무실 한편에, 작은 분향소가 마련됐습니다.



영정사진 속 주인공은 이 대학 시간강사, 45살 서 모씨.



지난 화요일 밤 11시쯤,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방 안에 연탄불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겁니다.



<인터뷰> 정재호(분회장/한국 비정규교수노동조합) :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현실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남의 일이 아니다, 언젠가는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들을 하기 때문에 기분이 너무 착잡하죠.”



서씨가 타고 다니던 차 안에서 다섯 장의 유서가 발견됐습니다.



대통령 앞으로 보내는 유서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경기도의 한 대학 교수 임용에 지원했다가, 전임교수 채용을 대가로 1억 원의 돈을 요구받았다는 겁니다.



’교수 한 자리가 적게는 1억 5천만 원에서, 많게는 3억 원이 든다’며, 자신은 그런 ‘제의를 두 번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정재호(분회장/한국 비정규교수노동조합) : “그런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죠. 어느 대학은 얼마 이렇게... 어떻게 보면, 공공연한 비밀일 수도 있고요.”



서씨는 또, ‘시간강사를 그대로 두면 안 된다’면서 ‘수사를 의뢰한다’는 글을 남겼는데요.



교수 임용에 돈이 오가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서씨는 교수가 되겠다는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스스로 삶을 내려놓고 말았습니다.



<녹취> 서00(유가족) : “힘이 없었죠. 경제적으로 지쳐버린 거죠. 스스로 지쳤던 거죠.”



서씨는 지난 2000년부터 이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씨가 받은 강의료는 시간당 3만4천 원. 일주일에 10시간씩 수업하며, 한 달에 받는 강의료는 130여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녹취> 동료 시간강사 : “대학에 있는 청소하시는 일용직 근로자보다 못하다는 거죠. 최저생계비가 되지 않고, 가정을 책임질 수 없었을 것이고.”



박사 논문을 쓰기 위해, 그나마 받는 시간 강사료에 없는 돈까지 쏟아 붓기도 했습니다.



<녹취> 서00(유가족) : “마음 놓고 소주 한 잔을 못 마시는 그런 형편이었어요. 지금 이렇게 지나고 보니, 생활이 안 되는 거였어요.”



그러나 교수가 될 거란 희망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서00(유가족) : “동생은 교수가 되고 싶은 게 처음부터 목적이었어요. 어영부영하는 시간강사 아니었어요. 시간강사였지만, 자신을 자랑스러워했어요."



그러나 박사가 됐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두 자녀를 키우며 생활하기엔, 강사료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서씨의 아내가 짬짬이 식당일을 하며, 겨우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었습니다.



<녹취> 서00(유가족) : “어떻게 먹고 사는지가 의심스러운 정도예요. 제수씨가 식당일을 하니까 거의 답이 나온 거 아니에요. 오직 교수가 되어서 아내 식당일 그만 시켜야겠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항상 차있었죠.”



서씨는 유서를 통해, 대학이 끝내 ‘자신을 내쫓으려 한다’, 자신은 ‘노예였다’며 그동안 겪었던 괴로운 심경을 고백했습니다.



<녹취> 서00(유가족) : “돈이 필요 없는, 정말 실력 있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면 정말 실력 있는 교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씨와 같은 시간강사는 전국에 7만 2천여 명이나 됩니다.



급여 수준은 교수의 20%에 불과합니다.



서씨의 안타까운 죽음은, 비정규직으로 생활하는 시간강사들의 슬픈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재호(분회장/한국 비정규교수노동조합) : “(시간강사들은) 교육자로서 대우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자긍심이나 자부심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고) 경제적 현실은 그야말로 빈곤층에 있기 때문에 갈등도 대단히 크고요.”



정부는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위해 강의료 인상과 4대 보험 적용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언제 개선될지 현재로썬 불투명합니다.



<인터뷰> 조성식(부분회장/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 “(가장 급한 것은) 시간강사들이 교원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있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 처우를 대폭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삶을 정리하며 써내려간 40대 시간강사의 유서, 경찰은 유서에 담긴 교수채용 비리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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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10년 시간강사 월급 130만 원 ‘자살’
    • 입력 2010-05-28 08:54:27
    • 수정2010-05-28 22: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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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40대 대학 시간 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10년이나 강단에 섰던 그는 결국 교수의 꿈도, 삶도 버리며, 유서를 남겼습니다.

유서엔 최소한의 생계 유지도 어려운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지가 담겨있습니다.

이민우 기자, 그런데 유서내용이 공개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구요?

<리포트>

유서는 이렇습니다.

교수가 되려는데 돈을 요구받았다, 최소 1억 5천에서 3억 원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겁니다.

교수가 되려면 교수 자리를 사야한다는 거죠.

그런데 이 시간강사가 한 달에 받는 돈은 130만 원입니다.

두 자녀도 있습니다.

생활이 되겠습니까?

그래서 아내는 식당일을 나갔습니다.

남편이 교수가 될 거란 꿈을 가지고 말이죠.

이 어이없는 현실 앞에서 시간강사는 절망했습니다.

도대체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죽음의 길을 갔습니다.

교수를 꿈꾸던 40대 시간강사, 서모씨.

꿈은 사라지고, 흰 국화에 둘러싸인 영정 속 사진으로 남았습니다.

<인터뷰> 김지민(대학생) : “얼마나 힘드셨으면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셨을까...”

<인터뷰> 봉원진(대학생) : “다른 방법을 찾아봤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까운 생각밖에 안 드네요.”

광주의 한 사립대학.

사무실 한편에, 작은 분향소가 마련됐습니다.

영정사진 속 주인공은 이 대학 시간강사, 45살 서 모씨.

지난 화요일 밤 11시쯤,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방 안에 연탄불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겁니다.

<인터뷰> 정재호(분회장/한국 비정규교수노동조합) :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현실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남의 일이 아니다, 언젠가는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들을 하기 때문에 기분이 너무 착잡하죠.”

서씨가 타고 다니던 차 안에서 다섯 장의 유서가 발견됐습니다.

대통령 앞으로 보내는 유서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경기도의 한 대학 교수 임용에 지원했다가, 전임교수 채용을 대가로 1억 원의 돈을 요구받았다는 겁니다.

’교수 한 자리가 적게는 1억 5천만 원에서, 많게는 3억 원이 든다’며, 자신은 그런 ‘제의를 두 번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정재호(분회장/한국 비정규교수노동조합) : “그런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죠. 어느 대학은 얼마 이렇게... 어떻게 보면, 공공연한 비밀일 수도 있고요.”

서씨는 또, ‘시간강사를 그대로 두면 안 된다’면서 ‘수사를 의뢰한다’는 글을 남겼는데요.

교수 임용에 돈이 오가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서씨는 교수가 되겠다는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스스로 삶을 내려놓고 말았습니다.

<녹취> 서00(유가족) : “힘이 없었죠. 경제적으로 지쳐버린 거죠. 스스로 지쳤던 거죠.”

서씨는 지난 2000년부터 이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씨가 받은 강의료는 시간당 3만4천 원. 일주일에 10시간씩 수업하며, 한 달에 받는 강의료는 130여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녹취> 동료 시간강사 : “대학에 있는 청소하시는 일용직 근로자보다 못하다는 거죠. 최저생계비가 되지 않고, 가정을 책임질 수 없었을 것이고.”

박사 논문을 쓰기 위해, 그나마 받는 시간 강사료에 없는 돈까지 쏟아 붓기도 했습니다.

<녹취> 서00(유가족) : “마음 놓고 소주 한 잔을 못 마시는 그런 형편이었어요. 지금 이렇게 지나고 보니, 생활이 안 되는 거였어요.”

그러나 교수가 될 거란 희망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서00(유가족) : “동생은 교수가 되고 싶은 게 처음부터 목적이었어요. 어영부영하는 시간강사 아니었어요. 시간강사였지만, 자신을 자랑스러워했어요."

그러나 박사가 됐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두 자녀를 키우며 생활하기엔, 강사료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서씨의 아내가 짬짬이 식당일을 하며, 겨우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었습니다.

<녹취> 서00(유가족) : “어떻게 먹고 사는지가 의심스러운 정도예요. 제수씨가 식당일을 하니까 거의 답이 나온 거 아니에요. 오직 교수가 되어서 아내 식당일 그만 시켜야겠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항상 차있었죠.”

서씨는 유서를 통해, 대학이 끝내 ‘자신을 내쫓으려 한다’, 자신은 ‘노예였다’며 그동안 겪었던 괴로운 심경을 고백했습니다.

<녹취> 서00(유가족) : “돈이 필요 없는, 정말 실력 있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면 정말 실력 있는 교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씨와 같은 시간강사는 전국에 7만 2천여 명이나 됩니다.

급여 수준은 교수의 20%에 불과합니다.

서씨의 안타까운 죽음은, 비정규직으로 생활하는 시간강사들의 슬픈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재호(분회장/한국 비정규교수노동조합) : “(시간강사들은) 교육자로서 대우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자긍심이나 자부심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고) 경제적 현실은 그야말로 빈곤층에 있기 때문에 갈등도 대단히 크고요.”

정부는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위해 강의료 인상과 4대 보험 적용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언제 개선될지 현재로썬 불투명합니다.

<인터뷰> 조성식(부분회장/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 “(가장 급한 것은) 시간강사들이 교원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있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 처우를 대폭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삶을 정리하며 써내려간 40대 시간강사의 유서, 경찰은 유서에 담긴 교수채용 비리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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