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 전선’에 뛰어든 사람들

입력 2010.07.18 (08:50) 수정 2010.07.1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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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본의 오랜 경기 침체가 직장인들을 부업 전선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낮에는 본업을 하고 밤에는 부업을 하는 이른바 ‘투잡스족’이 급증하고 있는데요.. 과외 교사나 대리 운전, 슈퍼마켓 점원 등 부업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직장에서 급료가 깎이거나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 잠을 줄여가며 돈벌이에 나선 겁니다. 부업을 금지해오던 회사들도 점차 풀어주는 분위기입니다.



경기 침체의 그늘..일본 투잡스족을 권혁주 특파원이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도쿄 긴자거리. 길게 늘어선 택시들 속에 끼여있는 이 소형차는 대리운전 전용 차량입니다. 의료기기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고 있는 52살의 오노씨가 저녁에 대리운전기사 보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리운전기사와 함께 손님을 기다린지 두시간, 드디어 회사로부터 고객이 있는 곳으로 가라는 연락이 옵니다.



<녹취> : "63호차 예 알았습니다. 지금 가겠습니다."



대리운전기사가 취객차량을 운전 할 때 오노씨는 그 뒤를 따라갑니다. 그리고 주차, 정산 등을 돕고 다시 대리운전기사를 태워 대기장소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 합니다. 저녁 8시부터

평균 하루에 5, 6번 정도 취객을 집에 데려다 주고 나면 새벽 4시 정도가 돼야 일이 끝납니다.



<인터뷰> 오노 도시하루 : "세 시간입니다. 두가지 일을 하니까 수면 시간은 세 시간입니다."



지난해 수입이 절반으로 줄자 시작한 부업, 이렇게 버는 돈은 모두 합쳐 월 25만엔, 우리 돈으로 3백만 원 정도입니다.



<인터뷰> 오노 도시하루 : "전에는 50만엔(6백만원)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차 2대를 타고 다녔고 할부로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도 샀는데 작년에 수입이 반으로 줄면서 할부하는 것이 힘들어 일단 집도 팔고 월세에 살고 있습니다."



오노씨는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이 대학교에 갈때까지는 힘들어도 두 가지 일을 계속해야한다고 말합니다.



저녁 9시, 광고 이벤트회사원인 모리모토씨가 집으로 돌아옵니다.



회사에서 돌아온 모리모토씨는 피곤함을 뒤로하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곧장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모리모토씨는 회사월급이 줄어든 재작년부터 부업으로 인터넷 점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금연을 위한 전자담배 등 반응이 좋은 것들을 모아 팔고 수수료를 받는 것입니다.



<인터뷰>모리모토 히로시 : "본업 수입이 작년, 재작년 불황으로 크게 감소해버려서 수입을 보충할 수 있는 수단으로 부업을 시작했습니다."



부업 수입은 월 평균 30만 엔 정도, 본업의 월급인 25만 엔보다 더 많습니다. 모두 합치면 월 평균 55만엔, 우리 돈으로 660만원정돕니다. 올해 32살로 미혼인 모리모토씨는 여자 친구는 생각할 겨를도 없다며 생활은 언제나 빠듯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모리모토:"(월급) 반정도는 월세로 그리고 전기료, 수도료 등 공과금 그리고 식비 등으로 거의 사용하고 있습니다. 남는 거는 거의 없어서 비싼 물건을 산다거나 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일본 국세청이 조사한 민간기업 종업원 평균 급여는 2008년 429만 6천엔으로 10년전보다 35만2천엔이 줄었습니다.



기업의 생산활동 위축과 이로인한 임금감소 등으로 인해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없게되자 부업전선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구직사이트 도다(DODA)가 20,30대 회사원 천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결과 부업 경험이 있다고 말한 사람은 30.8%로 2007년 17.1%보다 약 14%포인트 늘었습니다.



직장인들의 부업 종류도 과외선생부터 주차원, 대리운전, 식당 서빙 일이나, 슈퍼마켓 점원 등 다양합니다. 주중에는 직장 일을 하고 주말에만 별도의 부업을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기계설비업체에 다니고 있는 가네모토씨, 주말이지만 가족과 함께 있지 못하고 주말 일터인 주차장으로 향합니다. 허리 통증을 참아가며 10시간 경비 일을 하고 받는 돈은 만엔, 우리 돈 12만 원 정도를 벌어 시간외수당이 없어지면서 반 토막이 난 월급을 보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가네모토 : "자존심이랄까. 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도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부업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불이익을 받을까 회사에는 비밀로 하고 있지만 인건비를 깍은 회사들로서는 직원의 부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사히신문 설문조사결과 82개 대기업가운데 가전자업체인 NEC, 덴소, 일본 IBM, 리코, 미쓰이물산, 거대은행기업인 미쓰비시도쿄UFJ, 도쿄전력 등 쟁쟁한 기업 20곳이 조건부로 부업을 인정해 주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조건은 업무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쿠사마 토루(크레이아 인사컨설팅 대표) : "리먼 쇼크 이후 각 기업들이 생산량을 줄이니까 일할 시간을 줄여도 좋겠다. 그렇다면 겸업제한을 완화시켜 다른 직장에서 일 해도 괜찮다는 룰을 만들었다고 할까요 엄한 제한을 푼 것입니다."



또 닛산자동차처럼 생산감축에 따라 한시적으로 부업을 허용했지만 곧 생산이 회복돼 직원들의 부업을 금지하고 있는 곳도 많습니다.



부업을 하는 사람은 비단 직장인만은 아닙니다.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친구와 함께 돈을 투자해 전문의류세탁업을 하고 있는 쿠보다 고지씨. 오전에는 병원이나 양로원 등을 돌며 가운, 시트 등 수거해 세탁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후엔 2년 전 문을 연 식당에 나와 일을 합니다.



밤 늦게 퇴근하는 것은 물론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손님이 있어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밤낮 없이 일 합니다. 좀더 안정된 뒤에 결혼을 하겠다는 구보다씨가 두가지 일을 해 손에 쥐는 돈은 월 80만엔, 우리 돈으로 960만 원 정도입니다.



<인터뷰>쿠보다 고지 : "낮 일이 지금은 안정됐지만 그게 언제까지 계속 될지 모르는 일이어서요. 지금 하고싶은 일이 가능할 때 해볼까 생각했습니다. 아직 41살이고 몸은 힘들어도 힘낼 수 있을 거 같아 가게를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비교적 안정돼 있어도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부업을 갖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한 가지 일만으로는 살아가기 힘들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평생고용이 깨진지 오래, 회사가 더이상 버팀목이 돼주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하시모토 겐지교수(무사시노대학 사회정책학): "과거의 일본기업은 정사원을 해고하거나 정사원채용을 하지않는 일은 없었습니다. 사원을 중요시 여긴게 사원들을 힘내게 했고 회사의 발전이 보증됐고 고도성장기의 일본을 바쳐준 중요한 요인이였습니다."



일본사회는 본업과 부업을 뛰는 사람들, 이른바 투잡스족의 증가현상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집중력이 떨어져 일본이 자랑하는 고도의 기술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때문입니다. 그러나 경기 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는 지금.



사람들은 갈수록 부업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경제 강국 일본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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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업 전선’에 뛰어든 사람들
    • 입력 2010-07-18 08:50:54
    • 수정2010-07-18 09:17:4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일본의 오랜 경기 침체가 직장인들을 부업 전선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낮에는 본업을 하고 밤에는 부업을 하는 이른바 ‘투잡스족’이 급증하고 있는데요.. 과외 교사나 대리 운전, 슈퍼마켓 점원 등 부업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직장에서 급료가 깎이거나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 잠을 줄여가며 돈벌이에 나선 겁니다. 부업을 금지해오던 회사들도 점차 풀어주는 분위기입니다.

경기 침체의 그늘..일본 투잡스족을 권혁주 특파원이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도쿄 긴자거리. 길게 늘어선 택시들 속에 끼여있는 이 소형차는 대리운전 전용 차량입니다. 의료기기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고 있는 52살의 오노씨가 저녁에 대리운전기사 보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리운전기사와 함께 손님을 기다린지 두시간, 드디어 회사로부터 고객이 있는 곳으로 가라는 연락이 옵니다.

<녹취> : "63호차 예 알았습니다. 지금 가겠습니다."

대리운전기사가 취객차량을 운전 할 때 오노씨는 그 뒤를 따라갑니다. 그리고 주차, 정산 등을 돕고 다시 대리운전기사를 태워 대기장소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 합니다. 저녁 8시부터
평균 하루에 5, 6번 정도 취객을 집에 데려다 주고 나면 새벽 4시 정도가 돼야 일이 끝납니다.

<인터뷰> 오노 도시하루 : "세 시간입니다. 두가지 일을 하니까 수면 시간은 세 시간입니다."

지난해 수입이 절반으로 줄자 시작한 부업, 이렇게 버는 돈은 모두 합쳐 월 25만엔, 우리 돈으로 3백만 원 정도입니다.

<인터뷰> 오노 도시하루 : "전에는 50만엔(6백만원)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차 2대를 타고 다녔고 할부로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도 샀는데 작년에 수입이 반으로 줄면서 할부하는 것이 힘들어 일단 집도 팔고 월세에 살고 있습니다."

오노씨는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이 대학교에 갈때까지는 힘들어도 두 가지 일을 계속해야한다고 말합니다.

저녁 9시, 광고 이벤트회사원인 모리모토씨가 집으로 돌아옵니다.

회사에서 돌아온 모리모토씨는 피곤함을 뒤로하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곧장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모리모토씨는 회사월급이 줄어든 재작년부터 부업으로 인터넷 점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금연을 위한 전자담배 등 반응이 좋은 것들을 모아 팔고 수수료를 받는 것입니다.

<인터뷰>모리모토 히로시 : "본업 수입이 작년, 재작년 불황으로 크게 감소해버려서 수입을 보충할 수 있는 수단으로 부업을 시작했습니다."

부업 수입은 월 평균 30만 엔 정도, 본업의 월급인 25만 엔보다 더 많습니다. 모두 합치면 월 평균 55만엔, 우리 돈으로 660만원정돕니다. 올해 32살로 미혼인 모리모토씨는 여자 친구는 생각할 겨를도 없다며 생활은 언제나 빠듯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모리모토:"(월급) 반정도는 월세로 그리고 전기료, 수도료 등 공과금 그리고 식비 등으로 거의 사용하고 있습니다. 남는 거는 거의 없어서 비싼 물건을 산다거나 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일본 국세청이 조사한 민간기업 종업원 평균 급여는 2008년 429만 6천엔으로 10년전보다 35만2천엔이 줄었습니다.

기업의 생산활동 위축과 이로인한 임금감소 등으로 인해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없게되자 부업전선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구직사이트 도다(DODA)가 20,30대 회사원 천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결과 부업 경험이 있다고 말한 사람은 30.8%로 2007년 17.1%보다 약 14%포인트 늘었습니다.

직장인들의 부업 종류도 과외선생부터 주차원, 대리운전, 식당 서빙 일이나, 슈퍼마켓 점원 등 다양합니다. 주중에는 직장 일을 하고 주말에만 별도의 부업을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기계설비업체에 다니고 있는 가네모토씨, 주말이지만 가족과 함께 있지 못하고 주말 일터인 주차장으로 향합니다. 허리 통증을 참아가며 10시간 경비 일을 하고 받는 돈은 만엔, 우리 돈 12만 원 정도를 벌어 시간외수당이 없어지면서 반 토막이 난 월급을 보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가네모토 : "자존심이랄까. 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도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부업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불이익을 받을까 회사에는 비밀로 하고 있지만 인건비를 깍은 회사들로서는 직원의 부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사히신문 설문조사결과 82개 대기업가운데 가전자업체인 NEC, 덴소, 일본 IBM, 리코, 미쓰이물산, 거대은행기업인 미쓰비시도쿄UFJ, 도쿄전력 등 쟁쟁한 기업 20곳이 조건부로 부업을 인정해 주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조건은 업무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쿠사마 토루(크레이아 인사컨설팅 대표) : "리먼 쇼크 이후 각 기업들이 생산량을 줄이니까 일할 시간을 줄여도 좋겠다. 그렇다면 겸업제한을 완화시켜 다른 직장에서 일 해도 괜찮다는 룰을 만들었다고 할까요 엄한 제한을 푼 것입니다."

또 닛산자동차처럼 생산감축에 따라 한시적으로 부업을 허용했지만 곧 생산이 회복돼 직원들의 부업을 금지하고 있는 곳도 많습니다.

부업을 하는 사람은 비단 직장인만은 아닙니다.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친구와 함께 돈을 투자해 전문의류세탁업을 하고 있는 쿠보다 고지씨. 오전에는 병원이나 양로원 등을 돌며 가운, 시트 등 수거해 세탁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후엔 2년 전 문을 연 식당에 나와 일을 합니다.

밤 늦게 퇴근하는 것은 물론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손님이 있어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밤낮 없이 일 합니다. 좀더 안정된 뒤에 결혼을 하겠다는 구보다씨가 두가지 일을 해 손에 쥐는 돈은 월 80만엔, 우리 돈으로 960만 원 정도입니다.

<인터뷰>쿠보다 고지 : "낮 일이 지금은 안정됐지만 그게 언제까지 계속 될지 모르는 일이어서요. 지금 하고싶은 일이 가능할 때 해볼까 생각했습니다. 아직 41살이고 몸은 힘들어도 힘낼 수 있을 거 같아 가게를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비교적 안정돼 있어도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부업을 갖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한 가지 일만으로는 살아가기 힘들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평생고용이 깨진지 오래, 회사가 더이상 버팀목이 돼주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하시모토 겐지교수(무사시노대학 사회정책학): "과거의 일본기업은 정사원을 해고하거나 정사원채용을 하지않는 일은 없었습니다. 사원을 중요시 여긴게 사원들을 힘내게 했고 회사의 발전이 보증됐고 고도성장기의 일본을 바쳐준 중요한 요인이였습니다."

일본사회는 본업과 부업을 뛰는 사람들, 이른바 투잡스족의 증가현상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집중력이 떨어져 일본이 자랑하는 고도의 기술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때문입니다. 그러나 경기 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는 지금.

사람들은 갈수록 부업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경제 강국 일본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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