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10대 성매매’ 경보
입력 2010.07.18 (08:50)
수정 2010.07.1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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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0대 성 매매 문제가 유럽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상당수 사례가 인신매매와 관계돼 있습니다.
이같은 범죄에 맞서기 위해 사회단체를 조직해 행동에 나선 사람들이 있는데요..그 주축은 어머니들입니다.
최재현 특파원이 10대 성매매 실태를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성 매매의 마수에서 벗어난 두 명의 네덜란드 소녀와, 그들을 돌보는 사회단체의 후원자들, 가슴 아픈 상처가 맺어준 새 가족이, 모처럼 호숫가에 나왔습니다. 자신을 엔젤이라 불러달라고 한 소녀는 15살, 또 다른 이 소녀도 2년 넘게 성 매매를 강요당했습니다. 이들을 돌보는 여성은 사회단체의 대표이기도 한 아니타, 그 자신도 성 매매 조직에서 딸을 구출했던 어머니였습니다
<녹취> "아가야 잠들어라, 잠들어라."
노랫말처럼, 끔찍했던 기억을 잠재우고 싶지만, 그들의 뇌리에서, 악몽은 쉽게 떠나지 않습니다.
<인터뷰> 엔젤 (15살) :"보통 땐 잘 기억이 나지 않다가도, 불쑥, 그때 일이 생각나기도 해요. 다시 말하기가 두려울 정도입니다."
이튿날, 아니타의 집을 방문했을 때, 취재진은 안타깝고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성 매매를 강요당한 정신적 후유증으로 엔젤이 고통받는 모습이었습니다. 당시의 악몽이 떠오르는 듯 시선이 흐려지더니, 이내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뭔가를 막으려는 것처럼 두 팔로 얼굴을 감싸고, 공포감에 몸서리치기도 합니다. 그녀를 도와주려 애쓰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녹취> "내 말이 들리니?"
이 10대 소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정신을 잃곤 합니다. 때때로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기도 하기 때문에 그녀의 지킴이들은 늘 신경을 써야 합니다.
<녹취> "이제 괜찮니?, 이젠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인터뷰> 엔젤 : "감금당해 성 매매를 강요받았던 끔찍한 순간에도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서 탈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엔젤을 볼 때마다 아니타는 과거 성 매매 조직에서 되찾았던 자신의 딸을 생각합니다.
갑작스레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어머니는 거리 구석구석을 헤맸습니다. 본 적이 없다는 말에 낙담하고 있을 때, 휴대 전화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녹취> "너 어디니? 어디야? 주변에 뭐가 보이니?"
딸은 성 매매 조직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했다면서, 다시 붙잡히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했습니다. 긴장감 속에서 모녀는 극적으로 다시 만났습니다.
<녹취> "이젠 안심해도 돼. 엄마가 곁에 있으니까."
<인터뷰> 안젤리카 : "정신이 몽롱해지는 마약 같은걸 억지로 먹여서 매일 같이 강제로 성 매매를 시켰어요."
딸에게서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가족은 분노했습니다.
<인터뷰> 요디(안젤리카 남동생) : "한동안은 무작정 도심을 헤매고 다니면서, 누나에게 고통을 안겨준 자들을 찾아다녔어요. 만약 봤다면 제가 무슨 일을 저질렀을지 모릅니다."
어머니는 한발 더 나아가, 이 비열한 범죄에 맞서기로 했습니다. 성 매매 피해 소녀의 소재 파악과 보호 등을 돕는 시민 단체를 조직한 겁니다. 이들 범죄 조직은 평범한 10대 여학생에게 접근해, 처음엔 환심을 샀다가 나중엔 협박과 폭력으로 성 매매를 강요한다고 합니다.
<인터뷰> 아니타 : "가족들 사진을 몰래 찍어서 그 위에 총을 놓고는 자신들이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무서운 일이 생길 거리고 협박했답니다."
유럽 곳곳에서 그녀를 돕겠다고 나선 어머니들은 이 단체의 든든한 후원잡니다. 사흘 전, 이곳을 찾은 이 여성은 지금은 은퇴한, 독일의 전직 경찰 국장입니다.
<인터뷰> 칸네만 : "1년 전 만해도 도움을 호소했던 10대 소녀들이 일주일에 다섯 명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하루에만, 많게는 10명까지 상담을 요청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 매매 조직은 10대 소녀들에게 친구처럼 접근합니다. 일단 유인에 성공하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면서, 마치 상품처럼 소녀들을 사고 팔기도 합니다. 이 범죄의 피해자는 소녀 한 명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들의 부모와 가정 또한 형언하기 힘든 고통을 겪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범죄 조직의 협박을 피해 아니타 집에서 머물고 있는 엔젤이, 부모님을 만났습니다. 남부럽지 않은 가정, 하지만, 예기치 않게 찾아온 충격은 온 가족에 고통의 그늘을 드리웠습니다.
<인터뷰> 아투어(엔젤 아버지) : "가슴이 너무 아파요, 가슴이. 제 딸이니까요. 막연한 자책감에 괴로울 때도 많았습니다."
부모는 밝은 표정으로 이 어두운 그늘을 감추려 합니다. 하지만, 15살 난 딸은, 부모의 가슴에 응어리진 고통을 알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엔젤 :"부모님 눈빛에서 아픔을 느낄 때 저 역시 무척, 가슴이 아프답니다."
지금껏 10대 성 매매는 일부 동유럽이나 가난한 아시아 국가의 문제로만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서유럽에서도 확산 되는 추세라고 합니다.
<인터뷰> 칸네만 :"일부 가정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사나 교수, 심지어 경찰관의 딸들까지도 성 매매 조직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끔찍한 삶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뒤에도, 정상적인 사회 복귀는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출소하면 보복하겠다는 협박에, 범죄 피해의 증언을 포기하는 소녀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인터뷰> 프리덴슈타프( 변호사) : "피해자 입장에선 증거를 대야 합니다만, 그게 쉽지 않습니다. 어려움이 많죠. 그래서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때문에, 수십 년의 중형으로 죄를 다스려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지만, 유럽 각국의 현실은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합니다.
<인터뷰> 마우레아(독일 청소년 보호 단체) : "체계적으로 정리된 실태 자료가 부족할 정도로 사회적 관심이 적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사이, 이 사회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져 가고 있습니다."
10대 성 매매와 맞서는 사회단체의 홈페이지엔, 범죄 조직이 빼돌려 버린 소녀들의 사진이 올라 있습니다. 모두가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았던 어느 부모의 자식들, 가족과 경찰이 애타게 찾고 있는 이 소녀의 나이는 16살입니다. 그래서 10대 성 매매와의 전쟁에 동참하는 유럽의 어머니들은 늘고 있습니다. 자식을 되찾아오는 모성의 힘을 반드시 보여주겠다는 결의가, 유럽 곳곳에서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10대 성 매매 문제가 유럽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상당수 사례가 인신매매와 관계돼 있습니다.
이같은 범죄에 맞서기 위해 사회단체를 조직해 행동에 나선 사람들이 있는데요..그 주축은 어머니들입니다.
최재현 특파원이 10대 성매매 실태를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성 매매의 마수에서 벗어난 두 명의 네덜란드 소녀와, 그들을 돌보는 사회단체의 후원자들, 가슴 아픈 상처가 맺어준 새 가족이, 모처럼 호숫가에 나왔습니다. 자신을 엔젤이라 불러달라고 한 소녀는 15살, 또 다른 이 소녀도 2년 넘게 성 매매를 강요당했습니다. 이들을 돌보는 여성은 사회단체의 대표이기도 한 아니타, 그 자신도 성 매매 조직에서 딸을 구출했던 어머니였습니다
<녹취> "아가야 잠들어라, 잠들어라."
노랫말처럼, 끔찍했던 기억을 잠재우고 싶지만, 그들의 뇌리에서, 악몽은 쉽게 떠나지 않습니다.
<인터뷰> 엔젤 (15살) :"보통 땐 잘 기억이 나지 않다가도, 불쑥, 그때 일이 생각나기도 해요. 다시 말하기가 두려울 정도입니다."
이튿날, 아니타의 집을 방문했을 때, 취재진은 안타깝고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성 매매를 강요당한 정신적 후유증으로 엔젤이 고통받는 모습이었습니다. 당시의 악몽이 떠오르는 듯 시선이 흐려지더니, 이내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뭔가를 막으려는 것처럼 두 팔로 얼굴을 감싸고, 공포감에 몸서리치기도 합니다. 그녀를 도와주려 애쓰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녹취> "내 말이 들리니?"
이 10대 소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정신을 잃곤 합니다. 때때로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기도 하기 때문에 그녀의 지킴이들은 늘 신경을 써야 합니다.
<녹취> "이제 괜찮니?, 이젠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인터뷰> 엔젤 : "감금당해 성 매매를 강요받았던 끔찍한 순간에도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서 탈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엔젤을 볼 때마다 아니타는 과거 성 매매 조직에서 되찾았던 자신의 딸을 생각합니다.
갑작스레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어머니는 거리 구석구석을 헤맸습니다. 본 적이 없다는 말에 낙담하고 있을 때, 휴대 전화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녹취> "너 어디니? 어디야? 주변에 뭐가 보이니?"
딸은 성 매매 조직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했다면서, 다시 붙잡히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했습니다. 긴장감 속에서 모녀는 극적으로 다시 만났습니다.
<녹취> "이젠 안심해도 돼. 엄마가 곁에 있으니까."
<인터뷰> 안젤리카 : "정신이 몽롱해지는 마약 같은걸 억지로 먹여서 매일 같이 강제로 성 매매를 시켰어요."
딸에게서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가족은 분노했습니다.
<인터뷰> 요디(안젤리카 남동생) : "한동안은 무작정 도심을 헤매고 다니면서, 누나에게 고통을 안겨준 자들을 찾아다녔어요. 만약 봤다면 제가 무슨 일을 저질렀을지 모릅니다."
어머니는 한발 더 나아가, 이 비열한 범죄에 맞서기로 했습니다. 성 매매 피해 소녀의 소재 파악과 보호 등을 돕는 시민 단체를 조직한 겁니다. 이들 범죄 조직은 평범한 10대 여학생에게 접근해, 처음엔 환심을 샀다가 나중엔 협박과 폭력으로 성 매매를 강요한다고 합니다.
<인터뷰> 아니타 : "가족들 사진을 몰래 찍어서 그 위에 총을 놓고는 자신들이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무서운 일이 생길 거리고 협박했답니다."
유럽 곳곳에서 그녀를 돕겠다고 나선 어머니들은 이 단체의 든든한 후원잡니다. 사흘 전, 이곳을 찾은 이 여성은 지금은 은퇴한, 독일의 전직 경찰 국장입니다.
<인터뷰> 칸네만 : "1년 전 만해도 도움을 호소했던 10대 소녀들이 일주일에 다섯 명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하루에만, 많게는 10명까지 상담을 요청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 매매 조직은 10대 소녀들에게 친구처럼 접근합니다. 일단 유인에 성공하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면서, 마치 상품처럼 소녀들을 사고 팔기도 합니다. 이 범죄의 피해자는 소녀 한 명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들의 부모와 가정 또한 형언하기 힘든 고통을 겪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범죄 조직의 협박을 피해 아니타 집에서 머물고 있는 엔젤이, 부모님을 만났습니다. 남부럽지 않은 가정, 하지만, 예기치 않게 찾아온 충격은 온 가족에 고통의 그늘을 드리웠습니다.
<인터뷰> 아투어(엔젤 아버지) : "가슴이 너무 아파요, 가슴이. 제 딸이니까요. 막연한 자책감에 괴로울 때도 많았습니다."
부모는 밝은 표정으로 이 어두운 그늘을 감추려 합니다. 하지만, 15살 난 딸은, 부모의 가슴에 응어리진 고통을 알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엔젤 :"부모님 눈빛에서 아픔을 느낄 때 저 역시 무척, 가슴이 아프답니다."
지금껏 10대 성 매매는 일부 동유럽이나 가난한 아시아 국가의 문제로만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서유럽에서도 확산 되는 추세라고 합니다.
<인터뷰> 칸네만 :"일부 가정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사나 교수, 심지어 경찰관의 딸들까지도 성 매매 조직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끔찍한 삶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뒤에도, 정상적인 사회 복귀는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출소하면 보복하겠다는 협박에, 범죄 피해의 증언을 포기하는 소녀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인터뷰> 프리덴슈타프( 변호사) : "피해자 입장에선 증거를 대야 합니다만, 그게 쉽지 않습니다. 어려움이 많죠. 그래서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때문에, 수십 년의 중형으로 죄를 다스려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지만, 유럽 각국의 현실은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합니다.
<인터뷰> 마우레아(독일 청소년 보호 단체) : "체계적으로 정리된 실태 자료가 부족할 정도로 사회적 관심이 적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사이, 이 사회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져 가고 있습니다."
10대 성 매매와 맞서는 사회단체의 홈페이지엔, 범죄 조직이 빼돌려 버린 소녀들의 사진이 올라 있습니다. 모두가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았던 어느 부모의 자식들, 가족과 경찰이 애타게 찾고 있는 이 소녀의 나이는 16살입니다. 그래서 10대 성 매매와의 전쟁에 동참하는 유럽의 어머니들은 늘고 있습니다. 자식을 되찾아오는 모성의 힘을 반드시 보여주겠다는 결의가, 유럽 곳곳에서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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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0-07-18 08:50:55
- 수정2010-07-18 09: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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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성 매매 문제가 유럽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상당수 사례가 인신매매와 관계돼 있습니다.
이같은 범죄에 맞서기 위해 사회단체를 조직해 행동에 나선 사람들이 있는데요..그 주축은 어머니들입니다.
최재현 특파원이 10대 성매매 실태를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성 매매의 마수에서 벗어난 두 명의 네덜란드 소녀와, 그들을 돌보는 사회단체의 후원자들, 가슴 아픈 상처가 맺어준 새 가족이, 모처럼 호숫가에 나왔습니다. 자신을 엔젤이라 불러달라고 한 소녀는 15살, 또 다른 이 소녀도 2년 넘게 성 매매를 강요당했습니다. 이들을 돌보는 여성은 사회단체의 대표이기도 한 아니타, 그 자신도 성 매매 조직에서 딸을 구출했던 어머니였습니다
<녹취> "아가야 잠들어라, 잠들어라."
노랫말처럼, 끔찍했던 기억을 잠재우고 싶지만, 그들의 뇌리에서, 악몽은 쉽게 떠나지 않습니다.
<인터뷰> 엔젤 (15살) :"보통 땐 잘 기억이 나지 않다가도, 불쑥, 그때 일이 생각나기도 해요. 다시 말하기가 두려울 정도입니다."
이튿날, 아니타의 집을 방문했을 때, 취재진은 안타깝고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성 매매를 강요당한 정신적 후유증으로 엔젤이 고통받는 모습이었습니다. 당시의 악몽이 떠오르는 듯 시선이 흐려지더니, 이내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뭔가를 막으려는 것처럼 두 팔로 얼굴을 감싸고, 공포감에 몸서리치기도 합니다. 그녀를 도와주려 애쓰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녹취> "내 말이 들리니?"
이 10대 소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정신을 잃곤 합니다. 때때로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기도 하기 때문에 그녀의 지킴이들은 늘 신경을 써야 합니다.
<녹취> "이제 괜찮니?, 이젠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인터뷰> 엔젤 : "감금당해 성 매매를 강요받았던 끔찍한 순간에도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서 탈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엔젤을 볼 때마다 아니타는 과거 성 매매 조직에서 되찾았던 자신의 딸을 생각합니다.
갑작스레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어머니는 거리 구석구석을 헤맸습니다. 본 적이 없다는 말에 낙담하고 있을 때, 휴대 전화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녹취> "너 어디니? 어디야? 주변에 뭐가 보이니?"
딸은 성 매매 조직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했다면서, 다시 붙잡히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했습니다. 긴장감 속에서 모녀는 극적으로 다시 만났습니다.
<녹취> "이젠 안심해도 돼. 엄마가 곁에 있으니까."
<인터뷰> 안젤리카 : "정신이 몽롱해지는 마약 같은걸 억지로 먹여서 매일 같이 강제로 성 매매를 시켰어요."
딸에게서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가족은 분노했습니다.
<인터뷰> 요디(안젤리카 남동생) : "한동안은 무작정 도심을 헤매고 다니면서, 누나에게 고통을 안겨준 자들을 찾아다녔어요. 만약 봤다면 제가 무슨 일을 저질렀을지 모릅니다."
어머니는 한발 더 나아가, 이 비열한 범죄에 맞서기로 했습니다. 성 매매 피해 소녀의 소재 파악과 보호 등을 돕는 시민 단체를 조직한 겁니다. 이들 범죄 조직은 평범한 10대 여학생에게 접근해, 처음엔 환심을 샀다가 나중엔 협박과 폭력으로 성 매매를 강요한다고 합니다.
<인터뷰> 아니타 : "가족들 사진을 몰래 찍어서 그 위에 총을 놓고는 자신들이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무서운 일이 생길 거리고 협박했답니다."
유럽 곳곳에서 그녀를 돕겠다고 나선 어머니들은 이 단체의 든든한 후원잡니다. 사흘 전, 이곳을 찾은 이 여성은 지금은 은퇴한, 독일의 전직 경찰 국장입니다.
<인터뷰> 칸네만 : "1년 전 만해도 도움을 호소했던 10대 소녀들이 일주일에 다섯 명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하루에만, 많게는 10명까지 상담을 요청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 매매 조직은 10대 소녀들에게 친구처럼 접근합니다. 일단 유인에 성공하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면서, 마치 상품처럼 소녀들을 사고 팔기도 합니다. 이 범죄의 피해자는 소녀 한 명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들의 부모와 가정 또한 형언하기 힘든 고통을 겪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범죄 조직의 협박을 피해 아니타 집에서 머물고 있는 엔젤이, 부모님을 만났습니다. 남부럽지 않은 가정, 하지만, 예기치 않게 찾아온 충격은 온 가족에 고통의 그늘을 드리웠습니다.
<인터뷰> 아투어(엔젤 아버지) : "가슴이 너무 아파요, 가슴이. 제 딸이니까요. 막연한 자책감에 괴로울 때도 많았습니다."
부모는 밝은 표정으로 이 어두운 그늘을 감추려 합니다. 하지만, 15살 난 딸은, 부모의 가슴에 응어리진 고통을 알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엔젤 :"부모님 눈빛에서 아픔을 느낄 때 저 역시 무척, 가슴이 아프답니다."
지금껏 10대 성 매매는 일부 동유럽이나 가난한 아시아 국가의 문제로만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서유럽에서도 확산 되는 추세라고 합니다.
<인터뷰> 칸네만 :"일부 가정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사나 교수, 심지어 경찰관의 딸들까지도 성 매매 조직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끔찍한 삶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뒤에도, 정상적인 사회 복귀는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출소하면 보복하겠다는 협박에, 범죄 피해의 증언을 포기하는 소녀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인터뷰> 프리덴슈타프( 변호사) : "피해자 입장에선 증거를 대야 합니다만, 그게 쉽지 않습니다. 어려움이 많죠. 그래서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때문에, 수십 년의 중형으로 죄를 다스려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지만, 유럽 각국의 현실은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합니다.
<인터뷰> 마우레아(독일 청소년 보호 단체) : "체계적으로 정리된 실태 자료가 부족할 정도로 사회적 관심이 적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사이, 이 사회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져 가고 있습니다."
10대 성 매매와 맞서는 사회단체의 홈페이지엔, 범죄 조직이 빼돌려 버린 소녀들의 사진이 올라 있습니다. 모두가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았던 어느 부모의 자식들, 가족과 경찰이 애타게 찾고 있는 이 소녀의 나이는 16살입니다. 그래서 10대 성 매매와의 전쟁에 동참하는 유럽의 어머니들은 늘고 있습니다. 자식을 되찾아오는 모성의 힘을 반드시 보여주겠다는 결의가, 유럽 곳곳에서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10대 성 매매 문제가 유럽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상당수 사례가 인신매매와 관계돼 있습니다.
이같은 범죄에 맞서기 위해 사회단체를 조직해 행동에 나선 사람들이 있는데요..그 주축은 어머니들입니다.
최재현 특파원이 10대 성매매 실태를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성 매매의 마수에서 벗어난 두 명의 네덜란드 소녀와, 그들을 돌보는 사회단체의 후원자들, 가슴 아픈 상처가 맺어준 새 가족이, 모처럼 호숫가에 나왔습니다. 자신을 엔젤이라 불러달라고 한 소녀는 15살, 또 다른 이 소녀도 2년 넘게 성 매매를 강요당했습니다. 이들을 돌보는 여성은 사회단체의 대표이기도 한 아니타, 그 자신도 성 매매 조직에서 딸을 구출했던 어머니였습니다
<녹취> "아가야 잠들어라, 잠들어라."
노랫말처럼, 끔찍했던 기억을 잠재우고 싶지만, 그들의 뇌리에서, 악몽은 쉽게 떠나지 않습니다.
<인터뷰> 엔젤 (15살) :"보통 땐 잘 기억이 나지 않다가도, 불쑥, 그때 일이 생각나기도 해요. 다시 말하기가 두려울 정도입니다."
이튿날, 아니타의 집을 방문했을 때, 취재진은 안타깝고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성 매매를 강요당한 정신적 후유증으로 엔젤이 고통받는 모습이었습니다. 당시의 악몽이 떠오르는 듯 시선이 흐려지더니, 이내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뭔가를 막으려는 것처럼 두 팔로 얼굴을 감싸고, 공포감에 몸서리치기도 합니다. 그녀를 도와주려 애쓰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녹취> "내 말이 들리니?"
이 10대 소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정신을 잃곤 합니다. 때때로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기도 하기 때문에 그녀의 지킴이들은 늘 신경을 써야 합니다.
<녹취> "이제 괜찮니?, 이젠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인터뷰> 엔젤 : "감금당해 성 매매를 강요받았던 끔찍한 순간에도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서 탈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엔젤을 볼 때마다 아니타는 과거 성 매매 조직에서 되찾았던 자신의 딸을 생각합니다.
갑작스레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어머니는 거리 구석구석을 헤맸습니다. 본 적이 없다는 말에 낙담하고 있을 때, 휴대 전화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녹취> "너 어디니? 어디야? 주변에 뭐가 보이니?"
딸은 성 매매 조직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했다면서, 다시 붙잡히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했습니다. 긴장감 속에서 모녀는 극적으로 다시 만났습니다.
<녹취> "이젠 안심해도 돼. 엄마가 곁에 있으니까."
<인터뷰> 안젤리카 : "정신이 몽롱해지는 마약 같은걸 억지로 먹여서 매일 같이 강제로 성 매매를 시켰어요."
딸에게서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가족은 분노했습니다.
<인터뷰> 요디(안젤리카 남동생) : "한동안은 무작정 도심을 헤매고 다니면서, 누나에게 고통을 안겨준 자들을 찾아다녔어요. 만약 봤다면 제가 무슨 일을 저질렀을지 모릅니다."
어머니는 한발 더 나아가, 이 비열한 범죄에 맞서기로 했습니다. 성 매매 피해 소녀의 소재 파악과 보호 등을 돕는 시민 단체를 조직한 겁니다. 이들 범죄 조직은 평범한 10대 여학생에게 접근해, 처음엔 환심을 샀다가 나중엔 협박과 폭력으로 성 매매를 강요한다고 합니다.
<인터뷰> 아니타 : "가족들 사진을 몰래 찍어서 그 위에 총을 놓고는 자신들이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무서운 일이 생길 거리고 협박했답니다."
유럽 곳곳에서 그녀를 돕겠다고 나선 어머니들은 이 단체의 든든한 후원잡니다. 사흘 전, 이곳을 찾은 이 여성은 지금은 은퇴한, 독일의 전직 경찰 국장입니다.
<인터뷰> 칸네만 : "1년 전 만해도 도움을 호소했던 10대 소녀들이 일주일에 다섯 명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하루에만, 많게는 10명까지 상담을 요청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 매매 조직은 10대 소녀들에게 친구처럼 접근합니다. 일단 유인에 성공하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면서, 마치 상품처럼 소녀들을 사고 팔기도 합니다. 이 범죄의 피해자는 소녀 한 명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들의 부모와 가정 또한 형언하기 힘든 고통을 겪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범죄 조직의 협박을 피해 아니타 집에서 머물고 있는 엔젤이, 부모님을 만났습니다. 남부럽지 않은 가정, 하지만, 예기치 않게 찾아온 충격은 온 가족에 고통의 그늘을 드리웠습니다.
<인터뷰> 아투어(엔젤 아버지) : "가슴이 너무 아파요, 가슴이. 제 딸이니까요. 막연한 자책감에 괴로울 때도 많았습니다."
부모는 밝은 표정으로 이 어두운 그늘을 감추려 합니다. 하지만, 15살 난 딸은, 부모의 가슴에 응어리진 고통을 알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엔젤 :"부모님 눈빛에서 아픔을 느낄 때 저 역시 무척, 가슴이 아프답니다."
지금껏 10대 성 매매는 일부 동유럽이나 가난한 아시아 국가의 문제로만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서유럽에서도 확산 되는 추세라고 합니다.
<인터뷰> 칸네만 :"일부 가정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사나 교수, 심지어 경찰관의 딸들까지도 성 매매 조직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끔찍한 삶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뒤에도, 정상적인 사회 복귀는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출소하면 보복하겠다는 협박에, 범죄 피해의 증언을 포기하는 소녀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인터뷰> 프리덴슈타프( 변호사) : "피해자 입장에선 증거를 대야 합니다만, 그게 쉽지 않습니다. 어려움이 많죠. 그래서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때문에, 수십 년의 중형으로 죄를 다스려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지만, 유럽 각국의 현실은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합니다.
<인터뷰> 마우레아(독일 청소년 보호 단체) : "체계적으로 정리된 실태 자료가 부족할 정도로 사회적 관심이 적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사이, 이 사회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져 가고 있습니다."
10대 성 매매와 맞서는 사회단체의 홈페이지엔, 범죄 조직이 빼돌려 버린 소녀들의 사진이 올라 있습니다. 모두가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았던 어느 부모의 자식들, 가족과 경찰이 애타게 찾고 있는 이 소녀의 나이는 16살입니다. 그래서 10대 성 매매와의 전쟁에 동참하는 유럽의 어머니들은 늘고 있습니다. 자식을 되찾아오는 모성의 힘을 반드시 보여주겠다는 결의가, 유럽 곳곳에서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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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현 기자 hyu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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