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얼음골 5곳은 ‘희귀식물 보고’

<앵커 멘트>

한여름에도 에어컨처럼 찬바람이 나와 피서지로 유명한 얼음골이 희귀식물들에게는 소중한 보금자리로 확인됐습니다.

새롭게 발견된 전국의 얼음골 5곳에서 멸종위기종과 남한에선 보기 힘든 희귀 북방 식물들이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현장을 임승창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강원도의 한 야산. 좁은 산 길을 오르자 갑자기 드라이아이스를 꺼내놓은 듯 수증기가 피어 오르며 서늘해집니다.

다름 아닌 냉기, 한여름에도 냉기가 나오는 풍혈지, 이른바 얼음골입니다.

커다란 얼음 조각들도 발견됩니다.

지금 밖의 기온은 30도가 넘습니다.

하지만 얼음골 안은 0도 안팎으로 그야말로 냉장고나 다름없습니다.

주변 풀숲을 뒤지자 마치 연잎같은 식물들이 발견됩니다.

멸종위기종 2급인 '개병풍' 세계적으로 중국 동북 3성에만 주로 분포하는 희귀식물입니다.

국내에서는 단 6개체만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된 '애기가물고사리'는 무려 20여 개체가, 한반도 고유 희귀종인 '복분취'와 '자병취'까지 얼음골 주변에서 확인됐습니다.

모두 빙하기 때 한반도에 자생했지만 이제는 거의 사라진 북방계 희귀식물 들입니다.

<인터뷰> 김진석(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 : "빙하기 이후에 북방계 식물들이 북쪽으로 이주과정 또는 소멸과정에서 저온 환경을 형성하는 풍혈지가 피난처로서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많은 종들이 남아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전국 5개 얼음골에서 모두 10여 종의 희귀식물 서식지가 확인됐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 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얼음골 위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임승창입니다.