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北, 인터넷 통한 체제 선전

입력 2010.08.28 (10:32) 수정 2010.08.2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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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이 지난 달 유튜브 계정을 개설한 데 이어 얼마 전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까지 동원하며 인터넷을 통한 선전공세에 돌입했습니다.

이에 따라 온라인상에서는 국민들이 북한의 일방적인 체제홍보에 노출되는 것을 막으려는 우리 정부와 이를 피해 선전을 강화하려는 북한 사이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폐쇄적인 북한이 소통의 장으로 나온 속내는 무엇일까요?

또, 이런 전략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남북의 창>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2일,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트위터는 140자 이내의 짧은 글을 실시간으로 교류하고, 친구맺기 기능을 통해 인터넷에서 소통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데요.

북한 조평통이 운영하는 이 트위터의 이름은 ‘우리민족’입니다.

주로 김정일 위원장의 동정을 비롯해 북한 매체들의 남한 비난 성명과 논평 등을 담고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과 한․미 군사훈련 대한 북한의 입장과 불법 방북했던 한상렬 목사의 석방을 요구하는 글도 남겼는데요.

트위터에 게시한 짤막한 글 아래에는 조평통 홈페이지인 ‘우리민족끼리’ 주소를 함께 게시해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북한의 트위터 개설 소식이 알려지면서 구독자에 해당하는 팔로어가 열흘 남짓 만에 만 명을 넘었습니다.

대부분이 우리 국민입니다.

<인터뷰>안세진(서울시 성북구) : "호기심으로는 저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정다혜(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 "북한에 대해서 알 수가 있잖아요. 북한 생활에 대해서도 보면 재밌을 것 같고."

북한은 트위터 개설에 앞서 지난 달,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도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역시 체제를 선전하고 남한을 비방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려놓았는데요.

천안함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는 주장을 집중적으로 담았습니다.

<녹취> 北 유튜브 동영상 : "특대형 사기극인 천안호 사건을 놓고 그 누구의 진심어린 사죄와 처벌, 보상을 요구하는 결의안이라는 것까지 채택했으니 역적패당이야말로 후안무치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미녀 대학생’을 내세워 체제를 선전하고 자본주의를 맹비난하는 ‘자랑이야기’라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퍼뜨리기도 했습니다.

<녹취> 北 유튜브 동영상 :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집값이 너무 비싸 보통 사람들은 집을 살 엄두도 못하고 있다. 판잣집, 움막집에서 고통을 받다 못해 자살까지 하는 참사가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미국판 ‘싸이월드’라고 불리는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에도 계정을 만드는 등 사이버 세계에서 전방위로 체제선전에 열을 올렸습니다.

<인터뷰>조영기(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자체적으로는 인터넷 특히 트위터나 유튜브 같은 걸 차단하면서 남한 사회에 대해서 트위터나 유튜브를 활용하는 것은 북한 체제 선전 기구로 활용한다. 또 한 가지는 남한 사회를 분열시키고 갈등시키기 위한 사태이다."

북한이 트위터를 시작하자 국 정부가 먼저 반응을 내놨습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당국의 가입을 환영한다면서 ‘주민들의 가입도 허용할 준비가 돼 있느냐’고 반문했는데요.

북한의 페이스북에 대해서도 ‘친구들 없는 페이스북이 무엇이냐’고 비판했습니다.

대화와 소통이 핵심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정작 북한 주민들은 소외돼있다는 점을 꼬집는 동시에, 북한의 폐쇄성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입니다.

북한이 다양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남한 내의 갈등을 겨냥한 체제 선전을 시작하자, 우리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요.

북측이 올린 글을 단순히 보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댓글을 달거나 글을 퍼나르면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녹취> 이종주(통일부 부대변인) : "신고절차 없이 해당계정을 통해서 댓글을 달거나 여러 형태의 의사교환을 할 경우에는 남북교류협력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습니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의를 통해 국내에서는 조평통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와 트위터 ‘우리민족’ 계정에 모두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 조치를 취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일주일 만에 북한의 트위터 계정 접속을 차단했는데요.

하지만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경우 여전히 접속이 가능하고, 해외 이용자가 퍼나르기 개념의 ‘리트윗’을 할 경우 국내 이용자들도 해당 게시글을 볼 수 있어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실효성과 별개로 우리 정부의 차단 조치 자체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의견이 엇갈립니다.

<인터뷰> 한지혜(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 "국민들이 알 권리를 막는 것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북한 체제가 그렇다는 걸 아는데도 그걸 막아놓으면 그거에 따른 사람들이 더 의구심을 품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그래서 열어놓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인터뷰> 조혜정(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 "제 생각에는 그런 게 괜찮은 것 같아요. 워낙 우리가 좋은 사이도 아니고...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안 좋은 말도 많이 하잖아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한 북한의 선전은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남한의 젊은 세대를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기대하는 만큼의 파급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입니다.

<인터뷰> 김춘식(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개방된 측면으로 정보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폐쇄된 사회의 정보제공은 한계가 있거든요. 자신들의 일방적 선전 내용을 전달해줄 텐데. 그런 것들이 과연 얼마나 큰 효과를 가질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고요."

폐쇄적인 북한 사회가 개방의 상징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등장하자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대화와 소통을 전제로 하는 소셜 미디어에서 일방적인 체제 선전이 얼마나 효과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인데요.

우리 정부의 접속 차단 결정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네티즌들의 접근을 완전히 막을 수 없어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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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北, 인터넷 통한 체제 선전
    • 입력 2010-08-28 10:32:59
    • 수정2010-08-28 14:38:51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북한이 지난 달 유튜브 계정을 개설한 데 이어 얼마 전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까지 동원하며 인터넷을 통한 선전공세에 돌입했습니다. 이에 따라 온라인상에서는 국민들이 북한의 일방적인 체제홍보에 노출되는 것을 막으려는 우리 정부와 이를 피해 선전을 강화하려는 북한 사이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폐쇄적인 북한이 소통의 장으로 나온 속내는 무엇일까요? 또, 이런 전략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남북의 창>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2일,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트위터는 140자 이내의 짧은 글을 실시간으로 교류하고, 친구맺기 기능을 통해 인터넷에서 소통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데요. 북한 조평통이 운영하는 이 트위터의 이름은 ‘우리민족’입니다. 주로 김정일 위원장의 동정을 비롯해 북한 매체들의 남한 비난 성명과 논평 등을 담고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과 한․미 군사훈련 대한 북한의 입장과 불법 방북했던 한상렬 목사의 석방을 요구하는 글도 남겼는데요. 트위터에 게시한 짤막한 글 아래에는 조평통 홈페이지인 ‘우리민족끼리’ 주소를 함께 게시해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북한의 트위터 개설 소식이 알려지면서 구독자에 해당하는 팔로어가 열흘 남짓 만에 만 명을 넘었습니다. 대부분이 우리 국민입니다. <인터뷰>안세진(서울시 성북구) : "호기심으로는 저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정다혜(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 "북한에 대해서 알 수가 있잖아요. 북한 생활에 대해서도 보면 재밌을 것 같고." 북한은 트위터 개설에 앞서 지난 달,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도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역시 체제를 선전하고 남한을 비방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려놓았는데요. 천안함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는 주장을 집중적으로 담았습니다. <녹취> 北 유튜브 동영상 : "특대형 사기극인 천안호 사건을 놓고 그 누구의 진심어린 사죄와 처벌, 보상을 요구하는 결의안이라는 것까지 채택했으니 역적패당이야말로 후안무치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미녀 대학생’을 내세워 체제를 선전하고 자본주의를 맹비난하는 ‘자랑이야기’라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퍼뜨리기도 했습니다. <녹취> 北 유튜브 동영상 :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집값이 너무 비싸 보통 사람들은 집을 살 엄두도 못하고 있다. 판잣집, 움막집에서 고통을 받다 못해 자살까지 하는 참사가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미국판 ‘싸이월드’라고 불리는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에도 계정을 만드는 등 사이버 세계에서 전방위로 체제선전에 열을 올렸습니다. <인터뷰>조영기(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자체적으로는 인터넷 특히 트위터나 유튜브 같은 걸 차단하면서 남한 사회에 대해서 트위터나 유튜브를 활용하는 것은 북한 체제 선전 기구로 활용한다. 또 한 가지는 남한 사회를 분열시키고 갈등시키기 위한 사태이다." 북한이 트위터를 시작하자 국 정부가 먼저 반응을 내놨습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당국의 가입을 환영한다면서 ‘주민들의 가입도 허용할 준비가 돼 있느냐’고 반문했는데요. 북한의 페이스북에 대해서도 ‘친구들 없는 페이스북이 무엇이냐’고 비판했습니다. 대화와 소통이 핵심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정작 북한 주민들은 소외돼있다는 점을 꼬집는 동시에, 북한의 폐쇄성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입니다. 북한이 다양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남한 내의 갈등을 겨냥한 체제 선전을 시작하자, 우리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요. 북측이 올린 글을 단순히 보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댓글을 달거나 글을 퍼나르면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녹취> 이종주(통일부 부대변인) : "신고절차 없이 해당계정을 통해서 댓글을 달거나 여러 형태의 의사교환을 할 경우에는 남북교류협력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습니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의를 통해 국내에서는 조평통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와 트위터 ‘우리민족’ 계정에 모두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 조치를 취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일주일 만에 북한의 트위터 계정 접속을 차단했는데요. 하지만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경우 여전히 접속이 가능하고, 해외 이용자가 퍼나르기 개념의 ‘리트윗’을 할 경우 국내 이용자들도 해당 게시글을 볼 수 있어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실효성과 별개로 우리 정부의 차단 조치 자체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의견이 엇갈립니다. <인터뷰> 한지혜(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 "국민들이 알 권리를 막는 것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북한 체제가 그렇다는 걸 아는데도 그걸 막아놓으면 그거에 따른 사람들이 더 의구심을 품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그래서 열어놓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인터뷰> 조혜정(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 "제 생각에는 그런 게 괜찮은 것 같아요. 워낙 우리가 좋은 사이도 아니고...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안 좋은 말도 많이 하잖아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한 북한의 선전은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남한의 젊은 세대를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기대하는 만큼의 파급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입니다. <인터뷰> 김춘식(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개방된 측면으로 정보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폐쇄된 사회의 정보제공은 한계가 있거든요. 자신들의 일방적 선전 내용을 전달해줄 텐데. 그런 것들이 과연 얼마나 큰 효과를 가질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고요." 폐쇄적인 북한 사회가 개방의 상징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등장하자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대화와 소통을 전제로 하는 소셜 미디어에서 일방적인 체제 선전이 얼마나 효과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인데요. 우리 정부의 접속 차단 결정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네티즌들의 접근을 완전히 막을 수 없어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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