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국지성 기습 폭우’ 방심이 재난 부른다

입력 2010.08.1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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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태풍 뎬무가 북상하던 어제 서울에서는 다소 당황스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태풍이 제주도 남쪽에 있었는데, 서울에서 기습 폭우가 쏟아져 인명피해까지 난겁니다.



이슈앤뉴스, 오늘은 대비가 어려운 국지적인 폭우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봅니다.



먼저, 서울지역에서 9년 만에 인명피해를 불러온 기습폭우, 현장을 양성모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인터뷰>최덕규(김포시 고촌읍) : "우리 집은 저기 세 번째 집인데 이 정도 찼어요. 이정도."



<인터뷰>고영희(김포시 고촌읍) : "안에서 문을 못 여는 거예요. 물 압력 때문에."



시간당 73밀리미터의 폭우는 경기도 김포의 주택가를 흙탕물 바다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하루가 지난 침수 지역. 물이 빠진 도로엔 옷가지와 가구들이 쓰레기처럼 쌓였습니다.



<인터뷰>신인식(김포시 고촌읍) : "지금 여기 살면서 세 번인가 당했거든요. 세 번 당했는데 또 이렇게 되풀이돼서... 어제 잠도 못 잤습니다."



침수피해를 입은 주택입니다.



만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빗물은 모두 빠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주민들은 하루종일 물 빼는 일에 매달렸습니다.



배수구에 쌓인 토사를 치우는 일도 걱정입니다.



<인터뷰>김경갑(김포시 고촌읍) : "피해는 말할 수 없죠. 다 젖어버리고 아무 것도 없는 거죠. 지금은요."



불어난 물에 휩쓸려 등산객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서울 불광동의 계곡.



시간당 94밀리미터의 폭우에 다리 밑 수로는 아직도 꽉 막혀 있습니다.



<인터뷰>김성록(서울 효제동) : "맨홀 다리라서 물이 불어나면 나뭇가지가 떠내려와 막혀버립니다."



하천에서 도로로 넘친 물에 택시가 고립되면서 운전기사가 숨진 서울 불광천 지하차도.



주민들에겐 난생 처음 겪은 기습폭우의 위력이 두렵기만 합니다.



<인터뷰>김상열(서울 갈현동) : "순간적으로 물이 넘쳐 올라와서 여기하고 평행이 됐어요. 이쪽 물하고 평행이."



서울에서 9년 만에 인명피해를 불러온 기습 폭우. 빗줄기는 그쳤지만 상처와 함께 숙제를 남겼습니다.



KBS 뉴스 양성모입니다.



<앵커 멘트>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서울은 태풍과 500킬로미터 이상 거리가 떨어져 있었는데, 그런데 왜 갑작스런 폭우가 내렸는지 기상청의 설명부터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승배(기상청 대변인) : "태풍이 올라오면서 수증기가 앞 부분에 모이는 데 북쪽의 찬 공기와 만나면서 비구름이 크게 발달한 상황이다.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보고 있다. 태풍 전면부 수렴부에 내리는 이런 형태의 비는 사전에 정확한 시기와 장소를 예측하기에 현대 과학으로 한계가 있다."



<질문>



요즘 트위터에서는 국지성 호우를 보여주는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김성한 기자! 바로 이 사진이죠?



<답변>



네, 강남의 고층건물에 찍은 사진인데, 서쪽은 온통 하얗게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는 반면 동쪽은 햇빛이 내리쬐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국지성 호우인데요, 실제로 어제 서울에서 사고가 났을 때 1시간 동안 북한산 구기동에 114mm가 쏟아진 반면, 서울의 대표 관측소인 종로에선 10mm,여의도는 2mm에 불과했고, 강동지역엔 아예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20km의 거리를 두고 북한산엔 폭우가, 강동구엔 햇빛만 내리쬔 것입니다.



<질문>



최근들어 이런 국지성 호우가 더 잦아지고 있는데, 김기자 ! 기후변화로 한반도가 아열대화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답변>



네, 실제 자료를 살펴봐도 기후변화에 따라 한반도 비의 특성도 점차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연 강우량이 1500mm 정도 되는데, 최근 30년간 200mm가 더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비가 온 날 수는 오히려 6일 줄었습니다.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면서 한번 비가 올 때 더 많은 양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



비의 강도도 문제지만, 이번 서울의 사례를 보면 산간,계곡이라는 지형효과가 피해를 더 키운게 아닌가 싶은데요?



김성한 기자 , 어떻습니까?



<답변>



네, 어제 피해가 났던 서울 은평구 북한산 자락의 모습입니다.



산간지역에선 평지보다 비의 강도가 더 강해지는데다 내린 비가 깔대기 모양의 계곡에 순식간에 모이는 특성이 있습니다.



보통 비가 쏟아진 지 30분 정도만 지나면 이 넓은 산기슭에 내린 비가 한꺼번에 쏟아집니다.



비교적 약한 비에 방심하는 순간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에 갇히기 쉽습니다.



그래서 여름철 계곡에서 피서를 하거나 산간 하천변에 있을 경우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방재 당국도 단순한 비의 양뿐만 아니라 지형을 고려한 재난정보 전달 체계를 더 적극적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멘트>



최근 미국 억만장자 40명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해 화제가 됐죠. 이번 주 금요일 이슈 앤 뉴스에서는 우리나라 기부문화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합니다.



KBS 뉴스 홈페이지에서는 시청자 여러분 들의 의견을 받아 방송에 반영합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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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국지성 기습 폭우’ 방심이 재난 부른다
    • 입력 2010-08-11 22:11:28
    뉴스 9
<앵커 멘트>

태풍 뎬무가 북상하던 어제 서울에서는 다소 당황스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태풍이 제주도 남쪽에 있었는데, 서울에서 기습 폭우가 쏟아져 인명피해까지 난겁니다.

이슈앤뉴스, 오늘은 대비가 어려운 국지적인 폭우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봅니다.

먼저, 서울지역에서 9년 만에 인명피해를 불러온 기습폭우, 현장을 양성모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인터뷰>최덕규(김포시 고촌읍) : "우리 집은 저기 세 번째 집인데 이 정도 찼어요. 이정도."

<인터뷰>고영희(김포시 고촌읍) : "안에서 문을 못 여는 거예요. 물 압력 때문에."

시간당 73밀리미터의 폭우는 경기도 김포의 주택가를 흙탕물 바다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하루가 지난 침수 지역. 물이 빠진 도로엔 옷가지와 가구들이 쓰레기처럼 쌓였습니다.

<인터뷰>신인식(김포시 고촌읍) : "지금 여기 살면서 세 번인가 당했거든요. 세 번 당했는데 또 이렇게 되풀이돼서... 어제 잠도 못 잤습니다."

침수피해를 입은 주택입니다.

만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빗물은 모두 빠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주민들은 하루종일 물 빼는 일에 매달렸습니다.

배수구에 쌓인 토사를 치우는 일도 걱정입니다.

<인터뷰>김경갑(김포시 고촌읍) : "피해는 말할 수 없죠. 다 젖어버리고 아무 것도 없는 거죠. 지금은요."

불어난 물에 휩쓸려 등산객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서울 불광동의 계곡.

시간당 94밀리미터의 폭우에 다리 밑 수로는 아직도 꽉 막혀 있습니다.

<인터뷰>김성록(서울 효제동) : "맨홀 다리라서 물이 불어나면 나뭇가지가 떠내려와 막혀버립니다."

하천에서 도로로 넘친 물에 택시가 고립되면서 운전기사가 숨진 서울 불광천 지하차도.

주민들에겐 난생 처음 겪은 기습폭우의 위력이 두렵기만 합니다.

<인터뷰>김상열(서울 갈현동) : "순간적으로 물이 넘쳐 올라와서 여기하고 평행이 됐어요. 이쪽 물하고 평행이."

서울에서 9년 만에 인명피해를 불러온 기습 폭우. 빗줄기는 그쳤지만 상처와 함께 숙제를 남겼습니다.

KBS 뉴스 양성모입니다.

<앵커 멘트>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서울은 태풍과 500킬로미터 이상 거리가 떨어져 있었는데, 그런데 왜 갑작스런 폭우가 내렸는지 기상청의 설명부터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승배(기상청 대변인) : "태풍이 올라오면서 수증기가 앞 부분에 모이는 데 북쪽의 찬 공기와 만나면서 비구름이 크게 발달한 상황이다.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보고 있다. 태풍 전면부 수렴부에 내리는 이런 형태의 비는 사전에 정확한 시기와 장소를 예측하기에 현대 과학으로 한계가 있다."

<질문>

요즘 트위터에서는 국지성 호우를 보여주는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김성한 기자! 바로 이 사진이죠?

<답변>

네, 강남의 고층건물에 찍은 사진인데, 서쪽은 온통 하얗게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는 반면 동쪽은 햇빛이 내리쬐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국지성 호우인데요, 실제로 어제 서울에서 사고가 났을 때 1시간 동안 북한산 구기동에 114mm가 쏟아진 반면, 서울의 대표 관측소인 종로에선 10mm,여의도는 2mm에 불과했고, 강동지역엔 아예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20km의 거리를 두고 북한산엔 폭우가, 강동구엔 햇빛만 내리쬔 것입니다.

<질문>

최근들어 이런 국지성 호우가 더 잦아지고 있는데, 김기자 ! 기후변화로 한반도가 아열대화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답변>

네, 실제 자료를 살펴봐도 기후변화에 따라 한반도 비의 특성도 점차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연 강우량이 1500mm 정도 되는데, 최근 30년간 200mm가 더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비가 온 날 수는 오히려 6일 줄었습니다.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면서 한번 비가 올 때 더 많은 양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

비의 강도도 문제지만, 이번 서울의 사례를 보면 산간,계곡이라는 지형효과가 피해를 더 키운게 아닌가 싶은데요?

김성한 기자 , 어떻습니까?

<답변>

네, 어제 피해가 났던 서울 은평구 북한산 자락의 모습입니다.

산간지역에선 평지보다 비의 강도가 더 강해지는데다 내린 비가 깔대기 모양의 계곡에 순식간에 모이는 특성이 있습니다.

보통 비가 쏟아진 지 30분 정도만 지나면 이 넓은 산기슭에 내린 비가 한꺼번에 쏟아집니다.

비교적 약한 비에 방심하는 순간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에 갇히기 쉽습니다.

그래서 여름철 계곡에서 피서를 하거나 산간 하천변에 있을 경우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방재 당국도 단순한 비의 양뿐만 아니라 지형을 고려한 재난정보 전달 체계를 더 적극적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멘트>

최근 미국 억만장자 40명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해 화제가 됐죠. 이번 주 금요일 이슈 앤 뉴스에서는 우리나라 기부문화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합니다.

KBS 뉴스 홈페이지에서는 시청자 여러분 들의 의견을 받아 방송에 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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