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세계속으로] 인도네시아 ‘싱콩’

인도네시아 자바섬 서부에 위치한 해발 700미터가 넘는 고지대 마을입니다.

마을 주민들이 우물가 주변에 모여 앉아 갈아 놓은 작물을 열심히 씻고 있습니다.

<녹취> "지금 뭐하세요?"

<녹취> "싱콩 쌀을 만들고 있어요."

천을 두른 광주리 안에는 두부처럼 하얀 곡물이 들어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싱콩'이라고 부르는 뿌리 열매를 잘게 갈아 라시라는 쌀을 만드는데요.

가루를 씻어 햇볕에 잘 말리면 쌀처럼 밥을 지어 먹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아셉(마을 주민) : “(우리 마을에서) 싱콩 쌀을 만든 지 약 100년 정도 됐습니다.”

해발 700m 고산지대라서 논농사가 어려운 이 지역에 신이 내린 선물이 바로 고구마의 일종인 싱콩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최초로 싱콩으로 쌀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에 이 마을은 '싱콩 마을'이라고 불립니다.

싱콩은 고구마줄기처럼 줄기를 잘라 땅에 심으면 다시 싹을 틔웁니다.

<인터뷰> 수뿌리야디(마을 주민) : “요즘처럼 비가 자주 오면 자라는 속도가 상당히 빨라 2주일 후면 새싹이 나옵니다.”

이 마을의 싱콩 밭은 약 80만 ㎡에 이르는데요.

인도네시아 싱콩의 10% 이상이 이곳에서 생산됩니다.

싱콩을 갈아 말린 싱콩 쌀은 주식뿐만 아니라 간식으로도 각광받습니다.

떡처럼 찌거나 가루를 부쳐서 먹기도 하고, 때로는 싱콩을 통째로 얇게 잘라서 과자까지 만들어 먹습니다.

싱콩 잎사귀는 고구마줄기와 잎사귀처럼 나물로 먹거나 염소 먹이로도 사용됩니다.

싱콩은 잎사귀에서 줄기, 뿌리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리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이 마을의 귀중한 작물인데요.

최근에는 싱콩을 가공하는 기술을 새롭게 개발해서 관광객들을 끌어모으는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최근 싱콩을 식생활에 활용하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각국의 연수단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요.

<인터뷰> 샤르마미(방글라데시 연수단) : “(싱콩으로 만든 음식의) 맛이 매우 좋아서 저는 아주 마음에 듭니다. 특히 싱콩 쌀로 만든 음식이요.”

이렇게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이 마을 사람들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부터 싱콩에 대해 학습을 시키고 대학에 관련 학과까지 설치했습니다.

<인터뷰> 마르디까(교사) : "부모님들의 싱콩 재배 방식을 이어가게 하기 위해서, 이곳 사람들의 주식은 싱콩 쌀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싱콩에 대해 가르칩니다.)"

싱콩은 인도네시아 내에서는 흔해 빠진 구황식물로만 여겨졌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마을 주민들은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싱콩 작물로 쌀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수출품과 관광자원이 된 싱콩이 새로운 소득원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