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고시 수험생’ 한해 20만 명

입력 2010.07.08 (21:57) 수정 2010.07.09 (22:1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사법시험, 행정고시, 외무고시, 여기에 7급,9급 공무원 공채까지 합치면 한해 고시에 응시하는 수험생만 20만 명이 넘습니다.



오늘 이슈 앤 뉴스에서는 고시공화국으로 까지 불리는 우리나라의 고시 열풍 현상을 다각도로 짚어봅니다.



먼저, 박원기 기자가 시험을 앞둔 고시촌을 둘러봤습니다.



<리포트>



2차 사법시험 둘째 날, 고시촌 골목길에 검은색 모범택시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흘간 계속되는 시험기간 동안 고시생들을 시험장까지 태우고 갈 전세 택시들입니다.



택시 안에서도, 길에서도 1분 1초가 아쉬운 수험생들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합니다.



<인터뷰>김상철(사법시험 2차 수험생):"마음에 부담이죠. 합격해야 하니까! 합격해야 하는 부담이 가장 힘들죠."



’1차’라는 산을 넘고 맞은 ’2차’라는 더 험하고 높은 산,



합격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잠도 편히 잘 수 없습니다.



<인터뷰>강재완(행정고시 2차 수험생):"시험장 들어가야 하는데 문제 하나도 몰라서 절망스러웠던 악몽을 꾼 적 있다."



올해 2차 사법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은 가운데는 40대도 적지 않습니다.



10년 넘게 계속 고시에 매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김△△(고시생):"올해 한번 더 해보고 내년 한 번 더 해보고 이렇다 보면 1년 2년 금방 가버리게 되고 요. 그럴수록 오히려 또 여기서 벗어나기는 힘들어지고…"



합격하면 ’가문의 영광’이라는 고시, 하지만, 합격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는 수험생들은 아쉬움의 끈을 놓지 못하고 고시촌에서 청춘을 보내고 있습니다.



<질문> 앞서 고시에 합격하면 가문의 영광이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꿈을 이루는 사람은 늘 소수이고 그래서, 고시생들이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 같습니다.



강민수 기자, 신림동이나 노량진의 고시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 검진한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네, 고시촌 생활이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더 고생하고 계시는 부모님 때문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건강검진 결과 고시생들의 우울증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는데요.



검사를 받은 고시생 10명 중 6명이 우울증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 1명 정도는 정밀검진이나 치료가 필요한 고도의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일반인들보다 5배 높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대학가에서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박대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사물놀이 연습에 한창인 이 풍물동아리에 최근 비상이 걸렸습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회원 세 명이 동아리를 탈퇴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이귀재(중앙대 풍물동아리 회원):"안정적인 이미지인 공무원을 많이 찾는 거 같아요. 특히 저희같이 연습 많이 하는 동아리는 회원들이 많이 빠져나가는 추세예요."



전공을 살리기보다는 안정성을 택해서 인문대와 이공대 학생들까지 고시 대열에 끼어들고 있습니다.



<녹취>김○○(공대 출신 고시준비생):"전공 살려서 취직해도 정년까지 가기도 어렵고, 안정적인 것 같아서 고시를 시작하게 됐어요."



졸업 후 진로를 정하지 못한 경우 일단 고시에 도전하고 보는 대학생들도 많습니다.



<인터뷰>윤재영(서울대 정외과 3학년):"그렇게 열정을 쏟아부을 만한 그런 거를 아직은 못 찾은 거 같고…"



<인터뷰>민국화(서울대 정외과 3학년):"저는 그냥 딱히 하고 싶은 거 없어서!"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대학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있는 학생들 대부분은 각종 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들입니다.



<질문> 앞서 리포트 보니까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이 사실상 고시에 빠져, 고시학원으로 변하고 있다는 걱정이 듭니다.



강민수 기자, 이달 말 치러지는 7급 공무원 시험 경쟁율도 100대 일이 넘는 다면서요?



<답변>



네, 446명을 뽑는데 무려 5만 1,452명이 지원했습니다.



고려나 조선시대의 과거시험처럼, 시험을 통해 뽑는 공무원이 1,0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최고 인기직업의 위치를 계속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양한 직업이 생겨난 요즘 시대에 이렇게 고시에 많은 젊은이들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요?



이른바 ’고시 쏠림’ 현상의 이유와 그 대안을 양성모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90년대에는 고시의 인기가 한때 수그러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일류 기업 취업이 젊은이들의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IMF 이후 아버지 세대들이 기업에서 구조조정 당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젊은이들의 생각은 다시 바뀌었습니다.



<인터뷰>이철선(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97년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에 대학생들이 구직에 있어 안정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렸합니다."



일단 시험에 합격만 하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고시 열풍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합격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장기간의 시험공부에 따른 개인과 사회적 낭비도 심각합니다.



<인터뷰>이재경(이화여대 교수):"만약 통과를 못 하면 시험을 1년 준비 했다면, 1년의 시간을 몽땅 낭비한 결과가 됩니다."



정부 입장에서도 필기시험으로 사람을 뽑다 보니 전문가를 채용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인턴제와 개방형 채용 등을 확대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양한 전문가를 공무원으로 뽑아서, 고시 쏠림 현상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질문> 누구나 개인적으로는 고시의 꿈을 가질 수는 있겠습니다만 세계와 무한경쟁하는 글로벌 시대에 고시쏠림 현상이 가져올 폐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습니다.



고시 말고도 젊은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대안을 당장,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일단 고용 시장을 안정시켜야 하고, 이공계 인재를 우대해야 합니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분야에 젊은이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도 필요합니다.



능력있는 젊은이들이 고시 한 방향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꿈과 역량을 키우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뉴스] ‘고시 수험생’ 한해 20만 명
    • 입력 2010-07-08 21:57:30
    • 수정2010-07-09 22:12:53
    뉴스 9
<앵커 멘트>

사법시험, 행정고시, 외무고시, 여기에 7급,9급 공무원 공채까지 합치면 한해 고시에 응시하는 수험생만 20만 명이 넘습니다.

오늘 이슈 앤 뉴스에서는 고시공화국으로 까지 불리는 우리나라의 고시 열풍 현상을 다각도로 짚어봅니다.

먼저, 박원기 기자가 시험을 앞둔 고시촌을 둘러봤습니다.

<리포트>

2차 사법시험 둘째 날, 고시촌 골목길에 검은색 모범택시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흘간 계속되는 시험기간 동안 고시생들을 시험장까지 태우고 갈 전세 택시들입니다.

택시 안에서도, 길에서도 1분 1초가 아쉬운 수험생들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합니다.

<인터뷰>김상철(사법시험 2차 수험생):"마음에 부담이죠. 합격해야 하니까! 합격해야 하는 부담이 가장 힘들죠."

’1차’라는 산을 넘고 맞은 ’2차’라는 더 험하고 높은 산,

합격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잠도 편히 잘 수 없습니다.

<인터뷰>강재완(행정고시 2차 수험생):"시험장 들어가야 하는데 문제 하나도 몰라서 절망스러웠던 악몽을 꾼 적 있다."

올해 2차 사법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은 가운데는 40대도 적지 않습니다.

10년 넘게 계속 고시에 매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김△△(고시생):"올해 한번 더 해보고 내년 한 번 더 해보고 이렇다 보면 1년 2년 금방 가버리게 되고 요. 그럴수록 오히려 또 여기서 벗어나기는 힘들어지고…"

합격하면 ’가문의 영광’이라는 고시, 하지만, 합격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는 수험생들은 아쉬움의 끈을 놓지 못하고 고시촌에서 청춘을 보내고 있습니다.

<질문> 앞서 고시에 합격하면 가문의 영광이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꿈을 이루는 사람은 늘 소수이고 그래서, 고시생들이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 같습니다.

강민수 기자, 신림동이나 노량진의 고시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 검진한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네, 고시촌 생활이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더 고생하고 계시는 부모님 때문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건강검진 결과 고시생들의 우울증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는데요.

검사를 받은 고시생 10명 중 6명이 우울증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 1명 정도는 정밀검진이나 치료가 필요한 고도의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일반인들보다 5배 높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대학가에서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박대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사물놀이 연습에 한창인 이 풍물동아리에 최근 비상이 걸렸습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회원 세 명이 동아리를 탈퇴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이귀재(중앙대 풍물동아리 회원):"안정적인 이미지인 공무원을 많이 찾는 거 같아요. 특히 저희같이 연습 많이 하는 동아리는 회원들이 많이 빠져나가는 추세예요."

전공을 살리기보다는 안정성을 택해서 인문대와 이공대 학생들까지 고시 대열에 끼어들고 있습니다.

<녹취>김○○(공대 출신 고시준비생):"전공 살려서 취직해도 정년까지 가기도 어렵고, 안정적인 것 같아서 고시를 시작하게 됐어요."

졸업 후 진로를 정하지 못한 경우 일단 고시에 도전하고 보는 대학생들도 많습니다.

<인터뷰>윤재영(서울대 정외과 3학년):"그렇게 열정을 쏟아부을 만한 그런 거를 아직은 못 찾은 거 같고…"

<인터뷰>민국화(서울대 정외과 3학년):"저는 그냥 딱히 하고 싶은 거 없어서!"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대학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있는 학생들 대부분은 각종 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들입니다.

<질문> 앞서 리포트 보니까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이 사실상 고시에 빠져, 고시학원으로 변하고 있다는 걱정이 듭니다.

강민수 기자, 이달 말 치러지는 7급 공무원 시험 경쟁율도 100대 일이 넘는 다면서요?

<답변>

네, 446명을 뽑는데 무려 5만 1,452명이 지원했습니다.

고려나 조선시대의 과거시험처럼, 시험을 통해 뽑는 공무원이 1,0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최고 인기직업의 위치를 계속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양한 직업이 생겨난 요즘 시대에 이렇게 고시에 많은 젊은이들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요?

이른바 ’고시 쏠림’ 현상의 이유와 그 대안을 양성모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90년대에는 고시의 인기가 한때 수그러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일류 기업 취업이 젊은이들의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IMF 이후 아버지 세대들이 기업에서 구조조정 당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젊은이들의 생각은 다시 바뀌었습니다.

<인터뷰>이철선(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97년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에 대학생들이 구직에 있어 안정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렸합니다."

일단 시험에 합격만 하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고시 열풍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합격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장기간의 시험공부에 따른 개인과 사회적 낭비도 심각합니다.

<인터뷰>이재경(이화여대 교수):"만약 통과를 못 하면 시험을 1년 준비 했다면, 1년의 시간을 몽땅 낭비한 결과가 됩니다."

정부 입장에서도 필기시험으로 사람을 뽑다 보니 전문가를 채용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인턴제와 개방형 채용 등을 확대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양한 전문가를 공무원으로 뽑아서, 고시 쏠림 현상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질문> 누구나 개인적으로는 고시의 꿈을 가질 수는 있겠습니다만 세계와 무한경쟁하는 글로벌 시대에 고시쏠림 현상이 가져올 폐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습니다.

고시 말고도 젊은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대안을 당장,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일단 고용 시장을 안정시켜야 하고, 이공계 인재를 우대해야 합니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분야에 젊은이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도 필요합니다.

능력있는 젊은이들이 고시 한 방향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꿈과 역량을 키우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